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4

알라딘: 지니의 퍼즐 원제 ジニのパズル

지니의 퍼즐 책표지
알라딘: 지니의 퍼즐




지니의 퍼즐  최실 (지은이), 정수윤 (옮긴이) 은행나무 2018-08-17
정가  12,000원



8.2
100자평 1편
리뷰 10편
세일즈포인트 193

원제 ジニのパズル양장본
196쪽

책소개
군조 신인문학상(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수상), 오다사쿠노스케상(미우라 시온, 니시 가나코 등 수상), 예술선장 신인상 등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동시 수상하고 아쿠타가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재일 한인 3세 소설가 최실의 첫 장편소설.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녔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픽션"으로, 경쾌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더해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발전시켰다.

고독감 속에서 세상과 투쟁하는 사춘기 소녀의 좌절과 절망, 분출하는 에너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는 평가 속에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직후 2만 5천 부의 중쇄를 찍는 등 신인 작가의 순수 문학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낳았다.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위원 다카무라 가오루는 작가를 "언어 표현의 재능과 의지, 행운, 이 세 가지가 모인,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평했으며, 작가 나카지마 교코는 작품에 대해 "틀림없는 걸작"이라고 단언했다.



목차


지니의 퍼즐 ·7
작품해설/문경수(리츠메이칸대학 교수) ·178
옮긴이의 글·190



책속에서

첫문장
거기, 없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P.47~48
언젠가 누군가 말했다. 잘 웃는 사람은 상처가 많다고. 진심으로 상냥한 사람은 정말로 상처가 깊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상처 입은 인간이 자기가 받은 이상으로 큰 상처를 수많은 사람에게 주고 살아왔다면, 과연 그 사람을 상냥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 상처를 핑계로, 정작 제일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속이고, 기만하고, 내쫓고,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으로―엉금엉금 기어 나올 수밖에 없는 깊은 수렁으로 밀어뜨리는 인간. 그게 나다. 이것은, 그런 나의 이야기다.

P.79
역사 선생은 죄인 보듯 나를 봤다. 내 자리를 지날 때나 계단에서 지나칠 때마다 곁눈으로 흘끗, 증오마저 느껴지는 시선으로 나를 봤다. “나 같은 조선인이 다니는 학교야”라는 말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 했다.

P.161
아이들을 협박하는 일본인이나, 아이들이 희생돼도 변함없는 학교 인간들이나, 간단히 사람 목숨을 빼앗는 빌어먹을 김씨 독재자나, 전부 다 같이 엿이나 먹어라. (…) 난 결단코 외면하지 않을래. 모두를 다 적으로 돌린다 해도 외면하지 않을 거야.

P.162
학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 안에 모순이 느껴져요. 조선학교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다니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였을까. 의문을 품은 인간은 묵묵히 떠날 수밖에 없는 걸까.

P.164
우리의 시는 끝없이 늘어나리라. 그 어떤 변화가 찾아온다 해도, 우리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으리라. 두려워 마라. 이 세상은 교과서보다 예술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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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둥둥양
조선학교 학생 여러분.
‘역사‘를 옛날이야기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지금의 역사는 우리들이 쓰고 있다. 오래전 재일조선.
인 · 한국인은 분명피해자였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피해자이기만 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북조선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어른들은 ‘그것이 인공위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우리에게 같은 결과를 가져왔으리라. 어느 쪽이든 우리는 교내 수돗물에독을 탔다는 협박을 받고 뱉는 침을 감수해야 했으리라.
정말로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면, 평화를 위해 싸우길 두려워하는 민족이 돼선 안 된다. 그건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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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최실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지니의 퍼즐> … 총 4종 (모두보기)
1985년생. 재일교포 3세로 도쿄에 거주한다. 《지니의 퍼즐》로 제59회 군조 신인문학상,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제67회 예술선장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옮긴이: 정수윤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파도의 아이들>,<날마다 고독한 날>,<모기소녀> … 총 84종 (모두보기)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연구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가로 활동하며 나쓰메 소세키, 미야자와 겐지,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다와다 요코에 이르기까지 일본문학 걸작들을 옮겨 널리 사랑받았다. 동화 『모기 소녀』,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을 펴냈다. 『파도의 아이들』은 첫 장편소설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후 일본의 젊은 작가가 쓰지 못한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청춘소설”
_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평에서

“재일조선인 3세의 실존을 이야기하면서도
개인과 세상 사이에 풀기 힘든 불화를 탁월한 기량으로 그린 걸작”
_문경수(리츠메이칸대학 교수)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
_〈아사히신문〉

일본의 권위 있는 3대 문학상을 휩쓴
재일 한인 3세 소설가의 괴물 같은 데뷔작

군조 신인문학상(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수상), 오다사쿠노스케상(미우라 시온, 니시 가나코 등 수상), 예술선장 신인상 등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동시 수상하고 아쿠타가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재일 한인 3세 소설가 최실의 첫 장편소설 《지니의 퍼즐》이 출간됐다.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녔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픽션”으로, 경쾌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더해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발전시켰다. 고독감 속에서 세상과 투쟁하는 사춘기 소녀의 좌절과 절망, 분출하는 에너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는 평가 속에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직후 2만 5천 부의 중쇄를 찍는 등 신인 작가의 순수 문학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낳았다.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위원 다카무라 가오루는 작가를 “언어 표현의 재능과 의지, 행운, 이 세 가지가 모인,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평했으며, 작가 나카지마 교코는 작품에 대해 “틀림없는 걸작”이라고 단언했다.

소설은 재일 한인 소녀 박지니가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으려는 분투와 갈등을 그린다. 지니가 일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학교(북한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는 조총련 산하 민족학교) 중등부에 입학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탄도탄)을 발사한다. 이 무렵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학생들 1만 5천 명이 조선학교에 다녔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교실 정면에 걸려 있었다. 작가는 “실제로 조선학교에 다닐 때 초상화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며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긴장한 채 학교를 다녔고 폭행당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일본 사회에 만연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피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에게 얘기하는 마음으로 썼고, 그때의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 것이 서툰 아이들,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늘이 무너진 그때, 나는 하늘을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차별과 폭력, 잔혹한 세계에 직면한 십대 소녀의 절망과 분투

미국 오리건주 고등학교를 다니는 지니는 울고불고 소리쳐도 투명한 존재로 무시받는 같은 반 친구 존을 보고 ‘학교(세상)는 잔혹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홈스테이 주인이자 저명한 그림책 작가 스테퍼니는 청각 장애를 가진 친구 매기와 함께 유일하게 지니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인물. 스테퍼니는 “당장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지니에게 “그때는 하늘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이 대화 끝에 무너지는 하늘을 받아들이지 못한, “인생의 톱니바퀴가 미쳐 돌아간 5년 전의 일”이 풀려 나온다.
일본 초등학교 6학년 식민지 시대 한반도 역사를 배운 날, 지니는 같은 반 친구에게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마! 바보 아냐? 조센진”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후 친한 친구들로부터도 서서히 따돌림을 당하다 조선학교 중등부에 입학한다. 조선말이 서툴고 외골수에 개성이 강한 지니는 단체 행동이 많고 일본어를 못 쓰게 하는 조선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 교실 정면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이상하고도 기분 나쁜 감정을 느낀다.

