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알라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알라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나의 한살매   
백기완 (지은이)한겨레출판2009-09-25

책소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으로 투쟁했던 민중대표 백기완이 증언하는 한국 현대사와 그의 삶. 영원한 거리의 싸움꾼, 백기완 선생의 한살매(일생)를 정리한 자서전이 나왔다. 민주화의 여명이 움트기 전 대한민국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온몸으로 살아낸 기록이다.

일제 치하에서 배고픔과 싸워야 했던 어린 시절, 6.25와 피난살이, 독재정권 타파와 민주화투쟁, 이산의 아픔과 통일운동, 노동자 해방운동과 최근의 엠비 대투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그 삶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목차
머리말 다시 반딧불이를 찾아서

1 새벽은 한살매 어둠 속을 걷는 이의 발끝에서 열린다
2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3 너도 젊은 한때가 있었던가
4 저 들녘의 이름 없는 풀잎으로
5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6 길을 잃더라도 발길을 돌리지 말라
7 딱 한술 깨져 천해를 산다는 것
8 나는 늙지 않겠다

낱말풀이

책속에서
1986해이던가. 그 첫딸이 커갖고 모배울(대학) 선생을 하다가 알맥거리(노동운동)에 뛰어들고 그로 말미암아 전두환이 놈이 "잡으라"고 해서 냅다 달아나게 되었다.
마침 나도 '권양 성고문 진상폭로대회'를 이끌었다고 해서 날 잡으러 왔다. '어림없지'하고 냅다 달아나 떠돌던 어느 날, 강원도 어느 바닷가에 이르렀을 적이다. 깃줄대(전봇대)에 우리 첫 딸애의 곧울(사진)이 붙어 있질 않는가. '백원담이 보는대로 잡아들이라'는 으름장과 함께.
나는 북 하고 찢어 몰개(파도) 치는 바다에 던져버리며 갸의 어릴적을 떠올렸다. 아침마다 엄마 따라가겠다고 아무리 울어도 아니 안아주던 내가 이제는 갸의 곧울마저 바다에 던지다니, 갑자기 눈시울이 써물댔다(근질댔다).-188쪽  접기 - 동탄남자
살아보니 생각은 고요한 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조용할 수가 없더라. 날마다 썩어문드러진 톡(독) 꼬챙이가 덤터기처럼 날아드는데 어찌 가만히 앉았겠는가.
보라, 바다가 저리 일렁이는 건
밑물이 윗물을 뒤집는 물살이지
꺠비(신)의 노름(조화)이 아니고야
보라, 가랑닢들이 저리 곤두박질치는 건
물위에 떠있는 것들의 끝장이지
바다가 꺼지는 게 아니라니까-457쪽  접기 - 동탄남자
이 늙은 나이에도 주먹을 쥐어보지만 아, 나에게 서울이라는 데는 주먹으로도 안 되고, 참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고, 닥치는 대로 들이 붙어도 안 되는 곳이었다. -50쪽 - 라주미힌
나도 내 뼈를 갉아 애나무로 삼고, 내 피땀을 뽑아 거름으로 삼으며 온통 불을 지른, 젊은 한떄가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런 젊은 날에 마주해 요만큼도 뉘우침 따위는 안 한다. 도리어 모이면 으르고 뽑아대고 뜨거운 것이 빛나던, 그런 젊은 날의 눈물이 있었다. 이 새끼들아.-142쪽 - 라주미힌
정부에서 한다는 소리가 뭐야. 컹컹 개 짖는 소리밖에 더 냈어. 그러니까 정부라고 하면 되겠어? 개 짖듯 컹컹 짖는 '컹대' 그래야지...-264쪽 - 라주미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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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백기완 (지은이) 


통일운동가. 어려선 혼자 공부했다. 6.25전쟁이라는 참화에 시달리다가 느낀 바가 있어 폐허가 된 이 메마른 땅에 목숨(생명)을 심고, 사람도 푸르게 가꾸자며 한편으로는 나무심기운동, 또 한편으로는 농민운동, 빈민운동을 했다. 4.19혁명 뒤에 박정희 군사독재가 권력을 찬탈하자 박정희야말로 첫째, 용서 못할 악질 친일파 민족 반역자다. 둘째,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한 유신독재 민주 반역자다. 셋째, 민중의 해방통일, 정의와 인도를 가로막는 인간 반역을 저지른 3대 반역자라며 온몸으로 싸우다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박정희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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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생을 해방통일 운동에 바친 영원한 재야인
'달동네', '동아리', '새내기' 등 수많은 우리말들의 원작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으로 투쟁했던 민중대표

