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9

알라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알라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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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노한동 (지은이) 사이드웨이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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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나"
2010년대 내내 각종 미디어엔 공무원 시험에 청년기를 통째 바친 청년들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뉴스에도, 드라마에도 노량진 고시 학원에 몇 년씩 틀어박혀 공부하는 공시생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공무원들의 이른 퇴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열망이 좌절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공직 사회에서 무엇을 본 걸까?

저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10년간 사무관으로 일하다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퇴사했다. 그는 자신이 퇴사한 이유를 "가랑비에 옷이 젖듯 습득한 무기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그 무기력의 이유를 밝힌다. 실체 없는 바쁨, 소통 없는 수직 관계, 실무와 동떨어진 윗선의 지시, 면피로 지킬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안위... 서늘한 문장들이 현실의 공직 사회를 차분히 해부한다. 10년이란 기간 동안 내부인이었고 이젠 외부인인 저자의 꾸밈없는 눈길이 공무원 업무 문화의 구석구석에 샅샅이 닿는다.

어떤 개인이든 존재하는 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정치의 스펙트럼 위 어딘가에 서 있고,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무균실의 표백된 비판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외부까지 유출된 공공기관 내부의 문제적 사실들, 공무원들의 퇴직률, 젊은 공무원들의 무기력한 분위기 등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전해줄 수 있는 일말의 진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짚어봐야 할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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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5.01.10)



9.5
100자평 23편
리뷰 12편
세일즈포인트 35,740
사회과학 주간 10위
284쪽






책소개
한국 공직사회와 공무원에 관한 폭탄과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그만둔 전직 서기관 노한동이 쓴 책이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내부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으로 정부와 관료 조직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그 조직 구성원들이 사적 이익과 생존을 위해 방패막이로 두른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심층적으로 비판한다. 무기력한 일상과 좌절, 가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으로 가득한 공직사회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파헤친다.

한강 작가가 포함되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그늘과 여파, 『구름빵』과 『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사태가 근본적인 창작자 보호 대책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윗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데 전적으로 집중된 성과평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극복하는 대책으로 만들어진 ‘조직문화 새로고침(F5)’ 같은 공무원식 말장난에 대한 비판까지…. 문체부 내외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작가의 공직 비판은 더없이 신랄하고 폭발적이다. 제도적인 영역과 문화적인 영역을 두루 조망하고,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요인들을 총괄적으로 파악한다. 정책과 예산과 인사와 법령의 문제를 세세하게 훑으면서도 공무원들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안기는 공기를 르포적으로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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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1장 차원이 다른 삶
2장 나는 운이 좋았지
3장 무난한 사람
4장 보고서에 정답은 없다
5장 점심의 정치학
6장 말과(末課)의 설움
7장 온콜(on-call)
2부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
8장 나는 옳고, 너는 따라야 한다
9장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
10장 예산의 비밀
11장 우문현답
12장 호치키스를 잘 찍어야 출세하지만
13장 파킨슨의 법칙
14장 관료의 기술
3부 실패의 이유
15장 케이와 K 사이
16장 런닝맨과 올블랑
17장 호날두와 선동열
18장 악을 모두 해소해도 남는 문제
19장 우리 사회는 책의 비문을 쓰고 있다
20장 창작자가 우선이라는 거짓말
4부 새로운 항로를 찾아
21장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22장 모두가 Z자형으로 순환할 필요는 없다
23장 당장이라도 가능한
24장 주피터냐, 헤라클레스냐
25장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26장 관료의 쓸모
에필로그 우리는 모두 서해대교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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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의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포부로 빛나던 젊은 공무원들도 처음에는 현실에 실망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조직 논리에 길든다. 공직사회의 수많은 헛짓거리 때문에 진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할 여유가 없어서기도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그저 세월을 버티기만 하면 정해진 승진과 적당한 명예가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중에서


차차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나 같이 공부 잘하고 우리 사회의 관습에 기댄 사고구조를 가진 평범한 ‘범생이’의 눈으로 봐도 공직사회는 지극히 이상한 사회였다. 체계적으로 무능했고, 구조적으로 비합리적이면서도 내부에선 그걸 지적하거나 고칠 의지가 없었고, ‘이상한 나라의 임금님’처럼 윗사람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추켜세웠다. 그런 분위기에선 너무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관료가 국가와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1장 차원이 다른 삶’」 중에서


공직사회는 블랙리스트를 지시받고 실행할 때도 무기력했지만, 처벌과 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그에 대한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는 걸 어떤 미덕처럼 여겼다. 사석에서라도 블랙리스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든가, 원치 않은 일을 해야 했던 억울함을 토로한다든가, 그 일에 관하여 통렬한 반성을 하는 사람은 대단히 찾기 어려웠다. 모두가 그 사건은 잊기로 약속한 듯이 말이다. 시간이 좀 지나 공직사회를 자세히 알게 된 이후 느낀 사실이지만, 그런 침묵은 사실 체념과 냉소에 가까웠다. 공무원이 공익에 헌신하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그건 정말 이 사회를 모르는 사람들의 낭만적인 소리였다.
―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2장 나는 운이 좋았지’」 중에서


그러나 세상엔 1장짜리 보고서로 모두 담을 수 없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으며, 해결 방안 역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다룰 때도 ‘핵심만 간단하게’라는 원칙에 경도된다. 보고서 1장에 모든 내용이 깔끔하게 담길 수 있도록 문제점과 원인, 해결 방안을 2~3가지의 맥락으로 포섭하고, 서로 조응되게 구성하여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타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현실의 이해관계는 몇 가지의 단순한 맥락으로, 의도적으로 치환된다.
―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3장 무난한 사람’」 중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직사회에서 통용되는 성과평가와 승진의 기준은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보좌했는가’이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윗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데 전적으로 집중되고 쏠린 이 시스템은 공무원이 보수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갖도록 만들며, 조직 내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이나 전반적인 혁신을 방해한다. 결국 성과보다는 순응이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에선 개인의 능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조직 전체의 발전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6장 말과(末課)의 설움’」 중에서


공직사회를 포장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이상(理想)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된 의미의 공익은 흐려진 채 무수한 비효율적 관습이 일상화된 ‘이상(異常)한 세계’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공무원은 나름대로 공익을 위한다는 다짐과 이상으로 이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다짐은 현실의 공직사회와 충돌하며 마모된다. 공직사회가 이 악순환을 반복하는 한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7장 온콜(on-call)’」 중에서


이러한 구조에서 관료는 똑똑할수록 조직 우선주의와 상명하복이 가장 유리한 생존 기술임을 더욱 치열하게 터득한다. 즉, 정책 대상의 입장과 기분을 헤아리고 현장에 집중할 시간에 조직과 윗사람의 의도를 읽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뻔한 결론이 도출된다. 그 결과 관료에겐 정책 대상을 자신이 성공하기 위한 재료쯤으로 보는 오만한 자세가 깃든다. 겉으로 아무리 정중히 예의를 갖춘들 ‘나는 옳고, 너는 따라야 한다’라는 식으로 오만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까지 숨길 순 없다.
― 「2부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 ‘8장 나는 옳고, 너는 따라야 한다’」 중에서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원 사업의 구조를 효율화하여 예산을 감축하면 오히려 질책을 받는다. 각 부처는 해당 분야의 예산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를 예로 들면, 이 부처에선 오래전부터 ‘문화
재정 2%’라는 목표를 두었다. 현재 1% 초반인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체육·관광 예산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까지 늘려야 한다는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산을 두 배로 늘려도 모자랄 판에 눈치 없이 예산을 자발적으로 줄이겠다고 하는 직원이 상사의 눈에 과연 어떻게 보이겠는가?
― 「2부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 ‘10장 예산의 비밀’」 중에서


