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체제라는 개념에 대한 시각 들, 그 비판 들
87년체제 (八七年體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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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 사건 1987년을 기점으로 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정치변동과 특질을 통칭하는 개념이자 담론.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987년을 기점으로 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정치변동과 특질을 통칭하는 개념이자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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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은 6월 민주항쟁과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고 노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힘이 성장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급속도로 민주화가 이루어져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와 변형을 겪게 된 기점이었다.
‘87년 체제’는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형성하는데 87년의 민주화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87년 체제는 1987년을 기점으로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이행과 민주개혁의 시기를 거쳐 형성된 체제로서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출현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체제의 복합적 특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87년 체제’라는 용어가 쓰이는 일차적인 이유는 현재 우리의 직접적 뿌리가 87년에 닿아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87년이 우리사회의 전환점인 동시에 그 전환 형태가 이후의 사회상황에 대한 구조형성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87년 체제는 ‘운동에 의한 민주화’를 기본 동력으로, 9차 개헌헌법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정치권의 폐쇄적 협약을 통해 형성된 정치구조, 헌정구조를 말한다. 전환점으로서의 87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확인되는데, 정치적으로 87년 체제는 권위주의체제의 종식과 형식적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의미하며 경제적인 수준에서 87년 체제는 전환점을 이루는 동시에 구조형성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라는 두 축을 교차시켜 87년 체제의 성격을 규정해본다면, 정치적인 수준에서는 민주화가 난항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진전되어왔지만, 경제적으로는 답보와 정체 그리고 보수적 헤게모니의 확립이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해 권위주의적 산업화를 추진했던 세력과 민주화세력 사이에 일정정도 힘의 균형이 형성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87년체제론』(김종엽 외, 창비, 2009)
「‘87년 체제’의 정치적 등장 배경과 한국 민주주의 연구: 87년 9차 개헌과 13대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조현연, 『기억과 전망』16, 2007)==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270430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격과 영향 - ‘87년체제’의 한계 -A Re-examination of Discussions on the ‘87 Regime’ in South Korea
2017, vol.23, no.3, pp. 105-124 (20 pages)
장진호 /Jin-Ho Jang 1
1광주과학기술원
초록
‘87년체제’란 신군부 체제에 맞선 대중적 사회운동인 6월항쟁의 결과 1987년 대통령직선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을 한 이래, 이 헌법에 기반하여 안정적으로 집권세력을 창출하는 선거민주주의가 국내에서 정착해 온 수십 년 간의 헌정체제를 주로 가리킨다. 본고에서는 ‘87년체제’라는 개념과 같이 분석적으로 국내의 역사적 국면을 개념화할 때 종종 등장하는 ‘체제들’을 정리하여 그 특징을 살펴보고, 특히 현재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87년체제’의 한계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87년체제’를 전후로 한 역사적 체제를 함께 살펴보는 이유는 그것들 역시 현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87년체제’의 한계들로는, 첫째 민주적인 사회경제적 대안의 미비, 둘째 민주화 패러다임 자체의 한계, 셋째 분단체제 극복의 미완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현재를 가장 크게 규정하는 역사적 체제인 ‘87년체제’의 한계를 검토하는 일은 곧 새로운 역사적 과제를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he so-called ‘87 Regime’ in South Korea means the historical period and regime of democratic transition and consolidation since the change of the constitution in 1987 after Korean people’s June democratization movement against the new military regime. But the ‘87 regime’ has three weaknesses: absence of progressive socio-economic alternatives; limits of democracy paradigm; and lasting effects of the ‘national-division system’. The overcoming of these weaknesses will lead to new historical progress in South Korea.
==
최근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87 체제”를 언급하면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습
니다. 87 체제는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중요
한 의미를 가지며, 현재의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기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
간이 지나면서 시대적 변화에 따라 한계를 지적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87 체제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이유와 그 의미까
지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87체제란 무엇인가요
87 체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탄생한 대
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의미합니다.
이 체제는 1987년 개헌(제9차 개헌)을 통해 확립
되었으며,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치·사회 구조의
근본 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1) 1987년 개헌의 주요 내용
✔ 대통령 직선제 도입 →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 채택
✔ 5년 단임제 → 대통령의 연임 불가
✔ 국민 기본권 강화 →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보장 확대
✔ 지방자치제 부활 근거 마련 → 지역 주민이 직
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자치제도 기반 형성
이 개헌은 당시 군사정권(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
운 결과였습니다. 결국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
출할 수 있는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민주주의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 87 체제는 왜 중요한가요?
87 체제는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과 민주주의 제
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국민 기본권 강화는 당시 한국 사회의 민
주주의 발전에 매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문법은 차갑고 영어
는 길다
✔ 국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원칙
확립
✔ 과거 군사정권 시대와 결별하고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됨
✔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독재를 막기 위한 5
년 단임제 도입
✔ 지방자치제 부활로 지역 정치 활성화
이러한 변화들은 대한민국이 군사정권에서 민주
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87체제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87 체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점
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1) 정치적 한계
✔ 5년 단임제의 부작용 → 대통령이 한 번만 임
기(5년)를 수행할 수 있어 장기적인 정책 추진이
어렵습니다.
✔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 연속성이 부족 → 대통
령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극단적인 정치 대립 →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여야 간 대립이 심해지고 협치가 어려워졌습니
다.
(2) 경제·사회적 변화 반영 부족
✔ 경제 규모와 세계적 위상 변화 → 1987년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 영
향력이 커졌지만,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
습니다.
✔ 청년 세대와 기존 체제 간의 괴리 → 87 체제
이후 태어난 세대는 기존 체제와 다른 정치적·사
회적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시대에 맞는 법·제도 필요 → 4차 산업
혁명, 고령화 사회 등 변화된 환경에 맞는 법과 제
도가 필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7체제를 언급한 이유는 무
엇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에서 87 체
제를 언급한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구
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새로운 체제
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
✔ 정치 개혁, 헌법 개정 등의 논의가 필요함을 시
사
✔ 정치적 갈등과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 제기
87 체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
제는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개헌 논의가 필요
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87 체제의 변화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임기
조정, 권력 분산, 새로운 정치 시스템 도입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 대통령제 개편 논의 → 5년 단임제를 유지할
것인지, 4년 중임제로 바꿀 것인지 논의 필요
✔ 국회 권한 조정 → 대통령 중심 체제에서 국회
의 권한을 더 강화할 필요성 검토
✔ 국민 기본권 강화 → 노동, 환경, 디지털 시대
에 맞는 새로운 기본권 보장 방안 필요
✔ 사회 변화 반영 → 초고령화, 저출산, A·디지
털 시대 등 미래 사회를 대비한 법과 제도 개편 필
요
87 체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반이었
지만, 현대 사회에 맞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는 점에서 개헌과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는 앞으
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7 체제를 언급한 것은 현재 대
한민국이 직면한 정치·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체제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87 체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만든
중요한 체제이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사회적 한계
가 나타나고 있다.
✔ 현대 사회에 맞는 개헌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
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87 체제는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시키
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
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개헌 논의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
"개헌 이룰 절호의 기회"···'87체제' 종언 위해 넘어야 할 산 3가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the300][MT리포트] 1987을 넘어③
[편집자주] 1987년 개헌 이후 작동해온 이른바 '87 체제'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개헌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승자독식, 정치양극화로 대표되는 '87 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개헌을 성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라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야 간 타협과 국민 공감대 형성도 개헌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1987년 이후 역대 개헌을 이야기했던 대통령들을 보면 당선 전 공약으로는 내걸지만 정작 당선되면 개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임기 말로 개헌 과제를 미뤄오곤 했다"며 "대선 후보 중에서도 정작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들도 개헌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이 그동안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꼽혀왔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에서 선출하는 책임총리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었다. 현재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거나 또는 쥘 것이 확실시되는 세력에서는 현행 권력구조 개편을 중점 내용으로 하는 개헌에 마뜩잖을 수밖에 없는데 이 지점이 개헌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췄다 하더라도 여야 간 원만한 합의 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하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 2018년에 헌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지만 여야 합의를 얻지 못해 당시 개헌은 실패로 돌아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회에서 개헌을 위한 협치가 이뤄지려면 여야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을 생각해 한발씩 물러나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치 엘리트들이 민의의 변화, 환경 변화를 수용해 건설적으로 발전하겠다는 선의와 그래야만 '윈윈'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개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모두 민감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사항은 잠시 미뤄두고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부터 접근하는 것도 개헌을 위한 협치를 이끌 방법이 될 수 있다. 난제보다는 쉬운 문제부터 접근하자는 것이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거론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우리 사회가 현재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 아닌가. 그런 점에서 개헌은 꼭 필요하다는 데 여야 모두 동의한다"며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문제, 사회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 등등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것부터 개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를 키우는 것도 개헌을 이루기 위한 과제다. 대통령과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개헌 동력이 커진다면 정치인들도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확산하고 개헌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교육과 홍보, 다양한 토론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개헌에 의지를 가졌던 국회의장들은 다양한 토론회, 공청회 등을 기획했었다.
전문가들은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지금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채진원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당리당략에 밀려 개헌을 포기할 게 아니라 개헌을 이룰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누가 집권하든 대승적 양보가 필요하다. 개헌은 격변의 시기 타협물이다.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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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chosun.com/politics/2024/12/19/FRBIPKAE6RGNBBUSH7RKZBZJB4/
[키워드] '87년 체제'
김형원 기자
입력 2024.12.19.
0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改憲)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87년 전두환 대통령의 4·13 간선제 호헌(護憲) 조치에 맞서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6월 민주화운동을 통해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6·29 선언에서 개헌을 약속했고, 이후 9차 개헌을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됐다. 이후 현재까지 37년째 이어져 오고 있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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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목록
87년 체제 다 뜯어고치자

