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를 드디어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학자인 왕위안충 델라웨어대 교수의 책을 손성욱 선생님이 번역했습니다.
지난달 너머북스 이재민 대표님으로부터 `추천사’를 요청 받고 무척 망설이고, 거절도 했습니다. 학자도 아닌 제가 이런 중요한 역사서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자격도 없다고요. 그런데 이 대표님이 다른 학자들 글도 실리지만, 언론인의 추천사도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추천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저자가 대단히 야심만만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대단히 잘 쓴 책이라는 것입니다.
1990년대 대학과 대학원 시절 읽은 많은 중국 학자의 논문들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따르면 봉건제는 어쩌고....’하는 문장으로 시작했죠. 이런 식의 글이 글로벌 독자를 설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그런데 왕위안충이나 송녠선 등 최근 조선-청 관계를 연구하는 중국 학자들의 글은 정교하고 세련됩니다. 중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은 미국 학계의 방법론과 연구 성과를 비롯해 한국 학계의 연구 성과까지 모두 섭렵한 위에서, `중국 관점‘을 매우 정교하게 펼쳐 나갑니다.
이 책은 청이 베이징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선을 복속시키는 데 힘을 쏟으며 `중화제국’으로 변신해 갔으며 이것이 `조선모델‘로서 청이 주변과의 외교 관계를 맺어나가는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청과 조선과의 관계를 기존의 `조공체계’ 등이 아닌 `종번질서‘라는 용어로 정의하는데, 이것은 최근 중국 학계에서 청과 조선의 관계를 가부장적인 친족관계 성격을 강조하면서 쓰고 있는 용어입니다.
또한, 청의 핵심 세력이 끝까지 `만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제국적 확장을 했다는 미국 학계의 신청사와 달리,
청이 적극적으로 정치-문화적 제국으로서의 `중화제국‘ 역할을 수용하며 `중국화’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19세기 이후 제국주의 열강이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할 때 청이 위안스카이 등을 보내, 조선에 `제국주의적‘ 개입을 시도했다는 한국 학계의 비판적 인식에 대해, 청의 개입은 종번체제의 유지였다는 게 저자의 논지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치열하게 `논쟁적’으로 읽어야할 책입니다. 이 책은 분명 무척 정교하게 잘 쓴 책이고, 미국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여러 상도 받았습니다. 중국 학자들이 글로벌 독자들을 향해 중국의 연구 성과와 역사 인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의 논지에 대해서는 옮긴이인 손성욱 선생님을 비롯해 한국 학자들이 비판적인 관점에서 글도 발표해 오셨고, 많은 연구 성과도 축적해오고 계십니다. 한국 학자들의 이런 성과와 관점도 이제 글로벌 독자들과 더 많이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번역자인 손성욱 교수님을 비롯해 계승범, 김선민, 김종학, 옥창준 선생님이야말로 `한국‘의 시각에서 이런 연구를 해주시고, 세계로도 발신하실 가장 훌륭한 학자들이라고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과 함께 `추천사’를 쓴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일 뿐입니다.
곧 출간 예정인 김형종 서울대 교수(곧 명예교수)의 19세기 조선-청 관계에 대한 책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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