백기완이 증언하는 한국 현대사와 그의 삶

영원한 거리의 싸움꾼, 백기완 선생의 한살매(일생)를 정리한 자서전이 나왔다. 민주화의 여명이 움트기 전 대한민국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온몸으로 살아낸 기록이다. 일제 치하에서 배고픔과 싸워야 했던 어린 시절, 6.25와 피난살이, 독재정권 타파와 민주화투쟁, 이산의 아픔과 통일운동, 노동자 해방운동과 최근의 엠비 대투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그 삶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고 맹세했던 자신의 시처럼, 굴곡진 현대사의 무대 한켠에는 항상 스포트라이트와 상관없이 굳건히 버티고 선 ‘민중대표’ 백기완이 있었다. 미련할 정도로 타협과 한숨을 모르는 그 성정은 어떤 고비에도 휘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그의 삶은 평생 옥살이와 가택연금, 고문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누비는 이 땅의 거리 곳곳에는 그의 한숨과 절망과 피와 땀이 멍에처럼 새겨져 있다.
직접 ‘재야’라는 말을 만들고, 들녘의 이름 없는 풀잎으로 서서 비바람, 눈보라를 맨몸으로 맞으며 고집스럽게 ‘해방통일’을 위한 싸움꾼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그의 회고록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내리치는 죽비와 같다.

숭고하고 가치 있는 패배의 연속들

그는 자신의 한평생이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나날이었다고 회고한다. 남북통일과 노동자해방을 위해 싸우는 데 일생을 바쳤지만, 경제지상주의에 빠진 사람들과 악화하는 남북관계 등 작금의 세태는 단편적으로 볼 때 그의 삶이 완전한 실패였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러나 한평생 어두운 곳에서 투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저자와 같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역사는 반 발짝씩이나마 진일보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그 인생은 한마디로 숭고하고 가치 있는 패배의 연속이었음을 우리 시대는 증언한다. 그리고 2009년, 거침없이 뒷걸음질하는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이 시대는 또다시 누군가의 ‘실패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를 살게 하는 것은 바로 절망과 좌절과 패배의 기억들이다. 어미를 찾아 기꺼이 어둠 속을 찾아드는 반딧불이처럼, 그는 여생도 기꺼이 실패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겠노라 다짐한다. “백술(백 번)을 달구름(세월)에 깎여도 기완아 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라는 자신의 시처럼, ‘철들 줄 모르는’ 거리의 싸움꾼은 오늘도 용산참사 현장으로, 쌍용차 투쟁현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순우리말로 쓴 최초의 자서전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영어단어 하나, 한자어 하나 섞지 않고 순우리말만 썼다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늙기를 거부하는’ 그다운 시도라고 할 만하다. 그 결과 시인이면서 직접 달동네, 동아리, 새내기 등의 우리말을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이 집대성된 자서전이 탄생했다.
혹자는 직접 만들어낸 낱말과 어린 시절 들었던 사투리로 구성된 리드미컬한 구어체 문장들로 이어지는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이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순우리말을 만들게 된 에피소드들도 소개돼 있다. 한 예로 달동네라는 단어는 육이오 때 관악산 사당동 산자락에 천막을 치고 아이들을 모아 ‘달동네 학교’라고 썼던 데서 연유한다. “비록 다 타버린 잿더미이지만 그 위에 눈이 하얗게 쌓이고 마침 달이 뜨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달동네’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 외에 본인이 직접 지은 영화대본과 시, 연설문,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신화 등이 섞여 있어 문학사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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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의 삶은 어느 소설보다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습니다. 진정 존경합니다.  구매
zikomo 2010-07-2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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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년 백기완  구매
시시프 2011-04-0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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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젊은 날을 사시는 백기완선생님의 따뜻한 그리고 뜨거운 글 엮음입니다.  구매
2pzzang 2014-01-03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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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새창으로 보기
모두들 제 밥그릇 찾기 바쁘고 제 살길 곤궁히 쫓는 이 시대에, 그는 마치 초계의 마음에 놓은 산맥 줄기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그 기백이 바로 이름에서 말하는 백두산을 닮은 백기완이었다. 한 번도 제도권 내에 들어서 부귀나 영화를 누려 본 적도 없고 두 다리 뻗고 편한 삶 살기를 거부하는 그의 참살이 저항정신. 중동의 사막에 예수가 있다면 이 한반도에는 백기완이 있다. 박정희 유신시절에 받은 핍박과 지금 그의 딸로부터 받는 부조리함의 세상에서 그는 얼마나 염증을 낼 것이며 얼마나 전열을 다시 다질 것인가 생각하니 참 먹먹할 뿐이다. 그러니 이 책을 감히 펼치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마이너 리그의 빛나는 아이콘은 아닐까.


