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철학
Jeong-i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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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 선생님, 13-1. 형이상학 마지막 강의, 녹취록>
주제 : 최정식, 내 삶의 얘기 - <지각의 형이상학> 작업 선언
날짜 : 2013년 6월 13일 16시31분~17시 24분
장소 :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3층 303호
녹취 : 53분 41초
녹취록 : 46분 20초
* 제 타임라인에도 있으나, 더 많은 학우 분들(특히 1학년)과 공유하고 싶어, 이 그룹에 올립니다.
자 그럼, 베르크손 철학의 본리로 돌아가면, 베르크손은 과연 “실체는 없다”고 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아니에요. 실체가 있는데, 그것이 뭐냐 하면은, 진정한 운동, 시간의 운동, 생명의 운동. 그것이 참된 실체고, (여기서) 그 실체라 함은 참된 존재고. 어? 다른 우리가 생각하는 지적인, 무슨 정지체, 관념, 개념, 이런 것들은 전부 다 우리의 추상물이다~ 라는 철학이에요.
그런데 베르크손 이후의 프랑스 철학은 어디로 가냐면, 실체라는 것이 없다~ 는 쪽으로 싹 다 가버렸어요. 그러니깐, 운동 중에서 두 가지 운동 ―아페이론apeiron적인 수동적 물질 운동이 있고, 포이운poioun적인 능동적 생명의 운동― 이 있는데, 베르크손은 후자 쪽이 진정한 운동이라고 한 것인데, 베르크손 이후의 철학자들 ―요새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철학자들― 은 이런 거 다 무시하고, 그냥 운동만이 있다~ 실체라는 건 없다~ 그런 철학으로 가 버렸다, 이 말이에요.
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자가 다 잘났기 때문에, 딴 사람 얘기는 별로 안 들으려고 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의 좋은 점은, 어떤 대단한 철학자가 나오면, 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정하고 나가요. 그래서 베르크손이 살았을 당시엔 베르크손 철학이 프랑스 철학의 중심이었어요. 그러다가 베르크손이 딱 죽고 나서, 누구서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냐 하면은, 베르크손 이후의 프랑스 철학계를 이끌어간 사람이 누구냐 하면,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라는 사람이 있어요. 이 두 사람은 서로 무지 친해가지고, 사르트르가 “얘 철학이 내 철학이고, 내 철학이 얘 철학이다”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는, 아주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어디로 갔냐면, “실체가 없다”, (이렇게) 오늘날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철학으로 간, 근본적인 계기가 된 사람들이 얘네들.
얘네들인데, 그 중에서 사르트르 철학은 매우 단순해서, 요즘 철학계에선 별로 얘기가 잘 안 되는 사람이에요. 여러분들한테는 문학자로 유명할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에선 별로 얘기가 안 되고. (메를로-퐁티를 가리키며) 이 사람 얘기는 아직도 철학에선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흉’이에요.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으로 오게 된 그 운동의 원흉이 바로, 이 메를로-퐁티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을 놓고 보니깐, 내가 여러분들한테 마지막 시간이니깐, (근데) 아 메를로-퐁티를 강의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물론 메를로-퐁티도 상당히 재밌는 얘기가 있어요. 근데 그걸 강의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뭐냐면, 이제 나의 삶 얘기를 좀 하면서, 여러분들의 삶 얘기도 같이 한 번 확정해보라, 하는 얘기를 하면서 메를로-퐁티를 연관시켜보겠어요.
2.
이게 무슨 얘기냐면, 내가 지금 (나이가) 55센데. (다들 놀람) 별로 성공한 인생은 아니에요, 철학자로서. 그럼 내 인생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왜 그러냐면, “희망이 남아있는 한, 아직 죽지 않았다!” (일동 웃음)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어, 그러니까 내가 젊었을 적에, 뭐 공부는 꽤 그런대로 잘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꿈이 좀 컸었던 거 같아요, 컸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쯤부터, 인생은 왜 살아야 되느냐,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됐어요~ 어? 인생은 왜 살까?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이런 걸 고민하다 보니까, 점점 이거 왜 이렇지, 이유를 자꾸 따져보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어느 정도까지 갔었냐 하면, 이게 뭐 하나 움직이는 것에도, 내가 왜 하는 거지, (예를 들어) 밥은 왜 먹지, 이런 것에까지 의심을 하게 된 거예요. 심지어 <왜 사람이 도덕적으로 꼭 선한 행동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런 것까지 다 의심을 하게 됐어요. 근데 뭐 그때만 해도 내가, 철학적으로 무슨 대단한 사유를 한 건 아니고, 그냥 그런 의심을 계속 꾸준히 가지고 있었다~ 그 정도예요. 계속 의심을 쭉 했어요, 했는데.
