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할머니들 편에서 쓴 책…그분들 소외당했다" | 중앙일보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할머니들 편에서 쓴 책…그분들 소외당했다" | 중앙일보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할머니들 편에서 쓴 책…그분들 소외당했다"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3.11.01 
문현경 기자 구독


지난 26일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대법원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3년 출간 때부터 여러 의미로 주목을 받았던「제국의 위안부」는 지금은 온전하게 읽을 수 없다. 나온 지 열 달 뒤부터 송사에 휘말린 책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2015년부터는 34곳이 삭제된 채 출판됐다. 34곳은 고스란히 검찰의 공소장에도 들어갔다. 그것은 2017년 1월엔 ‘일부는 사실의 적시이나, 명예훼손은 아닌 것’이었다가(1심), 그 해 10월엔 ’일부는 사실의 적시이고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2심), 결국엔 ‘모두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인 것으로 정리됐다(3심).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이 책을 “한일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학문적 표현물”로 읽었다. 6년만에 무죄를 받은 이튿날, 박유하 세종대학교 명예교수를 유선으로 만났다.

사실의 적시냐, 의견 표명이냐를 두고 세 번의 재판에서 열 명의 판사들 간 의견이 갈렸다.
대법원에서처럼 전부 의견으로 본 것도 납득이 된다. 판결문 초반부에 역사학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역사라는 게 진실에 가까운 기술이지만 과거에 남겨진 자료의 편린을 보고 학자들이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의 기술도 소설의 플롯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이전의 자료를 틀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은 기본적으로 ‘의견’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제국의 위안부」는 어떻게 쓰게 됐나.
책이 나온 2013년은 위안부 문제 운동이 시작된 지 20여 년 되던 때다. 지금도 그렇지만 위안부 문제를 두고 지원하자는 쪽과 비판하는 쪽의 목소리가 양 극단으로 치달았는데, 양 쪽 다 할머니들의 진짜 삶이나 생각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고 양 쪽 논리 모두 문제가 있었다. 이에 양 쪽을 다 비판한 책이「제국의 위안부」다. 국가의 체면 혹은 국가가 그동안 유지해 왔던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할머니들이 이용 또는 동원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초기 할머니들을 본 입장에서, 할머니 편에 서서 쓴 책이다.

왜 소송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하나.
책 나온 직후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고발 당한 건 10개월 후인데, 할머니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려 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뒤 정작 할머니들의 생각을 물어보려 한 사람이 없어 그걸 들으려 갔다가, 나눔의 집 처우에 대한 불만과 정대협 대표 등에 대한 비판 이런 이야기까지 제가 듣고 말았다. “정대협 빼고 보상을 달라” “일본을 용서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한다” 얘기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모아 ‘위안부 문제, 제3의 목소리’란 심포지엄(2014년 5월)을 열어 한·일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한 달 후에 고발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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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운동의 ‘감추어진 목적’이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SNS에 썼는데.
위안부 문제 운동도 30년이 넘어 거의 역사화됐다. 그 운동의 역사와 배경에 비춰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얘기다. 최근 몇 년 간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판결을 살펴 봤더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더라. 1965년 협정은 공식적으로 식민지 배상을 받은 게 아니다. 앞으로 만일 북한과 일본이 수교하게 되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던 배상을 북한이 받게 받도록 하자는 생각이 존재했다. 그러려면 식민지배가 ‘불법’이어야 하고 그 안에서 이뤄진 게 ‘강제’가 돼야만 한다. 물론 그것만 목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이런 식의 정치적 구조도 배경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책 하나로 10년 가까이 송사로 고생했는데, 다시 돌아가도 그 책을 쓰겠는가.
(잠시 고민하다) 쓸 것이다. 저는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서 사회가 좀 더 좋아지길 바라고 그런 의미에서 쓴 책이다. 제 관심은 ‘한·일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갈등’ 전반이다. 양 극단이 대립하며 발생하는 분열과 갈등, 목소리 큰 사람들의 문제를 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좀 더 안정적으로, 분열에 흔들리지 말고 접점을 찾아, 사람의 생각이 다 같을 순 없겠지만 접점을 찾으면서 좀 더 합리적이면서도 윤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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