터져 버린 ‘속성’ 민주주의 부작용… 시민사회·정치권 자정 절실
대통령이 의지를 갖췄다 하더라도 여야 간 원만한 합의 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하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 2018년에 헌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지만 여야 합의를 얻지 못해 당시 개헌은 실패로 돌아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회에서 개헌을 위한 협치가 이뤄지려면 여야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을 생각해 한발씩 물러나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치 엘리트들이 민의의 변화, 환경 변화를 수용해 건설적으로 발전하겠다는 선의와 그래야만 '윈윈'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개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모두 민감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사항은 잠시 미뤄두고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부터 접근하는 것도 개헌을 위한 협치를 이끌 방법이 될 수 있다. 난제보다는 쉬운 문제부터 접근하자는 것이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거론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우리 사회가 현재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 아닌가. 그런 점에서 개헌은 꼭 필요하다는 데 여야 모두 동의한다"며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문제, 사회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 등등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것부터 개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를 키우는 것도 개헌을 이루기 위한 과제다. 대통령과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개헌 동력이 커진다면 정치인들도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확산하고 개헌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교육과 홍보, 다양한 토론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개헌에 의지를 가졌던 국회의장들은 다양한 토론회, 공청회 등을 기획했었다.
전문가들은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지금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채진원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당리당략에 밀려 개헌을 포기할 게 아니라 개헌을 이룰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누가 집권하든 대승적 양보가 필요하다. 개헌은 격변의 시기 타협물이다.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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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politics/2024/12/19/FRBIPKAE6RGNBBUSH7RKZBZJB4/
[키워드] '87년 체제'
김형원 기자
입력 2024.12.19.
0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改憲)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87년 전두환 대통령의 4·13 간선제 호헌(護憲) 조치에 맞서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6월 민주화운동을 통해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6·29 선언에서 개헌을 약속했고, 이후 9차 개헌을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됐다. 이후 현재까지 37년째 이어져 오고 있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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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목록
87년 체제 다 뜯어고치자