(끼이익, 딸까닥) 임★☆, 쟤는 왜 내가냐? (일동 웃음, 선생님은 매우 아쉬워하시면서) 그래도 내가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는데, 쩝. (뭐 아무튼) 내가 의심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근데 여러분 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때에는) 대학교 입학시험이라는 게 굉장히 강한 시험 중에 하나였어요. 시험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그런 중요한 시험 중에 하나였는데. 입학시험을 준비해야 하니깐, 공부도 한편 해가면서, (또 한편으론) 그런 의문을 계속 했지만, (후자에) 집중적으로 생각을 하지는 못했어요. 이거 내가 공부를 왜 하나, 이런 생각도 하긴 했어요. 그 생각을 좀 더 깊이 해나갔으면, 좀 달라졌을지 또 모르겠는데.
그러다가, 계속 그런 상태가 쭉 이어지다가, 고등학교 3학년 끝나고 대학교 입학시험을 봤는데. 그럼 무슨 과를 가야 하느냐, 근데 나는 망설이지를 않았어요. 그냥 공부 꽤나 좀 하면, 누구나 가는 과로 갔어요. 그게 (서울대) 법과였어요. 법과로 갔는데, 아무 의심 없이 갔어요. 아무 의심 없이. 근데 이제 대학교 1학년이 되니깐, 고등학교 때보단 시간이 좀 남잖아요. 그렇게 남아서, 골똘하게 내가 고민하던 그 문제를 쭉 생각하게 됐어요. 그때 와서 집중적으로 생각한 거예요.
3.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하고, 저 설악산에 놀러갔어요. 그래서 대청봉에 올라간 다음 봉정마을을 통해가지고, 저쪽 내설악으로 나가는, 그런 코스로 놀러갔었는데. 봉정마을에서 하룻밤 자고나서, 아니다, 봉정마을에서 하루 잤나, 그전에 하루 잤나. (뭐 아무튼) 그러고 나서, 대청봉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양폭이라는 폭포가 있어요. 폭포 그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친구들끼리 같이 잤어요. 텐트를 치고 자다가, 그런 데서 자면 보통 늦잠을 잘 자기 힘들고, 일찍 일어나게 되잖아요. 새벽에 우린 일찍 깼어요. 깨가지고 새벽에 할 것도 없으니깐, 폭포 앞에 가서 돌 앞에 앉았어요.
그렇게 앉으니깐, 또 옛날, 저 그 오랫동안 품었던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어서, 또 그걸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왜 사는지, 왜 우리가 부도덕하게 살면 안 되고, 꼭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쭉 생각하게 됐어요.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보니깐, 아 그때 거기서 깨닫게 됐어요. 아, 이거 이유가 없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근데 그때 당시에는, 말하자면 내 나름대로의 개똥철학doxa이, 내 나름대로 해답을 얻은 거죠. 아 이거 이유 없구나. 난 그때 하느님을 안 믿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시킨 것도 아니고~ 아 이건, 내 삶은 내가 내 자유로 마음대로 살 수가 있겠구나! (가령) 도덕률을 왜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 그것도 내가 어떻게 결심하느냐에 달려있구나, 모든 것이 나한테 달려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 그러니깐, 내 나름대로는 상당히 그, 맨 밑바닥까지 가서 얻은 해답이라고 생각했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런 해답을 그 얕은 물 앞에서 하고 있었는데.
아 그렇다면, 내 삶은 내가 결정해야 하는데,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어떤 삶을 살까 고민해봤더니, 아 내가 생각한 게, 우선 생각나는 게 ‘가장 즐거운 삶’을 살아야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즐거운 삶을 사는 동시에, 그때 당시 또 상당히 좀 건방진 상태였기 때문에, ‘위대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재미있으면서도 위대한 삶은 뭐냐~? 이렇게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어?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거. <‘철학’하는 게 제일 재밌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철학하면, 위대해지나?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깐, 어 (그 다음) 무슨 생각을 하게 됐냐면, 그때 당시에 가령, 위대한 사람 대표적으로 알렉산더와 그 선생인 아리스토텔레스를 비교해봤어요. 알렉산더와 아리스토텔레스 중에 누가 더 위대한가~? 쩝, 이거는 그러니깐, 여러분이 본받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이고, 개인적인 얘기에요. 이게 옳다는 얘기도 아니에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더니, 아 알렉산더의 제국은 지금 온데간데없어졌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은 아직도 지금 배워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고. 알렉산더가 이 세상에 만들어 놓은 것은 바로 ‘물리적인’ 변화라 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들어내 놓은 변화는 ‘화학적인’ 변화다, 사람의 정신을 바꿔놓는 거다. 그래서 아,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 되는 건,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위대한 거로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어? 물론, 이 생각을 나중에 다른 학생들한테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정치(학)과에 있는 사람들은 펄쩍 뛰죠? 뭔 소리냐, 알렉산더 대왕이 더 위대하지, 하고. (아무튼)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죠? 어. 그땐 난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 그렇다면 난 철학을 공부해야겠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 그 결심을 하게 됐어요.
