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2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열리나? 글쓴이 : kp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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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열리나?
글쓴이 : kp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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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열리나?

-북한과 접촉 없이 떠난 비건, 담화 남긴 김여정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이 북한과 별다른 접촉 없이 종료됐다.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비건의 방한 종료 이후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회담 성사 여지를 남겼다.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3500자 분량의 비교적 장문의 담화를 발표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북미 간 회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 제1부부장은 또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들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미국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해 정상 간 친분이 현 국면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는 원래 남조선(남한)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북미 정상 간 관계를 계속 이어가길 원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은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라고 말해 양 정상 간 유대는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물론 김 제1부부장은 이 담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명백한 것은 조미 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는 사실을 놓고 그러한 사건을 점쳐보아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위 '이벤트'적인 성격의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자신들은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조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 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2019년 2월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 미국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담화를 발표한 타이밍과 전반적인 내용을 봤을 때 오히려 정상회담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자신들의 조건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에 주목된다. 그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북 적대 시 정책 철회가 대화의 시작을 위한 기본 조건임을 확실히했다.



김 제1부부장은 또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며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재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특정한 행동을 보이면 자신들이 대화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는 힌트를 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제재 해제가 아니라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확실한 조치가 있다면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담화를 발표한 시점이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떠난 이후인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북한에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며 대북 접촉에 대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8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비건 부장관은 "한 가지 명확하게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며 "나는 이번에 북한에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비건 부장관이 지난해 12월 방한했을 때 밝힌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부분이다. 당시 그는 그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접촉이 결렬된 이후 12월 한국을 찾아 "북한의 협상 상대에게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일을 끝내자. 나는 여기(한국)에 있고 북한은 우리한테 어떻게 연락하는지 알고 있다"며 북한과 접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은 이번에는 "북한이 나의 방문과 관련해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를 봤는데 다소 이상하다"고 평가한 뒤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 (한국) 방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남한)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또 한가지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최선희 제1부상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말하며 북한과 협상에서 북한의 페이스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비건 부장관은 최 제1부상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직접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는 주한미국대사관이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이후 비건 부장관의 발언이라며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최 제1부상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무엇이 가능한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발언은 비건 부장관이 기자들과 만났을 때는 말하지 않은 대목이다.



비건 부장관이 자신의 북한 협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최 제1부상에 대해 이같이 직접적 비난을 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협상을 둘러싼 북한과의 기싸움일 수도 있고, 11월 대선 전 깜짝 이벤트 형식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일종의 '밀당' 작전일 수도 있다.



비건 부장관의 의도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든 간에, 이전과 다르게 북한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이번 방한이 오히려 북한의 입을 트이게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상대를 밀어내는 방식을 취한 것이 되려 상대의 관심을 끌었고, 비록 장외에서의 설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측이 대화를 위한 각자의 조건을 상대에게 공개하면서 탐색전을 벌인 셈이 됐다.



이런 와중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 시각) "우리는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며 "그것(대화)이 정상회담보다 낮은 수준에서든지, 또는 그것이 고위 지도자들 또한 다시 함께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만약 적절하고, 개최하기에 유용한 활동이 있다면"이라고 말해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앞으로 넉 달이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 간 오가는 메시지를 허투루 흘려 들을 수 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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