나는 초상화를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우익 자동차 앞에서 자, 뭐가 틀렸을까요? 틀린 걸 찾아보세요, 라고 했던 것처럼 초상화가 내게 뭔가 속삭이게 됐다. “이 풍경 속에는 틀린 것이 있지, 그게 뭔지 너희가 아느냐.” 김씨 부자가 그렇게 물었다. 81쪽

소설 중간중간에 이야기의 문맥에서 벗어나 ‘북조선에서 온 편지’가 끼어든다. 북한으로 간 외할아버지는 지니의 엄마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북한은) 아주 살기 좋은 나라”라고 쓰지만 두 번째 편지에는 “잊어다오. 이제 편지는 기다리지 마”라며 그곳에서의 삶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암시한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이복 이모가 보내온 편지에 외할아버지가 병원도 못 가보고 사망한 사연이 적혀 있어 ‘초상화의 나라’가 지닌 비참함이 드러난다. 한편 북한에 거액을 지불하고서야 수용소에 갇힌 가족이 일본으로 송환된다는 사실을 들은 지니는 ‘북조선에선 인간의 생명을 돈과 맞바꿀 수 있다…… 잘못됐다! (…) 교실에 있는 초상화는 잘못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어차피 국경 같은 거 누군가의 낙서잖아. 왜 그따위 낙서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해”
고독한 혁명, 부조리한 학교와 사회, 국가에 홀로 맞서다

여름방학 마지막 날, 북한이 일본 해상을 향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교복인 치마저고리 대신 체육복을 입고 통학하라는 학교의 연락을 받지 못한 지니는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만원 전철에 오른다. 제때 전철에서 내리지 못해 학교로 가지 못하고 우연히 들른 쇼핑센터 지하에서, 자신들이 경찰이라는 세 중년 남성으로부터 “조센진은 더러운 생물”이라는 말과 함께 모욕적인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다.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지니는 등교를 거부하다 한참 시일이 지난 후 “나는 혁명가의 알”이라는 선언과 함께 학교로 향한다.

혁명―그 말을 머릿속에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온몸이 불타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펄펄 끓어오르는 마그마처럼 분화 직전의 기분이다. 나는 희열을 느꼈다. 135쪽

지니는 김씨 정권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선언문을 교내에 뿌리고 “북조선은― 김씨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살인자의 학생들이 아니다. 초상화는 지금 이 순간부로 배제한다. 북조선 국기를 탈환하라”고 외친 후 김씨 부자의 초상화를 끌어내려 교실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린다.

지니의 고독한 혁명은 지니가 ‘어떤 공간’(정신병동)에 수용되고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에도, 한국에도,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다. 하와이로, 미국 오리건주로 도망쳐 왔지만 역시 외톨이일 뿐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의 끝과도 같은 곳(미국 오리건주)에서 지니를 말없이 돌봐주던 홈스테이 주인 스테퍼니는 ‘도망칠 구멍 없는 과거가 들러붙어 있다’는 지니를 보듬어 휴식 없이 길었던 여행을 끝내도록 돕는다.

“우리의 시는 끝없이 늘어나리라. 두려워 마라. 이 세상은 교과서보다 예술로 가득하다”
세계의 구원을 위한 투쟁과 혁명의 기록으로서의 문학

지니와 같은 재일 한인 3세에게 이 세계는 부조리만이 횡행하는 곳이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들을 협박하고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누군가가 희생돼도 변함없이 교조적인 학교와 국가와 조직…… 그러나 지니는 이 세계를 결단코 외면하지 않겠다고,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위는 어둠에 잠기고, 이 비참한 생은 희미한 소리도 없이 끝나리라고 생각한 와중에도, 노래하기를, 춤추기를, 환하게 웃기를 잊지 않았던 (…)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 음악이 멎는 일은 없으리라. 우리의 시는 끝없이 늘어나리라. (…) 두려워 마라. 이 세상은 교과서보다 예술로 가득하다. 164쪽

소설은 ‘시간의 조각’이라는 짧은 장에서 이 세계의 구원을 ‘우리의 시(詩)’에서 찾는다. 문학을 읽고 쓰고 만드는 일은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는 두려움 없는 행위일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를 위한 작은 투쟁이자 혁명의 기록”(‘옮긴이의 말’)인 이 작품은 ‘혁명의 알’이자,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맑은 마음이 빚어낸 한 편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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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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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은 다양하지만 재일교포는 특수함이 있다. 더구나 3세라면. 북과 남과 일본 사이에서 겪어야 할 그 혼란을 어떻게 짐작할까. 오해 없이 사실 그대로 배울 수 있는 역사가 있을까? 지니에게 주어졌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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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moon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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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 아쿠타가와 상 최종 후보 다섯 작품에 올랐던 작품이다. (수상작은 《편의점 인간》이었다.) 그때 못 읽고 넘어간 책을 번역본으로 읽게 됐다. 저자인 최실 작가는 1985년생 재일교포 3세이다. 조선학교와 미국 유학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

초반부의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에서의 외톨이 학교 생활, 홈스테이 호스트인 스테퍼니와의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의 경계 지역의 여행, 선문답 같은 스테퍼니와의 대화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궁금해졌다.

과거로부터 도망하고 도망하여 거기에까지 이르렀는데 더 이상 도망할 곳도 없는데 세상은 또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고 또 몰아간다. 동아줄 같은 스테퍼니와의 사랑과 애정, 이해를 기반으로 지니는 어둡고 긴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다.

지니는 일본학교를 다니다 중학교를 조선학교로 가게 되었다. 조선학교는 북조선 계열의 학교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 액자를 교실 앞에 걸어놓는다. 사진 액자가 해꼬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지니는 이질감과 거북한 느낌에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조선어를 말할 줄 모르고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도 없는 지니는 눈엣가시이다. 위악을 떠는 사춘기 소녀이지만 위악을 떠는 사람일수록 마음은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법이다.

그러던 어느날,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된 후 일본 내의 조선인에 대한 눈길이 싸늘하게 일변한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협을 당한다.

아무하고도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지면 앞을 주시하며 걸었다. 여긴 어디지. 어제까지만 해도 내게 위험한 장소가 아니었는데. 그랬는데 오늘 갑자기 이렇게 위험한 곳이 돼버리다니. 앞에 있는 길모퉁이가 두렵다. (98쪽)

사람의 욕구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안전'에 대한 욕구일 텐데 어떤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존재만으로도 위험해지는 상황이라니, 등골이 서늘하다. 실제로 건장한 남자 3명가 위협하며 성추행을 하고 '조센진'이라는 말로 모욕을 주고 간다. 그 수치와 모욕감에 마음이 무너지지만 지니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그녀는 혁명가이다. 작고 연약하지만 그녀는 두 발로 굳게 서서 세상에 맞선다. 그녀는 사진 액자 둘을 떼어내어 바깥으로 던져 버리고 선언을 담은 전단지를 뿌린다.

정말로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면, 평화를 위해 싸우길 두려워하는 민족이 돼선 안 된다. 그건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 어느 누가 우릴 믿어주겠는가. 일본에 사는 우리는 반항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주변에 떠밀려 사는 인간이 돼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내는 일, 행동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돼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여, 이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자! ... 초상화 하나 떼어낸다고 뭐가 달라져.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겠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초의 걸음에 불과하다. 함께 떨쳐 일어나자. 누군가의 정의가 아닌 나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137~139쪽)

그러나, 혁명의 결과는 참담하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었고, 가족은 무너졌다. 조선학교에서 친구가 되어 준 니나는 쇼크로 등교도 못 한다. 그녀는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라 북조선으로 돌아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마음으로 편지를 보낸다.

이렇게 하늘이 무너진 세상의 끝에 몰린 그녀를 홈스테이 호스트인 스테퍼니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염려하고 보듬어주고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리고 스테퍼니의 품 안에서 오열을 터뜨리며 지니는 과거와 화해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게 된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에서 1년 반을 살았으면서도 재일교포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내 자신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자이니치, 자이니치, 조센진, 조센진 하며 차별하는 말은 알고 있었고 지식적으로는 아는 면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일본어를 한참 배울 때 어학당에 한국어를 배우러 와서 언어 교환을 했던 친구, 동생들은 일본인으로 귀화한 재일교포들이었다.

상대방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나의 성향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 귀화에 이르게 된 과정, 그럼에도 차별이 있는지 등등 그땐 무식해서 혹은 무심해서 문제의식이 없었거나 껄끄러워지거나 부담 주는 게 두려워서이거나 둘 다이거나 그랬다.

작은 소녀 혁명가 지니, 다부지고 용감한 것 같지만 상처투성이의 여린 마음, 그러면서도 사춘기 소녀다운 우정과 짝사랑... 정체성의 문제와 한 인간의 성장담을 멋지게 조화시킨 책이었다. 짧아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이면 읽을 책이지만 읽고 나서는 마음이 참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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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공주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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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군조 신인문학상, 오다사쿠노스케상, 예술선장 신인상 등 참 많은 상을 받은 책이다.