4.
그런데 미안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그때서부터 철학과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물어봤더니, 그거는 과를 전과하려면, 다시 시험을 봐가지고 (학교에) 다시 들어와야 돼. 아, 그건 입장이 좀 곤란해! (일동 웃음)
아, 그러면 어떡하나, 그냥 그러고 다녔는데. 다행히 그때가 어떤 시기였냐면, 유신 때였어요. 유신 때여서, 맨 학교가 수업을 안 하고. 이렇게 수업을 하려고 앉아있다가도, 머어엉~ 이런 소리가 나면은, 우르르 몰려 나가 데모를 하는 거예요. 데모만 주로 했어요. 데모를 한다 하면은, 휴학, 아 휴학이 아니라 그 뭐냐, 휴업을 며칠 하고. 그래서 학교가 맨날 그런 판이었기 때문에, 쩝 뭐 별로, 그 법대를 다녔긴 다녔는데, 별로 법 공부에는 신경을 안 써도, 별로 지장이 없던 때였어요~ (일동 웃음) 별로 지장이 없고, 그래서 시험도 대충 써내면 되고. 그래서 내가 지금, 학부 때 열심히 공부해가지고 성적 좋은 학생, 별로 안 좋아해요! 왜냐면, 나도 성적이 별로 안 좋았던 학생이었거든.
그러면서, 계속 어디 가서 공부했냐면, 철학과에 가서 공부했어요. 철학과 수업을 주로 듣고. 근데 아, 그 운이 또 좋을려고, 내가 대학교 3학년 되던 해에, 아 이 박정희가 죽어버렸네! 어? 그 10.26 사태가 났는데, 그게 딱 나고 나니깐, 뭐가 좋았냐 하면, 학교가 다 문을 닫았어요. 어? 학교가 문을 닫으니깐, 난 랄랄라 하면서 철학 공부를 하게 됐죠. 철학 공부만 한 건 아니고, 사실은, 문학책을 주로 많이 읽었어요. (책 중에) 그게 제일 재밌으니깐. 그래서 우리 집에 문학전집이 있었는데, 뭐 다 읽지는 않았지만, 거의 다 읽었어요. 문학책을 주로 읽고. 특히 한국소설을 굉장히 좋아해서, 한국소설을 많이 읽고 그랬어요.
그렇게 대학교 생활을 쭉 보내다가. 3학년 말에 그 사건이 일어났으니깐, 4학년 때에는 거의 학교를 안 나가다시피 해가지고. 그때는 친구(학생)들한테 숙제를 내면은, 학점을 주고 그랬어요. 저, 수업은 안 하는 대신에. 그래서 숙제는, (친구들에게) 야, 너 이거 좀 써줘! 해서 베껴가지고 내고. (일동 웃음) 적당한 점수를 넣고. 그래도 학사경고 그런 건 안 받았어요, 미안하지만! (일동 웃음) 그냥 적당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어요.
해서 이제, 그 뭐나면. 대신 졸업을 하고나서, 철학과 시험을, 대학원 시험을 봐야겠다 하고, 철학과 대학원으로 갔어요. 근데 요새는 여러분한테 대학원이라는 게 별로 인기가 없고. 어, 그래서 우리학교 대학원도 사실 인기가 없고, 그렇지만은. 아마 지금 요새, 인기 있는 거는, 저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도가, 인기가 아마 있을까 그래요. 그래서 우리학교가 지금,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가는 놈들을 어떻게 잡아가지고 우리학교에 앉히나, 그거에 주 역량을 쏟고 있는데.
그때는 대학원이 굉장히 인기가 높았어요! 인기가 높아가지고, 대학원의 경쟁률이 굉장히 셌어요. 세가지고, 공부를 여간 하지 않으면 안됐어요. 그래서 대학원 시험공부를 많이 했죠, 4학년 때 주로. 그래가지고 시험을 봤는데, 어 다행히 붙었네! 아, 그때 기분이 굉장히 좋았죠. 그래서 이제 그다음부터는 철학과 대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면은, 사람들이 보통 이렇게 생각해요. 아 쟤는 법대에선 법관이나 하고, 판사나 뭐 검사나 그런 거 할 수 있는데, 그런 권력이나 그런 거는 다 포기하고, 공부로 돌아섰구나. 이렇게 생각을 여러분들이 혹시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에요, 내 속에서는! (목소리를 드높이며) 내 속에서는, 판사 검사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고, 그건 나 아니어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나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뭐냐고 생각해본 결과, 아 이건 철학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깐 나로서는, 지금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더를 비교했듯이, 제일 위대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 거예요. 그러니깐, 권력을 놓은 게 아니고, 가장 권력적인, 권력을 추구했던 거예요. 내 나름대로는!