공직사회의 깊숙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현장을 방문하라는 근엄한 지시를 한다. 하지만 이미 고위공직자들은 현장과 차고 넘치게 만나는 중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을 위한 잘 짜인 극본을 준비하느라 진짜 현장과 만나야 하는 실무자는 또 시간을 뺏긴다. 그리고 관료는 힘겨운 소통 대신 간편한 고립과 무능을 택한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대통령의 근엄한 지시를 담은 뉴스를 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실소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 「2부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 ‘11장 우문현답’」 중에서


공직에서 그 끝이 얼마 남지 않은 1급 공무원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벌여야 한다. 일반직 공무원에서 정무직 차관으로 신분이 상승하려면, 지금까지의 승진과는 다르게 대통령실과 장관 등 정권의 눈에 쏙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고시를 붙고 사무관으로 입직할 때부터 꿈꾸던 일생일대의 출세가 눈앞에 있는데 그 기회를 간발의 차이로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공직의 커리어를 어디에서 마감하느냐에 따라 퇴직 후 갈 수 있는 자리의 ‘급’도 결정되기 때문에 이건 단순히 명예의 문제만은 아니다.
― 「2부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 ‘13장 파킨슨의 법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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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
그렇다면 정책의 창이 열렸을 때 창작자 보호를 위해 시도했어야하는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창작자에게 최후의 보루이자, 최선의 안전망인 「저작권법」의 개정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유효하며, 별다른 제한이 없다. 사적자치의 원칙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국가의 저작권법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독일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권의 양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프랑스 지식재산권법」에 의하면 장래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포괄적 양도는무효이다. 저작권 양도 계약 시 양도되는 권리도 이용 목적과 범위및 이용 장소와 기간으로 제한되며, 그 요건이 결여되면 무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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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
본다. 23536우리나라도 이제 ‘모든 권리에 대한 기간 제한 없는 포괄적인 양도 계약‘은 무효라든지, ‘양도 계약의 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는 등양도 계약의 범위와 기간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의 저작권법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정부의 의지가 없어 번번이 폐기되었다.) 설사법을 잘 몰라서, 혹은 현실적인 힘의 관계 때문에 창작자가 잘못된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저작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창작자에겐 형벌이나 행정벌로 정부가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보다 훨씬 실효적인 권리구제 수단이다. 비록 당장은 누군가를 처벌한다는 속 시원함도 없고, 산업계의 반대도 많으며, 법 개정을 위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정공법이 필요하다. 나는이 사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때를 놓치고 정책의창이 닫혀버린 게 못내 아쉽고 원통하다.
문체부는 항상 ‘창작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당연한이야기다. 문화의 근간은 바로 창작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발전 역시 중요한 가치이지만 방송,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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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
는 문체부가 아니더라도 방통위, 산자부, 중기부 등 정부 내에 아군이 될 만한 조직이 많다. 하지만 창작자는 문체부가 아니면 전적으로만들어 줄 곳이 없다. 따라서 정부 내 이견을 감수하더라도 문체부는 창작자의 편을 드는 것이 타당하고도 마땅한 태도다. 조직이 지닌 본연의 존재 의의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간 문체부가 한 일을 보면 과연 창작자 편을 제대로 들고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예를 들어 주요 선진국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원칙적으로 음악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공연권)가 발생하고, 예외적으로만 그 공연권이 제한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경우엔 그와 반대다. 원칙적으로 공연권이 제한되고, 카페 등에서만 예외적으로 발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공연에 대한 원칙 제한 및 예외적 보장의 형식‘은 그간창작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EU(유럽연합)에서 우리나라에 단골로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해당조항은 일본의 구(舊) 저작권법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평가도많은데, 일본은 공연권을 제한하는 해당 조항을 1999년 폐지하였는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공연권 제한의 근거가 되는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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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
었지만, 끝내 합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이 개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저작권료를 부담해야 하는 소상공인 등의 반발이 두렵다는 이유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러한 예시는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권의 음악 강국이지만, GDP 대비 음악 저작권료 비중은 0.017%로 세계 33위에 불과하다. 정부가 승인하는 저작권료가 지난 1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문체부의 일상은 그래서 거짓말이다.
구름빵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창작자보호 차원에서 저작권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창작자 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외하면 문체부의 존재 의의에 무엇이 남을까.
솔직히 산업의 지원이나 보조금 집행은 다른 부치나 지자체에서 많아도 그만인데 말이다. 하지만 공주식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않아도 웬만해서는 없어지거나 대체되지 않는다. 충격적인 사건이일어나고 비난 여론이 드세어진 배도 있지만, 그때의 바람만 잘 피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공직사회와 관료는 반복된 학습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대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졸속 대책이 판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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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
내가 3부에서 적었던 여러 사례가 보여주듯이 정책 실패의 주된요인은 관료제의 뿌리 깊은 무책임과 단기적 성과주의에 기인한다.
여론이 들끓을 때는 그럴듯한 해결책이 급히 발표되지만, 정작 근본적인 법적·제도적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흐지부지된다. 진정한정책 개선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적 철학과 장기적인 전략에서 나올 것이다. 우리 공직사회에 그러한 철학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나는 거듭 강조했다.
관료제의 무책임함과 정치적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행정의 현실은 정부를 점점 더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나 단순히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거나 단기적 처방에 의존한다면 이러한 상황을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4부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궁극적으로 내가 4부에서 전개할 논의의 목표는 우리나라의 관료들이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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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설가, 『표백』(한겨레출판), 『한국이 싫어서』(민음사), 『댓글부대』(은행나무)): “한국 관료 사회는 2010년대 어느 즈음 카프카의 소설 같은 단계에 들어섰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은 부조리하다 못해 기괴한 조직 내부를 차분하게 비판하는 생생한 르포르타주이고, 그 안에서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결단을 내린 한 인간의 울림 있는 고백록이다. 거대한 전환을 요구하는, 통찰력 있는 정책 제안서이기도 하다. ‘국가 주도’ 이후의 한국 사회와 거버넌스를 고민하는 모든 분께 강력 추천한다. 정치인과 보좌진, 공무원이 되려는 분들도 꼭 읽으면 좋겠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 한국행정학회 회장): “똑똑했던 사람이 공무원이 되면 탁월함을 잃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공무원 본인들에게는 물론이다. 공무원에게 갑질을 일삼는 정치인과 ‘폴리페서’들도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뜨끔할 것이다. 공무원이 자신들 때문에 비만증에 걸린 고양이가 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의 진짜 의의는 관료 비판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데 있지 않다. 관료는 비정상이 판치는 이 사회를 고치기 위해 니체가 말한 ‘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책 안에 숨겨둔 메세지이다. 현명한 독자라면 그것이 행정이 지닌, 또 행정이 지녀야 할 진정한 힘과 가치라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한겨레: 한겨레 2025년 1월 3일자 '책과 생각'
국민일보: 국민일보 2025년 1월 3일자 'And 책과 길'
조선일보: 조선일보 2025년 1월 4일자 '잠깐 이 저자'
동아일보: 동아일보 2025년 1월 11일자 '책의 향기'
중앙일보: 중앙일보 2025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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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노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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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총 2종 (모두보기)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재학 중 행정고등고시(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해,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출판, 체육,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담당했다. 2023년,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공직사회에서 10년간 경험하고 관찰한 무능과 무기력, 헛짓거리를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계인'으로서의 자의식이 있다. 서울에서도 학구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목동의 학원가에서 학창 시절 내내 공부했지만, 정작 한 번도 '목동 아파트'에 살거나 목동에 있는 학교에 다닌 적은 없었던 경험이 그 뿌리다. 경계 안에 아슬하게 속해 있으면서도 내밀한 중심엔 포함되지 않았다는 자각은, 공직사회에 10년간 몸담으면서도 그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글을 쓰고 싶다. 머리에서 생각한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몸으로 겪은 사실적인 세계를 기록하고자 한다. 현실을 직시하되 냉소에 빠지지 않고, 비판하되 더 나은 가능성을 상상하며 사회의 중심과 경계를 넘나드는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경험과 용기가 쌓여 더 깊고 넓은 글을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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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금껏 공무원들의 영리해서 무능한 세계를 이토록 정확하고 날카롭게 폭로한 책은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전직 서기관의 고백 “나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10년 동안 일했고, 그 무의미한 일을 스스로 그만두었습니다.” 한국 공직사회와 공무원에 관한 폭탄과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그만둔 전직 서기관 노한동이 쓴 책이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내부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으로 정부와 관료 조직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그 조직 구성원들이 사적 이익과 생존을 위해 방패막이로 두른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심층적으로 비판한다. 무기력한 일상과 좌절, 가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으로 가득한 공직사회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파헤친다. 한강 작가가 포함되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그늘과 여파, 『구름빵』과 『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사태가 근본적인 창작자 보호 대책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윗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데 전적으로 집중된 성과평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극복하는 대책으로 만들어진 ‘조직문화 새로고침(F5)’ 같은 공무원식 말장난에 대한 비판까지…. 문체부 내외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작가의 공직 비판은 더없이 신랄하고 폭발적이다. 제도적인 영역과 문화적인 영역을 두루 조망하고,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요인들을 총괄적으로 파악한다. 정책과 예산과 인사와 법령의 문제를 세세하게 훑으면서도 공무원들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안기는 공기를 르포적으로 복원한다. 공무원들은 아주 영리하다. 그래서 아주 무능하다. 그 체계적인 무능은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무능과 무기력을 숨기는 공직사회의 관성과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작가는 거기에 질려 공무원의 삶을 때려치웠지만, 그는 여전히 그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못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선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는 우리 공직사회의 한계와 폐단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다. 노한동은 우리 사회를 앞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관료와 행정의 힘을 진정으로 믿고 있다. 