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와 '출판공로상'에 관하여]
출협의 '취소' 결정과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저자 박유하 교수와 함께 출판사 대표인 저도 '취소'를 요청했기에, 결정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까지 논란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1. <제국의 위안부> 형사/민사재판과 '판매금지 등 가처분'소송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는 없었다는 판결들, 그리고 7월 16일의 '가처분 취소' 결정으로 11년 1개월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제2판, 34곳 삭제판'이 아니라 <제국의 위안부> '원본 복원판'을 내면, 이 사안은 '법정에서 광장/공론장으로' 돌아갑니다. 아시다시피, <제국의 위안부>를 비판하는 책들이 몇 권 나와 있고, 박유하 교수도 법정에 서는 한편으로 네 권의 반론서를 더 펴냈습니다.
2. 저는 이 책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책이 아니기에, '팩트는 확인하고, 해석과 주장은 토론/논쟁으로' 풀어야 한다고, 그래서 책을 삭제하는 일은 공론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없어야 한다고, 그것이 건강한 공론장의 기초가 되는 '출판의 본령'이라고 말씀드려왔습니다.
3. 출협이 '오랜 시간 법정 투쟁을 벌이면서 학문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지키려고 애썼다'는 취지에서 '출판공로상'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출판의 자유', 그러니까 제게는 '책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그 선정의 이유로 들어주셨기에,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미욱하나마 한 사람의 출판인으로서, 11년 동안의 수많은 곡절을 떠올렸고요.
4. 하지만 '논란'이 커졌고, 이대로 가다가는 출협, 그리고 출판인들의 잔치여야 할 '책의날' 행사, 그리고 '특별(공로)상'이 아닌 본상을 수상하실 수상자 여러분들에게 큰 폐를 끼치게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자 박유하 교수의 뜻과 제 뜻을 함께 모아 '수상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5. 수상 자격과 수상의 의미 등에 대한 여러 비판, 경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덜 미욱한 사람이 되도록, 조금은 더 깊이 궁구하겠습니다.
<제국의 위안부>의 내용과 주장에 대한 판단은 제가 내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출판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출판사 대표로서 최소한의 말씀만 드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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