5.
그래서 이제, 가장 권력을 추구할 수 있는, 그 대학원을 다녔죠. 대학원에서 공부했는데. 거, 맨 처음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하는 질문이 중심이었다가, 이제 나중에 어떻게 변했나하면, 아 그거(앞의 질문)는 내 나름대로 해결이 된 거 같은데, 그 다음에 철학적인 문제를, 뭘, 풀어야 될까 생각을 해보니깐.
쩝, 모든 문제의 근본은 ‘존재’로구나. 그래서 <존재란 무엇이냐>, 이 문제를 한번 풀어봐야 되겠다! 그래야 뭐, 저 무슨 나중에 윤리학이고 뭐고, 그게 다 해결되는 거지. 존재가 무엇인지를 모르고서는, 윤리학, 아무리 이렇게 살아야 되겠다, 저렇게 살아야 되겠다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겠구나~ 생각을 해서. 그때 내가 이제 풀어야겠다, 그런 문제는 <존재란 무엇이냐>하는 문제였어요. 그래서 난 철학적인 공부도 존재론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제 그때 유행하던 존재론하면, 누가 유명했냐 하면은, 전에 내가 얘기했던 하이데거라는 사람이, 보통 존재론 하면 유명하다, 해서 우선 하이데거를 공부하기로 했어요. 쩝, 그런데 하이데거는 독일어, 그때 난 불어를 했는데, 독일어도 열심히 배워가지고, 하이데거를 독일어로 읽는 게 대학원 때 주 과정이었어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독일어로 쭉 읽는 거였는데, 그것도 상당히 열심히 읽었어요. 나중에 되가지고는 뭐, 저 왜냐면 모든 공부라는 게 직접 그때, 바로 최근에 읽은 사람이 그거에 대해서 제일 잘 알잖아요. 최근에 읽었더니, 뭐 선생보다 더 많이 아는, 그런 느낌을 가졌어요.
그래가지고, 상당히 나름대로 프라이드도 좀 가지고. 아 하이데거에 관해선 뭐, 나보다 더 많이 아는 놈이 없네, 그러면서. 그때 겨우 석사과정(논문)도 아직 안 하는 중인 놈이 그렇게 궁시렁 거리고 다닌 거예요. 그러는 중에 누굴 만나냐면, 바로 여러분들한테 읽으라고 했던 …
6.
참! 숙제 있잖아요! 숙제, 리포트 두 개 있죠? (네에..) 리포트 두 개는 기말고사 시간에 다 내야 돼요! (네에!) 그 이후에는 안 받습니다~ (네에!)
어, 그렇게들 아시고. 그래가지고 박홍규 선생님을, 그때 난 박홍규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근데 유일하게 뭐나면, 불어강독을 했어요. 불어 텍스트를 강독을. 나는 그때 불어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어서. 아 불어 텍스트를 읽는다는데, 그거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해서 들었어요. 그래서 딱~ 들었더니, 그때 베르크손의 『창조적 진화(1907)』를 맨 처음부터 읽고 읽었어요. 우와~ 이게 바로 내가 철학과에서 듣고 싶은 강의였다. 바로 듣고 싶은 수업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하는 얘기를 거기서 하고 있더라. 그래서 으아~ 이거 대단하다. 그래서 지금(당시) 하고 있는 건 하이데거지만, 베르크손으로 공부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가지고 있었는데, 그 박홍규 선생님이, 아, 어느 날 날 부르더니, 뭐 이런 저런 얘기를 말씀을 하시면서, <고전을 한다는 것은 가시면류관 쓰는 거다> (란 말씀을 하셨다). 가시면류관은, 여러분들 뭔지 아세요? 예수님이 돌아가실 적에, 십자가 매면서 가시로 만든 원형 띠를 (머리에) 두르고, 십자가에 올라가셨는데, 그게 가시면류관이에요. 갑자기 무슨 말씀인가, 고전하는 게 왜 가시면류관이냐, 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땐 이해를 잘 못했어요. 나중에 그것도 나이가 들어야 이해를 했어요. 이 양반이 왜 이런 말을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아 이게(이 말씀이) 나보고 고전을 하라는 얘기로구나~ 그렇게 알아들었어요. 그때 나온 고전이라는 거는 희랍어 텍스트를 얘기한 거다, 플라톤을 공부해라, 이런 얘기로 알아듣고. 아, 선생님이 직접 학생을 불러다 놓고 희랍 공부하라는데, 그럼 공부해야지 안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우선 논문은, 하이데거로 쓰고. 이제 희랍을 공부해야 되겠다, 라고 생각을 쭉 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논문을 썼어요. 논문을 뭐 그렇게 잘 쓰지도 못하고, 그럭저럭 썼어요. 썼는데, 어 어 (뜸들이다가) 그 다음부터 곧바로 이제 플라톤 공부로 나섰죠. 그러면서, 그때는 상당히 시작이 좋아가지고, 저 뭐냐면, 석사과정을 졸업하면은, 바로 대학 강사 정도는, 강사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 교수 자리도 바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때였어요, 그 시기가. 왜 그런 때였냐 하면은, 그 고 석사 하는 몇 년 사이에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가지고, 학생들 숫자를 확 늘여버렸어요. 늘이는 바람에, 대학교에서 교수 숫자가 갑자기 많이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석사학위만 가지고 있어도, 교수로 받아들여지던 그런 때였어요.
