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jin Pak
9 February 2016 ·
[남북관계] 점진적 통일은 남북 양칙에 대박
김병연(54)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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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고층 아파트는 북한 경제의 업적이 아니라 북한이 앓고 있는 병의 징후
“북한의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정은은 모던(modern)한 나라가 되려면 건물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초고층 아파트도 짓고, 거리에 잔디도 깔고요. 초고층 아파트는 북한 경제의 업적이 아니라 북한이 앓고 있는 병의 징후입니다.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해요. 돈이 갈 곳이 없어 건설로 몰렸습니다. 신흥 자본가가 권력기관과 결탁해 아파트를 짓고 그 기관에 일부를 상납하고 나머지는 분양하는 독특한 형태예요.”
2a] 북한의 현재
▼ 오피니언 리더 중에도 20년 전 식량난 시기를 고려해 남북관계를 들여다보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시의 북한 경제와 현재는 아주 달라요. 북한을 폐쇄경제라고 여기면 변화된 모습을 못 보는 것입니다. 아주 잘못 보는 거예요. 북한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50%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한 수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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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b]봉쇄-압박-붕괴-급진 통일은
▼ 봉쇄, 압박을 강조하는 정치학자들은 현금 원조가 독재집단에만 이득을 준다고 봅니다.
- “개방경제를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북한에 시장이 워낙 많이 펼쳐졌습니다. 시장 교환 덕분에 굶주리는 주민도 현저히 줄었고요.
- “북한이 붕괴해 급진적으로 통일이 되면 금리와 환율이 큰 충격을 받을 거고요.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금리가 폭등해 한국 경제 전체가 망가질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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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붕괴론’은
“북한 경제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경제결정론’의 시각에서 나온 오류입니다. 독재체제가 부분적인 자유화에 나설 때가 가장 무너지기 쉽습니다. 경제적 조건은 실내에 꽉 찬 가스와 같습니다. 이 가스를 점화시키는 방아쇠는 연성화한 권력과 부분적인 민주화입니다. ... -더 나은 통일, 즉 점진적이며 평화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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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점진적 통일은 대박 남북 양칙에 대박
점진적 통일이야말로 대박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통일 후 북한에서 살아도 미래가 있겠다고 여기게끔 지금부터 병원, 학교, 사회 인프라 같은 기반 시설을 닦아주는 방향으로 북한 거주 인센티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요즘 탈북자 중엔 자식 교육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한 사람도 있습니다. 북한에 좋은 대학이 없으면 한국으로 이주해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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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대박일까요.
- “북한에 특히 대박입니다. 북한이 시장경제로 체제이행을 하고 경제통합을 거쳐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가정 아래 제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북한 지역은 연 13%씩 성장합니다.
- 한국은 연 0.8%씩 추가 성장하고요. 한국의 현재 경제성장률을 볼 때 0.8%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북한에 사기업이 생겨 5~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북한 경제의 이행과 경제통합이 이뤄질 때의 가정인데요.
- ‘평화통일’ ‘점진통일’ ‘체제이행’의 3가지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통일은 대박입니다.
급진통일의 경우 단기 비용은 크더라도 30년가량 지나면 편익이 훨씬 커지겠죠. 문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그 30년 동안 버틸 체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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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남은 유일한 번영의 동력이 북방 축(軸)”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우려하는 바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주요 성장동력은 시장 개척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우리의 성장동력은 미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한 ‘서울-부산 축’이었습니다. 그 후 중국이 부상하면서 서해안 축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축을 이용한 시장이 이제는 포화상태입니다.
마지막 남은 축이자 이전의 축만큼이나 막강한 축이 북방입니다.
한국은 북한에 가로막혀 고립돼 있습니다. 경제통합 이후 추가 성장이 0.8%라는 제 가정은 남북통합만을 고려했을 때의 효과입니다. 만약 동북 3성, 러시아 극동지방, 중앙아시아 등으로 경제통합 범위가 확대되면 성장 효과가 더 커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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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빅뱅 시장화-자유화는 파괴
▼ 동유럽의 시장화, 자유화는 ‘빅뱅’이라고 불릴 만큼 급진적이었는데, GDP가 엄청나게 쪼그라드는 등 경제 혼란이 컸습니다.
“시장화, 자유화는 충격 ‘요법’이 아니라 충격 ‘파괴’였다는 말도 있었어요. 북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행기 충격을 겪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동유럽은 기존의 사회주의 중앙계획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정 메커니즘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중앙계획경제가 무너졌지만 시장도 채 자리 잡히기 전이어서 제도적 규칙이 없는 기간이 있었어요. 북한은 이미 이 과정을 겪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계획이 무너진 반면 시장은 존재하지 않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부분적이나마 시장이 작동하고 있어요. 그러니 성장을 위한 점화만 잘되면 곧바로 플러스 성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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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독재집단이 체제 이행에 나설까요. - 경제구조의 변화
“햇볕정책은 독재자의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를 ‘독재 유지’에서 ‘인민생활 향상’ 쪽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건 어렵다고 봅니다. 절대 독재를 유지하겠다는 김정은의 생각은 우리가 바꾸기 어렵습니다. 비핵개방 3000은 봉쇄, 압박을 통해 독재자의 목적함수를 바꾸려고 했는데, 그런 시도는 역사적으로 성공한 적이 거의 없어요.
경제학은 목적함수를 바꾸는 대신 그것에 영향을 주는 제약(constraints)을 바꾸려고 합니다. 경제구조가 바뀌면 목적 극대화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김정은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인민’이라는 말을 97차례 강조하면서 ‘핵’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무역과 시장을 통해 외화를 버는 집단은 핵실험을 싫어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입니다.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행동을 바꾸는 게 경제학적 접근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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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남북협력으로 가저오는] 멋진 신세계
▼ 우리 경제의 험난한 앞길에 북한이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합의를 통해 경로(path)를 점프해서 가장 선진적인 경제를 심을 수 있어요. 아무런 기득권이 없습니다. 토지도 국유고요. 세계 어느 곳에 그런 땅이 또 있을까요. 게다가 요충지에 위치했고요.”
▼ 발전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제 성장의 조건을 대부분 갖춘 듯합니다. 2면이 바다인 데다 온대지방에 위치해 기후도 좋고….
“중국이라는 소비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장점도 있죠.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여기에 좋은 제도를 잘 만들면 신세계가 열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원격의료 같은 것도 한국에서는 기득권과 규제 탓에 못하지 않습니까. 규제를 만들지 않고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창의와 혁신을 발휘하는 조건을 만들어 최신 첨단의 경제를 꾸릴 수 있습니다.”
▼ 행정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그렇게 볼 수 있죠. 한국의 발전 단계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경로를 뛰어넘어, 상상할 수 있는 최신의, 최고의, 양질의 제도를 갖고 북한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한국 경제에 접목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기득권에 발목이 잡혀 못하는 게 많지 않습니까. 북한에서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학습해 성공한 것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한국도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특별기획 | 市場, 북한을 바꾸다]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신동아]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경제학의 窓’으로 본 북한● 北 권력 원천은 外貨, 인민 생명줄은 市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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