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자 고문한 화성외국인보호소… “차라리 교도소가 낫다”
기자명 하민지 기자
입력 2021.09.29
구금자 손발 등 뒤로 묶고 고문한 화성외국인보호소
외국인보호소, HIV감염인은 독방에 격리하기도
난민 인정 안 되면 무기한 구금 가능
“이곳은 관타나모… 다 죽어가야 나갈 수 있다”
CCTV 화면. ㄱ 씨가 일명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채 화성외국인보호소 내 독방에 격리돼 있다. 묶인 손목과 발목이 등 뒤로 서로 묶여 있고 ㄱ 씨의 배가 바닥에 닿아 있다. ㄱ 씨의 머리에는 보호대가 씌워져 있으며, 상의에는 ‘보호외국인’이라 적혀 있다. 사진 사단법인 두루
모로코 국적의 외국인 ㄱ 씨는 난민 신청을 위해 2017년 10월 한국에 왔다. 이후 두 번 난민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체류자격 연장을 놓친 ㄱ 씨는 올해 3월 4일,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즉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ㄱ 씨는 치통이 심해 병원에 가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보호소 직원이 이를 거절한 후 독방에 격리했다. ㄱ 씨가 두 병의 샴푸를 마시는 등 자해를 하고 나서야 보호소 직원은 ㄱ 씨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보호소는 물과 약을 달라는 ㄱ 씨의 요청을 거절했고 ㄱ 씨는 거세게 항의했다. 보호소는 박스테이프, 케이블타이 등을 이용해 ㄱ 씨의 손목과 발목을 묶은 다음 포승줄로 등 뒤에서 손발을 연결하는 ‘새우꺾기 고문’을 12차례 자행했다. ㄱ 씨는 “그들은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다. 차라리 교도소가 백 배 낫다”고 말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ㄴ 씨는 단 한 번도 소동을 일으킨 적이 없는데 독방에 격리돼 있다. HIV감염인이기 때문이다. 완전 격리라 창문을 열 수도, 다른 구금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운동시간에도 혼자 나가야 한다. ㄴ 씨는 감염병에 대한 편견과 낙인, 수치심 때문에 한 번도 운동장에 나가지 않은 채 7개월 넘게 독방에 갇혀 있다. 보호일시해제돼 보호소를 나가더라도 HIV감염인이 먹는 약을 받을 수도 없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만 약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0.4%다.
ㄷ 씨는 1년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던 이란 출신 남성이다. 음식을 전혀 삼키지 못하고 하체에 심한 부종이 나타나는 등 건강이상 증세를 호소했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는 결국 보호소 안에서 사망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별계호’라는 이름의 독방을 징벌적 성격으로 운영하며 구금자를 고문하고 있다. 열악한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구금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기도 한다.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ㄱ 씨는 지난 4월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ㄱ 씨를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맞대응 중이다. 법무부는 ㄱ 씨의 평소 언행을 들어 ‘자해를 막기 위해’, ‘난동을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 행한 조치라고 답변한 채 방관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공익변호사들은 29일 수요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문 피해자 ㄱ 씨에 대한 보호해제 △책임자 처벌 및 진상규명 △법무부 장관과 화성외국인보호소장의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외국인보호소의 무기한 구금문제 및 열악한 보호실태 개선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수막에는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유린 규탄 및 재발방지를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사이-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이번이 처음 아냐… 피해자 “이곳은 화성 관타나모”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출국 전까지 구금되는 곳이다.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를 하거나 비자가 있어도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강제퇴거명령을 받는다. 이 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 대부분은 비자연장 기한이나 난민신청 기간을 놓친 이들,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귀국을 미뤘거나 난민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이들이다.
현재 외국인보호소는 사실상 감옥과 다르지 않으며 인권침해 실태로만 봤을 때는 감옥보다 더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외국인보호규칙’을 만들어 보호소 내 여러 규정을 마련해 놨지만 유명무실하다. ㄱ 씨가 최초로 치통을 호소했을 때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보호규칙 7조에 따라 담당의사가 진료하게 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진료를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ㄱ 씨가 항의의 목적으로 자해를 해야 했다.
또한 외국인보호규칙 40조에 따르면 독방에 가두는 ‘특별계호’는 안전과 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시행돼야 하며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격리조치가 해제돼야 한다. 시행세칙에 따라 포승줄, 수갑, 머리보호장비 등은 자해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화성외국인보호소는 불법적 도구인 박스테이프, 케이블타이 등으로 ㄱ 씨를 수시로 결박해 사실상의 고문을 자행했다.
한 활동가가 ‘구금하고 고문하는 화성외국인보호소 즉각 폐쇄하라!! 법무부 사과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화성외국인보호소의 공문서 조작혐의도 드러났다. 특별계호 처분을 하려면 보호소는 해당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하며 관련 기록을 남겨 보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일단 ㄱ 씨를 가둔 후 아무 설명을 하지 않았다. ㄱ 씨가 설명을 요구하자 특별계호 처분을 한 지 몇 주가 지나서야 통고서를 제공했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통고서에 조작정황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별계호 처분 사유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고 핵심적 내용이 공란으로 돼 있다. (독방에 격리했다고) 기재된 시각과 장소의 CCTV 확인 결과 독방은 비어 있었다. 이는 심각한 절차위반이자 공무원의 비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런 인권침해를 겪는 구금자는 ㄱ 씨뿐만이 아니다. 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약조차 먹지 못한 채 유리방에 완전 격리돼 있는 ㄴ 씨를 포함해 수많은 미등록외국인이 ‘보호’라는 명분의 구금시설에 갇혀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질환이 악화되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고 있다. 보호소에 담당 의사가 있긴 하지만 1명이 모든 구금자를 진료하며 진통제, 소화제 등의 기본적인 약만 지급하고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지난 2019년, 이집트인 ㄹ 씨에게 수갑, 머리보호대, 족갑 등을 채워 물리력을 행사해 인권위로부터 정책권고 결정을 받았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도구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심아정 화성외국인보호소면회시민모임 마중(아래 마중) 활동가는 “이번 새우꺾기 고문사건은 1년 전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고 재발한 사건이다. 수법은 더 잔혹해졌다”고 말했다.