터져 버린 ‘속성’ 민주주의 부작용… 시민사회·정치권 자정 절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같은 태극기 들고 탄핵 찬반 격렬 젠더·세대 간 혐오도 몇 년 새 격화 “사회집단 갈등 심각하다” 92.6% 신자유주의와 저성장 위기감에다 대립 부추긴 정치로 분열 극대화 ‘탄핵 비극’ 계기 대타협 모색해야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태극기를 흔들며 서로를 비난하던 탄핵 찬반 집회의 진풍경은 갈등으로 쪼개진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서울신문이 거리, 대학, 직장 등 다양한 현장에서 만난 시민 20명은 갈등과 혐오가 일상에도 스며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1987년 개헌 이후 민주주의를 속성으로 체득하는 과정에서 억눌려 있던 부작용이 경제 침체기와 정치적 불안정을 만나 폭발적으로 터졌다는 진단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16일 그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자정작용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저는 부산 출신이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들은 제 출신지를 들으면 대뜸 ‘너 빨간색(국민의힘 지지자)이지’라며 색안경을 끼고 봐요. 정치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편견을 갖는 게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진행된 ‘촛불행동’ 집회에서 지난달 25
2025-04-17 5분 이상

유튜브·SNS 가짜뉴스에 정치인 편승… 진영 양극화 부추긴다
같은 태극기 들고 탄핵 찬반 격렬 젠더·세대 간 혐오도 몇 년 새 격화 “사회집단 갈등 심각하다” 92.6% 신자유주의와 저성장 위기감에다 대립 부추긴 정치로 분열 극대화 ‘탄핵 비극’ 계기 대타협 모색해야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태극기를 흔들며 서로를 비난하던 탄핵 찬반 집회의 진풍경은 갈등으로 쪼개진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서울신문이 거리, 대학, 직장 등 다양한 현장에서 만난 시민 20명은 갈등과 혐오가 일상에도 스며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1987년 개헌 이후 민주주의를 속성으로 체득하는 과정에서 억눌려 있던 부작용이 경제 침체기와 정치적 불안정을 만나 폭발적으로 터졌다는 진단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16일 그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자정작용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저는 부산 출신이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들은 제 출신지를 들으면 대뜸 ‘너 빨간색(국민의힘 지지자)이지’라며 색안경을 끼고 봐요. 정치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편견을 갖는 게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진행된 ‘촛불행동’ 집회에서 지난달 25
2025-04-17 5분 이상