그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을 그만둔 게 아니라, 그저 ‘거짓말’을 그만두었을 뿐이다. 무능한 일상과 좌절, 가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으로 가득한 공직사회 냉소와 체념이 넘치는 이 공간으로, 지금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공직사회는 역설로 가득 찬 곳이다. 복잡한 현실을 5분 만에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이해하려 하고, 현장과 갈수록 멀어지면서도 술자리에서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외친다. 입만 열면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존버’를 잘한 순서대로 승진시키고,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지만 그 누구보다 권력자에게 약하고 국민에게 강하다. 1급 공무원은 ‘관료 사회의 꽃’으로 불리지만 정작 별 역할은 없는 ‘파킨슨의 법칙’의 산물이고, 공무원은 헌법에 의해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만 그 어느 조직보다 정권과 여론에 휩쓸린 채 중심을 잡지 못한다. 정부세종청사의 외형은 수평과 연결의 이상을 담고 있지만 정작 내부의 구조는 직원 간의 토론과 소통에 무감한 큐비클(cubicle)로 가득하고, 예산은 ‘국민의 혈세’라 떠받들면서도 예산 규모를 전년도보다 늘리기만 하면 사업의 성과와 관계없이 칭찬받는다. 관료는 진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기르기보다는 공직사회의 역설에 적응한 ‘영리한 무능’을 익히는 데 탁월하다. 요컨대, 공직사회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기만 하다.” (본문 8페이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쓴 저자 노한동이 책의 프롤로그에 적어둔 대목이다. 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공직사회를 향한 지나치게 편향된 감정과 시각으로 쓰였다고 느껴지는가? 그런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저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다 바보는 아닐 텐데, 너무 극단적이고 박하기만 한 평가라고 생각하는가? 일리 있는 의문일 것이다. 혹은 저 묘사가 연 600조 원을 굴리는 선진 대한민국 정부를 너무 얕보고 무시한다는 생각이 드는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분명 도발적이다.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하고 무기력해졌는지를 분석하는 저자의 펜대는 잘 벼려진 검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힘주어 칼을 휘두르는 일엔 많은 이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를 꼬나보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당연하다. 아무리 그 안에서 10년을 일했다고 한들 저자의 공직사회 비판이 무조건 옳을 리는 없다. 동시에 독자들은 그간 이 책과 비슷한 책을 본 적이 없었다는 점에도 자연스레 주목할 것이다. 여태껏 노한동처럼 자신이 머무르던 관료 사회의 폐단을 집요하게, 전면적으로 폭로한 실무 공직자가 한 명도 없었던 사실 또한 떠올릴 것이다. 그럼 그렇지. 저자가 신중하지 못했다. 그는 대체 무슨 자신감, 오만함으로 이런 책을 썼단 말인가? 그의 폭로엔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이런 의심이 들고 있다면, 이 책을 본격적으로 펴들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되짚어 보자. 공무원의 절반은 이직을 희망하고, 공시 경쟁률도 한창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공무원 일반퇴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년 차 미만 퇴사자는 2배 이상 늘었고, 5~7년 차 퇴사자 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 중 정부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21.3%에 불과하며, 공무원의 직무만족 인식이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은 조사 대상 67개국 중 20위를 기록했고, 정부 효율성은 39위를 기록했다. 정부가 민간의 발전을 견인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하는 꼴이라는 이 격차는 몇 년째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때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지원 사업에서 배제했던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젠 정무직 고위 공무원들만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최근엔 정권의 부당한 지시를 수행한 실무 공무원들이 형사 처벌 등 법적 책임을 지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 몇 년간 공무원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고,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민간 대비 공무원의 보수 수준은 2004년 95.9%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2023년 83.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9급 1호봉 공무원의 기본급이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 모두 공무원만 되면 똑똑함과 탁월함을 잃는가” 한국 공직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철저하게 기록하다 “그동안 아무도 공직사회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내게 이 사회를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공직사회는 공무원 수로만 따져도 11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사회이다. 공무원과 함께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 임직원도 40만 명이 넘는다. 단순히 숫자만 큰 것이 아니다. 정부는 세금을 그 재원으로 하여 법에서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고 사회의 규칙을 제정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 중 하나다. 우리가 공직사회를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 당위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따라서 내가 경험한 지난 10년간의 사적인 에피소드는 2020년대 현재 공직사회가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공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선 진정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차원이 다른 삶’은 나의 실패담을 기록하는 이 책에서 비로소 시작하는 건지도 모른다.” (본문 24~25페이지)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우리 공직사회에는 엄청난 역설이 존재한다. 지금까진 아무도 그 안의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지만 공직사회에는 그 안팎의 사람들을 체념하고 냉소하게 만드는 헛짓거리와 거대한 무능이 가득하다. 2010년대 이후 진짜 필요한 일이 아닌 헛짓거리에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으며 느끼는 공무원들의 자괴감은 서서히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젊은 공무원들의 ‘공직 탈출 러시’에 관한 기사들이 쉼 없이 쏟아지는 중이며, ‘공무원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흉한 말이 유행한 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린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공무원들의 뉴스는 그리 드물지 않게 미디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한동은 최근 공직사회가 겪고 있는 붕괴 현상이 단순히 처우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무원의 월급을 올린다고 해서 공직사회의 체계적 무능은 해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라는 그럴듯한 말로 무능과 무기력을 숨기는 공직사회의 관성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노한동의 가장 첨예한 문제의식이 등장한다. 공직사회 내부의 구성원들은 이런 구조를 앞장서서 개혁하기보단 나름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그것을 활용하고 강화하는 편을 택했다는 게 그것이다. 공무원들은, 특히 그 안에서 오랫동안 영리하게 생존에 성공한 고위직 공무원들은, 결코 비효율적이고 공통의 철학이 부재한 구조의 피해자가 아니다. “나는 관료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에 갇힌 피해자가 아니라 그 세계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무능을 공고히 하는 주범(主犯)에 가깝다고 생각한다.”(86페이지) 이게 바로 저자가 공직사회의 무능한 시스템이 길러내는 관료에 대해서 그토록 엄격한 이유다. 독자들은 아직도 저자의 부정적인 시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여전히 저자의 시각이 관료와 정부에 대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읽고 저자의 선명한 메시지에 관심이 생겼다면, 일단 이 책의 본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라. 이 책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관료 사회가 지닌 병폐에 관한 종합적인 분석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초임 사무관 시절 직접 그 실행에 가담했을 뻔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포함해서, 문체부 내외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작가의 공직 비판은 더없이 신랄하고 폭발적이다. 제도적인 영역과 문화적인 영역을 두루 조망하고,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요인들을 총괄적으로 파악한다. 정책과 예산과 인사와 법령의 문제를 세세하게 훑으면서도 공무원들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안기는 공기를 르포적으로 복원한다. 책을 읽으면서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왜 “똑똑했던 사람이 공무원이 되면 탁월함을 잃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평했는지를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공직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괴롭게 만드는 ‘거짓말’의 정체 행정의 힘과 가치, 정부의 유능함을 되찾기 위한 이 한 권의 책 “공직사회는 일을 못 한다. 관료가 게을러서도, 철밥통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공무원이 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긴다. 겉보기에 정교해 보이는 공직사회는 실상 가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으로 가득 차 있어 본질적인 업무를 왜곡하고 무기력을 양산한다. 우리는 그동안 무능의 본질을 외면한 채, 관료가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인 비효율과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방치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일을 걷어내고, 관료가 본래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꿰뚫어 볼 때 비로소 가능하다. 관료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공직사회의 자기방어적인 거짓말을 들춰내야 한다. 나는 공직사회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는 데 실패했지만, 나의 실패를 딛고 누군가는 성공담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본문 274페이지)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출판, 체육,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담당했던 저자 노한동은 2023년,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10년간 경험하고 관찰한 무능과 무기력, 헛짓거리를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싶었다는 것을 자신의 퇴직 사유라 밝힌다. 그렇지만 그런 저자라고 해서 왜 일말의 주저와 두려움이 없었을까.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인생의 선배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먹던 우물에 침 뱉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고백한다. 공개적으로 공직사회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든 것도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노한동은 대체 왜 이러한 작업에 착수했던 것인가? 또 그는 왜 허먼 멜빌의 그 유명한 캐릭터, 필경사 바틀비를 인용하면서 현대 사무직 노동자의 저항을 스스로 실천하려 했던 것인가? 왜 그는 무기력한 가짜 노동에 환멸을 느끼고 영혼 없이 일하는 일을 거부했는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읽은 독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작가는 자신이 헛짓거리에 질려 그만둔 대한민국 관료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여전히 숨기지 못한다. 그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하여 정부의 유능함이 얼마나 중요하고 결정적인 변수인지를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없는 척을 해야 살아남는’ 그 기괴한 공직사회를 그토록 철저하게 파헤쳤던 것이다. 즉, 공무원 개개인의 유능함과 선의, 그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영혼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관료 사회 내부를 그토록 강력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대통령은 5년이면 바뀌고 정무직 장·차관은 1~2년이면 바뀌지만, 일반직 공무원은 30년 이상 한 분야에서 근무한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신분에 대한 불안 없이 안심하고 맡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신분을 보장한다. 관료들은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그저 세월을 버티기만 해도 정해진 승진과 적당한 명예가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노한동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노한동이 특별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지극히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어쩌면, 그는 그저 조금 더 일관된 사람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단지 자신의 ‘두 얼굴’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평소엔 공익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법과 제도가 준 권한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갑’의 얼굴을 하다가도 진짜 일해야 하는 때가 오면 정권, 국회, 여론의 뒤에 숨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을’의 얼굴을 하는 조직 내부의 분위기, 또 스스로가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생활과 ‘먹고사니즘’의 거짓말이 조금은 불편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은 지금 그 안의 모두를 무기력의 늪으로 몰아가며 공직사회 전반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노한동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선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는 우리 공직사회의 한계와 폐단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우리 사회를 앞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관료와 행정의 힘을 진정으로 믿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두자. 그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을 그만둔 게 아니라, 그저 ‘거짓말’을 그만두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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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9.5