ㄱ 씨는 면회를 온 활동가들에게 “그들은 나에게 신체적, 정신적 범죄를 저질렀다. 나는 매달 진료와 치료가 필요한데 보호소는 나의 질병에 대한 어떤 지식도, 나의 건강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이 나를 대했다. 나는 동물원의 동물처럼 케이지에 갇혀서 24시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갇혀 있다. 난동을 부린 것은 내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 여기서 나를 고문한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않을 것이다.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이곳은 ‘화성 관타나모(쿠바에 있는 미군기지 포로수용소. 수감자를 고문하는 인권침해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다”라고 말했다.
심아정 마중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 활동가는 ‘외국인보호소 보호 거부!! 보호 즉각 해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상환- “다 죽어가야 잠깐 나갈 수 있는 곳이 외국인보호소”
ㄱ 씨와 ㄴ 씨처럼 난민인정을 기다리는 수많은 구금자는 언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나갈 수 있을까. 외국인보호소는 법적으로 ‘구금시설’이 아니라 ‘보호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구금시설에 적용되는 법규가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도소에 사람을 수감하려면 재판결과가 필요하다. 교도소장 마음대로 사람을 교도소에 가둘 수 없으며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게 아닌 이상 형량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외국인보호소는 법무부 장관의 허가에 따라 3개월에 한 번씩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과정 중 법원심사 같은 건 요구되지 않는다.
문제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63조에 따르면 미등록 외국인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는 경우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심아정 마중 활동가는 이런 규정이 난민신청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심아정 활동가는 29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난민신청자는 본국에서 살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온 것이다. 귀국할 수가 없는데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구금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난민인정률도 심각하게 낮다. OECD 가입국의 평균 난민인정률은 25%다. 지난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0.4%뿐이다. 심아정 활동가는 “난민은 사실상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은 난민협약 체결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한 활동가가 ‘가두고 묶어 놓는 것이 보호입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보호일시해제’라는 제도가 있어서 구금상태가 잠깐 해제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건강상의 이유 등 외부진료가 필요할 때다.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그냥 내보내 주지는 않는다. 3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까지 부르는 게 값인 보증금을 내야 하고, 나가서 지낼 주소지가 있어야 하며, 신원보증인도 있어야 하고, 출입국의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보호일시해제를 허가받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출입국에 가서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해제기간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연장한다. 보호일시해제 상태인 미등록 외국인은 노동 관련 비자가 없기 때문에 노동이 금지돼 있다.
심아정 활동가는 “보호일시해제 제도를 그렇게 엄격하게 운영하면서 정작 구금자가 다 죽어가면 쉽게 내보낸다. 다 죽을 정도로 아파야 잠깐 나올 수 있는 곳이 외국인보호소다”라고 말했다.
한편, ㄱ 씨를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공익변호사들은 법무부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ㄱ 씨의 보호일시해제를 재차 청구할 예정이다. ㄱ 씨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와 관련자 감사청구를 진행하고, 유엔자의적구금실무그룹과 유엔고문방지위원회에도 개인진정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인권위 “강제퇴거 전망 없는 보호외국인, 구금 대신할 방안 찾아야”
난민은 어떻게 시설에 갇히는가
난민의 피로 자신의 피난처를 찾는 대한민국
외국인 보호소 상황 열악, 개선 시급해
하민지 기자 abc@beminor.com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저 사진 한 장이 나의 기억을 불러낸다. 나도 저렇게 당한 적이 있었다.
1986년과 1987년 영등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은 뒷수정(수갑을 뒤로 채우는 것)을 한 뒤에 포승줄로 손목을 묶고, 다시 팔을 묶고, 그 포승줄을 다리에 묶어서(돼지묶음) 독방에 쳐넣었다. 한 겨울 그 독방에 저렇게 쳐넣어지기도 했고, 먹방에 쳐넣어지기도 했다. 저 장면처럼 매트리스 하나와 담요 한 장만 던져준 독방은 추웠다. 포승줄이 살을 파고 들고, 수갑이 손목을 조여오고 그래서 대전교도소에서는 더는 참을 수 없어서 혀를 깨물었다. 그리고 입에 고이는 핏물을 뱉어내며 소리를 지르자 교도관들이 들어와 포승줄을 더욱 조이더니 소리 지른다고 방성구를 씌었다.
영등포교도소에서는 한 마리의 돼지처럼 버둥버둥대다가 어찌어찌 밧줄을 풀고, 수갑을 풀어내다가 보안계장에게 걸렸다. 문을 따고 들어온 보안계장은 사정없이 따귀를 갈겼고, 나는 그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러고 또 얼마나 두들겨 맞았던지...그때 나는 얼마나 비참했던가. 배변도 못하던 그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치욕스럽게 남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만들어지고 저렇게 돼지묶음 당해 독방에 쳐넣어지는 징벌을 못하게 했고, 먹방도 없앴다. 그런데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1980년대 그때의 야만적인 징벌이 자행되다니...지금은 2021년인데도 아직도 저런 징벌이 행해지는 걸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저건 고문이다. 어느 누구라도 저런 고문을 당해서는 안 된다.
당장 고문 범죄자들을 처벌하라!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