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3

알라딘: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은이)2020

알라딘: 레이디 크레딧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은이)현실문화2020-07-27

전자책 15,400원 
432쪽

책소개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다. 성매매 문제는 ‘지하경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경제와 긴밀히 연동된 문제이기에, 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 책은 금융화를 통해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한 오늘날의 성매매를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성매매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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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의 말
책을 펴내며

1부 성경제를 들여다본다는 것
1장 ‘소득’, ‘부채’의 이분법을 넘어
2장 성매매를 바라보는 여성주의 정치학의 역사
3장 성경제 분석을 위한 도구

2부 ‘부채 관계’의 탄생과 부채의 전략
4장 누가 부채를 조절하는가
5장 ‘부채 관계’ 생산 장치

3부 금융이 재편하는 성산업
6장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7장 채권으로 유통되는 여성의 몸
8장 합리성의 가면

4부 ‘자유’를 관리하는 여성들
9장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
10장 누구를 위한 자기 투자인가
11장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

나가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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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12~13 8조 7000억 혹은 13조, 때로는 30조 규모로 추산되곤 하는 한국 성매매 산업은 그간 주로 성판매자 여성, 알선자, 성구매자 남성 간 피해-가해의 정치 문제로만 다루어졌을 뿐, 자본주의 경제 운동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이 책은 성산업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부채를 중심으로, 업소 창업 자금, ‘화대’, 술값, 여성들의 수입, 꾸밈 비용, 생계비 등 돈의 흐름 속에서 여성들이 즉각적으로 화폐화 가능한 존재가 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말하자면 여성이 성산업을 거쳐 상품이 되는, 상품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성매매 산업은 여성에게 낙인을 찍는 동시에 거래 가능한 ‘매춘 여성’으로 만들어 이익을 실현한다.  접기

P. 42~43 ‘성매매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슬로건은 1980년대 이래 여성주의의 ‘진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그러나 성매매 산업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결여한 반성매매 프레임 속에서 포주는 여성들을 비인격화하는, ‘도덕적’ 결함을 가진 악마적 개인으로 가정될 수밖에 없다. 부채 문제 역시 고리대 문제와 결부되어 경제적 거래에서의 도덕성 문제로 귀결되고, 구매자 역시 여성의 성을 사는 부도덕한 남성으로 해석된다. 여성주의 정치학은 매춘 여성들을 가까스로 도덕 프레임으로부터 구출했지만, 성매매 문제를 여전히 포주와 구매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축소해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 프레임으로는 성매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접기

P. 108~109 나아가 성매매에서 ‘부채 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은 여성 개인에 대한 부채 예속, 구속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다음 여성’, ‘그다음 여성’ 등 여성 일반을 성매매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부채의 전략까지 분석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채 관계’에 의해 여성들은 교환 가능한 몸, 즉각 화폐화가 가능한 몸을 갖게 되고, 그 몸들의 집합소가 바로 성매매 산업인 것이다.  접기

P. 135~136 이러한 일수 대출은 보통 룸살롱, 유흥업소 집결지 주변의 일수업자들이 취급하는 상품이며,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돈을 빌리는 동시에 집결지 거주자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연루된 부동산업자, 인테리어업자, 임대업자들 역시 의도했든 안 했든 여성들을 성매매 집결지에 안착시키는 데 동참하게 된다. 사실상 업소 여성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는 이들의 신용 리스크를 직접 취급하는 일수업자 외에도 부동산 중개업자, 임대 소득자 모두가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성매매 집결지에 안착시키고 다양한 대출 상품을 이용해 여성들을 ‘돈을 만들어내는 몸’으로 바꾸는 데 이 지역의 공식·비공식 경제 인구가 거의 모두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접기
P. 185~186 이전 시대 성판매 여성들의 부채는 포주와의 인격적 대면 관계에서 발생했지만, 오늘날 여성들의 부채는 증권화 기법을 통해 이 시대 투자자 주체들의 이해관계 안에 포섭되고 있다. 금융자본이 단순히 산업 영역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넘어 리스크를 가공해 투자자에게 중개하는 현대의 금융 경제 속에서 매춘 여성들의 채권은 투자 상품이 된다. 그러므로 ‘시장을 통해 자신의 안전과 자유를 획득하고 금융시장의 위험을 계산하는 자기 의식적이고 책임감 있는 주체’들부터 미등록 사채업자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금융 경제를 구성하는 다종다양한 사람이 매춘 여성들을 담보물로 만드는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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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왜 성산업은 그토록 여성들 가까이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여성들은 다른 곳보다 성산업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 연구서인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금융화 맥락에서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거대한 성경제를 구축하는 원초적인 잉여의 출처가 되는 과정과 고리대 이자를 통해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성매매는 돈에 관한 것이고, 돈은 여성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왜 그 돈은 여성에게 남아 있지 않을까’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이론적·비판적 응답이다.

