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7

손민석 노영기 선생의 그들의 5.18

(5) 손민석

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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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역사에서 나온 노영기 선생의 <그들의 5.18>을 읽고 있다. 몇년 전에 한참 인터넷에서 넷우익들과 논쟁하고 다닐 때 5.18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때도 군인들의 관점에서 5.18을 어떻게 보는지가 참 궁금했는데 있는 자료가 조갑제의 공수대 취재 같은 것들이 주를 차지하고 있어 전문 연구가 참 궁금했다.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지점은 출판사의 편집 부분인데 주석만 달고 참고자료를 정리해놓지 않았다. 어떤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았는지를 일별해 살펴보기 어렵게 되어 있다. 편집의 아쉬운 지점이다. 둘째로 조갑제와 같이 직접 계엄군 출신 참여자들을 인터뷰하여 군인들의 심층적인 심리상태를 드러내지 않고 자료에만 의존한 한계점이 있다. 그렇다보니 흥미로운 증언이 별 검토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가령 한 계엄군 출신의 수기 인용문을 보면 계엄군들이 '대학생'이라는 존재를 대단히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이들이 군대에 가서 이렇게까지 고생하고 있는데 있는 놈들, 배운 '대학생' 놈들이 우리 힘든 걸 몰라주고 철없이 군다는 인용문을 보면 왜 계엄군이 그렇게 잔인하게 행동했는지 심층적으로 파고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자한테 그러한 언급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나보다.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책이 누가 무엇을 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만 따라가기 바쁘지, 일반 군인들이 왜 참여했는지, 폭력이 어떻게 사회를 87년까지 억누를 수 있었는지, 그것을 정치군인들이 어떻게 유도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조금 많이 아쉽다. 앞의 논의와 이어가자면 일반 군인들이 대학생 등의 지식인 계층에 대해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분노를 국가권력이 어떻게 이용해 시민에 대한 폭력으로 유도했는지를 드러내는 과정이 부족하다. 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조갑제의 공수부대원들 인터뷰를 보면 공수부대원들이 반복적으로 말하는 게 다른 곳에서 공수부대가 몇 번 두들겨 패면 다들 겁먹고 도망쳤는데 광주에서는 이것들이 "감히" 공수부대가 나타났는데도 대든다, 이게 자기네들이 열받은 가장 큰 이유였다는 증언들이었다.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사회로부터 받은 어떤 차별이랄까 무언가 쌓인 것들을 풀어내는 과정, 국가와의 동일시를 통한 자기정체성 형성 등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부분을 좀더 심층적으로 다뤘다면 정치군인들이 어떻게 일반 군인들을 쉽게 동원하고 그럴 수 있었는지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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