2019-02-02

독립투사 한글학자, 이극로 아십니까…'고투사십년' 복원



독립투사 한글학자, 이극로 아십니까…'고투사십년' 복원



입력 2014.02.05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경남 의령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극로(1893~1978)는 한글학자이기도 했다.

1927년 벨기에 세계피압박민족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고, 영국·프랑스·미국·일본을 돌아본 뒤 귀국해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지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6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 '조선말 큰사전' 첫째 권을 간행했다. 남북 연석회의에 조선건민회 대표로 참석, 평양에 잔류하며 북한 국어학의 토대를 닦았다.

그러나 근대 민족운동사와 한글 연구에서 이극로에 대한 조명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월북학자라는 선입견이 첫째,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집이 전무한 것이 둘째 이유다.

이극로를 연구하는 데 필독서인 자서전 '고투 사십년'(1947)은 종이 질이나 보존 상태가 좋지 못하고, 오탈자도 많았다. 이극로가 남긴 신문 칼럼이나 다른 자료는 산재돼 있는 탓에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조차 곤란한 현실이다.

국학인물연구소 소장과 한국민족운동사학회 섭외이사 등을 지낸 역사학자 조준희씨가 '고투사십년'을 복원했다. 이극로가 경제학을 전공한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에스토니아 등 그의 유럽 행적을 답사해 친필 편지와 저술을 다수 발굴했다. 독일 베를린대학(현 훔볼트대학), 독일국립도서관, 프로이센 문화예술문서보관소, 네덜란드, 영국 등지에서 그가 남긴 자취와 관련 사료를 모았다. 특히 금지곡이 됐던 그의 '한글노래' 악보도 수록했다.

말년을 북에서 보낸 이극로의 삶과 활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념을 초월해 이뤄지리라는 기대가 생기는 까닭이다.

'고투사십년'은 지구를 한 바퀴 돈 이극로의 파란만장한 40년 인생 역경을 담았다. 독립군이 되기 위해 서간도로 떠났다가 독일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한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 일화가 실렸다.


자서전과 자작시, 부록으로 제자의 열전 두 편을 포함하고 있다. 가족과 고향 이야기, 서간도 교사 시절, 중국 상하이와 독일, 영국 유학기, 미국 시찰기, 길돈 사건, 조선어학회 이야기 등으로 구성됐다.

출판사 아라는 "유럽 현지답사 및 고증 결과를 반영하고 관련 사진과 상세한 주석을 달아 '고투사십년'을 온전히 복간했다"면서 "이극로 박사에 대한 선양은 물론, 국어국문학계와 역사학계, 일반 독자에게 도움을 주고, 역사적인 출간 의미도 지닐 것"이라고 전했다.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는 "구문일치의 한글문법 정리와 수호의 역사에서 주시경이 원대한 한글문법 정리 프로젝트의 단초를 열었다면, 이극로 선생은 그 사업을 완성한 이"라고 소개했다.

 400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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