김주희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국면에서 페미니즘이 성매매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둘러싼 생산과 흐름이 성산업 조직과 성매매 여성 주체(성)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한 직접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이 필요하고, 페미니스트 연구는 그 메커니즘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매매에 대한 저자의 오랜 관심과 심층 연구 그리고 강한 비판의식에서 나온 귀한 연구물이다. 더욱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성별정치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기지촌에서부터 티켓다방, 빈곤 산업으로 기능하는 현대 성매매 산업까지 김주희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한국 성산업을 여성주의적으로 사유하고 균열의 지점을 모색해온 연구-활동가다. 현장에 필요한 언어와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성매매 연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막막할 때면 김주희의 글을 찾는다. 현장 접근성도 낮고 거칠게 이분화되어 있는 성매매 담론에서 ‘둘 중 하나’가 아닌 의견을 내려면 용기도 필요하다. 김주희는 이 어려움을 뚫고 기꺼이 자신의 통찰력을 내준다.

저자가 분명히 지적하고 있듯 업주, 부동산, 일수업자부터 은행까지 전 사회가 성매매 산업에 공모하고 있다. 그렇기에 반성매매 운동의 목표는 여성의 탈성매매가 아니다. 성매매 경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은 한국 사회의 탈성매매를 향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러했듯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성매매를 자신의 문제, 우리의 문제로 고민하는 데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김주희가 열어놓은 길 위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이 복잡하고 어려운 성매매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고 기쁘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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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문화일보 
 - 문화일보 2020년 7월 31일자
경향신문 
 - 국민일보 2020년 7월 30일자 '200자 읽기'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20년 7월 31일자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0년 7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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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주희 (지은이)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연구자. 여성의 성차화된 몸과 역할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으며, 특히 성차를 고안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서의 성산업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티켓다방’ 영업에 관한 연구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기지촌 여성들을 만나왔다.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에 관한 논문으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학위논문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우수학위논문상을, 「한국 성매매 산업 내 ‘부채 관계’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논문으로 한국여성학회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함께 쓴 책으로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레이디 크레딧>,<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페미니스트 타임워프> … 총 1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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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숨은 가해자 ‘금융’을 고발하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성매매는 오히려 기업화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레이디 크레딧: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다. 성매매 문제는 ‘지하경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경제와 긴밀히 연동된 문제이기에, 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 책은 금융화를 통해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한 오늘날의 성매매를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성매매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촘촘한 현장관찰과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살리면서도 그들을 지배하는 ‘돈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분석해내는 균형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활동가 출신 연구자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저자 김주희는 티켓다방, 기지촌 등의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여성의 몸과 역할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장 활동가로서 가지게 된 문제의식이 연구자의 고민과 분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저자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여성 15명을 심층면접해 생애 경험, 이들을 둘러싼 돈의 흐름, 관련된 인간관계를 살폈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 10명을 추가로 인터뷰해 산업의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는 구매자 남성을 비롯하여 사채업자, 부동산업자, 강남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 반성매매 활동가, 사채 문제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이 정보 공유 및 친목 도모 목적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업소 알선 사이트,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등 온라인 현장도 두루 참여관찰하며 성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살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돈의 흐름을 밝히는 것이다. 저자는 ‘신용의 민주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오늘날 성매매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무분별한 대출이 초래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성매매 산업의 연관성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모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판매한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을 조사하고, 해당 상품과 관련된 공판을 직접 참관하고 판결문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야말로 오늘날의 성매매 산업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며, 성매매 여성들이야말로 금융화의 말단에서 착취·수탈되는 이들임을 증명해낸다. 가해자 처벌에만 의지해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이 자명해진 현 시점에서 성매매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시도한 이 책은 성매매 문제 해결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진보적 여성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성과와 한계를 살피고, 새로운 이론적 프레임으로 ‘부채 관계’와 ‘여성 몸의 담보화’를 제안한다. 2부는 ‘부채 관계’라는 개념을 통해 부채가 실제 성매매에서 어떻게 이용되며, 부채를 중심으로 성산업 내 인적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살펴본다. 차용증 채권의 순환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몸 이동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이들을 성매매에 참여하게 만드는 힘이 구성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3부는 시중 은행에서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성매매 산업의 생태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의 금융산업이 대출을 확대하고 여성 몸을 담보화함으로써 대형화·위계화된 성매매 업소의 출현이 가능해졌다는 통찰은 의미심장하다. 4부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가 어떻게 여성들을 ‘합리적인 채무자’로 만들어내는지 분석한다. 돈을 벌어 자유를 획득하려는 여성들 스스로의 의지와 담보물 역할을 요구하는 자본의 명령이 함께 작용해 형성되는 주체성을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라고 명명하고, 그 메커니즘과 대안을 설명한다.

