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개발의 전략적 의도와 비핵화의 방도 북한경제
2016.04.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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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개발의 전략적 의도와 비핵화의 방도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유승경
I. 들어가며
박근혜 정부는 북한 정권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을 기화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초강경조치를 취했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를 결의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뒤이어 한미연합군의 키 리졸브 훈련을 통해 군사적으로도 북한을 압박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파멸을 자초할 뿐»이라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조건 없이 나올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으며 평양이 이에 응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스스로 종말을 자초»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북제재가 한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평가가 가능하다. 그 중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대해 항거 불능의 경제적 징벌을 가할 수있는가라는 제재의 효력에 대한 평가가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가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물샐 틈 없이 이뤄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북한 경제가 대외적인 고립상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평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한국 정부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선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에서 ‘북한을 물샐 틈 없이봉쇄한다’는 한국 정부의 의도가 관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과거와 달리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제재 조치는 민생 경제와 관련된 것은 금수조치나 화물 검색에서 예외로 삼는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대외 거래의 상당부분을 비공식적인 밀무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경제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번째로 북한 경제의 대외적인 제재에 대한 내구력 면에서도 이번제재가 북한 정권의 전략적 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지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한국 전쟁 이후 대외적 고립을 전제로 극한의 조건에서도 견디어 낼 수 있는 최소 생존의 체제로서 경제체제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호의 « 북한 체제의 이론과 실제 » 참조)
이 글에서는 북한이 핵 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전략적 의도가 무엇인가와 관련하여 대북 경제 제재의 효과를 검토하고자 한다. 또한 북한이 핵 무장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며, 현재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가능할 것이다.
II. 북한 핵개발의 전략적 의도
(1) 북한 체제의 성격
북한 정권은 주체사상에 기초한 ‘사회주의’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 체제의 속성은 지배이데올로기의 내용과 반드시 직결되지않는다.
현실에 존재했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국가들은 대부분 제국주의의침략을 경험한 후발 산업국에서 등장했으며, 그 경제 사회 체제는 맑스주의의 이론에 근거해서 조직된 사회라기보다는 주권 수호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 평화 시의 전쟁동원체제였다.
시장사회주의 이론가인 오스카 랑게는 현실 사회주의 경제를 ‘모든자원을 하나의 유일한 목적을 위해 집중하는 체제, 중요하지 않은 부분으로의 자원의 유출을 피하기 위한 자원의 집중적 배분체제, 정치적 판단에 따른 우선 순위에 따라 행정적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체제,정치적 자극과 애국심에 호소를 통해 노동을 독려하는 전쟁체제’라고규정했다.
동아시아의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베트남, 북한 등은 세계대전 중이나 그 이전부터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그리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이 대중적으로 강한민족주의를 생성시켰고 전후에는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족주의로 발전했다. 전후에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사회주의 체제는 미국의제국주의적 침략에 대비한 전쟁경제의 형태를 취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체제는 한국 전쟁의 철저한 패배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주요 도시와 산업 시설의 광범위한 파괴, 170~180만에 이르는 대량 인명손실 등은 북한 지도부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이로 인해 북한 지도부는 엄청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그 결과 그들의 마음에는 소위 심리적 자폐증후군이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이 구축한 북한 경제체제는적극적인 발전전략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소극적생존전략이 고착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 북한 핵 개발 전략의 의도
북한은 1990년대 초 구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 이후 대외경제관계가급격히 단절됨에 따라 경제규모가 크게 위축되고 급기야 수십만이 아사하는 ‘고난의 행군’기를 거쳐야 했다. 그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제 발전에 전념하기보다는 출혈적 지출이 요구되는 핵무기 개발에 매진해왔고 대외적으로 크게 위협이 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이 한반도 전체를 적화하려는 목적에서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무력을 통해서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려 했던 시기가 있었다. 1960년대말 북한은 남쪽으로 무장력을 내려 보내 한국 정부의 지도자를 시해하거나 게릴라전의 근거지를 구축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모국이라 할 수 있는 소련이 이미 붕괴하였으며중국은 개혁/개방으로 서방 세계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세계 정치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냉전 시기와 같이 무력에 의한 통일을 실질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북한의 빈약한 경제력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두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설사 그러한 판단을하더라도 그 구상을 실현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상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체제가 위협 받고 있다는 그들의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즉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경계하면서 체제 존립을 위해서는 핵 보유가 불가피하다고 확고한 신념을갖고 있다.
북한 스스로도 핵 보유는 ‘생존권을 위한’ 것이라며 이 점을 감추지않는다. 2012년에 사망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 미국은 우리를선제 공격하기 위한 방법이 책상 위에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 핵을 갖게 된 것이다 »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완고한 태도는 미국 대외정책에 의해 오히려 강화된 측면이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저지’라는 거짓 명분을 가지고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북한이 이라크 전으로부터끌어낸 교훈은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핵 보유는 북한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핵 폐기를 요구하며 강한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체제의 안전 보장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핵 무장의 해제는 체제의 종말을 재촉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김정일이 ‘우리는이라크 같이 무조건 무장해제하자고 하는 것이면 받아 들일 수 없다. 그냥 맨손으로 가만히 있다가는 결국 이라크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고 강조하면서도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핵은 쓸모 없는 물건이다’라고 자인한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지도부가 갖고 있는 이러한 대외적 인식에 비춰볼 때 아무리 강한 제재라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해 내기는 극히 힘든 일일것으로 여겨진다.
III. 결론: 북한 비핵화와 평화 협정으로의 길
박근혜 대통령은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로 북한을 압박한다는 입장인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미국의 입장이나 UN 결의는 북한을 비핵화를위한 대화로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북한이 비핵화 논의의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 평화협정을통해 한반도의 미해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북핵 문제 해결을 제재 외의 다른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의사의표시이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볼 때 중국, 미국 등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면 한국 정부는 스스로의 명분에 묶여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거나 아예 배제될 가능성도없지 않다.
북핵은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한반도 냉전구도의 산물이다. 따라서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시기의 대립 구도를 재편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선차적인 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관련국의 보장이며 그 요체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나아가 북미 수교가 될 것이다. 북한의비핵화는 이러한 과정과 병행시킬 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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