유튜브·SNS 가짜뉴스에 정치인 편승… 진영 양극화 부추긴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선관위에서 中 간첩 90여명 체포” 尹측 변호인, 헌재서 가짜뉴스 언급 김어준씨 ‘한남동 관저 굿판’ 주장 민주당 대변인, 이틀 뒤 인용해 논평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여 플랫폼 기업에 ‘규제 의무’ 부여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0여명이 (간첩 혐의로)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서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월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2·3 계엄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꼽혔던 ‘부정선거’의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펼쳤다. 극단적인 보수 성향의 유튜버와 온라인 매체가 검증도 없이 주장한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법정에서 언급한 것이다. 이날 변론은 녹화영상으로 공개돼 온 국민이 지켜봤다. “사실이 아니다”란 주한미군의 공식 입장 발표로 ‘가짜뉴스’라는 게 확인됐지만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이 ‘사실’이라고 호도하며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됐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지난 1월 23일 소셜미디어(SNS)에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매일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열렬한 탄핵 지지자로 밝혀졌다”고
2025-04-17 5분 이상

예산·교사 수급까지 수도권 쏠림… ‘개천용’ 사라지는 지방 학교
“선관위에서 中 간첩 90여명 체포” 尹측 변호인, 헌재서 가짜뉴스 언급 김어준씨 ‘한남동 관저 굿판’ 주장 민주당 대변인, 이틀 뒤 인용해 논평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여 플랫폼 기업에 ‘규제 의무’ 부여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0여명이 (간첩 혐의로)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서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월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2·3 계엄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꼽혔던 ‘부정선거’의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펼쳤다. 극단적인 보수 성향의 유튜버와 온라인 매체가 검증도 없이 주장한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법정에서 언급한 것이다. 이날 변론은 녹화영상으로 공개돼 온 국민이 지켜봤다. “사실이 아니다”란 주한미군의 공식 입장 발표로 ‘가짜뉴스’라는 게 확인됐지만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이 ‘사실’이라고 호도하며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됐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지난 1월 23일 소셜미디어(SNS)에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매일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열렬한 탄핵 지지자로 밝혀졌다”고
2025-04-17 5분 이상

예산·교사 수급까지 수도권 쏠림… ‘개천용’ 사라지는 지방 학교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비수도권서 교과 중심 교원 감소 소규모 학교·지역 여건 고려 없이 학생·학급 수 비례한 예산 배분 탓 명문대 진학율도 서울·강남 쏠림 “예산 일정 비율 국가가 보전해야” “올해 들어 예산이 깎여 학급비가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부족한 건 사비로 충당하고 있어요.” 경기도 내 한 읍면 소재지의 고등학교 교사 정모(26)씨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학급 물품부터 교구비, 수업 교재비까지 전반적으로 예산이 감축됐다”며 “입학생이 줄어 지원도 계속 감소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와 함께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예산과 교사가 학생·학급 수를 고려해 배분되니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격차를 줄이려면 공교육 인프라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수는 매년 감소해 2015년 17.28명에서 2024년 13.92명으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교사 1명이 맡는 학생수는 줄었지만 학생 쏠림에 따라 ‘교사 쏠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고교 교원 수는 2015년 총 12만 6032명에서 지난해 9만 2514명
2025-03-31 4분 분량

“저소득층 아이들 기초학습력, 공교육이 책임져야”
비수도권서 교과 중심 교원 감소 소규모 학교·지역 여건 고려 없이 학생·학급 수 비례한 예산 배분 탓 명문대 진학율도 서울·강남 쏠림 “예산 일정 비율 국가가 보전해야” “올해 들어 예산이 깎여 학급비가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부족한 건 사비로 충당하고 있어요.” 경기도 내 한 읍면 소재지의 고등학교 교사 정모(26)씨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학급 물품부터 교구비, 수업 교재비까지 전반적으로 예산이 감축됐다”며 “입학생이 줄어 지원도 계속 감소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와 함께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예산과 교사가 학생·학급 수를 고려해 배분되니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격차를 줄이려면 공교육 인프라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수는 매년 감소해 2015년 17.28명에서 2024년 13.92명으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교사 1명이 맡는 학생수는 줄었지만 학생 쏠림에 따라 ‘교사 쏠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고교 교원 수는 2015년 총 12만 6032명에서 지난해 9만 2514명
2025-03-31 4분 분량