여성의 몸은 어떻게 담보가 되는가?
금융을 살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진보적 여성운동이 구매자, 알선자, 판매자에 성별을 부여하고 성매매를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의 문제로 규정한 것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사악한 포주’와 ‘비도덕적인 성구매자’라는 인식은 성매매를 범죄화하는 성과를 낳았지만, 성매매의 원인을 경제가 아닌 도덕에서만 찾으려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성매매 문제는 몇몇 비도덕적인 개인과 지하경제의 문제로 축소되고, 사실상 성매매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회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공간으로 의미화되었다. 그 결과 성차별적 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성매매 산업은 몇몇 포주와 성구매자가 체포되는 와중에도 점점 더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성매매 업소의 대형화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에 의해 성매매가 범죄화된 시점에 소위 ‘기업형 성매매’ 업소가 성행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의 경제적 요인, 특히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인한 성매매 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형 성매매 업소가 등장한 해이자 신용카드, 저축은행으로 상징되는 ‘부채 경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다. 저자는 기존에 노동자에게 잉여노동을 부과해 수익을 얻던 자본이 한계에 부딪치자 화폐 자체를 수익처로 삼게 되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적 움직임과 연계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무차별적 대출이 이루어지는 ‘부채 경제’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출은 곧 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는 대형 성매매 업소에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유사한 규모의 대출 채권을 묶어 상품으로 거래하는 금융기법(“풀링pooling” 기법)은 대형 성매매 업소의 등장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제 성매매 업주들은 여성들의 차용증을 모아 담보로 제출하고 막대한 돈을 대출받아 대형 업소를 차릴 수 있게 되었고, 여성들의 몸은 금융회사의 대출 채권으로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성매매 산업의 공모를 보지 못한 채 개인 가해자만 벌하고자 한 노력은 결국 진짜 가해자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짜 가해자는 성매매에 투자하는 금융회사, 캐피탈업체와 이를 방관하는 한국 사회였다.

성매매는 어떻게 합리성의 가면을 쓰는가
금융이 재편하는 성산업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화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금융화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금융기법이 성매매 산업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회사가 여성들의 차용증을 비슷한 액수끼리 묶어 담보로 받거나 대출 채권으로 거래하기 시작하자 성매매 업주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도 비슷한 액수의 빚을 가진 다수의 여성들을 한 업소에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과거 ‘악덕 포주’의 소규모 자영업에 가까웠던 성매매는 이제 다수의 여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 형태로 바뀌었다. 그뿐 아니라 ‘사이즈’(성매매 산업에서 ‘사이즈’는 빚 액수와 외모를 지칭하는 데 모두 사용된다)별로 여성들이 집결되면서 성매매 산업은 최상급부터 중·하급까지 위계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위계화된 업소는 위계화된 가격과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고, 구매자 남성은 더욱 손쉽게 “합리적인 소비 실천”으로서 성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최상급부터 하급까지 모든 성매매 업소가 세분화된 남성 욕망을 충족시키며 고루 수익을 얻고 있다. 성매매가 범죄화된 지 15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성매매 산업은 금융화의 흐름을 이용해 오히려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것이다. 이제 성매매는 과거와 달리 ‘악덕 포주’와 ‘비도덕적인 성구매자’와의 대면 관계에서가 아니라 “비대면적·비인격적 부채 관계”로 유지되는 산업이다.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 업소의 ‘급’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영업팀장’,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과 ‘룸살롱 에이전시’ 등 성매매 산업의 구성원은 날로 다양해지고 그 모습을 바꾸고 있다.

