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4

손민석 - [하남자를 경멸하는 영화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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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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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고 말해보자면] 하남자를 경멸하는 영화 서울의 봄?
https://alook.so/posts/54t4vL1
(영화 서울의 봄 스포주의)

책 원고 마감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영화 '서울의 봄'을 예매해서 보고 왔다. 재미는.. 그럭저럭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감독이 남성을 아주 혐오하는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영화의 핵심주제는 내가 보기에 한국 사회의 저열한 남성 패거리 문화가 나라를 망친다는 거다. 정우성 역할의 이태신이는 아주 상남자이자 참군인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에 반해서 전두광 일파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하남자 그 잡채들이 모여 있다. 그나마 쓸만한 게 전두광이지만 그조차도 '상남자' 이태신이 보기에는 군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되어먹지 못한 놈일 뿐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하남자들을 강하게 이끌고 나름대로 '남성미'를 드러내는 것처럼 전두광을 묘사하지만, 그 모든 모습은 막판의 이태신과 전두광의 대면씬으로 무너진다. '진짜' 상남자 이태신이 너는 하남자야! 라고 낙인찍어버리는 것으로 관객들이 혹여나 전두광을 남성적이라 생각할지 모를 여지마저 없애버린다.

실제로 전두광의 '본질'이랄까, '속내'랄까 이런 게 드러나는 '장소'는 다름 아닌 "화장실"이다.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자기 꽈추 확인하고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전두광의 속내가, 본질이 드러나는 공간인 것이다. 이 찌질한 하남자들은 매순간순간 형님 아우 하면서 위계를 확인하고 거사가 성공한 바로 그 순간부터도 노태건은 전두광에게 "우리 여전히 친구 맞지?"라고 묻는다. 전두광은 '상남자'처럼 그럼! 이라고 하지만 그의 본질이 드러나는 화장실에서 그는 노태건마저 배제한채 혼자 소변을 보고 미친듯이 낄낄거릴 뿐이다. 그나마 '친구'라서 자기 속내를 보여줬을 때 전두광은 옆방에 있는 하나회 구성원들을 자기 발닦는 수건 정도로 취급한다. 그렇게 연출하는 것이다. 전두환에게 있어 저 하남자 무리들은 그저 자기 소변 보고 발닦는 용도밖에 안된다. 그러니 그 아가리에 뭘 넣어줘야지. 이태신 같은 상남자들은 그런 걸로 움직이지 않기에 기분이 나쁘다. 거사가 성공했는데도 이태신이 자기 남성성을 과시하며 너는 하남자라 했을 때 전두광은 기분이 상해서 친구를 먼저 보내고 홀로 담배를 피며 걷는다. "씹새끼, 지까짓게 뭐라고.." 하지만 화장실이라는 은밀한 공간에 가니 그윽뽀옥~! 떨거지들 신났다고 하는데 혼자 무게 잡으면서 나와서는 친구한테도 우리 친구 아이가! 한번 해주고 화장실에 와서 미친듯이 웃는다. 하남자는 다른 하남자와 함께 즐길 수조차 없는거다. 월의 범여가 구천을 두고 함께 고난을 보낼 수는 있어도 부귀를 누릴 수는 없다고 한 게 이를 두고 이른 것이렸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위대한(?) 상남자 이태신은 어째서 하남자 전두광과 그 하남자를 따르는 하하남자들한테 진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모두가 하남자니까! 이태신이 패하기 위해서는 그외에 다른 모두가 하남자가 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감독의 시선이 드러난다. 이것들 죄다 하남자들뿐이니까 하남자를 폭력적으로 다루는 무식한 전두광 같은 놈이 그들을 휘어잡고 위로 올라간다. 그게 한국사회라는거다. 화장실에서 자기네들끼리 시선 너머로 꽈추 크기 비교하느라 소변 질질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민족을 위해 어쩌고 해대며 이 형님이, 아우님이 어쩌고 몰려다니며 그 난리나 치는, 그런 게 한국사회라는거다. 아수라에서는 지들끼리 어쩌고 하다가 서로 좆이나 뱅뱅이다(아 이 유구한 꽈추 사랑!) 하면서 쏴죽이는 걸로 냉소하더니 이제는 아예 죄다 하남자라고 일갈한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과연 이 영화가 이 땅 어딘가에 이태신과 같은 상남자가 있고 그들이 하남자들에 의해서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만든 것일까? 우리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주요 배역들은 전부다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땄는데 장태완 캐릭터를 따서 만든 이태신을 굳이 장태신이라 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정우성은 이렇게 말한다.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델로 했지만 너무 많이 바뀌어서 실존 인물과 매칭하기 어렵다. 전두광에 맞서는 외롭고 의로운 남자가 전두광처럼 호통치거나 마초스럽고, 호랑이 같은 남자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시대 아버지 중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으면서도 완고하고 신념을 지니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책임감은 대쪽 같은 아버지도 있다. 점잖지만 근사하고 자상하고 믿음직한 아버지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마 실존 인물보다는 자기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그리려다보니 그리 된 것이겠다.

정우성의 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화 속의 이태신과 같은 '남성'은 "실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두광이든 뭐든 다른 '하남자'들은 실존했고 지금도 우리 곁에 있지만, 이태신과 같은 상남자는 실존하지 않기에 모티브만 따왔을뿐 실존하지 않는 새로운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정우성은 이태신과 같은 "우리 시대 아버지"가 어딘가에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정우성(혹은 감독)이 보는 한국사회가 지독할 정도로 '하남자들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하남자들의 사회, 모두가 서로를 이익으로만 대하고, 모두가 서로를 위계관계로만 보며, 모두가 혼자만의 화장실에서 소변 찍찍 싸갈기며 남을 자기 구두닦는 걸레정도로만 보는 사회가 어떻게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바로 어딘가에 이태신과 같은 상남자가 있다고 믿음으로써, 달리 표현하자면 나의 하남자스러움을 보완해줄 상남자가 어딘가에 있어 나를 대신하여 남성성을 수행하고 있을거라 믿기 때문에 유지된다.