원래 나는 많은 상을 받은 책은 잘 안 읽는 편이다.

이상하게 상을 많이 탔다고 하는 작품들이 나랑 잘 안맞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은 재일 한인 3세가 작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조선 학교를 다녔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픽션으로 쓴 책이라고 하니 궁금할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지니는 재일교포 3세,

지니의 할아버지는 북한으로 갔고 나머지 가족은 일본에 남게 된다.

그리고 지니는 조선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지만 그곳에서는 힘든일이 많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어린 지니가 할수 있는일은 없었다.

그저 일본인들에게 당하는 수밖에는....

어느 나라를 가도 꼭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는 화가 났다.

그저 같은 사람인데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그 차별과 무시들 속에서 어떻게 버텨왔던걸까?

책을 처음 받아들고는 얇다는 생각에 빨리 읽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보다 시간이 더 걸린것 같다.

남의 일이 아닌것 같아서 그 힘든 시간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상하게 와 닿아서...

앞으로는 좀 변했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였던것 같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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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01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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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인 3세 소설가의 작품이다. 유명한 문학상도 3개나 수상했다. 이런 대외적인 정보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조금 낯선 재일 한인 3세가 경험했던 일들이다.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면 한인 3세나 4세가 나왔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언제나 읽었던 작품들의 작가가 2세까지였던 것 때문에 이 당연한 시간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동시대에 있었고 그냥 하나의 사건 정도로 생각했던 일들이 조총련 계열 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일로 다가왔는지 보여줄 때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야 했던 재일 한인들의 또 다른 삶이 눈에 들어왔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는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비록 나 자신이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재일 한인 3세 박지니가 미국에서 경험하는 일들이나, 왜 그녀가 그곳까지 가게 되었는지 보여줄 때 한 소녀의 방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해의 폭은 깊지도 넓지도 않지만 작은 충격을 주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이것은 다른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재일 한인의 삶과 일본에 있었던 북송사업 등과 엮이면서 좀더 깊어졌다. 정치라는 거대한 행동 속에 개인의 삶은 너무나도 무력하고 한계가 분명하다.



첫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나온 존이란 존재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후 펼쳐진 이야기들에 존은 등장하지 않는다. 왜 자신을 표현하기 전까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존을 가장 먼저 내었을까? 지니를 비롯한 재일교포들의 삶을 대변하기 때문일까?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큰 충격을 주는 것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일이다. 이 사건은 전 일본을 긴장시켰다. 극우단체들의 폭력이 자행되던 시기다. 치마저고리로 대변되던 조총련계 학교 학생들이 체육복으로 등교해야 할 정도였다. 지니는 이 소식을 듣지 못해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다. 어린 소녀에게 이것은 씻을 수 없는 아픔과 공포로 기억된다.



오래전 한국도 교실에 박정희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1998년 일본 조총련계 학교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다른 학생들은 이 초상화를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지니에게는 깨트려야 할 대상이다. 독재국가이자 재인교포들에게 위험을 주는 이들은 타도의 대상이다. 자신이 만든 선언문을 뿌리고, 초상화를 교실 밖으로 내던진다. 이 행동 때문에 그녀는 일본에 거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이 벌어지기 전 북송사업 당시 떠난 외할아버지의 편지가 중간중간 나온다. 편지 내용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북한의 실상이 드러난다. 그 또한 정치 문제의 희생자였다.



미국에서도 지니는 아웃사이더다. 홈스테이 주인이자 동화작가인 스테퍼니는 이런 그녀를 품고 세상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늘이 무너질 때라는 가정에 ‘하늘을 받아들일 거야’라고 외친다. “언젠가, 누군가 날 용서해줄 날을, 무너지는 하늘을, 그것이 어떤 하늘이라 해도 허락하고 받아들일 날을. 괜찮아, 그걸로 됐어, 하고 누군가 인정해줄 날을 죽 기다려왔던 건지도 모른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지니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과 외로움과 공포 등이 가슴 속에서 흩어졌다. 정치문제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정치문제에 휘둘린 사람들이 어떤 폭력을 행사하는지 등은 현실의 삶을 잘 보여준다. 한 편으로는 그 현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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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땡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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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오리건주에 고등학교 졸업을 반년 남겨둔 지니는 재일조선인 3세이다.
그녀는 일본인들과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교는 조선학교로 진학하게된다.
일본학교에서도 그녀는 조선인이란 이방인이었고, 조선학교에서는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녀는 다시 이방인이 되었다.
겉돌며 지내던 어느날 등교길에 북학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학교의 연락을 받지못한 지니는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지하철에 오르고 차가운 시선을 피해 닿은 게임센터에서 일본인들에게 '조센진은 더러운 생물'이라는 모욕적인 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후 트라우마로 등교 거부하다 어느날 등교해서 눈에 밟히던 교실의 김일성부자 초상화를 창밖에 던지게 되는데...

재일교포에와 일본에 존재한다던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티비나 신문 인터넷 같은 매체에 들어 본적은 있었다.
다만 존재만 알고 있었을뿐 그들의 고뇌나 다른 민족사이에서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아픔에는 무감각했던게 사실이다.
지니의 퍼즐을 읽으며 재일교포와 그들의 2세 3세가 겪은 차별과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무지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였다면 지니처럼 자신의 마음을 표출 할 수 있었을까? 지니처럼 북으로간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 여러 관점으로 지니가 되어 생각해보게한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나서 평화를 위해서도 소외된 모두를 위해서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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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몬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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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에 스테파니와 지니의 대화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소릴하는건가 .. 싶은 마음에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오리건주에서 그녀들의 대화를 살펴보자면 지니는 과거가 많은 소녀, 그로 인해 철이 빨리 들은 소녀이다. 그런 소년를 스테파니라는 외국인 여성이 보듬어준다. 이 소설은 중반부터 그 퍼즐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 장편소설치고는 루즈한편이 아니기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재일교포3세인 지니, 그녀가 일본에 있는 북조선 학교를 다니며 마주하게 된 현실들과 그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만약에 나였다면 어땠을까 감정이입을 하며 읽었다. 사실 나도 재일교포와 북한사람 둘 다 곱게 보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만나면서 그들을 삐뚤어지게 바라보던 나의 시선을 조금은 고쳤다. 그들도 우리 민족이리라.

김씨 부자의 북한 정권 독재와 교육문제를 재일교포 입장에서 아주 날카롭게 비판한다. 무방비상태에서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나와 같은 독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으리라 예상한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여성이기때문에 읽는 내내 더 불편하고 화가 났다. 청소년인 주인공이 일본인들에게 당한 모욕을, 그리고 그것의 원인을 제공한 김씨부자와 그 어른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도 재일교포3세이기때문에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바탕으로하여 더 정확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비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내용이 그저 허구가 아님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케부쿠로 게임센터 사건이후, 일본인들은 공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니의 마음이 이해는 되면서도 분했다. 마치 김씨부자가 위협 미사일을 쐈으니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화풀이하는게 당연하다는 듯한 불편한 사고가 구역질났다. 저자가 노린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부분을 보고 있자니, 없던 반일감정도 생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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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고양이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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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의 젊은 작가가 쓰지 못한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청춘소설”

_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평에서

“재일조선인 3세의 실존을 이야기하면서도

개인과 세상 사이에 풀기 힘든 불화를 탁월한 기량으로 그린 걸작”

_문경수(리츠메이칸대학 교수)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

_〈아사히신문〉

일본의 권위 있는 3대 문학상을 휩쓴

재일 한인 3세 소설가의 괴물 같은 데뷔작

군조 신인문학상(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수상), 오다사쿠노스케상(미우라 시온, 니시 가나코 등 수상), 예술선장 신인상 등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동시 수상하고 아쿠타가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재일 한인 3세 소설가 최실의 첫 장편소설 《지니의 퍼즐》이 출간됐다.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녔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픽션”으로, 경쾌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더해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발전시켰다. 고독감 속에서 세상과 투쟁하는 사춘기 소녀의 좌절과 절망, 분출하는 에너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는 평가 속에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직후 2만 5천 부의 중쇄를 찍는 등 신인 작가의 순수 문학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낳았다. 오다사쿠노스케상 심사위원 다카무라 가오루는 작가를 “언어 표현의 재능과 의지, 행운, 이 세 가지가 모인,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평했으며, 작가 나카지마 교코는 작품에 대해 “틀림없는 걸작”이라고 단언했다.