자유로운, 그러나 파산할 수 없는
신용을 가진 채 금융자본주의 말단에 선 여성들

금융화는 성매매 여성들의 경제관과 내면까지 바꿔놓았다. 흔히 성판매는 포주가 부과한 부채 때문에 강제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성매매에서 부채가 그보다 더 복잡하게 작용함을 강조하면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생계가 어려운데도 업소에 자주 결근을 하던 여성에게 안부를 묻자, 작년에 찍은 일수만 3000만 원이 넘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는 그 여성이 마음만 먹으면 그만큼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부채를 마치 수입처럼 인식한다는 걸 보여준다. 부채 경제의 시대에 부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곧 그만큼의 ‘신용’을 얻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오늘날에 부채와 신용은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성매매 여성들은 강압적인 포주로부터 선불금을 얻는 대신 직접 캐피탈업체나 대부업체를 이용해 ‘자유롭게’ 대출받고 스스로 부채를 조절한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자유롭게 자신의 재무 상태를 조절하는 존재로 바뀐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채무 상환을 도덕의 문제로 규정하며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 오직 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이 시대에는 여성들이 학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성매매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강은>의 사례 참고). 경제 논리가 도덕이 된 시대에 아무런 자산도 없는 젊은 여성들은 오직 자신의 몸을 담보로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해 부채를 갚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적’ 참여는 무차별적 대출로 유지되는 부채 경제가 여성들에게 ‘강제한’ 참여와 다름없다. 부채 발행으로 유지되는 경제를 자신의 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여성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대출을 제공해 자본가와 금융회사가 수익을 얻는 약탈적 대출의 대표적인 희생자다.

이런 현실은 성매매 문제를 둘러싼 두 가지 여성주의적 입장 모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그동안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운동은 부채를 해결해 성매매 여성을 ‘탈성매매 여성’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룩한 나름의 성과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이 관점은 성매매 경제와 합법적 경제를 분리하는 오류를 가지며 “이 시대 자본축적 방식이 여성들의 매춘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다. 또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인식하며 탈규제의 해법만을 내놓는 관점 역시 여성의 몸을 담보로 확대재생산하는 부채 경제의 동인을 간과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등에 업고 빠르게 변화하는 성매매 산업의 현황을 볼 때, 이제 성매매는 정치경제적 구조의 문제로 분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여성의 몸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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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여성에게 ‘경제적 자유‘를 주었지만 그 결과로 평등해졌을까? 이 책은 ‘성 산업‘의 모멘텀이 되는 ‘부채 관계‘를 중심으로 왜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지속하는지 탐구한다. 억압이 아니라 ‘자유‘가 만들어내는 결과들을 추적한다.  구매
序 2020-08-05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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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책이 드디어 나왔네요. 정말 기대됩니다. 잘 읽을게요!  구매
Hetvan 2020-07-30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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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와 관련한 쟁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주시는 저자의 강연과 글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는데
출판이 되었다니 정말 기쁘네요.
주문하고 책 손에 들어올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매
키라 2020-07-30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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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조사와 열심히 쓰신 부분은 인정하나 대학논문을 그냥 날로 읽는 느낌이라서.. 가독성도 그렇고 출판 서적을 기대하고 산 사람이 읽기가 편하지는 않네요.  구매
roomsj 2020-09-08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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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한 ‘착취 경제’
등록 :2020-07-31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연구 김주희 박사 학위 논문 확장
성산업 구조와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양쪽 치밀한 분석

