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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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을 잘 몰라서 뭐라고 말을 확실하게 못하겠지만 단군신화에 대한 종교학적 연구들을 보면 그냥 뭐라고 해야 되지? 딱 받아들이기가 힘든 얘기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종의 '썰풀기'의 장이 되어버려서 어쩔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가령 이제 예전에 배웠던 것 중에 하나가
한국인의 신(神) 개념은 서구적 신 관념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그것과도 엄청나게 다르다. 다른 사회의 신 관념은 서구처럼 다신교에서 최고신, 최고신에서 유일신으로 나아가거나 중국처럼 다신교에서 최고신으로 갔다가 내재신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는데
한국인의 신 관념은 인격신이면서 조상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런 얘기를 막 하는데.. 그냥 이 얘기만 들으면 아직 인격신의 단계에서 추상화가 되지 않은 후진성의 증거로밖에 안 느껴진다. 민족신 단계에서 못 벗어났다는 느낌인데.. 그냥 고대 사회라는 얘기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후려치는 것 같은데, 이걸 갖고 한국인의 정체성 얘기하고 막 그러니까.. 갈수록 이쪽 분야는 점점 안 읽게 되는 게 너무.. 뭐랄까.. 신화 연구하다가 신화가 된 기분이랄까..
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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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국이념이라 불리는 홍익인간은 내가 보기에는 그냥 불교적 세계관의 반영물이지, 이걸로 너무 큰 얘기를 끄집어내려고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애초에 홍익인간을 건국 이념으로 세우고 교육시킨 것 자체가 근대적인 관념의 산물이었다. 대표적인 게 홍익인간의 '인간'을 말 그대로 "인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불교적 의미의 인세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단군학회에서 관련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정영훈이라는 분이 계신데 이분의 홍익인간 개념에 대한 연구는 참고할만한 게 없잖아 있지만, 이분은 도대체가 끝이라는 걸 모르신다. 나중에 홍익인간 개념 갖고 홍익경제론, 막 이러는 걸 보고 좀 황당해서 더 이상 참고하지 않게 된.. 이걸 너무 막, 여기에 무슨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고 그렇게 얘기하려고 하면 좀 곤란하지 않나 한다. 일연이 주요하게 참고했다는 문헌들까지로 거슬러 가도 최소 10세기 즈음의 문헌들이고 그 시대적 상황, 고려시대가 어느정도 진행된 흐름들이 반영되어 있는 용어다. 홍익인간 용어 자체가 홍익중생 등과 내용도 겹쳐서 아마도 부처의 하위버전 정도로 단군을 위치시켜놓은 게 아닐까. 그정도 얘기면 충분하다고 본다. 어차피 이 용어는 고려 이후에는 거의 조명도 안되다가 식민지기에 안재홍, 최남선 등에 의해 '발굴'된 개념에 가까운데 이걸 갖고 '한국인의 정체성' 같은 큰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조금.. 나도 이게 엥겔스의 <자연의 변증법> 같은 큰 걸 무언가를 막 체계적으로 재구성해서 새롭게 논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개념으로 세상 전체를 설명하려고 하다보면 과학으로서의 철학과 사짜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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