장한별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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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앙부처 사무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왜 공직사회의 엘리트들이 무기력해지고, 번아웃에 시달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빼어난 책입니다. 제가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자주 만나는 정출연에 있으면서 본 공무원들의 고민과 공공기관인 저희 조직의 문제와도 상당부분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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쮸루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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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사무관에 대해 알고싶거나 무슨일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한권씩 선물해주고 싶을정도로 너무나 공감가는 책입니다. 제 머리속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놨나 싶을정도로 심하게 공감됩니다. 책속에 표현되어있는 입다물고 조용히 조직에 순응하는저는 멋지게 그만둔 저자에게 박수를 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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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star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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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프롤로그를 읽고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완독했다. 중앙부처 공무원과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혹은 썸남썸녀, 가족이 부처 공무원이라면 더 재밌을 것이다. 거대한 관료제 시스템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었다. 정확히 알고 고민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 책이 그 물꼬를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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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아이다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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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키루는 공직사회를 잘 옮겨다놓은 것 같다. 현 정부 이전은 물론 한 달 가량 된 비상계엄까지 위로 갈수록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난무한다. 왜 하급공무원일수록 자살율이나 이직률이 높고 급기야는 공직을 기피할까? 밖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냉정히 들여다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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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an3355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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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었지만, 올해의 책의 강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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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호수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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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흡입력 있는 글을 쓰다니… 정말 굉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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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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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정말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일깨워주는 아주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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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고라니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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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술술 잘 읽힙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모습을 경험, 사례, 의견을 잘 조합하여 보여줍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이지도 않고 방관적이지도 않은 균형잡힌 시각입니다. 작가님이 다음 책도 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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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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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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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강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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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답게 보고서처럼 쓰인 에세이였다. 고위공무원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러한 구조적 부조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조감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을 통해 눈을 뜨게 하는, 오랫만에 느껴본 경험이었다. 훌륭하고, 어디선가는 꼭 필요한 책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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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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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한동님은 20대에 행정고시에 합격 후, 문체부 사무관으로 입직해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경험한 공직사회에 대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관처럼 전해줍니다. 그래서, 4부 중 1~3부는 장강명 작가님 추천사처럼 르포르타주에 가깝습니다.

책을 덮으며 천황제 군국주의의 세뇌를 받고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해군 귀환병 와타나베 기요시가 해군복무 시절 자신이 받았던 월급총액을 되돌려주면서 천황에게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 빚진 게 없습니다.”라고 했던 <산산조각 난 신>과 비슷한 단호한 결의를 느꼈네요.

