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4

박정미 - 진짜 인천과 만나는 법

(2) 박정미 - 진짜 인천과 만나는 법 아침부터 서둘러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한 시간여를 흔들흔들. 전철안에서 우연히... | Facebook

박정미 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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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천과 만나는 법

아침부터 서둘러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한 시간여를 흔들흔들. 전철안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형님과 함께 인천역에 도착했다. 개찰구에 나가보니 큰형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키가 커서 높이 걸쳐진 모자에 'welcome'이라는 종이팻말을 귀엽게 써붙이고. 
1] 인천역광장을 나오는데 바로 옆에 2] <월미바다열차> 안내판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타자고 졸랐다. 원래 큰 형님이 빼곡하게 관광계획을 
잡아놓으셨는데도 코스에 없는 이걸  타고 싶었다. 예상 외의 돌발변수, 그런데 이것이 초대박을 쳤다.
그저 월미도주변의 바다나 둘러볼 셈으로 탑승했는데 그건 코끼리 옆구리에 붙은 껌이었다. 대한민국 수출입현황과 인천항을 둘러싼 역사사회경제 동향을 직접 두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처 차이나타운을 비롯한 조계지의 역사가 한 눈에 잡히고, 인천내항의 수입수출 물동량의 이동경로가 발밑에 펼쳐지고, 3] 이민사박물관 위를 달릴 때는 사탕수수 노동자 비자발급을 처음 받아 인천항에서 하와이로 떠난 첫이민 이야기(당시 설탕1킬로가 소한마리값이었다고)에, 멀리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된 갑문의 움직임이 보이고, 큰 배의 출입을 가능하게 한 인천대교 건축법과 아직 개통전인 제3연육교의 이름을 둘러싼 영종도와 청라 주민간의 실갱이가 실감나게 전달되었다.

동승한 문화해설사님이 어찌나 해설을 알차고 재미지게 해주시는지 인천의 심장부를 타고 들어갔다 온듯 했다.
열차를 탄 사람이 별로 없어 마치 전용 가이드처럼 해설서비스를 받았는데 이렇게 한가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오후에도 탑승할 수 없다고.

월미바다열차에서 내린 후에는 바로 앞의 4] 차이나타운에 가서 밥을 먹었다. 우리 70대60대50대 젊은이들은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옹진군 출신 아짐아재가 하는 밥집에 갔다. 그래도 짜장면이 처음 태어난 공화춘옛자리(지금은 짜장박물관)도 가보고,  테이크아웃 해온 커피를 마시며 5] 한중문화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차이나타운을넘어 6] 옛 일본 조차지를 거닐었다.신기했다. 좁은 계단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개항기 중국마을에서 일본마을로 건너온듯 했다. 건축양식도 거리의 느낌도 옛중국과 일본의 정취를 살렸다.
그 다음에는 7] 옛 인천시장관사(지금은 인천시민愛집)에 들러 그 시절 위세등등했던 인천시장이 되어서 제물포항을 굽어보기도 하고, 바로 옆 제물포구락부에 들러 미국영국등 양코배기 친구들과 중국일본 동아시아친구들과 어울려 위스키를 나누며 담소를 즐겼다.
그리고 계단을 조금 더 올라서 마지막 코스로 8] 자유공원의 맥아더동상 아래에 서서 미국과 우리의 운명을생각하기도 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우리민족의 운명을 바꾸어준 맥아더의 미국과 2025년 9월 대미관세문제로 철강제품을 적입하지 못하고 인천부두에 쌓아놓게 만든 트럼프의 미국을.
인천은 나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고시낭인을 그만두고 회사생활을 했을 때 첫 발령지가 인천이었다. 오늘 같이 한 형님들도 그때 취재원으로 만난 인연이 이십삼사년여동안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 인천을 봤을 때부터 나는 인천을 사랑하게 되었다. 너무나 거칠고 조야하지만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유서깊은 이 항구도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2년여 동안 기자로서 인천땅과 사람을 헤집고 다녔지만 오늘 본 것을 미처 보지는 못했다. 월미바다열차는 인천의 오늘과 내일을, 개항기 조차지 문화유적은 인천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사랑하지만 알듯말듯 닿을 수 없었던 인천의 자부심과 속내와 꿈을 손에 쥔 듯한 멋진 하루였다.
큰형님과 작은형님께 거듭 고마운 마음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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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역광장
2] <월미바다열차>
3] 이민사박물관
4] 차이나타운/짜장박물관
5] 한중문화공원
6] 옛 일본 조차지
7] 옛 인천시장관사(지금은 인천시민愛집
8] 자유공원의 맥아더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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