“저소득층 아이들 기초학습력, 공교육이 책임져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기저귀도 떼지 못한 어린아이가 영어유치원 진학을 위한 이른바 ‘4세 고시’를 준비하는 조기 사교육. 해마다 힘을 키우는 사교육시장과 비교해 점점 약화하는 공교육으로 인해 소득과 지역에 따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30일 서울신문은 교육 분야 전문가 10명에게 더이상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을 물었다. ●공교육 틀에서 맞춤형 진로 지원 단기적인 대안으로는 공교육의 변화가 주로 거론됐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선행학습을 포함한 사교육의 요소들을 공교육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 안 된다”며 “공교육에서 끌어안을 수 있는 것들은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의 일부 기능 등을 공교육의 틀 안으로 흡수하자는 얘기다. 이수정 단국대 교직교육과 교수도 “학교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줄 수도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부모들의 실질적인 교육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공교육에서 개별화된 맞춤형 진로지도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기초 학습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소득에
2025-03-31 3분 분량

4세에 캐리어 끌고 학원 입성… 교육 첫 단추부터 ‘부의 대물림’
기저귀도 떼지 못한 어린아이가 영어유치원 진학을 위한 이른바 ‘4세 고시’를 준비하는 조기 사교육. 해마다 힘을 키우는 사교육시장과 비교해 점점 약화하는 공교육으로 인해 소득과 지역에 따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30일 서울신문은 교육 분야 전문가 10명에게 더이상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을 물었다. ●공교육 틀에서 맞춤형 진로 지원 단기적인 대안으로는 공교육의 변화가 주로 거론됐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선행학습을 포함한 사교육의 요소들을 공교육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 안 된다”며 “공교육에서 끌어안을 수 있는 것들은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의 일부 기능 등을 공교육의 틀 안으로 흡수하자는 얘기다. 이수정 단국대 교직교육과 교수도 “학교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줄 수도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부모들의 실질적인 교육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공교육에서 개별화된 맞춤형 진로지도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기초 학습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소득에
2025-03-31 3분 분량

4세에 캐리어 끌고 학원 입성… 교육 첫 단추부터 ‘부의 대물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학원비 비싸도 입학 경쟁 치열 책·간식 등 담긴 큰 가방 메고 등원 ‘4세·7세 고시’까지 선행학습 열풍 강남 ‘초등 의대반’은 타 지역 확산 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 사교육 저소득층·고소득층 사교육비 지출 월 47만 1000원까지 격차 벌어져 “방과후 수업만으론 뒤처질까 봐…” 1987년 개정된 헌법 31조는 교육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해 교육의 기회균등과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87체제’에 명문화된 교육의 권리 보장은 날이 갈수록 몸집을 키워 가는 사교육 시장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에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의미하는 ‘4세 고시’, 유명 학원에 가기 위한 시험인 ‘7세 고시’까지 등장했다.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교육권이 위협당하고 과거 ‘사다리’로 여겨졌던 교육은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실질적인 교육 격차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엄마 전화 온다, 학원 갈 시간이네.”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A군이 졸린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A군 옆에는 줄넘기·태권도 학원 이름이 적힌 가방과 각종
2025-03-31 5분 이상

“발달장애인 혼자 못 살아”… 여전한 편견·차별에 갇힌 홀로서기
학원비 비싸도 입학 경쟁 치열 책·간식 등 담긴 큰 가방 메고 등원 ‘4세·7세 고시’까지 선행학습 열풍 강남 ‘초등 의대반’은 타 지역 확산 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 사교육 저소득층·고소득층 사교육비 지출 월 47만 1000원까지 격차 벌어져 “방과후 수업만으론 뒤처질까 봐…” 1987년 개정된 헌법 31조는 교육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해 교육의 기회균등과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87체제’에 명문화된 교육의 권리 보장은 날이 갈수록 몸집을 키워 가는 사교육 시장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에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의미하는 ‘4세 고시’, 유명 학원에 가기 위한 시험인 ‘7세 고시’까지 등장했다.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교육권이 위협당하고 과거 ‘사다리’로 여겨졌던 교육은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실질적인 교육 격차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엄마 전화 온다, 학원 갈 시간이네.”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A군이 졸린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A군 옆에는 줄넘기·태권도 학원 이름이 적힌 가방과 각종
2025-03-31 5분 이상