그 그러, 그러고 내가 석사학위를 하고 나니깐, 아 어느 지방대학에서 나보고, 너 교수로 올래? 막 (이런) 제의가 들어오고 그랬어요. 지금하고 시대가 다른 때예요. 지금은 훨씬 더 어려워졌죠. (아무튼) 그래, 난 그런 거 안 간다. 공부한다. 여기서 공부해가지고, 나중에 유학을 가게 됐어요. 유학을 가게 돼가지고. 저 뭐냐 거, 그때 뭘 공부할까, 베르크손을 공부할까 플라톤을 공부할까, 왔다 갔다 하다가. 아, 내가 지금 아직도 희랍어 실력이 부족하니깐, 우선 플라톤을 먼저 하고나서 나중에 베르크손을 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불란서(프랑스)로 유학을 가가지고, 베르크손을 공부하게 됐어요. 그래서, 아이! 저, 플라톤을 공부하게 됐어요. 플라톤을 우선 공부하고, 그러면서 그 사이 사이에 베르크손을 같이 공부하게 됐어요. 그래서, 난 철학적으로 플라토니코platonico, 베르크소니안bergsonian 이에요, 지금도. 당신의 철학적 입장이 뭐냐 묻는다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근데 그 입장은 누구 입장이냐면, 바로 내 선생님이신 박홍규 선생님의 입장이었어요. 그 입장을 가지고, 플라톤도 하고 베르크손도 쭉 공부해왔어요. 공부를 해왔더니, 아~ 스승을 잘 만나야하는 것이 맞는 게, 이게 정말 공부해야 할 두 사람, 플라톤과 베르크손 두 사람을 딱 집어가지고, 딴 사람 읽어봐야 소용없고, 이거 우선 읽어라 해서, 그 두 사람을 읽었더니, 다른 모든 것의 본령이 다 알아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제 박사학위를 받을 즈음에, 양쪽 다 알게 됐어요. 내 것으로 다 소화하게 됐어요, 그거를.
7.
그럼, 이제! 얘기가 끝나느냐? 아니죠. 끝난 게 아니고, 얘기가 이제부터 시작이죠! 이제부터 뭘 해야 하냐면, 내가 맨 처음에 시작할 때, 뭐 하려고 했어요? 위대한 철학자가 되기 위해서 시작을 했잖아요~ 위대한 철학자가 돼야 하잖아요. 그럼 위대한 철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그냥 플라톤과 베르크손을 알면 되는 게 아니고, 나의 ‘새로운 보편적인 철학’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어? 근데 골 때리는 거는, 플라톤과 베르크손 배우는 거는, 열심히 읽으면 알 수가 있어요.
(목소리를 드높이며) 이제! 나의 철학을! 만드는 이제, 새로, 새롭게 나의 철학을 하는 것이, 이제 문제가 됐어요. 어? 그래서 그걸 계속 모색하는 시기를 보냈죠. 그러는 사이에 학위 공부를 끝마쳤기 때문에, 그 사이에 뭐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하여튼 이 경희대학교에 오게 돼서 쭉 선생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나는, 별 다른 무슨 경력 그런 게 없어요. 그냥 학위 마치고, 경희대학교 선생이 된 게 내 경력의 다예요. 근데! 이제부터 남은 작업은 내 철학을 만드는 작업 아니에요? 고 얘기는 좀 이따가 얘기할게.
8.