올해로 그의 나이 80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끝없이 부조리와 싸운다. 그렇기에 80의 노구를 이끌고 계속 나오게 했어야만 하는지, 상당히 민망하기도 하거니와 다시 한 번 더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젠 편히 쉬시라고 말했다간 아직도 멀었다며 불호령이 내릴 것만 같아 연민스럽다. 왜 이렇게까지 나오시게 할 수밖에 없는 당대 세대들의 책임 앞에서 참으로 죄송스러운 일임은 틀림없다. 일생으로 점철된 고난과 시련, 끝없는 투쟁, 아직도 노구를 이끌고 전면에 서서 나오는 백발의 준엄함. 왜 그가 그렇게 자기희생의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들이 이렇게까지 대접해줄 수밖에 없을까라는 일종의 연민과 위로. 이런 복합적인 것들로 인해서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그 어떤 느낌인지 알았어도 나는 쉽게 이 책을 펼치기를 두려워했다.

 

​인생의 갈피는 무엇으로 잡는 것일까? 혹여나 자신의 삶에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말은 가끔 듣긴 하지만, 이 갈피라는 방향성에서 곰곰히 자신에게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인생 갈피, 즉 방향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의 인생 궤적은 한결같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갈팡질팡도 아닌, 오직 민중의 삶을 위한 자신의 헌신만이 그를 살리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 과연 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했다. 그의 몸이 으스러지도록 모진 고문에 모멸을 준다 한들 그의 삶을 꺾이지 않는 대나무의 선비를 닮았다. 이 시대의 진정한 선비정신이 무엇인가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백기완을 떠올린다. 지조와 한결같음이 그의 내면의 심장에는 문신처럼, 생의 근육질을 이루고 있다고 믿는다.


대학 시절에 김지하의 오적을 읽고 이 땅에 도적떼가 왜 그리 설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지금 김지하는 달라졌다. 일전에 믿기지 않게도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는 박근혜의 정부를 믿음직스럽다고까지 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의아스러웠고 믿을 수 없었다.(관련 신문을 검색해보시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의 조정래는 다시 발자취를 바꿔 다른 걸음을 밟는다.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늙음이란 것이 지난 세월을 부정하는 삶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백기완은 대나무처럼 푸르름을 읽지 않고 아직도 재야의 사자처럼 그의 흰머리는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며 맨 앞장에 서서 우렁찬 목소리를 우리들에게 일갈하고 있지 않는가.


그의 평생소원이 통일이었다. 분단된 나라에 태어난 국민 전체가 통일에서만큼은 불행한 역사를 살고 있다. 당연히 그의 소원은 첫째가 통일이었을 것이다.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이 이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권력이란 무엇인가? 과연 권력을 모아놓고 이 권력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라는 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권력이란 것과 남한의 권력이라는 것의 이 권력의 힘은 무엇을 위해 사용돼야 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지만, 이 역시 아직 그의 노력은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 없는 노고를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일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들은 권력이란 힘의 독점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권력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길이 곧 통일의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북한과 남한의 합작된 통일된 민주주의 국가를 그리워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그의 삶을 증명하며 일대기의 큰 획으로 은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 들어 그의 가르침이 더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작금의 현실에서 그는 이 시대의 등불을 치켜든 인도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통일과 분권과 민주와 노동의 모든 밑바닥의 울분이 그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으며 그의 삶은 그야말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투신하는 그 불굴의 꺾이지 않는 정신에 있다.