소설은 재일 한인 소녀 박지니가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으려는 분투와 갈등을 그린다. 지니가 일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학교(북한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는 조총련 산하 민족학교) 중등부에 입학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탄도탄)을 발사한다. 이 무렵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학생들 1만 5천 명이 조선학교에 다녔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교실 정면에 걸려 있었다. 작가는 “실제로 조선학교에 다닐 때 초상화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며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긴장한 채 학교를 다녔고 폭행당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일본 사회에 만연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피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에게 얘기하는 마음으로 썼고, 그때의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 것이 서툰 아이들,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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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3세인 작가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 책이라 기대가 많이 됐다.
일본에서 살면서 있었던 차별이라던가 힘들었던일들이 책에 그대로 묻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일단 내 예상같은 책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그런 차별같은 이야기나 공격성을 띄는 이야기 보다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 더 깊게 보면 이제막 3.8선이 생기고 우리국민 너네국민 이러면서 우리나라 국민들끼리 편가르기를 할때 그런 일들이 남한과 북한 뿐만이 아닌 일본 내에서도 일어났다는 그런 상황과 그로인해 생기는 일들에 관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내에 있는 한국인이 다닐수 있는 학교도 남한을 지지하는 학교와 북한을 지지하는 학교로 나뉘고 북한을 지지하는 조선학교에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학교내에 김부자 사진이 걸려있고 그걸 감사히 여기며 학교내에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숭배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 사실을 지니는 못견뎌하고 혁명을 일으키게 될 이유가 된 것이다.
물론 이유가 그것만 있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솔찍히 생소한 주제인데 신기하긴 했다.
일본에 조선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기 기억너머 어두운곳에 가둬두고 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맞다 그런곳이 있었지!! 하며 생각이 났다.
이책을 접고 인터넷을 열어 조선학교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새로운걸 안다는건 항상 즐겁지만 예상했던 내용이 아니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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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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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음이 아프다.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일본에서도 차별받는 재일조선인.

일본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사는 것. 특히 교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표적이 되는 사회는 얼마나 무서울까?

특히 여성 재일조선인 청소년의 시점에서 쓴 소설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지니는 초등학교까지 일본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조선인 학교에 가면서 불편한 시선을 느낀다.

두군다나 주인공은 한글도 제대로 못 읽고 말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다음날, 학교에서 교복을 입지 말고 체육복을 읿고 오라는 공지를 주인공만 못 알아들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자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가방을 건드리고, 그로 인해 학교를 땡땡이 치게 된다.

학교 근처 오락실에 갔다가 40대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한다. 그 이후 등교 거부를 한 지니.

갑자기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눈에 거슬린다. 급기야 등교를 해서 초상화를 박살낸다.

그리고 퇴학당한다.

현재 지니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교환학생을 왔다. 여기서도 적응을 잘 못하지만 그래도 홈스테이를 하며 조금씩 치유한다.

혼란스러운 재일조선인 청소녀의 시각에서 담당하고 세심하게 소설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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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늘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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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경험담인가? 진짜 소설인가!!!




이 책의 저자는 제일교포!
그것도 책에 나오는 주인공 지니와 같은 교포 3세이다.




사실 이 책은 분량은 많지 않은데도 앞부분엔 이게 뭔말인가... 하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고민해야 했다.
헌데...
뒤로 갈수록 왜 그랬어야만 하는지, 왜 지니는 그렇게 대우받아야 했는지가 나온다.




처음 배경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지니는 퇴학을 당한다.(사실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ㅠㅠ 내 기준에선 아주아주 불량학생이 나온 것!!!)
그리고 지니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봐주는 스테파니와 대화를 한다.
스테파니에게 말하면서 자신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회상하게 되는 지니.
그리고 중간중간 지니의 외할아버지가 지니의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가 등장한다.
(처음엔 이게 지니 아빠가 지니에게 보낸줄 알고 엄청 고민했다는... ㅠㅠ)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과연 우리가 그들을 비난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말이지.

난 어릴때 일본에 사는 교포들중 북한학교(우리는 이리 부르지?)에 다니는 사람들을 비난했었다.
생각이 없다느니, 알고보변 반동분자라느니, 그도 아니면 스파이이자 빨갱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살기위해서 다닌 것이고, 배우기 위해서 다닌 것일뿐 그 무엇도 아니였다.
그냥 배울수 있는 곳이 그곳뿐이였고, 그나마 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며, "한국인"으로써 키워주는 곳이 그곳뿐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소개에 상을 많이 받았다고 나왔다.
역시 상받은 책이라...
재미는 좀 떨어진다.
하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많이 반성하게 만들고, 또 많이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하여 고마웠고, 감사했고, 또 여운을 오래도록 남겨주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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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세스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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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난감스럽다. 분명히 예전에 읽은 이야기가 있는데, 제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이 떠올랐는데, 정리한 목록을 찾아봤지만 도무지 찾을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 책하고 비교하면서 읽으면 참 좋을 것을.. 이 기억력의 한계가 이리도 아쉬울수가...




일본의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들은 북한에 적을 둔 재일교포라는 정도, 그래서 친분을 가져서는 안되는 뭐 그런정도. 어릴때 듣던 조총련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친북적 성향임에는 틀림은 없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책의 이야기는 조총련계 재일조선인들이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귀국하여 갖은 차별과 빈곤을 겪게 되는 이야기인 반면, 이 <지니의 퍼즐>에서는 지니의 외할아버지가 북한으로 귀국을 했고, 지니의 가족은 일본에 남은, 그리고 지니는 조선힉교로 진학하면서 겪게되는 정체성의 혼란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친구에게 거절당하고, 조선학교에 입학해서도 그들사이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북한에서는 미사일이 발사되고, 지니는 치마저고리차림으로 등교하다가 일본인들에게 해코지를 당하게 된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한 지니는 그녀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작은 혁명을 일으킨다.




재일교포 3세인 지니는 선택권이 없다. 아니 그 당시 재일교포들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었을까. 1세대들은 일제 강점기때 일본으로 강제 징용되었던, 나라 잃은 민초들이었을테고, 사상에 관계없이 고향에 따라 북한 국적이냐 남한 국적이냐가 결정되었을텐데 말이다. 조선인이란 이유하나로 일본인들에게 멸시를 당했을, 그리고 한민족이지만 분단된 조국을 갖고 있기에 보이지 않는 38선으로 그들을 갈라놓고 한없는 고통을 3세대인 지니가 감내해야만 하는 것일까.




종전선언을 하겠네, 핵포기를 하겠네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도 어쩐지 내 귀에는 주판알 튕기는 소리밖에는 안들린다. 비단 이념사이에서 갈등하며 제 설곳을 찾지 못하는 지니나, 다른 여타 상황에서도 방황하는 지니들도 자신들의 위치를 잘 찾아가는 여행을 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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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레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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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의 퍼즐' 은 지니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글이고
어찌보면 한 소녀의 서글픈 성장 소설 이다.





사회부조리에 대한 비판?
지니는 초등학교는 일본인 학교에서 중학교는 조선학교에서 그리고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니고 있다.
중학교에서 한번 퇴학을 당했고, 고등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 조선인 이라는것 때문에 일본인과 다른 시선과 차별을 겪었고
중학교 시절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인하여 그들의 폭행을 견뎌야 했다.
이로 인해 지니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 한다.
아니 내재된 감성의 각성이라고 해야 하나......

