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ik Kim
23m ·
칭화의 왕후이 선생과 베이따의 다이진화 선생은 중국 지성계를 대표하는 스타지식인들이다. '대만의 루쉰'이라 불리는 천잉전陳映真작가 전집이 대륙에서 출간되면서, 이를 기념하여 이들이 최근 베이징에서 대담을 나눴다.
나는 "민주화 운동으로 국민당 정권에서 옥고까지 치룬 대만의 대표적 좌파작가이자, 대만에서 출생했지만 ‘대만독립'보다는 ‘중국인’이라는 자의식이 강해서 민진당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고,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도 긍정과 부정적 요소가 함께 존재한다고 봤고, 대만 사회의 근대성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와 한국어까지 익혀가며 한국, 일본, 대륙의 지식인들과 아시아의 근대성을 논했으며, 대만에 정착한 베트남 참전 경험이 있는 흑인 병사의 심리를 묘사하는 작품과 같이 세계와 연결된 대만의 관계나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생활을 하다가, 결국 2016년 베이징에서 생을 마감한,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 천잉전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적이 없다. 사실 그의 이름을 이 대담록을 보면서, 처음 들었다.
하지만, 이 대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우선 왕후이 선생이 회고하듯, 그가 천잉전 작가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의 '창작과 비평’네트워크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천작가는 대만의 근대성을 탐구하기 위해, 한국의 사회구성체논쟁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했고, 이 때문에 한국어를 따로 공부했다고 한다. 마침, 90년대초에 중국 사회의 근대성에 대한 글을 대륙에서 출간할 수 없어, 한국의 창작과 비평에 먼저 글을 실었던 왕후이 선생의 글을 그가 읽고 한국인 신정호씨를 통해, 따로 연락을 취해서 만나게 됐다고 한다. 또, 두번째 만남은 일본의 루쉰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가 함께 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왕후이 선생은, 중국과 대만의 근대성을 논하는 가운데, 한일 혹은 다른 나라의 중국 연구자들이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인정한다.
다이진화 선생은 천잉전의 문제의식을 관통하던 중국의 제3세계성이 탈각한, 현재, 중국인은 누구인가 자조적으로 되묻는다. “제3세계 국가들을 포함한 전세계를 누비며,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정치경제 패권국가의 타락한 중산층 소비자들 ?"
짐작컨데 지금과 같은 시절에는, 중국 대륙 바깥에서 (심지어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조치를 지지했다는) 천잉전이라는 작가를 논하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는 상황일듯하다. 특히 대만 친구들의 심기를 거스르게 될듯.
왕후이 선생과 다이진화 선생도, 이 대담에서, 대만독립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좌파였던 천잉전 작가의 여러가지 진보적 입장들이 그의 ‘통일주의’ 때문에, 대만 작가들에게 ‘일찌감치 한물간 꼰대’로 여겨지던 것이 안타깝다는 듯. 천잉전 작가가 '애국주의적 친중파'로 보였을 수 있지만, 오히려 대륙의 부조리에 대해서 여전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고, 특히, 80~90년대, 환경문제나 생태주의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뿐더러, 중국을 글로벌 생산체계에 끌어들이는 세계화의 이념인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조차 박약했던 대륙의 작가들에게 그는 일침을 놓곤 했다고 한다.
사족으로 대담에서 다이선생이 언급하듯이, 중국은 올해 장아이링 추모열기가 대단한데, 장아이링은 ‘색계’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이다. 상하이 출신이고, 홍콩대학에 재학했으며, 대만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미국에서 고독사했다. 그는 상당기간 대륙에서 잊혀진 존재였는데, 80년대 이후 복권되면서, 그를 루쉰의 반열에 놓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쟁과 냉전 상황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중국 출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여하튼, 그는 대륙을 떠나면서 대만문학사의 일부로 남게 됐다.
이렇게 장아이링에 대한 주목이나 천잉전 작가의 전집출간을 포함해서, 따로 논의되던 대만문학사를 중국문학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민간차원의, 일련의 시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예자잉이라는 유명한 중국 고전문학연구가이자, 시인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베이징 출신이자 캐나다 국적자인, 그 역시 20년 가까이 대만에서 생활하고 활동했던 시절의 내용이 소개된다. 대륙과 대만의 문화적 혈연성이 짙게 느껴지는 대목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의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나는 판단이 되는데, 그렇다면, 이것도 ‘애국주의’로 봐야할지는 모르겠다. 말하자면, 북조선과 남한의 문화적 혈연을 강조하는 한국의 지식인들을 어떻게 볼것인가와도 일맥상통하는 질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과 북조선이 통일될 필요 없이, 일종의 연방체제나 더 느슨한 평화병립체제로, 오랜 기간 (혹은 조건이 안된다면 영구히) 남아도 좋다고 보는 편이다. 하지만,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분들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대륙과 대만의 생각은 양쪽 입장 모두 일리가 있으니, 어느 한쪽이 옳다고 일방적으로 편들고 싶지는 않고, 그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화중심주의나 한족중심주의는 피하길 원하지만, 그들의 존재감이 위협적일만큼 크다는 이유 때문에, 중화주체나 한족주체의 정체성에 대해서까지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계속 주지시켜 줄 필요는 있겠다. 그래서, 복단대학의 거자오광 교수가 "중국에서 출발하는 지역사/ 세계사”를 정리하면서, 한족 주체와 주변국, 중화 주체와 주변국/민족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한국이 주체가 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의 그것이 훨씬 복잡할 뿐이다.
“世界可以改变”的愿景破灭了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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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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