“발달장애인 혼자 못 살아”… 여전한 편견·차별에 갇힌 홀로서기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 헌법 11조) 1987년 개정된 헌법, 이른바 ‘87체제’에 명시된 간단명료한 이 내용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 등에게 동등한 기회나 출발선이 주어지기는커녕 의심과 혐오 섞인 시선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차별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과 발전까지 저해한다. 갈등 공화국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사문화됐던 87체제를 넘어 실질적인 차별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립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의욕 넘치는 경인씨 줄곧 시설에 있다가 24세 돼 독립 “밖은 위험해” 시설서 여러 번 막아 바리스타·장애인 자립 활동가 생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 살래요” 늘 미소 짓는 현철씨 부모님과 살다가 자신만의 삶 꾸려 집·사무실 구했지만 집주인이 꺼려 부모님 대동하고 나서야 계약 진행 “시민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 때아
2025-03-24 5분 이상

“차별·혐오는 ‘철창 없는 감옥’… 다양성 존중하는 무지개 사회 돼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 헌법 11조) 1987년 개정된 헌법, 이른바 ‘87체제’에 명시된 간단명료한 이 내용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 등에게 동등한 기회나 출발선이 주어지기는커녕 의심과 혐오 섞인 시선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차별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과 발전까지 저해한다. 갈등 공화국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사문화됐던 87체제를 넘어 실질적인 차별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립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의욕 넘치는 경인씨 줄곧 시설에 있다가 24세 돼 독립 “밖은 위험해” 시설서 여러 번 막아 바리스타·장애인 자립 활동가 생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 살래요” 늘 미소 짓는 현철씨 부모님과 살다가 자신만의 삶 꾸려 집·사무실 구했지만 집주인이 꺼려 부모님 대동하고 나서야 계약 진행 “시민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 때아
2025-03-24 5분 이상

“차별·혐오는 ‘철창 없는 감옥’… 다양성 존중하는 무지개 사회 돼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내가 더 낫다’는 그릇된 인식 개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도 일상에 흘러넘치는 차별과 혐오는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연대를 무너뜨리고 갈등을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공생하는 이른바 ‘무지개 사회’가 돼야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별 철폐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도 있다. 차별과 혐오는 특정 집단이나 대상을 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시킬 수 있다. ‘철창 없는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선 배타적인 태도가 커지고 이에 따라 집단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손실도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에 따르면 2013~2022년 사회 갈등 비용은 2326조 6000억원에 달한다.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달하는 돈을 내는 셈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는 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인권의식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차별로 인해 정신·감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사람(1만 5597명 대상 조사)은 지난해 70.4%에 달한다. 특히
2025-03-24 3분 분량

“탈북민이라니 왕따” “중국인 싫어”… ‘2등 시민’ 차별 넘어 혐오
‘내가 더 낫다’는 그릇된 인식 개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도 일상에 흘러넘치는 차별과 혐오는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연대를 무너뜨리고 갈등을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공생하는 이른바 ‘무지개 사회’가 돼야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별 철폐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도 있다. 차별과 혐오는 특정 집단이나 대상을 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시킬 수 있다. ‘철창 없는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선 배타적인 태도가 커지고 이에 따라 집단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손실도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에 따르면 2013~2022년 사회 갈등 비용은 2326조 6000억원에 달한다.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달하는 돈을 내는 셈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는 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인권의식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차별로 인해 정신·감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사람(1만 5597명 대상 조사)은 지난해 70.4%에 달한다. 특히
2025-03-24 3분 분량

“탈북민이라니 왕따” “중국인 싫어”… ‘2등 시민’ 차별 넘어 혐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탈북민, 외국인보다 더 이방인 취급” 최근 1년간 차별·무시당한 경험 16% “미세먼지는 다 중국 탓” 욕설 듣기도 중국인 왜곡된 정보 퍼져 혐오 심화 동성애자, 여러 번 댓글 테러 타깃 돼 4% 이주 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8%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는 순간, 곧바로 ‘약자’ 또는 ‘왕따’가 되더라고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순영(70)씨는 자신의 처지를 “뿌리는 같지만 한국에서 외국인보다 더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존재”라고 했다. 지난 16일 서울신문과 만난 김씨는 “7년 넘게 일했던 식당에서 일거리를 모두 도맡았는데도, 다른 직원처럼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2004년 한국에 온 김씨는 식당에서 서빙과 요리를 하고 여러 가정집을 돌며 가사노동자로도 일했다. 그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급여는 물론 치료비도 받지 못했다”며 “무시당하지 않으려 조선족이라고 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2018년 한국에 온 맹효심(24)씨가 겪은 차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맹씨는 “대학 신입생 때 소개팅 상대방에게 북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나는 탈북민과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북한에서 태어난 게 잘못인가’라고 생
2025-03-24 4분 분량