누군가는 첨부터 사무관으로 혜택 많이 받고 근무했으면서 전 직장을 헐뜯는 책을 퇴직한 마당에 왜 썼는지, 문체부 한 곳에서 10년 있었으면서 전체 공직사회의 조직과 업무문화가 모두 그런 것처럼 과도하게 혹평했다고 손가락질을 할 게 뻔히 예상됩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어보면, 저자 노한동님께서 왜 퇴직 후 1년의 시간을 할애해서 이 책을 쓰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동료와 소속부서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이런 책을 쓸 수가 없죠.

제 부모님과 두 동생 내외에 모두 다양한 직렬의 공무원(소방, 보건, 사회복지, 건축, 일반행정, 경찰)들입니다. 저도 학부시절 행정고시 공부를 했던 데다, 공공기관인 정출연에 다니면서 지난 10년 동안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발주하는 연구과제나 대행사업을 수주해서 일해왔으니 비공무원치고는 공무원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된 세종시 문체부 본청 공무원들의 일하는 모습들은 제가 봐왔거나 짐작해온 바와 다른 부분이 별로 없었고요.
(서기관 승진시 다면평가의 압박으로 승진후보들이 타부서 직원들에게 밥과 차를 사면서 평판관리를 할 정도인지는 몰랐지만요.)

동시에 제가 본 국토교통부, 환경부, 해양수산부의 사무관, 주무관님들은 훌륭한 분들이 이상한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소위 ‘갑질’에 시달릴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저는 이렇게 못산다고 생각될 정도로 과도한 초과근무와 조직 및 국회 등의 압박을 감당하면서, 사무공간이나 출장비 등에서 형편없는 처우를 감내하고 있고요.

저도 공공기관인 정출연에 있으면서 과거 영광의 시절이 있었던 이 조직이 무기력해지고, 진짜 일이 아닌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가짜노동을 숨쉬는 것처럼 시키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저나 동료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요.

그나마 실제 집행과 가까운 도로민간투자사업 지원부서에서 일하길 선택해서 보람을 찾긴 했지만, 지금도 내년초에 납품하는 24년도 기관 경영평가 보고서라는 의미없는 일에 동원 중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효용을 잃은 거대한 가짜업무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답이 안나오고 저항할 엄두도 안나더군요. 그래서 직장이 주는 과실은 누리면서 자아효능감이나 자존감은 책을 읽고 취미생활에서 채우며 살고 있습니다.

1960년대 이후로 최소한 1997년까지 한국의 공무원들은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우리사회가 가야할 정책방향에 대해서 해외의 선례와 민간의 요구 등을 적절하게 반영하여 합리적인 정책들을 수립하고 실행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의 인원과 예산에 비하면 말이죠.

많지 않은 분량으로 왜 요즘의 중앙부처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예전처럼 개인의 워라밸도 포기하고 일에 소모되기를 거부하는지, 설령 주어지는 일을 감당하더라도 현실의 작동원리를 파악하고 유효한 정책들을 내놓는 확률이 떨어졌는지, 무슨 일만 벌어지면 정치인이나 여론이 행정각부나 지자체 담당자들만 조지는 분위기가 공무원들을 어떻게 수동적/방어적으로 만드는지를 정말 잘 정리한 책입니다.

동생 부부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세종시 관내 도서관에 도서구매신청을, 사내 노동조합 도서고에도 비치해달라고 신청할 예정입니다.

책의 마지막 제4부는 저자가 ‘의미를 잃은 가짜노동으로 점철된’ 현재 공직사회의 업무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안해주시고 계시는데 직접 읽어보고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순환보직이 아닌 전문트랙을 선택해서 전문성을 쌓은 공무원이 있어야 순응을 강요하는 조직문화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건의처럼 동의할 수 있는 제안도 있었고 아닌 제안도 있었는데요.

첫째, 저는 공무원들이 부처와 부서의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유리한 상황을 바꾸는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무관 이상 공무원의 BSC평가에서 법개정 실적은 규제폐지나 완화만 인정해야 합니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중앙부처 사무관들에게는 급여부터 직무급제도로 지금의 2배를 지급해도 부족합니다. 이들이 담당하는 정책에 따라 증감하는 예산규모에 비하면 먼지같은 규모니까요. 충분한 급여를 주지 않으니 부서예산과 영향력으로라도 보상받으려고 하지요. 추가로, 부처의 예산 감축 실적과 사후규제영향평가 의무화 및 법령 및 행정규칙 규제 폐지 실적의 승진 및 인센티브 연동해서 국회에서 무분별하게 양산 민간을 제약하는 규제들의 해악을 행정부 차원에서나마 줄이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기계 출연연의 경우 계약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사업비를 절감하면 그 중 일부를 참여연구진 성과급으로 되돌려주니 볼펜 한 자루도 잘 안사고 저녁회식도 1차에서 끝낸다고 들었습니다. 예산을 다 쓸 수록 차년도 예산증액 요구에 유리한 일반 공공조직에도 이런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당연한 일을 하면서 인센티브를 요구하냐고 비난할 수 있지만, 이게 결국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일 겁니다.

둘째, 면피용, 방패막용, 시간끌기용으로 남용되는 행정/자문위원회와 연구용역들이 너무 많습니다. 대폭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정출연도 고유연구보다 수탁과제를 수주하려는 경향이 줄어들 것입니다.

셋째, 국회의원들도 장차관이 아니라 각 업무를 실질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국장과 과장을 불러서 답변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많은 회의와 간담회 행사들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실적보고용 회의록말고 참석자들의 모든 문답 발언들을 스크립트로 제공하는 등 공개해서 관료의 실력을 대중들이 볼 수 있게 해야합니다. 그래야 정책결정의 책임소재도 남을테고요. 지금은 회의내용이 비공개되거나 안건 처리결과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되니 의사결정의 책임이 불명확합니다. 성과와 책임이 불명확하니 인사평가의 예측성과 수용성이 낮아 일을 열심히 할 유인이 없습니다.

넷째, 국회의원실의 행정부에 대한 자료요구는 국회법대로 상임위를 거쳐서 정식으로만 와야하고, 어차피 보지도 않는 ‘과거 10년치 자료’ 같은 괴롭히기식 요청과 행정주체와 기관이 생산한 자료가 아닌 민간이 보유한 자료에 대해서는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합니다.

다섯째, 공무원들의 순환근무기간이 형식적으로 2년이지만 1년도 못채우고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적어도 1/3 이상의 업무에 대해서는 최소한 3년으로 부서 근무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인사발령은 수시인사에서 연 1~2회 정기인사로, 각 과마다 최소 1개의 계는 내부 FA계약처럼 본인 의사대로 결성한 장기프로젝트를 맡도록 해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정책수립 목표를 부여받고, 1과~말과 차별없이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를 평가하여 그 실적을 승진여부에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소사장제 사내벤처처럼요.

여섯째, 국회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실적도 지금처럼 법안발의실적이 아니라, 실제 발의하고 개정된 법안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법률들이 민간에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늘리고, 이미 판이 짜여진 기존 업계에 유리해서 유연한 변화를 늦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행정력을 요구해서 번아웃을 자초하고요.

그리고 근본적으로 언론, 정치인, 여론 모두 사건만 터지면 말도 안되는 스피드 대책을 요하는데, 7~9명 내외인 정부부처 한 과에서 고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교섭해서 개선대책 수립을 몇 주나 몇 달만에 완료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국사회가 발전해서 해외사례를 참고해서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제도는 이제 별로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대책을 내놓으라고 괴롭히니 담당자로서는 차라리 위원회를 급조하고, 학술연구용역 발주해놓고 시간끌면서 부서이동 신청하는게 낫죠.