일본인의 시선으로 부터 조선학교의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선생님,
교실 마다 걸려 있는 김씨 부자의 초상화의 위화감,
어른들의 행위를 학생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듯한 일본인 사회의 차별과 혐오에
실망하여 스스로 혁명의 알이라 생각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혁명을 부르짖는다.









성장 소설?
지니의 혁명의 결과는 정신병동의 수감이었다.
그리고 퇴학
이로 인해 지니는 하와이를 거쳐 오리건주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미국에서의 학교 생활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집의 주인이자 칼데콧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그림책 작가
'스테퍼니' 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늘이 무너진다. 어디로 도망칠까?
지니가 처음 스테퍼니의 집에 방문했을때 습작 종이가 널려 있었으며,
그중 펼처본 종이에 쓰여진 글이다.
지니는 이 글귀에 대한 해답을 찾기를 원했다.
하지만 스테퍼니가 들려준 이외의 답은


상대는 하늘이야. 도망칠덴 없어.

그때는 하늘을 받아들이자. 도망쳐선 안돼







지니의 고등학교 시절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사는지는 더 이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삶을 살던 그녀가 지니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소개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 것이 서툰 아이들,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라고 하였다.
그런 아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길 바랬다가 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위로'와 '공감'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아닐까..

나 같은 조선인이 다니는학교야

어차피 국경 같은 거 누군가의 낙서 잖아.
왜 끄따위 낙서 때문에 이런일을 겪어야 해

혁명가의 알
이것은 최초의 걸음에 불과하다. 함께 떨쳐 일어나자,
누군가의 정의가 아닌 나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하늘이 무너진다. 어디로 도망칠까?

상대는 하늘이야. 도망칠덴 없어. 그떄는 하늘을
받아들이자. 도망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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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깊이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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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지니의 퍼즐

평론: 이승진

‘불가해’한 세계를 향한 물음 ― 최실의 『지니의 퍼즐』

이승진 평론

   2022년 3월 세계적인 OTT 서비스 애플TV+에서 한 작품이 소개된다. 2017년에 소설로 발표되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고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화제를 끈 재미 작가 이민진(Min-Jin Lee)의 소설 『파친코(PACHINKO)』를 동명으로 드라마화한 작품이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삶을 서구의 대중문화 영역에서 조명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한 이 8부작 드라마는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OTT 서비스의 확장성을 배경으로 영미권을 넘어 전 세계의 폭넓은 대중에게 재일조선인이라는 낯선 존재와 이들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드라마의 성공은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으로 환원한다. 특히 한국에서 관심이 매우 뜨거운데, 저자가 이 재일 서사를 구상하게 된 출발점에 ‘혈통’을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당한 끝에 자살한 재일조선인 소년의 일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4세대에 걸친 재일 가족의 연대기 『파친코』는 미국 유학을 거쳐 1980년대에 일본에 돌아온 솔로몬이라는 4세대 주인공의 서사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에 그는 아버지의 ‘파친코’, 즉 재일 사회를 둘러싼 희망과 부정의 양가적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장소(역사)를 물려받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작품에 주목한 많이 이들로 하여금 이 서사를 희망적인 성격으로 읽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한가. 이 작품의 서사가 끝을 맺는 1989년에서 벌써 3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일본은 과연 어떠한 모습인가. 그리고 재일 문학은 이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일본에서 배외주의가 극에 달한 2010년대 중반에 한 작품이 발표된다. ‘혐한’ 현상이라는 일본 사회의 뒤틀림에 직면한 한 소녀의 청년기적 불안과 세계와의 불화를 다룬 최실(崔實)의 『지니의 퍼즐(ジニのパズル)』이 그것이다. 군조신인문학상의 선정 심사평에서 “초신인의 출현”이라는 표현으로 극찬을 받았고, 같은 해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올랐을 때에는 “위태로울 만큼 생명력이 깃들어 있는”, “굉장한 재능이 드래건과 같이 나타났다”와 같은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한 이 작품의 등장은, 각광받는 신인 재일 작가의 출현을 알렸을 뿐 아니라, 재일 문학이 지금 직시하고 있는 주제가 여전히 ‘뿌리’에서 기인한 ‘혼란’, ‘소외’, ‘차별’과 같은 문제임을 다시금 일깨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니의 퍼즐』은 현재 미국 오리건주의 시골 마을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지니가 과거 일본에서 보낸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일본 학교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기억이 있는 지니는 부모님의 권유로 옮겨간 ‘조선 학교’에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아무 짓도 안 하기로 맹세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던” 일본 학교와 달리 그녀에게 “굳센 자유”를 줄 것이라고 믿은 중학교는 그러나 ‘조선말’과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 ‘민족의상’과 같은 낯선 것들로 가득 찬 세계이다. 이 새로운 세계와 관계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 학교는 여학생들에게 다음 날 치마저고리 교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등교하라는 공지를 내리나, 지니는 그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채 집을 나선다. 그리고 경찰을 사칭한 일본 남자들에게 성추행과 함께 “조센진은 더러운 생물”이라는 모욕까지 받는다.
   이때의 충격으로 다음 날부터 등교를 거부한 지니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혁명’을 계획한다. 결심이 선 어느 날 다시 학교로 향하고 “북조선은 김씨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문을 교내에 뿌린 후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교실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것으로 자신만의 혁명을 완성한다. 하지만 이 행동은 “더는 일본 이름도, 한국 이름도, 어느 쪽도 말할 수 없”는 절망 속에 주인공을 더 깊숙이 떨어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애초의 의도와 달리 “자기 상처를 핑계로, 정작 제일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속이고, 기만하고, 내쫓고,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으로” 밀어뜨려 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지니는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했고,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동화 작가인 스테파니를 만나고 나서야 간신히 “도망칠 구멍 없는 과거”에서 구원받을 실마리를 찾는다.
   이처럼 『지니의 퍼즐』은 학교로 상징되는 외부 세계와 대면하면서 한 소녀가 겪을 수밖에 없는 혼란과 갈등, 안정이라는 심리 변화를 치밀하게 따라간다. 특히 재일조선인이라는 주인공의 출생 때문에 그녀가 마주한 ‘일본 학교(일본)’와 ‘조선 학교(조국)’라는 매우 이질적이나 이웃한 두 세계가 모두 종국에는 배타적이며 위협적인 모습으로 주인공을 카오스 상황에 밀어 넣게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품에서 성장기의 10대 소녀 지니를 둘러싼 세계가 하나같이 ‘질식’할 것 같은 감촉으로 묘사되고 있는 원인으로, 이에 대해 최실은 작품의 군조신인상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쓰기 전에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여기에서 내보내줘. 부탁이야. 숨을 쉴 수가 없어”라고, 목소리의 주인은 외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외치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두개골을 쪼개려는 듯이 뇌수의 막(硬膜)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식도를 타고 혈관 속까지 침입해 너의 심장을 먹어버릴 거야”라고 그녀는 나를 위협했다. 나는 쓰기 시작했다.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애원하면서.