여전히 車·반도체뿐… 성장엔진 잠 깨울 ‘수출 플랜B’ 세워라
“탈북민, 외국인보다 더 이방인 취급” 최근 1년간 차별·무시당한 경험 16% “미세먼지는 다 중국 탓” 욕설 듣기도 중국인 왜곡된 정보 퍼져 혐오 심화 동성애자, 여러 번 댓글 테러 타깃 돼 4% 이주 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8%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는 순간, 곧바로 ‘약자’ 또는 ‘왕따’가 되더라고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순영(70)씨는 자신의 처지를 “뿌리는 같지만 한국에서 외국인보다 더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존재”라고 했다. 지난 16일 서울신문과 만난 김씨는 “7년 넘게 일했던 식당에서 일거리를 모두 도맡았는데도, 다른 직원처럼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2004년 한국에 온 김씨는 식당에서 서빙과 요리를 하고 여러 가정집을 돌며 가사노동자로도 일했다. 그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급여는 물론 치료비도 받지 못했다”며 “무시당하지 않으려 조선족이라고 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2018년 한국에 온 맹효심(24)씨가 겪은 차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맹씨는 “대학 신입생 때 소개팅 상대방에게 북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나는 탈북민과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북한에서 태어난 게 잘못인가’라고 생
2025-03-24 4분 분량

여전히 車·반도체뿐… 성장엔진 잠 깨울 ‘수출 플랜B’ 세워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車·반도체 수출액 비중 36% 신기록 정부 지원정책도 기존 품목에 쏠려 서비스·콘텐츠 등으로 다변화 시급 스타트업→대기업 성장 환경 필요 “헌법에 ‘경제 양극화 해소’ 담기길” ‘헌법 제9장 경제, 제119조 2항 경제의 민주화.’ 1987년 헌법에서 ‘경제’는 마지막 장인 ‘10장 헌법개정’ 바로 앞에 기술됐다. 경제민주화는 헌법 총 130개 조항 중 119조 제2항에 딱 한 문장 언급됐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태생부터 주목받지 못했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불변의 가치로 여겨진 성장 지상주의는 87년 체제에서도 상당 부분 이어졌다. 갈수록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구조의 균형이 무너졌고, 서비스·인공지능(AI)·로봇·플랫폼 등 급변하는 신산업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졌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1%대 저성장 터널에서 그나마 빨리 벗어나려면 일부 품목과 대기업 의존이 과도한 산업 및 수출구조 전반에 대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수출 실적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
2025-03-17 5분 이상

OECD에 20년 뒤처진 K복지… “성장·분배 황금 밸런스 찾아야”
車·반도체 수출액 비중 36% 신기록 정부 지원정책도 기존 품목에 쏠려 서비스·콘텐츠 등으로 다변화 시급 스타트업→대기업 성장 환경 필요 “헌법에 ‘경제 양극화 해소’ 담기길” ‘헌법 제9장 경제, 제119조 2항 경제의 민주화.’ 1987년 헌법에서 ‘경제’는 마지막 장인 ‘10장 헌법개정’ 바로 앞에 기술됐다. 경제민주화는 헌법 총 130개 조항 중 119조 제2항에 딱 한 문장 언급됐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태생부터 주목받지 못했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불변의 가치로 여겨진 성장 지상주의는 87년 체제에서도 상당 부분 이어졌다. 갈수록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구조의 균형이 무너졌고, 서비스·인공지능(AI)·로봇·플랫폼 등 급변하는 신산업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졌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1%대 저성장 터널에서 그나마 빨리 벗어나려면 일부 품목과 대기업 의존이 과도한 산업 및 수출구조 전반에 대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수출 실적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
2025-03-17 5분 이상

OECD에 20년 뒤처진 K복지… “성장·분배 황금 밸런스 찾아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37년간 17배 늘어난 국민총소득 상위 20%·하위 20% 소득 차 11배 국민 행복지수는 6.058점 ‘52위’ 저출산·고령화에 생산성 하락세 한은, 2040년대엔 ‘0% 성장’ 경고 “갱제(경제)를 학실히(확실히) 살리겠습니다.”(김영삼 전 대통령), “경제를 살립시다.”(김대중 전 대통령),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겠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에서 경제는 언제나 화두였다. 역대 대통령 모두 후보 시절엔 “경제를 살려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오롯이 약속을 지킨 정부는 없었다. 국가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양극화의 그늘은 점점 깊어졌다. 계층 사다리는 허물어지고 사회안전망은 복지 재원 부족으로 헐거워졌다. 삶에 대한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면서 87년 헌법이 규정한 경제 민주화도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288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87년 375조원에서 37년 만에 6.1배 커졌다. 이 기간 성장률은 연평균
2025-03-17 5분 이상