사법부도 문제없다고 판단한 타다 사업모델을 국회의원이 여객자동차법까지 개정해가면서 불가능하게 만들어놓고서, 플랫폼가맹운송사업이 왜 제대로 안되냐고 국토교통부 담당자를 호통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납금제의 부작용을 부풀려서 시장에서 작동도 안되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국회의원 자신들이 제도화해놓고 행정부가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것 같은 행태들이 너무 많습니다.

끝으로, 국민들도 제발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일에 대해서 공무원들에게 대책수립을 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법안에 첨부된 규제비용 추계서가 없더라도 규제는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

54쪽

장차관 등 정무직에게 사안을 보고해야 하는 국장급 간부는 현실을 평탄화하여 보고하기에 수월한 짧고 간결한 보고서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보고서만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거나, 문제의 적확한 해결을 위한 복잡하고 다양한 정책적 논의를 부처 내에서 촉발하기는 어렵다. 형식은 내용을 잡고 뒤흔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더군다나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정부 보고서 작성법에 능해질수록, 정책의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사무관조차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갖게 된다. 복잡하 문제를 다양한 맥락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한 정부 보고서의 형식상의 한계 때문에 문제를 깊이 탐구하기보다는 보고하기 쉬운 틀에 맞는 적당한 통계와 자료를 짜깁기 하는 데 몰두한다.

72쪽

중앙부처의 정책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조직도상의 순서는 과가 발생한 순서를 따르기 때문에 말과는 최근의 시대 흐름과 가장 밀접한 산업적 측면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의 먹거리는 오히려 일과가 아닌 말과가 맡은 분야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고작 행정 조직도상의 순서에 따라 담당자의 열의가 달라진다면, 민간의 입장에선 이만큼 부당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정부가 민간의 특정 분야를 잘 되게 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법령 등 규제와 룰을 제때 현행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으면 그 분야의 발전은 요원하다.

83쪽

공무원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공직사회의 일이란 그저 관습에 따르거나 기관장을 빛내기 위한 거대한 비효율의 반복일 뿐이라는 학습된 무기력을 체득한다. 주말과 밤낮없이 일하는 자신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공무원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112쪽

그런데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 다시 그 역할을 외주로 주는 시스템이 현장에선 너무 흔해졌다. 공공보다 민간에 더 전문성이 있기에, 민간이 정책 집행도 더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신화를 등에 업고서 말이다.
(중략)
예산의 낭비보다 더 큰 문제는 직접 해보아야 습득하는 지원 사업의 암묵지가 공공부문에는 전혀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20쪽

사실 정무직은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회의에서 등장하는 걸 매우 싫어하고, 애초에 그들 중 현장의 돌발 발언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상황을 넘길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사람도 드물다. 또한 정말 정무직이 현장의 가감 없는 목소리를 듣기 원한다면, 격식을 갖춘 간담회가 아니라 식사 자리 등 편안한 자리를 통해 얼마든지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애초에 격식 있는 간담회 자리를 만들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마음이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156쪽

특별히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아니라면, 본인이 있을 땐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하는 것이 공무원의 태생적 속성이다. 연구용역과 위원회는 정책의 전문성과 민주성 증진을 핑계 삼아 공무원이 시간을 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결정의 완충지대다. 이런 완충지대는 논의와 검토의 과정을 길게 끌며 결정을 뒤로 미루는 데 적합하다. 즉,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보호막인 셈이다. 공직사회의 이러한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몇명은 그 덕분에 연구용역비에 위원회 수당까지 살뜰히 챙긴다.

241쪽

누구나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이 시대에서 단순히 직급을 높이는 것보다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공무원은 오히려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특히 평생직장 개념보다 정부-의회-민간-학계를 넘나들며 다방면의 경력을 쌓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가 다가올수록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일은 사회와 개인 모 두에게 무척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다.
(중략)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통해 관료가 전문성을 갖게 되면, 그 효과는 단순히 정책의 품질 제고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성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하급자를 대상으로는 제아무리 상급자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일을 무작정 밀어붙이기 어렵다.

247쪽

총액배분자율편성 제도 아래에서 예산의 편성이 하향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재부는 각 부처의 합리성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부처에게 자율을 주면 이익단체 등에 휘둘려 방만하게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생각하기에 기재부는 칼잡이 역할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정해진 한도 안에서 각 부처에 자율을 주는 것이 오히려 예산의 방만함을 줄이는 일이다. 각 부처에 재량이 주어지면, 예산의 한도 안에서 효과성 없는 기존 사업은 과감히 없애고 그 예산으로 더 좋은 사업을 기획해도 업무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존의 악순환이 깨질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각종 정부 사업의 효과성을 증진할 것이다.

268쪽

공직사회에서 진짜 해야하는 일은 일단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무수한 고민이 따라온다는 특징이 있다.
(중략)
공직사회는 가짜 노동이 진짜 노동을 압도하는 곳이기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일의 필요성을 따져봐야 한다.
(중략)
공직사회는 일을 못 한다. 관료가 게을러서도, 철밥통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
(중략)
우리는 그동안 무능의 본질을 외면한 채, 관료가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인 비효율과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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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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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노한동은 이렇게말했다....

˝나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10년 동안 일했고,그 무의미한 일을 스스로 그만두었다.˝

문화체육관광부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자
마자 사직서를던진 한 공무원이 있다....

대한민국 공직 사회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내부자만의 시각으로정부와 관료 조직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그 조직 구성원이 사적
이익과 생존을위해 방패막이로 두른
‘나라를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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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북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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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받았습니다.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한때는 공무원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무원의 절반은 이직을 희망하고, 공시 경쟁률도 한창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공무원 일반퇴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년 차 미만 퇴사자는 2배 이상 늘었고, 5~7년 차 퇴사자 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공무원에 대한 정확하고 날카롭게 쓴 책으로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그만둔 전직 노한동 서기관이 쓴 책으로 기대가 됩니다.





공직사회는 역설로 가득찬 곳, 복자한 현실을 4분 만에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이해하려

하고 현장과 갈수록 멀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5년이면 바뀌고 정무직 장.차관은 1-2년이면 바뀌지만 일반직 공무원은 30년 이상 한 분야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나라 운영의 큰 방향은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임명되는 정무직에 짜라 바뀌어도 이를 보좌하고 수행하며 장기적인 시각을 갖춰 세밀한 정책을 다루는 주체는 전문성을 갖춘 기술관료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의 공직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기술관료가 있는지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때로는 불법을 넘나드는 지시를 서슴없이 하는 집권 세력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그만둔 전직 서기관이 쓴 한국 공직사회와 공무원에 관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이야기 합니다.













공직사회를 포장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이상(理想)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된 의미의 공익은 흐려진 채 무수한 비효율적 관습이 일상화된 ‘이상(異常)한 세계’가 펼쳐져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공무원은 나름대로 공익을 위한다는 다짐과 이상으로 이 길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다짐은 현실의 공직사회와 충돌하며 마모되며 공직사회가 이 악순환을 반복하는 한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공허함이 바로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의 모습으로 복잡하고 모순된 구조 안에서 관료는 생존과 나름의 성공을 위해 체제에 맞춰 영리한 방식을 찾아가지만 이는 곧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무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성과보다는 순응이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에선 개인의 능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조직 전체의 발전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6장 말과(末課)의 설움’」 중에서





이 책을 읽으니 세월호, 이태원, 오송참사, 제주 항공 사고가 차례로 떠오릅니다. 이 사고를 통해서만 봐도 우리 국민들이 공직자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많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만 봐도 검찰은 미호강 제방의 관리책임이 청주시에 있다고 본 반면, 청주시는 하천법과 환경부 지침을 토대로 국가하천 공사구간의 관리책임 주체를 하천점용 허가권자인 금강유역환경청으로 꼽으며 서로의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입니다. 제주 항공 사고에서도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시공사에 책임을 물으면 끝일까요? 관계당국은 또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현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이 매우 답답합니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사회 나라는 발전합니다. 윗 사람의 심기를 맞추고 줄을 잘 서는 데만 노력한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공직자를 신뢰하고 공직사회가 밝고 투명해 지기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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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ycsy3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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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10년 동안 일했고,

그 무의미한 일을 스스로 그만두었습니다.