잠깐, 샛길로 빠져서, 다른 얘기를 잠깐 해야겠어요. 나는 처음부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어떻게 사는거냐>는 질문부터 시작해가지고, 철학과로 옮겨가고, 그래서 철학 공부하면서, 내 철학을 어떻게 만드느냐, 이게 주된다고 했죠. 여기까지 왔죠. 이렇게! 그러니까 내가 여러분들한테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은 거는, 여러분들도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그런 거에 대한 근본적으로 반성을 한번 해보고. 그래서, 여러분들 사는 것의 제일 밑바닥까지, 끝까지 반성을 해보고, 그 끝에서부터 <아, 그럼 난 어떻게 살아야 되겠다> 하는 거를 쭉 세워봐 달라, 하는 주문도, 지금까지 한 얘기에 포함돼있어요~
근데! 사람들 중에는, 나같이 꼭 사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에요. 쩝 어, 어떤 사람이 있냐 하면은, 뭐 가령, 농촌에서 태어나서 자기 아버지가 땅이 있어서, 농촌에서 계속 농부로, 땅을 물려받아서 농부로 사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어? 뭐 아니면, 부모님 밑에서 사업체 하나를 물려받아서, 그걸 계속 키워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아 자기 집이 너무 가난해가지고 나는 돈 벌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사람은 돈 벌어야지! 그런 사람이 철학 공부한다고 하면, 곤란해요! 지금 먹고 살기가 당장 급한 사람이, 아 나는 나름대로 먹고 살 건 있었어요~ 그 사이에 (철학 공부해도 괜찮을 만큼의 풍족한 상황) 얘기를 빼서 그렇지. 먹고 살 건 있었어요~ (일동 소소한 웃음) 뭐 부모님의 돈이라고 해도 좋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지금 먹고 살기를 해결해야 할 사람은, 지금 나같이 생각을 하고, 자기 나름대로 삶을 결정할 수가 없어요. 먹고 살기가 걱정인 사람은 먹고 사는 일에 매진해야 돼요! 아 그런 삶으로서 더욱 더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어요~ 가령, 정주영 같은 사람이 있죠. 내가 정주영 씨가 돈을 잘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과연 고뇌했는지는, 그건 난 모르겠어요. 아마 안했으리라고 봐요. 그냥 시골에서 살다가, 이렇게 살지 못 하겠다 해가지고, 돈 얼마, 소 한 마리 뭐 판 건가 훔쳤나 그래가지고 나왔단 말이에요, 집에서. 그렇게 해서, 자신의 삶을 사는데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요. 근데 나와 정반대되는, 한 삶의 방식이 있어서,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그게 누구냐면, 「딴지일보」라고 혹시 알아요? 그 저, 인터넷 상의 신문이에요. 딴지일보라는, 신문이 있는데. 그걸 만든 사람이 누구냐 하면은,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나는 그 사람을 전혀 안 좋아하는,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일동 소소한 웃음) 굉장히 싫어하는데, 나와 정반대 방향으로 살았기 때문에 지금 소개해주는 거예요.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냐 하면, 뭐 자기 집이 못 먹고 살아가지고 먹고 살 길을 마련해야 되겠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어영부영 살았어요. 되는대로. 학교도 어영부영 다니다가, 컴퓨터 실력을 조금 키웠던 모양이에요. 그래가지고 어영부영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뭐 돈 벌리는 거 없나 해서, 지가 하고 싶은 걸 위주로 하면서, 일정한 직업 없이.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요~ 어? 그렇게 살아도, 우리 인생이 안 되는 건 아니고. 또 한편으론 (그처럼) 다 그래요. 그렇게 살다가, 그 사람 얘기에 따르면, 그 사이에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주로 뭐였냐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돈을 어떻게 만들어가지고, 돈만 생기면 외국여행을, 자기가 60여 개국을 다녔대~ 외국여행을 많이 다녔대요. 거기서 나름대로, <아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라는 자기 나름의 생각을 얻어가지고. 그래서 또 어영부영 다니다가, <아 딴지일보라는 걸 한 번 만들어볼까? 이 조선일보 놈들이, 우파라는 것들이 정권을 잡아가지고 우리나라 망친 거 아니야?> 그래서 딴지일보라는 걸 만들어가지고, 아 그게 인기를 끌었어요. 그래가지고 그게 인기를 끄니까, 자기 자신도 유명해지고, 해가지고 지금도 어영부영 살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어?
