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설명에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도 사람들이
홍콩의 역사와 사회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홍콩은 유럽식 민주주의를 누렸던 적이 사실 한번도 없다.
홍콩의 언론자유와 인권 등은 일종의 선물로 식민지 사회에 주어졌던 것이지, 실제로 투표 제도 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정 자체가 실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
홍콩의 문화적, 제도적 수월성(?) 혹은 그 번영의 배경중 일부로 정확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 영미계 법치주의
- 동아시아인들 특유의 근면성실함과 홍콩특유의 가족적 공리주의
- 효율과 신뢰를 중시하는 중국 남방문화의 상인정신과 영국식 교육과 제도로 키워진 전문직의 프로페셔널리즘
- 대만, 해외 화인 사회와 대륙 공산당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식으로 좌우 이념에서 어느 정도 독립된 자유주의 문화였지
민주정 체제 자체는 아니다.
민주정 자체는 아니지만 그 과실을 간접적으로 맛본 젊은 홍콩인들이 완전한 민주정(행정원 대표를 선출하는 보통선거)을 요구한 것은 그 자체로는 정당하지만, 대륙 정부는 홍콩에 민주정 체제를 허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민주정 체제는 홍콩인들의 독립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자유화는 그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고, 타임 스케일이 서로 맞지 않았다.
홍콩 반환당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지만, 반환 직후에는 오히려 만족도가 높았고, 정치적 갈등이 격화됐던 2014년, 2019년 당시에도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다.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사회안정과 경제적 이권이 보장되면 오히려 권위주의 정부를 선호한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간접적으로라도 민주정 체제를 경험한 유학파 엘리트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반환직전에 영미국가로 런을 박았었고, 그 후에 외국 국적만 보유하고 홍콩으로 돌아와서 중국반환후의 경제적 과실을 적지 않게 누렸다. 2019년후 급격하게 사회적 자유도가 하락하면서 다시 떠나는 이들도 있고, 정치에 관심이 적은 이들은 그냥 남아있다.
대만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들의 status quo로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외부의 지지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대륙인민들의 지지였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국가이지만 자국 인민들의 여론을 무시하지 않는다.
중국의 보통 인민들이 홍콩을 (대만과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부러워하면서 화인 사회의 희망이자 자부심으로 여기고 심정적 지지를 보낼 때는 함부로 철권을 휘두르지 못하지만, 그들의 반감을 사는 수준에 이른다면 눈치를 볼 것이 없어진다. 따지고 보면 식민지 시절의 자유화도 영국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프랑스의 식민지인 뉴칼레도니아(독립요구하는 원주민)의 2024년 폭동후 정치적 교착상황만 봐도 알 수있다.
홍콩의 자유와 인권의 개선은 애초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포함해서 아주 불안정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일종의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한국에서도 이번에 파시스트 (혹은 칼슈미트의 초헌법적 순간과 최고통치자의 결단의 시간을 지지하는 이들)들과 투쟁을 벌이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구분해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론장에서 한국의 정치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거의 물신화된) '민주주의'라는 기호로 모든 것을 뭉뚱그리지 말고 쪼개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 서로 주고 받으면서 타협과 협상을 통해 건설적 합의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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