   작품 속에서 지니는 학교라는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누구보다 먼저 어른이 될지, 아니면 다른 애들처럼 미쳐 날뛸지”라는 고민 앞에 놓인다. 일본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재일조선인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의 기억을 “누구보다 먼저 어른이 되는” 선택, 다시 말해 침묵하고 움츠러드는 행위를 통해 외면했다면, 조선 학교로 전학 온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는 다른 대안을 줄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자신에게 가차 없는 폭력을 가해온 일본 사회와 달리 조선 학교는 그녀에게 반드시 희망을 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니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 있다. 2000년 재일 작가로서 최초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GO』가 바로 그것이다. 『GO』는 ‘민족’, ‘이념’, ‘국적’과 같은 재일 문학의 전통적인 주제들을 ‘부자 관계’와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대포동 미사일 발사 사건과 치마저고리 테러 사건 등 재일 자녀 세대들이 직면하는 에피소드를 작품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이 문제들이 매우 현실적인 위협임을 부각한다. 작품 속 주인공 스기하라는 지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학생이며, 일본 학교와 조선 학교라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겪는 혼란과 절망, 그리고 안정의 과정을, 그의 시선을 좇아 조명한다는 점도 『지니의 퍼즐』과 매우 닮았다. 하지만 『GO』의 주인공에게는 ‘가족’이라는 배경이 매우 유력하게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는 재일 사회라는 ‘닫힌’ 세계에서 아들을 적극적으로 ‘해방’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하와이 여행을 구실 삼아 아들을 위해 북한 국적의 여권을 남한 국적으로 바꾸고, 귀국 사업으로 북한에 간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들과 부딪치면서도 아들이 살아가야 할 세계는 자신이 겪어온 것과 다름을 명확히 인정할 만큼 그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인물이다. 그런 아버지가 있어서 스기하라는 ‘국적’, ‘이념’을 강요하는 ‘북한’이라는 부조리함과, ‘차별’, ‘배제’를 서슴지 않는 ‘일본’이라는 폭력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어른들이 멋대로 구획해 놓은 ‘경계’를 부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고, 실제로 ‘해체’하기 위해 움직인다. 주인공이 스스로 선택한 ‘일본 학교’로의 전학이야말로 스기하라의 내적 ‘혁명’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그 변혁의 욕망은 일본 사회와 재일 사회 모두를 향해 균등하게 향한다. 요컨대 『GO』의 주인공이 조선 학교에서 일본 학교로 전학하면서 겪은 혼란은 재일 소년이 일본 사회에 자라면서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로, 그곳에서 마주할 위기는 주인공이 충분히 예견 내지는 대비 가능한 성격을 처음부터 띠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지니의 퍼즐』에서 지니가 일본 학교와 조선 학교를 거치면서 겪는 위협은 훨씬 더 무거운 질감으로 작품에서 그려진다. 주인공의 성장기 심리 변화에 빠짐없이 주의하면서도 결국 조선 학교에 다니던 중학생 시절의 혼돈과 상흔으로 작품의 모든 시선을 집중하는 구조가 이를 말해 주는데, 스기하라와 달리 지니에게 학창 시절의 기억은 결코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적 성격에 머물지 않는다. 가령 주인공은 현재 오리건의 고등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중학교 때의 상처 때문임을 학교에서 불쾌한 인간으로 낙인찍힌 남자아이 존과 발화(發話)가 자유롭지 못한 친구 메기를 등장시킴으로써 우회적으로 암시한다. 과거에 결코 ‘유쾌’하지 못했고 나아가 ‘진의’를 주변에 ‘제대로’ 전달하기조차 어려운 존재이던 자신의 상태가 지금도 그다지 변함없음을,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친구를 향한 시선 속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조선 학교가 지니에게 그토록 중요했던 까닭은 “그 자리에서 아무 짓도 안 하기로 맹세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던” 일본 학교와 달리, 이곳은 “굳센 자유”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차 없는 폭력을 가해온 일본 사회와 달리 이 장소만은 지니에게 희망을 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 주인공이 경험한 조선 학교는 이상(기대)과 현실 사이의 커다란 격차만을 끊임없이 각인하는 세계이다. 자신을 향한 일본 사회의 가차 없는 차별의 시선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교단 위의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도 어딘지 수상쩍으며 불가해한 시선을 지니에게 지속적으로 보낸다. 하지만 이 꺼림칙한 감촉에서 주인공은 벗어나기 어렵다. 새로 사귄 친구와 교사들, 가족이 모두 지니가 느끼는 이 감정을 이해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 세계와 반목하는 행위는 그들을 전부 부정할 수 있는 위험성을 띠며, 이는 곧 언젠가 ‘안정’을 찾아야 할 장소의 상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니의 ‘혁명’은 처음부터 완성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엉금엉금 기어 나올 수밖에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뜨렸음을 자신에게 가장 호의를 베푼 친구의 울음을 통해 안 순간, 자신이 혁명의 대상으로 ‘도망칠 구멍 없는’ 재일조선인의 현실을 상정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당연히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보다 훨씬 불투명해서 그 명확한 실체조차 ‘알기 어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이 작품에서 주인공 지니가 왜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 일본 사회보다 조선 학교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는가, 바꾸어 말하면 왜 그녀의 혁명은 일본 사회와 재일 사회를 향해 균등하게 향하지 않았는가와 같은 질문은 거의 의미가 없다. 일본이든 북한이든 재일 사회든 간에 마치 타협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가 지금 이 시대에도 수많은 재일조선인 자녀 세대 앞에 있으며, 이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촉에 작품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이 신인 작가가 그려갈 세계는 또다시 ‘혁명’을 꿈꿀 것인가. 작품 말미에서 주인공이 간신히 부여잡을 수 있었던 ‘구원’의 실마리가 또 다른 지니를 ‘희망’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현실의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학은 때때로 불행한 삶의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작가 최실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필자약력

이승진,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오사카 대학 문학연구과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였으며 귀국 후에는 주로 재일조선인 문학, 문화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지니의 퍼즐 - 최실

지니의 퍼즐 책표지

『지니의 퍼즐』 작품 정보

저자: 최실  번역: 정수윤  출판: 은행나무  출간: 2018.08.17.


최실 약력

재일한인 3세 소설가, 데뷔작 『지니의 퍼즐』을 발표하여 제59회 군조 신인문학상,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제67회 예술선장 신인상을 수상하고 아쿠타가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고백, 친애하는 종이에게

  언젠가 누군가 말했다. 잘 웃는 사람은 상처가 많다고. 진심으로 상냥한 사람은 정말로 상처가 깊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상처 입은 인간이 자기가 받은 이상으로 큰 상처를 수많은 사람에게 주고 살아왔다면, 과연 그 사람을 상냥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 상처를 핑계로, 정작 제일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속이고, 기만하고, 내쫓고,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올 수밖에 없는 깊은 수렁으로 밀어뜨리는 인간.
  그게 나다.
  이것은, 그런 나의 이야기다.
  인생의 톱니바퀴가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 건 5년 전 일이다. 내겐 전생과도 같이 먼 과거 이야기다. 기억은 단편적이고 전부 다 생각나진 않지만, 오늘은 어쩐지 이것저것 떠오를 것만 같다. 퇴학당한 탓인지도 모른다. 플래시백이 엄청나다. 두통도 있고, 구토 증상까지 있다. 이유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머릿속에 어설프게 떠오르는 영상이 멈춰주면 좋겠다. 그 뿐이다. 달리 바라는 건 없다. 누가 이걸 읽을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얘기에서 뭘 배우겠단 생각은 하지 말기를. 그건 큰 착각이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첫 등교일

  1998년 4월— 도쿄에서 제일 큰 조선학교 체육관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봄 내음이 물씬 나는 밝고 상쾌한 날,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은 새의 지저귐이 들렸다,고까진 말 못해도 비가 오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체육관은 일본 내 어느 학교보다 크지 않을까 싶다. 주조(十条)에 위치한 조선학교 체육관 2층 좌석에는 극장처럼 붉은 의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무대 전체가 바라보이는 붉은 의자에 앉은 부모님을 1층에서 뒤돌아봤는데, 샹들리에만 없었지 하마터면 그곳이 학교란 사실을 잊을 뻔했다.
  지금 입학식이 한창이라는 걸 상기시켜준 건 새카만 치마저고리(조선의 민족의상을 뜻하는 말. 일본의 조선학교 여학생 교복을 일컫기도 한다. 교복은 검정 치마에 동복은 검정 저고리, 하복은 흰 저고리다)였다. 옷이 익숙하지 않아서 몸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발목이 보일까 말까 한 길이의 치마라, 다리를 벌리고 앉아도 참담한 광경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았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자랑스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큰 무대에 새빨간 커튼이 젖혀 있고, 거기 그들의 거대한 초상화가 있었다. 일본학교에서 전학 온 내게는 낯선 광경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같은 교실에서 긴 시간 함께 지낼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태연히 앉아 있었다. 나만 혼자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위화감을 품은 듯했다.
  입학식에서는 양복 입은 아저씨와 화려한 빛깔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주머니가 잇달아 무대에 서서, 오늘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진 날이라도 되는 양 가끔씩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뜨거운 연설을 했다. 다들 귀담아듣는 듯했지만 난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전부 조선말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있으면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졸음이 밀려올 거란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적중하여, 나는 입학식이 끝날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고요한 체육관을 울리는 의자 소리에 잠이 깼다. 돌아보니 전원이 기립해 있었다. 나도 황급히 일어났다. 정면에는 변함없이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가 있다. 그걸 올려다보며 전교생과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게 조선학교 교가였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나는 입을 다문 채 그저 멍청히 서 있었다.
  의미 불명의 노래는 4분쯤 계속됐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렇게 정식으로 중학생이 되었다.