그러면, 유명한 걸로 따지면, 최정식이 유명할까, 김어준이 유명할까 생각해보면은,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훨씬 더 유명해요! 어? 자, 그렇게 살아도 그것도 인생이에요. 그렇게 살아도 돼요. 근데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건, 무슨 자기의 전문speciality이 없어요! 사람은 ‘일인일기(一人一技)’라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어떤 분야가 있어야 해요. 여러분들이 대학교까지 다니는 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어라, 그런 얘기에요. 그런 게 없이 살면, 인생이 어떻게 되냐면, 지가 하는 일이 없이 진짜 어영부영 살게 돼요.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기냐 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무슨 사건 하나가 생기면 거짓말을 하게 돼요. 어? 그러면, 만약 김어준 같은 사람이(에게) <야, 너 돈 많이 줄 테니까, 너 지금까지 좌파였으니까 (이제) 우파로 해라. 돈 많이 줄 테니까 우파 할래?> 하면, 할까요 안 할까요? 지금까지 자기 삶에 충실했다면, 해야 돼요. 왜? 그 사람은 그냥 생각이 없어요. 뭐 좌파라 해봐야, 그게 좌파인지 아닌지, 이게 결과가 어떻게 되는 건지, 오늘날 좌파가 어떤 건지, 북한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건지, 이런 거에 대한 반성 없이, 그냥 어영부영 살다가 나름 유명해져서 이런 방식으로 살면, 나중에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 건지에 대한 줏대가 없어져요. 줏대가 없는 사람이, 이렇게 살아도 되고 저렇게 살아도 되는 사람이 돼요.
그런데! 내가 그 사이에, 처음부터 맨 밑바닥에서부터 반성을 해서, 점점 꾸리려고 하는 것이, 김어준 같은 사람의 삶의 방식은,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유명할지는 모르지만, 나로 봐선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에요~ 방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또 사는 방식이 있고, 학생 여러분들 중에서도 <아 뭐, 고민 없이 그렇게 살면 좋겠다> 하는 사람도 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좋아 보이면, 그렇게 사는 방식도 있어요. 어? 다만 나쁜 짓만 하지 않고, 거짓말만 안 하고 살면 돼요.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면,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고 얘기해드리고 싶어요. 나는 그 사람의 삶을 별로 찬성 안 하기 때문에! 뭐, 그런 사람도 있다는 얘길 우선 해두고 싶고. 다시 아까의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9.
맨 처음에 위대해지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그, 새로운 철학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했겠어요. 응? 그런 고민을 한 사람 중에 대표적인 케이스가 누가 있냐면, 니체라는 사람이 있어요. 난 니체를 굉장히 우습게 아는 게, 우습게 알아요! 왜냐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니까. 그 사람은 어디로 가냐 하면은, 고민 고민 하다가 철학 밖으로 갔어요. 그래서 그 사람 철학엔 3가지 테마(단계)가 있는데, 맨 처음에 낙타에 있다가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이로 가요. 낙타에서 모든 짐(학식과 자료)을 짊어지고 가고, 사자는 그걸 다 깨부수는 사람이에요. 다 깨부숴. 나중에 어린이가 되면, 즐겁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막 아무렇게나 하면은, 아 사람들이 그럴 듯한 철학자라고 인정을 해주네? 그런 철학을 한 사람이에요, 니체가. 어? 그래서 예수님도 깨부수고, 플라톤도 깨부수고, 빵빵 다 깨부수고, 자기 이외엔 잘난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래서 『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1900)』, 이런 책도 막 쓰고. 과대망상증이 있던 사람이야. (일동 웃음) 아 진짜에요. 그 사람 책을 잘 읽어보세요. 그 과대망상증을 그냥 그대로 드러내 보인 사람을, 사람들은 또 멋지다고 와와 거려요, 좋다고. 그러니 내가 그걸 우습게 안 여길 수가 있겠어요? 당연히 우습게 여기죠. 짜식, 철학이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일동 웃음)
철학을 하려면, 낙타처럼 무거운 걸 짊어지고, 소처럼 꾸~준히 갈고 닦는 거예요. 딴 거 없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죠. 왜 그래야 되냐면, 내가 이 시간(형이상학 수업) 맨 처음에서 얘기했다시피, <철학은 에피스테메Episteme>라는 것. 학문은 자기 인생관doxa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니체(의 말)는 또 자기 인생관이에요. 어? 그건 에피스테메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고. 뭐, X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니고. 니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내가 얘기하는 거예요! 어? 여러분들, 안 놀라워요? (일동 웃음) 가만 읽어보니까, 이거 아무 것도 아니네. 니네들 말로, X도 아닌 거. 그런 얘기야, 지금 내 얘기가~ 어? 그러면 이제, 너는 X도 아니라고 욕을 하는데, 너는 얼마나 잘났냐?
근데 와~ 그 낙타처럼 짊어지고 소처럼 밭을 가는 게,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나는 그 베르크손 주위에서, 거기서부터 딴 길을 간 사람들(철학자들의 작업)을 계속 읽는 작업을 했어요. 거기서 새로이 찾을 수 있을까 해서. 베르크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베르크손 주변에 뭐 들뢰즈니, 아까 말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니, 또 그 선배들이니, 쭉 읽었어요, 계속. 지금까지 그 작업을 한 거예요. 거 하다보니까 30대에서 50대가 됐네, 지금.