고시 공부 3년, 사무관 10년 등 도합 13년의 세월을 매몰

비용으로 지불하고 제 발로 여기를 나가겠다고 생각한 건,

오랜 시간 동안 공직사회의 다양한 헛짓거리를 경험하며

가랑비에 옷이 젖듯 습득한 무기력 때문이다.




관료는 두 얼굴을 갖는다. 평소에는 공익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법과 제도가 준 권한과 직위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갑'의 얼굴을 한다. 그러나 진짜 일해야 하는 때가

오면 정권, 국회, 여론 뒤에 숨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을'이 얼굴을 한다. 게다가 관료는 갑과 을의 얼굴을 오가며

1~2년 버티면,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절로 자리를

옮기고 승진할 수 있다.




하루에도 쏟아지는 업무 지시에 대해 각각의 공무원 개인이

위법 여부를 일일이 따지다 보면 아마 행정은 마비될

지경에 이를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항명은 거의 허용하지

않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문화는 그 나름대로 행정의

민주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문학과 책을 좋아하던 청년이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할

뻔한 위험한 사회에서, 개개인의 영혼은 정의로운 행동이

아니라 면피와 행운으로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알게

된 공직사회의 첫 번째 민낯이었다.




공직사회에는 복종보다는 토론이 필요하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아돌프 아이히만을 분석하며,

악의 근본적인 원인을 깊은 증오나 사악함이 아닌 평범하고

무비판적인 복종과 직무 수행에서 찾았다.




정부 보고서는 가독성에 목숨을 건 문서다. 보고서의 본문은

보통 한 장이며, 복잡한 통계나 보조 자료는 붙임으로 처리한다.

글자크기는 15포인트로 일반적인 책자보다 상당히 큰 편이고,

개조식으로 작성되어 있어 형식적으로 읽기가 수월하다.




모든 관료들은 명시적인 지시 없이도 조직의 상급자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최대한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이휴는 간단하다. 정책 대상의 평가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관료에게는 사실상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상급자의 평가는 관료 개인의 평판, 승진, 유학 등 일생의

모든 걸 좌우한다.




애초에 격식 있는 간담회 자리를 만들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마음이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장관이 동정을 언론에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현장

간담회의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서 다른 부처나 부서에서 하는 정책을 모아 보고

하는 일을 일컬어 호치키스 행정이라고 한다. 다른 부처의

일을 문서로 취합하여 보기 좋게 호치키스로만 찍는다는

의미니까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 정부 전체로 봐도 주로 호치키스 행정을 하는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와 같은 부처에 있어야 관료로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파킨슨은 관료제에서 관리직을 중심으로 조직이 확장되는

메커니즘을 '부하배증의법칙'과 '업무배증의법칙'으로 설명했다.

공무원은 일이 많을 때 동료보다는 부하 직원을 늘리기를

원하고(부하배증의법칙), 부하 직원이 늘어나면 지시와 보고받는

과정이 파생되어 결국 서로를 위한 쓸데없는 일거리가 늘어난다

(업무배증의법칙).




직업공무원인 관료는 책임을 싫어한다. 본인이 있을 땐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하는 것이 공무원의 태생적 본능이다.

연구용역과 위원회는 정책의 전문성과 민주성 증진을 핑계

삼아 공무원이 시간을 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결정의 완충지대

이다.




관료제의 무책임과 정치적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행정의

현실은 정부를 점점 더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나 단순히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거나, 단기적 처방에 의존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공직사회는 대부분의 공무원을 낙오 없이 끌고 가려는

온정주의와 개인보단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다.




제도적 변화를 통해서 관료가 전문성을 갖게 되면, 그 효과는

단순히 정책의 품질 제고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성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ideways_pub

@chae_seongmo




#나라를위해서일한다는거짓말

#노한동 #사이드웨이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거짓말 #무기력 #관료 #위법

#행정 #책임 #복종 #공직사회

#가독성 #호치키스행정 #집단주의

#부하배증의법칙 #업무배증의법칙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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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377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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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읽으면 안되는 책이다.
(중략)
🔥절대로 읽지마라!!🔥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너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고 있을 것이다.

작가의 프로필은 대단하다. 누구나 한번 쯤 꿈꿔본 행시출신.
거기에 동기들 중 가장 늦은 승진
그리고 승진과 동시에 사직.😅
왜 승진이 늦었는지 단박에 눈치 챌수 있다. 🤣🌊🤣

승진해서 사직한 것이 아니다. 그냥 견디기 힘들어서 사직한 것이다.

검찰은 대한민국 0.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지적 수준을 검증받고 들어가는 곳이다.
중앙부처나 지방 공무원도 수준별 시기별차이는 있지만, 내 아는 사람들을 진짜 다 똑똑하다. 그런 똑똑이들이 아끼는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튀지마라” ✂️“시키는대로 해라” 종국에는 ✂️“생각하지 마라” ✂️“왜?라는 의문을 품지마라”라고한다.


이것을 잘 견뎌내면 늦어도 승진은 한다.
승진할수록 사람들이 싫어지고, 계속 혼자 남겠지만.

조직이 인간을 망친다는 생각을 떨 칠 수가 없다.
조직이 뭔가?
조직문화는 뭔가?

인간은 원래 창조적이다. 그런 인간에게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는 문서(글자간격, 줄간격, 캬캬캬 )를 나도 안다. 이제는 전자문서라 그렇게 까지 하지 않지만, 뭐. 조직은 그렇다.

혹여 이 책이 베세가 되어 작가 여러군데 강의를 나가게 된다면, 공직에서는 안부를 것 같다. 만약 공직에서 부른다면 누워서 침뱉기.

그럼에도 우리는 읽어보자.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면 읽어보자.

왜 조직이 이렇게까지 썩었는지. 그런 똑똑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힘. 비판하는 힘. 주장할수 있는 힘이 아닐까?
이런 힘은 진짜 🐶피곤하다. 그리고 주변에서 힘들어한다.

(중략)

이 나라가 왜 이모양인지 이 책을 통해 좀 이해되었다.
가만히 보면 바른말하는 인간들은 다 퇴출되었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들릴법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다 살아남았다. 그 목이 여러개인 최상*까지... 그 뒤로는 더 가관이던데...

작가가 노린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적절하게 아주 잘 나온 책이다.
베세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누구든지 제발 좀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신청서를 뿌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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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반려책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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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나라를 위해서야! 영화에서 많이 듣던 빌런의 대사죠?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도서제공 사이드웨이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는 괜찮지가 않구나”를 알게 됩니다. 토론과 리더쉽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다면평가도 편 가르기로 이용하고, 실적주의는 희생양을 낳습니다. 서구의 좋은 제도들은 자리 잡기 위해 사람도 함께 변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가 매우 짧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주피터 VS 헤라클레스




왕정에서 식민지 다시 민주주의로 건너뛴 우리나라는 리더 집단이 나라를 경영하는 주피터식에서 전체 국민의 의견을 취합하는 헤라클레스형으로 말 그대로 건너뛰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피터식과 헤라클레스식을 구분하지 않고 정권이 바뀌거나, 혹은 여론대로 실험하다 보니 아직도 정부조직의 체계는 혼돈 그 자체. 덕분에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는 말은 만병통치약에 가깝습니다. 책임소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대책을 세울 사람도,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발언도 불가능한 겁니다.