니나

  “지니야, 괜찮으면 이거 쓸래?”
  손 글씨로 쓴 조선말 ‘아이우에오’ 표를 여러 장 건네준 건 조금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니나라는 아이였다. 산뜻한 용모에 머리칼은 윤기가 흘렀다. 머릴 위로 동그랗게 말아 올렸는데, 귓가에 살짝 늘어뜨린 귀밑머리만 봐도 부드럽고 가는 머릿결임이 분명했다.
  니나는 내 책상에 글자 표를 펼쳤다. 하지만 솔직히 ‘아이우에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매주 토요일 집에서 한국인 선생님에게 기초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묵묵히 니나의 친절한 마음을 받아들였다. 반 애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됐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고 있던 나는 니나의 배려가 기쁘고 고마웠다.
  니나는 조선말 표를 펼치자마자 성취감에 가득 차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멋대로 내 앞자리에 앉더니 표를 보는 나를 관찰하듯 바라봤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니나는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응. 고마워.”
  “근데 있지,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뭐?”
  “일본학교는 어떤 분위기였어?”
  “어떤 분위기라니, 뭐가?”
  “안 무서웠어? 왕따를 당했다거나 그 뭐니, 차별 같은 거—“
  막판에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별로.” 난 거짓말했다.
  “그랬구나. 즐거웠어?”
  니나는 또 미소 지었다.
  “즐거웠어.”
  “그래. 앞으로 조선학교도 즐거우면 좋겠네.”
  “응.”
  정말로 즐거우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어.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우리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끝까지 해내기가 무척 어려운 선택이다.
  —누구보다 먼저 어른이 될지, 아니면 다른 애들처럼 미쳐 날뛸지.
  일본 초등학교에 있을 때, 나는 ‘먼저 어른이 되는 길’을 골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날뛰고 다니면 언제든 날뛴 쪽이 욕 먹기 마련이다. 설령 차별을 받는다 해도, 날뛰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비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침 우산이 없어서 좋았다. 나는 빗속을 걷고 싶었다. 젖은 도로에 자동차 불빛이 반사돼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났다. 그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차에 차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차도로 뛰어들려면 인도 옆에 심어놓은 식물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내겐 그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리를 끌듯 걸었다. 차가 지나가지 않으면 인도는 새카만 어둠이었다. 달빛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알고 있었다.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경찰서에도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남자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겠지. 목만 졸랐다면 경찰서로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었어.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경찰서에 가기는 커녕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리고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비와 눈물이 뒤섞인 덕분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았다.
  엄마는 그날 내가 학교에 안 왔다는 연락을 받은 후, 경찰서까지 전화를 하며 하루 종일 소동을 피웠다고 했다. 나는 죄송하단 말도 없이 곧장 방으로 들어가 치마저고리부터 벗어 던졌다.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었지만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치마저고리는 더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비에 흠뻑 젖었으니 상관없다. 몸과 얼굴에도 큰 상처나 멍은 없었다. 여기가 아파, 라고 말하지 않는 한 상처는 없었다. 내 몸에 손을 대는 게 너무 무서웠다.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닌데. 그래. 아무도 날 덮치지 않았어. 더럽혀진 것도 아니고,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괴롭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 따윈 나와 함께 다 망해버리면 좋겠어. 제우스의 번개가 우르릉 쾅쾅 내리쳐, 후지산이든 한라산이든 백두산이든 다 산산조각 나면 좋겠어. 어차피 국경 같은 거 누군가의 낙서잖아. 왜 그 따위 낙서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해. 왜.
  “지니야!” 1층에서 날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온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둘러 방 안 가구들을 문 앞으로 끌어왔다. 그래도 엄마는 억지로 방문을 열려고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었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책꽂이까지 끌고 와 책을 마구 집어넣었다. 엄마 혼자 힘으로는 방법이 없었다.
  “지니야, 무슨 일 있었니? 제발 부탁이야, 말해줘.”
  엄마는 연약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부탁이야”하고 한 번 더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고 있었니? 오늘 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간 애는 한 명도 없었어. 지니 너밖에 없었대.”
  나는 귀를 의심했다.
  “다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갔단다. 어제 오후부터 벌써 미사일 뉴스가 보도돼서, 오늘부터는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기로 결정이 돼 있었대. 그런데 네가 사라져서, 정말 난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엄마는 괴로운 듯 숨을 뱉으며 콧물을 훌쩍였다.
  나는 오늘 하루 내게 쏟아져 내린 악몽을 하나하나 곱씹어 생각하며, 참을 수 없이 솟구치는 분노와 절망을 제자리로 밀어 넣으려는 듯 손톱으로 팔뚝을 할퀴었다. 겹겹이 쌓인 가구들 앞에 등을 둥글게 말고 무릎을 감싸고 움츠리고 앉아 몇 번이고 팔을 할퀴었다. 피부가 벗겨져, 작은, 정말로 작고 흰 피부가 산과 골짜기처럼 생겨났다. 그 사이로 붉고 가는 마그마처럼 열기를 품은 한 줄기 강이 흘러넘치듯 손목으로 흘러내렸다. 강은 점점 더 불었다.
  “학교, 예전으로 돌아갈까.” 엄마가 말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다시 한번 “일본학교로 돌아갈까?”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고 엄마는 참을성 있게 내 대답을 기다렸다. 문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엄마의 각오가 느껴졌다. 대답을 듣기 전까진 떠나지 않을 테세였다.
  “이젠 못 돌아가.” 분명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무슨 뜻이야? 어째서 못 간다는 거야.”
  “돌아갈 수 없어. 그뿐이야.”
  “제발 부탁이니 말 좀 해봐. 오늘 학교 근처에서 자전거 탄 남자가 한 학생한테 침을 뱉었대. 너도 오늘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아니.”
  “아무 일 없었어?”
  “응.”
  “정말로?”
  나는 다시 침묵했다.
  “근데 소리는 왜 질렀어. 뭐가 있었으니까 소리 지른 거잖아.”
  “글쎄. 나도 몰라.”
  “지니야, 부탁이야. 제발 말해줘.”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나 좀 내버려둬!”
  나는 문을 향해 책을 던졌다. 엄마가 비명을 질렀다. 문 너머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온몸이 묵직해졌다. 그 중력에 몸을 맡기고 땅속 관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었다. 누구의 우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 지긋지긋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다. 지쳤어. 너무 힘들어. 이도 저도 다 싫어. 깨끗이 사라져버리면 좋겠어. 난 그저 혼자 있고 싶을 뿐인데. 이대로 잠들어 두 번 다시 깨지 않으면 좋을 텐데.