10.
그럼 너 한 게 없네? 한 거 없어요. 다만 뭘 했냐하면, 방황을 했어요. 이리저리. 방황을 하다보니까,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이 된 거예요. 50대가 되니까, 아 이거 계속 이렇게 방황할 일이 아니로구나. 너 지금까지 네가 네 자신이 에피스테메를 한 대매~ 네 자신이 에피스테메를 한다고 해놓고선, 에피스테메를 얘기를 한 사람을 그걸 극복할라고. 그걸 극복해야 내가, 베르크손도 플라톤을 극복하고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뭐냐면, 베르크손이 플라톤을 극복했듯이, 나는 베르크손을 극복하고 싶었던 거예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데 베르크손이든 플라톤이든, 결국 맨 처음에 에피스테메를 추구해 나간다는 거를, 이걸 버려서는 요 철학이 안 되겠구나~ 결국 <그 길로 가야되겠구나, 그래서 딴 길을 계속 찾아서는 곤란하겠구나> 하는 거를 깨달았어요. 그럼, 네가 이제 할 일은 뭐냐~ 그걸 50이 돼서야 깨달았네. 그래서 내가 지천명(知天命)에 대해서 이해가 돼요.
그래서 뭐냐면, 아~ 베르크손이 지금,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던, <내 나름의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을 했어요. 그럼 어디서부터 뭘 해야 될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여기서 메를로-퐁티를 만나게 된 거예요.
베르크손에서 불란서 철학이 어긋나는 게, 어디로 어긋나냐면, 메를로-퐁티로 어긋나요. 메를로-퐁티가 한 게 뭐냐면, 『지각의 현상학(1945)』이라는 거예요. 근데 내가 가만히 보니, <현상학? 이게 뭐야? 현상학을 해가지고 지각이 더 잘 보인다고?> 아 그건 아닌 거 같애. 베르크손도 지각의 현상학에 대해서 분명히 얘기를 (하긴) 했는데. 그 얘기하고 전혀 딴 얘기를 메를로-퐁티가 한 거고. 거기서부터 전혀 딴 철학, 존재라는 거를 실체라는 거를 깔아뭉개서 없애고, <실체라는 건 없다>는 철학으로 나아가게 만든, <관계밖에 없다> 그런 철학으로 만든, 최-장본인이에요, 메를로-퐁티가.
아 그럼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은,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이 아니고, <지각의 형이상학>을 해야 되겠다. 지각이란 진정으로 어떤 것이고, 메를로-퐁티가 한 얘기가 이게 지금, 맞는 얘기냐 틀린 얘기냐, 이게 형이상학적으로 어떤 게 틀린 것이고, 그것에 의해서 지각의 현상학이 왜곡된 부분이 무엇이구나를 밝혀서, 다시! 베르크손이 한 것은, 플라톤을 극복해서 정지체 중심에서 운동 중심으로 간 것이긴 하지만, 플라톤에 계속해서 베르크손이 제자리였던 것은 에피스테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계속 그랬다는 것!
그럼 그 점을 놓치지 않고서, <지각현상 자체~에서부터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야겠구나>라고 인제서야 깨달아서, 요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은 지각이란 무엇, 그전엔 <존재란 무엇인가>를 했다가 <지각이란 무엇이냐>로 이제 범위를 좁혀가지고! 공부하고 있어요. 거기서 무엇이 나올 거냐 하는 건, 나도 아직 몰라요! 그건 공부해봐야 알아요!
그럼 넌 왜 그렇게 못났냐? 그렇게 처음에 위대해지고 싶다더니, 뭐 어쨌다더니 하다가, 왜 왜 결국 그렇게 방황하다가 말았냐? 아직 망한 건 아니고, <지각의 형이상학>에서 내 희망을 찾고 있다. 어? 그런 얘기에요. 혹시 여러분들 중에서도 <나도 지각의 형이상학> 공부하고 싶다>, 그런 학생이 있으면, 나한테 오시면 <내가 환영이다> 이런 얘기에요!
아~ 그래서 지금까지 내 인생 전체를 얘기했는데. 그렇게 성공한 것도 아니고, 뭐 아직까지 그렇게 실패한 것도 아니에요. 실패 안했어요, 난 지금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죽을 때, 어떻게 죽냐 그게 문제죠. 죽을 때 어떻게 죽냐가 제일 중요하죠, 항상 사람은! 어~ 그런데 결국 지금까지 내가 이번 강의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베르크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여러분들한테 얘길 못했다는 거예요. 그럼, 이번 강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일동 박수치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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