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 발언 논란 곽순근 교수 인터뷰
"앞뒤 무시한 수업중 표현 하나로 마녀사냥"
박민선기자
입력 2003.06.11
곽순근 교수“교재를 구입할 돈이 모자라면 여자애들은 몸 팔면 된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교수 성폭력 토론회’에서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 사례로 법대모 교수의 수업 중 발언을 들었다. 내용은 “교재를 구입할 돈이 모자라면 남자애들은 막노동판에 나가면 되고, 여자애들은 몸을 팔면 된다”는 것이다. 총여학생회는 이 토론회에서 교수들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의 법대 강사가 지난달 24일 한 일간지에 ‘누가 여성해방의 걸림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자신의 발언이 성폭력적 언어가 아님을 강변하고 나섰다. 법학과에서 헌법을 강의하는 곽순근(42)씨는 기고문에서 “자본을 통해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성의 노동은 모두 매춘으로 평가된다. 나는 그 점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 ‘몸 팔아…’ 발언은 어떤 취지에서 나온 것인가.
“그 말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던진 것이다. 헌법학이 자본주의를 다루니까 자연스럽게 계급론을 다루게 된 것이다. 화두(話頭)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지 그렇게 결론내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남성은 노동으로 평가되는 데 반해, 여성은 매춘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은 자본론의 출발점이다. 수업을 들은 학생이라면 ‘몸을 팔아라’라는 뜻이 아닌 건 다 알 것이다.”
- 문제가 된 헌법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지난해 이 강의는 교수 강의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은 ‘검증된’ 강의다. 현재 정원 180명이 훨씬 넘는 학생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 정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낀다는 반응들이다. 연세대 법대 게시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이 메일을 보내 ‘여성 비하 발언이 아니냐’고 항의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이 이번에 문제 제기를 한 것 같다.”
- 그렇다고 해도 교수로서 표현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수업의 효과 문제가 아니겠는가. 빙빙 돌려 얘기하는 것과 본질을 논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수업 내용을 가지고 학생들이 평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우선 ‘여성비하’로 낙인 찍고 ‘마녀 재판’을 하는 법이 있는가. 문제 제기를 하려 했다면 나한테 먼저 했어야 한다. 나는 작년, 재작년에도 똑같은 발언을 했고 학생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 연세대 강의를 그만두게 되었다는데.
“다음 학기부터 내 강의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학생들이 판단한다면 그만두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내 수업이었으므로, 내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이 강의를 계속할 것이다.”
-강의를 계속하게 되면 또 이런 발언을 하겠는가.
“그야, 학생들이 (이 강의에 대해) ‘적절하다’고 결론 내려준 것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지. 같은 내용의 수업을 하게 되면 (그 발언을) 또 할 것이다.”
- 왜 공개적으로 글을 기고했나.
“1981년 연세대에 입학한 이후 학생회를 지지했던 사람이다. 1995년부터 모교에서 강의해 왔고 이번 강의도 학교 요청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 싸이버대학교 전임교수이다.) 학문적 자존심과 학교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글을 기고했다. 만약 의과대 수업 시간에서 사용한 여성의 나체 사진만 들고 나와 이를 두고 ‘포르노 강의’가 아니냐고 한다면 말이 되는가. 강의의 문맥을 알지 못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가.”
- 기고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반론의 대부분은 수업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성의 노동력이 매춘으로 평가되는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반론을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가 ‘몸을 팔아야 한다’라고 결론 내린 듯 믿고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의 반론과 내 의견은 결론은 같다. 여성이 ‘인습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9일 현재 연세대 법대 게시판에는 200여건이 넘는 곽순근 강사의 발언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다. ‘…’라는 학생은 “그 말의 의미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부는 해라’는 말을 극단적인 상황을 비유로 들어 말한 것에 불과하다고 이해한다”면서 “문제는 선생님의 표현이 너무 거칠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고학번’이라는 학생은 “강의 중에 자신의 학문적 견해를 표방하는 것은 자유이나, 표현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해서 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수강생’이란 학생은 “곽순근 선생님 수업은 대학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번도 안자고 거의 전출(全出)한 과목”이라며 “수업 들어본 사람만이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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