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여전론 < 사료로 본 한국사
정약용의 여전론국문
지금 농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토지를 얻고, 농사를 하지 않는 사람은 토지를 얻지 못하도록 한다. 즉 여전(閭田)의 법을 시행하면 나의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전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산계(山谿)와 천원(川原)의 형세를 따라 획정하여 경계를 하고, 경계의 안을 이름 하여 여(閭)라고 말한다. 【주나라 제도에는 25가(家)를 1여(閭)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그 이름만을 빌려서 약 30가(家) 내외로 하되, 가감이 있으니 또한 반드시 일정한 율은 아니다.】 여(閭) 셋을 이(里)라 한다. 【『풍속통(風俗通)』에는 50가(家)를 1리(里)라고 하였으나 지금 그 이름만을 빌려서 반드시 50가(家)는 아니다.】 이(里) 다섯을 방(坊)이라고 한다. 【방(坊)은 읍리(邑里)의 이름이다. 한나라에 구자방(九子坊)이 있었는데, 지금 우리나라 풍속에도 역시 이것이 있다.】 방 다섯을 읍(邑)이라고 한다. 【주나라 제도에 4정(井)을 읍(邑)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군(郡)⋅현(縣)의 소재지를 읍이라고 한다.】 여(閭)에는 여장(閭長)을 둔다.
무릇 1여의 토지는 1여의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으로 경작하게 하고, 내 땅 네 땅의 구분 없이 오직 여장의 명령만을 따른다. 매 사람마다의 노동량은 매일 여장이 장부에 기록한다. 가을이 되면 무릇 오곡의 수확물을 모두 여장의 집 【여중의 도당】 으로 보내어 그 식량을 분배한다. 먼저 국가에 바치는 공세를 제하고, 다음으로 여장의 녹봉을 제하며, 그 나머지를 날마다 일한 것을 기록한 장부에 의거하여 여민들에게 분배한다.
가령 추수하여 공세와 여장의 녹봉을 제한 양곡이 천곡이고 【10두를 1곡으로 한다】 장부에 기록된 노동일 수가 2만 일이라면 매 1일에 대한 분배 양곡은 5승이 된다. 한 농부가 있어 그 부부와 자식의 기록된 노동일 수가 모두 800일이라면 그 농부가 분배받는 양곡은 40곡이 될 것이다. 기록된 노동 일수가 10일인 농부가 있다면 그가 분배받는 양곡은 4두뿐일 것이다.
노력한 것이 많은 자는 얻을 양곡이 많고, 노력을 적게 한 자는 받을 양곡이 적을 것이다. 노력을 다하지 않고서 분배받는 것만 높을 수가 있겠는가. 사람들이 노력을 다하면 땅은 그 이득을 최대로 내게 된다. 토지에서 이익이 생기면 백성의 자산이 부유해지고, 백성의 자산이 부유해지면 풍속이 도타워지고 효(孝)와 제(悌)가 세워진다. 이것은 토지를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유당전서』제1집 제11권 문집, 논, 전론3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