 

PS : 이 책은 얼마 전에 알라딘 서재 이웃에게서 선물로 받은 책이었다. 이 리뷰를 통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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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09 공감(28) 댓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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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야만을 버티고, 너나 잘 사는 노나메기를 위해 새창으로 보기
늙은 젊은이, 백기완 선생님은 요즘 세상에 대해 일갈하신다. “요즘 벗나래(세상), 그 돌아가는 꼴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이것도 사람 사는 벗나래든가?’ 그런 휫딱(착각)이 들 때가 있다. 대통령이라는 이명박이가 앞장서 뻔한 거짓을 참으로 바꾸고, 또 참짜 참은 아예 죽이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땅불쑥하니(특히) 갈마(역사)라는 걸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저희들 마음대로 갈마를 거짓꾸리고 있음을 본다.”(p.190)

백 선생님의 지금-여기에 대한 현실인식은 명확하시다. 지금의 현실은 늙은 젊은이의 철학과 당최 조응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정반대다. 백 선생님의 일생을 관통하는, 아들딸을 키울 때 이르시던 새김말(좌우명)은 이렇다. “모두가 어려운 때 제 배지(배)만 부르고 제 등만 따스고자 하면 키가 안 크니라.”(p.13) 아니, 말로는 서민을 내세우지만, 돈 있고 힘 있는, 이른바 가진 자들의 이익과 이권을 위해서만 작동하는 지금에, 시대착오적인 생각 아닌가!

하지만, 백 선생님은 그 가치를 절대 놓을 생각이 없으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에서 정말이지 단호하시다. 그것이 한 순간의 치기로 만들어진 개똥철학이 아니라, 일생을 관통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절대적 신념체계임을 알 수 있다. 너도 나도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그것을 위해 필요한 불쌈(혁명). 과거의 물리적 투쟁보다는 문화예술을 통해 만들어야 할 불쌈. 

책은 우리말로만 되어 있다. 읽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눈에 익지 않은 것들이 많은 탓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새롭게 알게 된 우리말을 입에서 곱씹어 보고, 기억에 저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름 의미있었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새로운 경험이다. 나는 순 우리말만 쓰기보다는 외래어를 충분히 받아들이면서 우리 언어의 외연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순 우리말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괜찮았으니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난 기억도 있다. 백범 일지는 봐도, 누군가 백범 선생을 만난 기억이라고 내뱉은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뵌 백범 선생’이라는 소제목으로 풀어놓은 이야기는 백범의 아우라와 포스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백범을 떠올려도 매칭이 되는 이야기.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에 세상을 늘 맨몸뚱이 하나로 부딪혀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재야 민주화운동의 투사로서 겪은 고초 등은 시대의 야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시대의 야만은 방법을 달리해 부메랑처럼 돌아왔고, 비열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우리를 옥 죄는 것이 지금 시대다. 백 선생님 또한 이 시대에 대한 분명하게 일갈하지 않으셨는가 말이다.   

하지만, 젊은 날 백 선생님의 기백을 보자면 그냥 불끈불끈 힘이 솟기도 한다.  “그렇다, 나도 내 뼈를 갉아 애나무로 삼고, 내 피땀을 뽑아 거름으로 삼으며 온통 불을 지른, 젊은 한때가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런 젊은 날에 마주해 요만큼도 뉘우침 따위는 안 한다. 도리어 모이면 으르고 뽑아대고 뜨거운 것이 빛나던, 그런 젊은 날의 눈물이 있었다. 이 새끼들아.”(p.142) 

백 선생님의 시(詩) 중에 「젊은 날」이라는 시가 있다.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전전하지 않았다/ 돈벌이에 미친 자는 속이 비었다 하고/ 출세에 연연하면 호로자식이라 하고/ 다만 통일논의가 나래를 펴면/ 환장해서 날뛰다 밤이 내려/ 춥고 떨리면 찾아가던 곳/…” 읽을 때마다 뜨거움이 불끈 솟는 시가 아닐 수 없다. 백 선생님은 그렇게 시대를 밝힌 시인이었고, 시대를 저항한 투사였다.  
 