권한과 의무의 불일치




핵심은 받는 만큼 일하고 책임지는 겁니다. 권한은 정치권에, 의무는 공무원이 지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각 제도에 따른 환경이나 법률은 모른 채, 다른 나라의 제도들을 패치워크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공은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는 회사에서 일한다면 최대한 책임지지 않고 덜 일하려고 할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나라 정부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으니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파도처럼 성난 여론이 무서워 아무런 방향성 없이 상황을 방치하는 무능한 리더십은 공무원을 좌절하게 만들고, 결국 정부의 역량마저 마비시킨다.”




“진짜 문제는, 연공서열을 타파한 결과 공직사회의 전체적인 상과와 일에 대한 열의가 오히려 낮아진다는 점이다.”




“공직사회는 대부분의 공무원을 낙오 없이 끌고 가려는 온정주의와 개인보단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다. 부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정서는 공직사회의 하방을 지지한다.”




“우리 사회는 책의 비문을 쓰고 있다”는 챕터에서는 책의 위기가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독자가 원하고 관심있는 책을 제때에 충분히 내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죠. 저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절대다수의 숫자를 차지하는 독립출판과 1인 출판사 편집자는 “내가 내고 싶은 책”을 내는 중이거든요. 장경명 작가님과 황석영작가님도 한국문학 스스로가 현실과 너무 멀어졌다거나, 대중이 처한 현실 대신 작가의 사생활만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그쳐 생긴 문제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명쾌한 답이라는 건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 정답이라는 근사치를 향해 가기 위해 토론하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나라를 위한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도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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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fudzzang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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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이런책이 나오면 어떤생각을 갖고 있나 궁금할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공직사회에 비판의 작대기를 날리곤 한다.




"내가 낸 세금이 얼만데!"로 시작하는 발언에 우리는

"네...네... 위에서 이렇게 내려와서 저희도 어쩔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사과하긴 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전국민 시책인데 문서보다 뉴스를 먼저 내버려서

많은 어른들은 그런 것도 모른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나와 같이, 저자와 같이 월급을 받는 이들의 초심은 "나라를 위해서, 시민을 위해서"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수직적 조직인 공직. 그들의 생리를 저자의 글을

통해 읽다보면 발자크의 "공무원생리학" 한국판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큐비클이 벌집처럼 이어진 세계, 급수별로 정해진 자리, 사람마다 다른 보고서 형식

그 어느 곳에도 답은 없다. 다만 상하반기 있는 정기인사로 "고인물 방지'를 하며

공직은 유지되고 잇다.






고시 출신인 저자는 내가 사는 조직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큰 우주 아래 소우주가 있듯이

앞에서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그 현실을 알기에

마지막장에 "공무원을 향해 더 많은 책임들만 전가하고 있다."고 밝혀논 것일까.






나라까진 아니더라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들은 많다. 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200년 전에 쓰여진 발자크의 글이 되풀이 되어 책이 나온다는 것은 국가를 막론하고

'공직'이란 체계가 수직적이고 고착화되어버린 조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하향식으로, 상향식으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신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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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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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해서 무능한 이상한 세계❜
한숨 한 번 쉬고 가실게요 😫😖😤


서울대학교 재학 중 행정고등고시(5급)에 합격해 문체부에서 출판, 체육,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담당했던 노한동 작가. 그는 2023년 서기관으로승진하자마자 공무원을 그만둔다. 10년 간 공직사회에 몸 담았던 그가 돌연 사표를 던진 까닭은 무엇인가?

❝10년 간 경험하고 관찰한 무능과 무기력, 헛짓거리를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내부고발자가 되겠다는 것인가?


나라의 녹을 먹겠다고 시험에 통과해서 들어온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무능과 무기력에 찌든 이들이 되는지 담겨 있다. 공직사회에 10년 간 몸담은 이만이 쓸 수 있는 글일 것이다. 너무 모르지도 않고 완전 푹 젖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보고서 한 장에 목숨을 거는 모습에는 웃음이 나온다. 핵심만 간단하게,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둔 1장짜리 보고서에 무엇이 담길 수 있을까? 노한동 저자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것”이라 말한다. 평탄화된 문제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이보이지 않는다. 표면적인 문제에 대한 답만 제시하면 되는 것. 그러니 탁상공론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순환보직, 연공서열, 무사안일, 가짜노동, 윗사람 심기 맞추기 등 일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에도 일침을 가한다. 개개인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위계에 따른 상명하복 구조가 서로를 공고하게 떠받치고 있다. 그것을 흔드는 이를 누가 이쁘게 볼 것인가. 능력이 있는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가? 당신은 출세에서 멀어질 것이니!!


자연스레 양산되는 무능과 무기력. 영리한 사람은 더 빠르게 적응한다. 그렇게 출세의 길로 달린다. 영리해서 무능한 이 역설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노한동 작가는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이 나온다. 공직사회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편견이 아니구나 싶었다. 물론 공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공직자가 있을 것이다. 그분들까지 싸잡아 욕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되지만, 공직사회에 만연해 했는 경직성과 관성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공직사회는 역설로 가득 찬 곳이다. 복잡한 현실을 5분 만에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이해하려 하고, 현장과 갈수록 멀어지면서도 술자리에서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외친다. 입만 열면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존버'를 잘한 순서 대로 승진시키고,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지만 그 누구보다 권력자에게 약하고 국민에게 강하다.❞ p.8


어떤 소설, 영화보다 흥미로웠다. 공무원이 되려는 분들, 정치인들이 읽었음면 좋겠다. 또한 공무원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에게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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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1004mg 202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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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노동은 거두고 사적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것 역시 그만하라는 것은 비단 공무원만이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런 사람들은 있다. 다만 공무원 조직에 많은 포션을 차지할 뿐. 저자의 신랄한 비판과 성찰에 정신이 한동안 멍.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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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소 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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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프로필과 앞부분 내용으로 직업을 다루면서 먹고사니즘을 풀어 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점점 나라 걱정이 된다. 인터넷서점 분야를 찾아보니 사회과학 ㅡ 정치학 ㅡ정치일반에 속하는 책이라고 한다.
정치학을 담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가벼운 에세이로 보기에는 알려주는 내용에 사회를위하는 의식이 담겨있다.
자신이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믿는 부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자식이 본인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부류와, 또 한편에는 자식이 자기만큼만 살기를 원하는 부류. 엄마는 전자에 속하는사람이었다.- P20
국민의 선택을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집권 세력은 그 기간엔 본인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착각한다. 게다가 갈수록 극단화되고 있는 정치는 정권이 바뀌면 서로를 향한 보복의 수위를 높인다. 그 과정에서 직접 정책을집행하는 공무원은 앞으로도 계속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공직사회에는 나중에라도 책임질 일을 극도로 회피하는 문화가 더 팽배해질 것이다.- P33
관료는 힘겨운 소통 대신 간편한 고립과 무능을 택한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P126
어느 조직에서든 개인이 처한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나도 의히 알고 있다. 그러나 관료의 행태를 단순히 개인의 ‘먹고사니즘‘수준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은 구체적인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그 여파는 관료제 내부를 넘어 국민의일상, 즉 당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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