지젝이 어디선가 말했듯이 아우슈비츠에 갇힌 유태인들은 공통적으로 그 지옥 속에서 모든 걸 초월한 신적(神的)인 선함을 지닌 존재를 보았다고 말한다. 그런 지옥 속에서도 선행을 베푸는 선인들의 존재는 정말로 있었던 것일까? 지젝은 이에 대해 오히려 그들은 선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통해 그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자신의 죄책감을 누그러뜨리며 생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나를 대신하여 누군가는 선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사소한 악행들, 살아남기 위해 행한 여러 악행들이 역설적이게도 그 선인의 존재로 "사면"되는 것이다. 의인 10명이 있었다면 소돔과 고모라가 망하지 않았을 것을! 소돔과 고모라의 일화는 여기서 반대로 해석되어야 한다. 소돔과 고모라는 악해서 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돔과 고모라의 악인들은 자신의 죄악을 모두 인정할 정도로 너무나도 "정직"하고 "선했기"에 망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영화의 이중적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하남자'들을 고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하남자 사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어딘가에 상남자가 있다며 하남자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우리의 하남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기분이 나쁠까 아니면 위로받아 슬플까 그것도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전두광이 나쁜놈! 이라고 할까? 뭐가 됐든 하남자들에게 해줄 말은 정우성이 아수라에서 이미 해두었다. "좆이나 뱅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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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고 말해보자면] 하남자를 경멸하는 영화 서울의 봄? by 혁명읽는사람 - 얼룩소 alookso
(영화 서울의 봄 스포주의) 책 원고 마감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영화 '서울의 봄'을 예매해서 보고 왔다. 재미는.. 그럭저럭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감독이 남성을 아주 혐오하는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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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DaeSik

하남자의 전성시대 ㅎㅎ 김성수 감독의 남자론으로 하나 써도 될듯 이 양반은 끈질기게 남자란 무엇인가를 계속 탐구한 사람이니깐


손민석

배대식 아수라 말고는 본 게 없어서..ㅎㅎ


Bae DaeSik

손민석 런어웨이-비트-태양은 없다-무사-영어완전정복-아수라-서울의 봄 다 남자란 무엇인가?란 질문들을 할 수 있는 작품들


김승호

비트의 환규(임창정), 태양은 없다의 홍기(이정재), 무사의 박주명(박용우) 등, 감독이 상남자의 앙투라지격 하남자 캐릭을 설정함으로서 하남자상들에 대한 일종의 알리바이? 자비?를 선사했던 시절도 있긴 했죠. 아수라가 아예 상하남자의 구분도 모호해지는 이전투구판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상하남자의 구별과 대결구도가 그 어떤 때보다 확고한만큼, 극중 상남자상의 이데아스러움 또한 가장 무망해지는 감도 없지 않은 듯 합니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특별출연으로 잠시 나온 정해인을 통해 재연되었어야 할 '그 씬'까지 정우성에게 몰아준 건 뭐랄까, 정우성이 감독과 함께한 필모에서 꾸준히 견지해 온 특유의 '건실한 반항아(제 멋대로 만든 말이긴 합니다만)' 캐릭의 최고미학 구현에 있어 나름 필수적 조처 아니었나도 싶습니다.


손민석

김승호 그러게요. '건실한 반항아', 딱 맞는 표현인 듯합니다ㅎㅎ



정혜윤

영화 안 봤는데… 오 신선한 해석! 영화 꼭 봐야겠습니다 ㅋ



손민석

정혜윤 ㅎㅎ 감상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중

저는 그저 크레딧 올라갈때 반란군들 한자리씩 해먹은거에 열받아 했을 뿐인데ㅋㅋㅜㅜ


손민석

이호중 가슴이 뜨거우시군요ㅎㅎ 생각만큼 그렇게 열받게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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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손민석 저는 말씀하신 진압군 측 하남자들땜에 열받더라구요ㅋㅋ잘 모르겠어요. 저희 어머니가 광주 출신이라 직접적인 피해 증언을 들어서 그런지 땅크보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증오스럽더라구요.






18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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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이호중 그런 맥락이.. 충분히 그러실만하죠. 생각보다 전두환이 얄밉게 그려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ㅎㅎ



18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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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Jin Lee

다른 배역들도 이름이 다른 경우가 꽤 있습니다 ㅎㅎ









손민석

이호진 걔네들도 정우성이 말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설정한거래요?ㅎㅎ

손민석

이호진 위에서 '전부다'라 한 부분은 '주요한'으로 바꿨습니다ㅎㅎ



Ho Jin Lee

손민석 그건 감독만 알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정동준

CGV 댓글들보니까 전두광 싫어하는 이태신 욕하는 댓글도 있고 기분이 나쁘다고 화내는 댓글도 있고 전두광 욕하는 댓글도 있고



Edited


손민석

정동준 그렇군요ㅎㅎ



17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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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Jeong-Woo

김성수는 예전부터 남자들끼리 혹은 혼자서 헐벗고 있는 연출 좋아하는거 같습니다
너무 야마여서 역설적으로 감독 스스로가 하남자임을 자인하는게 아닌가 싶은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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