무엇보다 나는, 이 책에서 이 말을 잊지 못하겠다. “자기 등만 따스면 썩습니다.” 너도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가 선생님 혼자의 꿈이 아니어야 한다. 이 책은 시대의 야만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그것에 맞서 우리는 계속 꿈을 꿔야 한다는 것을 추동한다. 턱없이 없는 사람들 것을 뺏어대는 놈이 여전히 존재하고, 누군가는 주리고 깨지고 쫓겨난다. 이 어찌 내 처지가 아니라고 외면만 할 수 있단 말인가. 백 선생님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봐, 용이 죽어라 하고 썩은 또랑에 엎드리는 까닭을 알아? 어떡하든 구슬을 하나 얻어 하늘로 올라가자는 거라고. 하늘에선 또 무엇을 하자는 건지 알아? 아무것도 해온 것이 없으니 돈장사, 땅장사, 사람장사, 사랑장사, 거짓장사, 됫싸게는(심지어는) 미국 놈 앞잡이 해먹기, 그것으로 거저먹자는 것이다. 그러니 용에 마주한 사랑 따위는 때려치우고 우리 지렁이 사랑을 하자구. 지렁이는 땅을 기고 사는 것 같애도 말이야, 힘이 있어 임마. 무슨 힘인 줄 알아. 온몸으로 땅을 갈아엎어 땅을 살리는 사랑의 힘이 있거든.”(p.144)

나는 다짐한다. 나를 비롯해서 시대의 야만에 억압받는 이들이 부디 버티고 견디길. 그러기 위해서 힘을 보태야 함을. 사람 사는 벗나래(세상)가 아닐지라도 어영차 버티고 살아남아 노나메기를 꿈꾸기. “제아무리 굶더라도, 제아무리 됫싼 매를 맞는다고 하더라도 그 모딘 고비를 어영차 버텨내고 살아남기만 하면 사람은 더없이 착하고 어진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이 벗나래(세상)엔 나쁜 치들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도막에 한술 닿은 끈매(인연)는 달구름(세월)이 가고 또 가도 끊기질 않는 것이 삶이라는 게 아닐까.”(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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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품은삶 2009-11-30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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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10-2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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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반딧불이를 찾아서 새창으로 보기
동탄남자 2009-10-0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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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삶의 자서전 새창으로 보기
백기완 선생의 삶은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아픈면을 가로지르며 드러내기 힘든 부위만을 골라 지나온것 같다. 

그 과정은 하나하나 실로 치열하고 뜨겁고 힘겹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일제시대 말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배고픔과 함께 보내고, 나이가 든후에는 6.25를 겪으면서 

선생은 조금씩 민중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그이후 펼쳐진 길고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승만정부의 독재정권에 맞선 싸움, 그리고 그이후 펼쳐진 군사독재정권과의 길고긴 싸움.. 

그의 명성이 점점 올라가면서 독재정권의 탄압도 더욱 거세졌지만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삶을 되돌아 보면 끊임없는 투쟁과 탄압, 고문과 옥살이,가택연금 등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수십년의 인생에서 어느 한순간 그가 맘편히 쉴수 있었던 때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안타깝다. 

기나긴 투쟁의 끝에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민주적인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계속 되었고, 그의 어려움역시 계속 되었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은 실패한 것이었다고 말하지만 그 외에 누가 그의 삶에 대해 

그토록 차가운 평가를 내릴수 있겠는가?  

실패와 성공을 떠나서 백기완 선생의 존재는 한국의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물줄기중 하나였고 

그의 존재는 우리 나라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작으나마 기여를 했을 것이다. 

지금 그가 몸바친 운동의 결과가 빛이 바래졌다 해서 그의 지나간 인생을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노력에 대해서 세상은 차가웠고, 지금 그에게 남은 결과물은 보잘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바친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과 노력,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삶이 무시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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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푸우 2009-11-2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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