레이디 크레딧
김주희 지음/현실문화·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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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에서 ‘아가씨’라는 말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동시에 ‘성매매 업소의 여성 종업원’을 뜻한다. 젊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단어와 등치되어 사용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이 단어를 떠올리며 김주희의 <레이디 크레딧>을 읽어보라. 이 책은 성매매를 산업으로 기능하게 하는 새로운 도구로서의 금융 테크놀로지를 다룬다.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이 만들어져 대규모 대출이 이루어지고, 여성의 ‘몸 가치’를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위계화되는 상황에 대해서. 그 끝에는 “자유를 획득하려는 여성들 스스로의 의지와 담보물 역할을 요구하는 자본의 명령이 함께 작용해 형성되는 주체성”이 남는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 참여 요인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한쪽에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며 자발적 노동 의지를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성매매를 ‘폭력’으로 정의하며 성매매피해 여성을 만드는 구조적 강제 요인을 강조한다. 그 정치적 해법으로 전자는 성매매 ‘인정’을, 후자는 ‘근절’을 주장한다. 두 입장 모두 여성이 성매매에 참여하는 중요한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꼽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도 다르다. 전자는 ‘소득’, 후자는 ‘부채’다.

<레이디 크레딧>은 ‘착취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성매매산업을 분석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레이디 크레딧>은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선불금 등 성매매 업주와의 부채가 무효라는 판례가 이어지면서 업주가 아닌 제3자, 즉 사채업자나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여성들이 직접 대여금을 받도록 주선하는 경향이 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이 그 역할을 한다. 이 변화로 경찰 단속에서 여성들이 자발적 성매매 행위자로 규정되어 피해 입증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제2금융권, 제3금융권이 부상하면서 ‘불법적인’ 성매매가 ‘합법적인’ 경제적 실천의 외양으로 대출 시장에 등장했다. 김주희의 <레이디 크레딧>은 ‘착취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성매매산업을 분석했다. 자본금 한 푼 없이 신용을 통해 성매매 업소가 만들어지고, 여성들은 신용 사회를 떠받치는 ‘담보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업소 서열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이 연루되는 스캔들이 터지면 관련한 기사들이 줄을 잇는데, 텐프로 여성을 신비화하는 시선이 개입한다. ‘텐프로에는 2차가 없다’는 기묘한 표현 말이다. “오히려 텐프로 업소에서 유흥-접대-연애-스폰-성매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내부의 성적 장치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지적을,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말과 연결지어 보자.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지불하니 남자가 여자에게 매기는 가격이라고 착각하기 쉬우나 사실 남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욕에 높은 가격을 매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텐프로라는 업소를 통해 ‘고급’으로 인정받는 것은 결국 구체성을 상실한 여성 접대부가 아니라 그곳을 이용하는 남성 고객이다.”

<레이디 크레딧>의 ‘책을 펴내며’에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소액대출 성과에 대한 비판이 실려 있다. 빈민들에게 돈이 주어지면 그 돈으로 사업을 일으켜 스스로 가난을 극복하리라는 기치는 98%라는 비현실적인 대출 회수율로 달성된 것처럼 보였지만, 남편이 아니라 아내에게 제공하는 이 대출은 연체가 발생하면 이들 여성에게 망신을 주는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었다고 알려진다. 김주희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역시, 영상을 확보한 단 하나의 수법이 “집요한 협박”이었음을 짚는다.

1974년 미국에서 대출기회균등법이 제정될 때까지 미국 여성운동의 주요한 어젠다는 ‘여성들에게도 신용을!’이었다. 이제 신용은 여성들의 몸을 ‘담보화’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덩치를 불려나간다. 낙인과 혐오가 작동하는 산업의 작동기제에 대해 읽다가, “조금씩 돈을 더 주면서 조금씩 더 산업 내부로 들어올 것을 제안하고 있었고, 학교는 더 공부하고 싶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등록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업주에 의해 부채가 조절되던 이전과 달리 스스로 부채를 조절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소비자 금융의 ‘금융 주체’로서의 자각에 이르면, 성매매 문제를 이 시대의 ‘여성 문제’로 적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다혜 작가, <씨네21>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55929.html#csidxf4d98d8a9faf2329c397f4cb12572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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