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도 이렇다.
한국의 2024년 제조업 분야 총수출액이 일본을 추월했다. 이는 물론 한국이 그간 제조업 분야에서의 투자와 확장이 계속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본이 계속 반도체, 조선, 철강, 화학 등에서 투자가 위축되고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출 성장세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30여년 전인 1993년, 일본의 제조업 수출액 순위는 미국, 독일에 이어 3위였고, 수출액은 한국의 4-5배에 달했을 정도였다 (당시 한국 순위는 14위).
한국이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드디어 일본을 제쳤다' 의 겉보기 순위가 아니다. 저 아래 15-20위권에 위치한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순위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대국 인도야 말할 것도 없고, 아세안권에서 인구 대국이자 경제 성장률 수위를 다투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순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단순한 저부가가치 제조업 조립 공장 유치로 밀어내기 수출을 함으로써 획득한 지위가 아닌, 첨단 산업의 유치, 자국 기업의 성장, 높은 경제 성장률과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시장의 확대, 아세안권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리더 역할, 그리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지라는 후광까지 더해져 창출되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20-30년 후, 한국은 지금의 일본 같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며, 반대로 우리를 추격하는 이들 나라들은 10위권 내에 위치하며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 때쯤에도 여전히 중국은 압도적인 제조업 수출 지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도 하지만, 아마 압도적인 수입 국가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쯤 되면 중국도 노화속도가 가팔라진 나머지 내수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못할 것이고 상당한 저임금 노동 바탕의 제조업은 이미 해외로 많이 이전된 상황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같은 기조라면 미-중 패권 다툼은 결국 두 클러스터의 분리로 인해 야기되는 시장 분리가 생겨나는 결말로 치달을 것이고, 그러면 글로벌 시장은 파편화될 수도 있다. 중국이 제조업 수입에서도 압도적 1위를 달성하면, 당연히 그 시장을 노리는 이머징 economy 들이 득세할 것이고, 그 선두에는 아세안의 리더급 국가들, 그리고 인도가 분명히 자리잡을 것이다.
20-30년 후, 한국은 지금의 일본 같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며, 반대로 우리를 추격하는 이들 나라들은 10위권 내에 위치하며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 때쯤에도 여전히 중국은 압도적인 제조업 수출 지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도 하지만, 아마 압도적인 수입 국가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쯤 되면 중국도 노화속도가 가팔라진 나머지 내수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못할 것이고 상당한 저임금 노동 바탕의 제조업은 이미 해외로 많이 이전된 상황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같은 기조라면 미-중 패권 다툼은 결국 두 클러스터의 분리로 인해 야기되는 시장 분리가 생겨나는 결말로 치달을 것이고, 그러면 글로벌 시장은 파편화될 수도 있다. 중국이 제조업 수입에서도 압도적 1위를 달성하면, 당연히 그 시장을 노리는 이머징 economy 들이 득세할 것이고, 그 선두에는 아세안의 리더급 국가들, 그리고 인도가 분명히 자리잡을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20-30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30-40년 전 화려한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제조업 명맥과 기술 강국의 위명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일본만 봐도 그렇게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의 확장력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한국이 한 세대 후에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중국이라는 가장 큰 외생적 변수는 물론, 이공계 기피와 인구 감소, 초저출생률 같은 내생적 변수도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 후의 한국이 참고해야 할 전략은 제조업 자체를 통채로 유지하는 외삽형 전략도 아니고,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전략도 아니다. R&D에 대한 집중 투자, 특히 장기적 R&D와 중단기적 R&D 트랙을 구분하여, 장기적 R&D는 한 세대 이후의 아이템에 대한 탐색으로, 중단기적 R&D든 현업 문제 해결에 적합한 차세대 기술 개발을 한 발짝 정도 미리 해두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첨단 기술 혁신의 로드맵 상에서 존재감을 보존할 수 있는 포석을 부지런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사전에 깔아둔 기술과 지식을 통하지 않고는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알박기형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엔지니어링 회사의 BM을 따른다면, 일종의 풀-스택화된 첨단 기술 솔루션을 턴키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상품화하는 것이 주요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emerging economy가 될 지역이나 국가들에 대한 인재 투자, 기술 인프라 투자, 한국 주도의 소프트 파워 투자에 대해서도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한 두 세대 후를 내다 보고 더 많은 자원을 부지런히 배분해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동남아 국가들의 조금 나이드신 분(아마도 50-60년대생) 들은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 과거 경제가 급성장하던 70년대 전후, 동남아 각 국에 진출하여 도로나 통신망, 전력망 등 사회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고, 차관도 빌려 주고, 일본 상품도 대량으로 수출했으며, 현지에 기업 거점을 많이 만들어 현지 인력 고용도 많이 하고, 젊은 사람을 인재로 길러내는 사업도 많이 벌였기 때문이다. 한국도 emerging economy에 더 활발하게 진출하되, 단순히 비즈니스만 확장에 초점을 맞추던 일본의 과거 전략을 벗어나, 사람을 키우고 한국의 문화와 소프트파워를 같이 전달하는 전략을 고도화하면 좋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차별화할 포인트가 있다면 대학 교육, 더 나아가 이공계 중심의 학-석-박 연계 프로그램의 이식이 될 것이다.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이들 지역에 학부 중심의 브랜치 대학들을 설립하고 의무 교육을 마친 현지 젊은이들에 대한 인재 양성에 적극 동참하며, 특히 이공계 중심 학교들이 현지 대학, 교육 기관과 연계하여 한국의 주요 산업 전문 인재들을 초기 단계부터 같이 양성하는 프로그램 설계와 수행에 동참하면 더 좋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첨단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커리어를 원하는 친구들에게는 한국의 본교에서 석-박 프로그램에 진입하여 대학원생 모집 고민을 하는 교수들 고민도 덜어주고...앗 이건 아니고...어쩄든, 소정의 학문적 성취를 이룩한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자격을 부여하여 5-10년간 한국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working permit을 부여하고, 더 중요한 인재들에게는 영주권을 부여하는 트랙을 만들어 두면 좋을 것이다.
어차피 앞으로의 (첨단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한국 내부에서만 확보하는 것은 인구 구조 면에서도 거의 불가능하고,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적절한 전략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을 한반도에만 가둬둘 필요가 없으며, 축적된 자본과 역량, 그리고 산업 개발 노하우를 외연 확장에 재투자할 시점은 이미 되었다. 어디에 어떻게 재투자할지는 더욱 정교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 투자가 향할 지점은 emerging economy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은 없을 것이다.
ps) 현재 나를 포함하여 한국의 산업이나 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40대 전후의 허리 세대들은 앞으로 10-20년 정도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한국의 외연 확장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될 기회가 많아질텐데, 아마 은퇴하고 싶어도 못 하는 케이스도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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