처음이자 마지막 혁명

  무용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각기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누구보다 먼저, 제일 빨리 체육관에서 뛰어나왔다. 오른쪽에 있는 중등부 건물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조선학교 건물 외관은 잿빛 콘크리트뿐이라 흡사 폐허와도 같았다.
  로비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지도 않고 교실로 달려 올라갔다. 아무도 없다. 조용하다. 선생님도 경비원도 누구도 없다. 나의 발소리와 헐떡이는 소리만 복도를 울렸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단을 달렸다. 두 칸씩 뛰어오르며 가볍게 점프했다. 1학년 교실은 제일 높은 층이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1층, 2층, 3층, 몇 번이고 원을 그리며, 이윽고 4층 교실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은 아주 신성한 장소처럼 보였다. 배란다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살이 반쯤 커튼에 가려, 부드러운 빛의 그림자가 교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교실이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연출한 것 같았다. 빛 속을 날아다니는 먼지마저도 작은 요정 같다. 다만 칠판 위에 언제나처럼 버티고 앉은 김씨 일가가 그걸 더럽히고 있었다. 북조선은 지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경 너머 일본의 조선학교까지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라. 학교의 체제 때문에, 어른들의 시시한 자존심 때문에 소중한 내 친구까지 상처 입게 된다면, 학교랑 같이 박살 내버리고 네놈들도 지옥으로 보내주겠다.
  나는 내 책상으로 달려가 서둘러 가방에서 성명문을 꺼내 다시 복도로 나갔다. 이미 계단을 올라오는 학생들의 무수한 발소리가 들렸다. 순진한 웃음소리부터 남자애들이 장난치는 소리도 들린다. 성명문 수십 장을 적당히 손에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단숨에 내던졌다. 종이가 공중에 흩날렸다. 바로 앞에 떨어진 것도 있고, 예상대로 아래층으로 떨어진 것도 있었다. 수많은 종이가 변화와 자유를 찾아 날갯짓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복도에도 뿌려대며 씩씩하게 걸었다. 기다란 복도에 종이가 삼색 고양이 얼룩처럼 듬성듬성 떨어졌다.
  “뭐가 떨어져.” 한 남자아이의 조선말 소리가 계단에서 울렸다. 그 목소리를 뒤로하고 후다닥 교실로 돌아가 교탁 위로 올라갔다. 몇 장 안 남은 성명문을 천장으로 집어 던져 다 뿌렸다. 최후의 성명문은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처럼 확실한 흔적을 남기며 떨어졌다. 그런 다음 칠판 쪽으로 뒤돌아 초상화에 손을 뻗었다. 초상화는 줄에 걸려 있어서 간단히 뗄 수 있었다. 벽에는 깔끔한 장방형 흔적이 남았다. 대체 얼마나 오래 교실에 걸려 있었으면 이렇게 진한 백색이 남았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지니야, 너 지금 뭐 해?”
  재환이 보건소에서 탈주한 광견이라도 본 듯한 눈으로, 교탁 위에 서서 초상화를 안고 있는 날 올려다봤다. 만약 그날 게임센터에 재환이 나타났더라면 어땠을까─문득 그런 생각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지니야, 침착해.”
  재환은 나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다가오며 달래듯 말했다. 다른 애들은 굳은 표정으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케부쿠로 게임센터, 파르코 지하에.”
  “뭐?”
  “가지 마.”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단숨에 초상화를 내동댕이쳤다. 비명이 일었다. 초상화는 마침 교탁 모서리에 부딪혔다. 액자 유리가 깨지며 파편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김정일은 드디어 맨살을 드러냈다. 뭐가 문제인지 알아냈니. 사진이 내게 속삭였다. 교실 출입문에는 사람이 잔뜩 모였다. 그들 모두 숨죽이고 있었다.
  “무슨 소란이냐.” 로리콘 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없다.
  “북조선은—“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살인자의 학생들이 아니다. 초상화는 지금이 순간부로 배제한다. 북조선 국기를 탈환하라!”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지니, 너—“
  로리콘 교사는 교탁 위에 선 나를 보자마자 난생처음 보는 얼굴로 학생들을 밀치고 내게 달려왔다. 나는 교탁에서 뛰어내렸다. 베란다로 나가려 했을 때—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대포동이라도 장착한 건가—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로리콘 교사 다리가 책상에 매달린 가방에 걸리면서 책상이 쓰러지고 누군가의 교과서와 필통이 우르르 쏟아졌다. 그 뒤로 량 선생님도 쫓아왔다. 초조해진 나는 베란다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문 유리가 깨지나 싶을 만큼 큰 소리가 났다. 하지만 확인할 여유 따윈 없다. 4층에서 내려다보니 학생들을 이미 건물 안으로 이동한 듯했다. 밖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다. 지금이 찬스다. 팔을 뒤로 크게 저어 두 개의 초상화를 냅다 밖으로 던졌다. 지면에서 완전히 붕괴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기도 전에, 나는 로리콘 교사와 량 선생님에게 두 팔이 잡혀 질질 끌려 들어왔다.
  차마 재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여자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복도까지 끌려 나왔을 때, 훌쩍이는 소리의 주인이 윤미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윤미의 입 모양이 그렇게 움직인 듯 보였다. 니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천국에 계신 할아버지께

  만약 눈앞에서 아이들이 괴로워하고 있다면. 만약 어른들이 자존심을 조금만 버려도 수많은 일들이 해결된다면.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른은 아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세상의 차별과 불평 등에 목소리를 내다 주류에서 외면당한다 해도. 그것이 민족의식 강화를 촉구하는 길이 아닐까. 강연회에 가도 옛날 조선 이야기만 해. 현재 문제로 들어가면 다들 한국 측 시점에서 역사 문제를 들여다봐. 민감하지 않은 남북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얘길 하지. 우리가 조선학교에 있는 한, 끝까지 북조선 문제를 파고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교내에 한국 대통령 초상화가 있나. 없어. 그런 건 어디에도 없어. 조선학교에 다니면서 어째서 지금 이 순간의 북조선 문제를 외면하려고 하지. 학교는 정치와 상관없다고들 해. 그렇다면 어째서 정치적인 것이 교내에 있지. 감사의 표현이라니, 세상에 그런 이유가 어디 있어. 감사한 사람만 알아서 감사하고, 아이들을 위해 사진은 떼도 되잖아. 어른들은 치사해.
  아이들을 협박하는 일본인이나, 아이들이 희생돼도 변함없는 학교 인간들이나, 간단히 사람 목숨을 빼앗는 빌어먹을 김씨 독재자나, 전부 다 같이 엿이나 먹어라. 할아버지, 난 절대 외면하지 않겠어. 어떻게 외면해. 만난 적은 없지만 피로 이어진 가족이 북조선에 있는데. 그러니 할아버지, 난 결단코 외면하지 않을래. 모두를 다 적으로 돌린다 해도 외면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할아버지, 하나만 알려주세요. 할아버지는 진짜로 북조선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서 그런 편지를 보낸 거예요? 그렇게 안 쓰면 위험했던 거죠? 진짜 할아버지 눈으로 직접 본 건 뭐였나요? 편지를 슬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나는 할아버지의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줬어요. 난 눈곱만큼도 좋은 아이로 자라지 못했어. 할아버지의 딸 애린. 애린의 남편이 된, 지니의 아빠. 두 사람에게 남은 건 무너져버린 작은 가족뿐이야. 밥도 못 먹고, 면회 올 때마다 말라가는 걸 알 수 있어요. 엄마 아빠 등에는 말이죠, 피로감, 이라고 크게 박힌 글자가 보여. 난 가족의 웃는 얼굴을 빼앗았어요. 할아버지, 난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니나는 쇼크로 등교도 못 해. 지금은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대. 그런 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치마 저고리를 입고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길 바란 것뿐인데. 천국에서 이 편지를 읽고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죠. 난 이제 어쩌면 좋아. 내가 맞서야 할 상대는 어디일까요. 누구일까요. 내가 틀린 거예요? 나는 이름을 잃어버렸어요. 더는 일본 이름도, 한국 이름도, 어느 쪽도 말할 수 없어요. 아무래도 그런 기분이 들어. 싸우고 싶어도 내 결의가 불꽃처럼 흔들리며 흩어지는 것만 같아. 학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 안에 모순이 느껴져요. 조선학교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다니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였을까. 의문을 품은 인간은 묵묵히 떠날 수밖에 없는 걸까. 학교에 다니는 위험이란 과연 뭘 말하는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켜 혼란이 커져만 가요. 그러니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할게요. 하지만 잊을 수는 없어. 잊을 리가 없어. 그럴 수 있다면, 언젠가 할아버지와 함께 다 같이 천국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길 바라는 절 용서해주세요.
  지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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