임금은 계급… 연봉 3000만원 ‘아싸’는 결코 못 넘볼 ‘1억 인싸’
37년간 17배 늘어난 국민총소득 상위 20%·하위 20% 소득 차 11배 국민 행복지수는 6.058점 ‘52위’ 저출산·고령화에 생산성 하락세 한은, 2040년대엔 ‘0% 성장’ 경고 “갱제(경제)를 학실히(확실히) 살리겠습니다.”(김영삼 전 대통령), “경제를 살립시다.”(김대중 전 대통령),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겠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에서 경제는 언제나 화두였다. 역대 대통령 모두 후보 시절엔 “경제를 살려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오롯이 약속을 지킨 정부는 없었다. 국가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양극화의 그늘은 점점 깊어졌다. 계층 사다리는 허물어지고 사회안전망은 복지 재원 부족으로 헐거워졌다. 삶에 대한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면서 87년 헌법이 규정한 경제 민주화도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288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87년 375조원에서 37년 만에 6.1배 커졌다. 이 기간 성장률은 연평균
2025-03-17 5분 이상

임금은 계급… 연봉 3000만원 ‘아싸’는 결코 못 넘볼 ‘1억 인싸’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의 ‘인싸’ 급여·복지 여건 좋고 근속 길어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아싸’ 대기업 임금 58%뿐… 격차 심각 무너진 사다리에 삶도 저당잡혀 대기업으로 이직 10명 중 1명뿐 #1. 대기업 연구개발직 과장급인 이모(34)씨가 2017년 입사했을 때 연봉은 4200만원이었다. 성과급과 각종 수당을 더하면 실제 받는 돈은 본봉의 2배 규모인 84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입사 4년이 지나자 세전 1억원을 돌파했다. 이씨는 “주 52시간도 철저히 지켜져 이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 중소기업 계장급인 안모(34)씨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지방의 한 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안씨의 2020년 첫 연봉은 3000만원 정도였는데 4년이 지나고도 앞자리가 바뀌지 않았다.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어 제대로 된 임단협도 없다. 안씨는 “대기업으로 경력직 이직을 꿈꾸고 있지만 바늘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다”며 한숨지었다. 동갑내기 두 사람의 현주소는 한국 노동시장에 뿌리내린 이중구조의 단면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된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이전까
2025-03-11 5분 이상

“中企 처우 개선하고 대기업 과실 나눠야… 직무형 임금제 검토”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의 ‘인싸’ 급여·복지 여건 좋고 근속 길어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아싸’ 대기업 임금 58%뿐… 격차 심각 무너진 사다리에 삶도 저당잡혀 대기업으로 이직 10명 중 1명뿐 #1. 대기업 연구개발직 과장급인 이모(34)씨가 2017년 입사했을 때 연봉은 4200만원이었다. 성과급과 각종 수당을 더하면 실제 받는 돈은 본봉의 2배 규모인 84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입사 4년이 지나자 세전 1억원을 돌파했다. 이씨는 “주 52시간도 철저히 지켜져 이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 중소기업 계장급인 안모(34)씨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지방의 한 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안씨의 2020년 첫 연봉은 3000만원 정도였는데 4년이 지나고도 앞자리가 바뀌지 않았다.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어 제대로 된 임단협도 없다. 안씨는 “대기업으로 경력직 이직을 꿈꾸고 있지만 바늘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다”며 한숨지었다. 동갑내기 두 사람의 현주소는 한국 노동시장에 뿌리내린 이중구조의 단면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된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이전까
2025-03-11 5분 이상

“中企 처우 개선하고 대기업 과실 나눠야… 직무형 임금제 검토”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시장·정책 실패 맞물린 노동시장 사회적 연대 통해 공정·공생 유도 비정규직 처우·고용 두텁게 보장 임금 체계도 연공 → 성과형 개편 대기업·정규직 ‘이동 사다리’ 마련 성장동력 위해 ‘유연 안정성’ 필요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87년 체제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중견·중소기업의 수직 구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비정규직) 사이엔 신분제 사회만큼 뛰어넘기 힘든 벽이 세워졌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는 그나마 취약한 법·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성장 과실이 불균형하게 분배되는 ‘시장의 실패’와 규제 및 보호가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의 실패’가 맞물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 봤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이 2023년 기준 평균 5001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500만원 정도다. 대졸이라도 대기업에서 첫발을 내디딘 청년과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 간에는 2배의 격차가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중도 2000년에는 65%였는데 2023년에 53.6%로 낮아졌다. 일상의 불평등도 깊어지고 있다.
2025-03-11 5분 이상

“감세 경쟁 대신 조세 확충… 복지 늘리고, ‘개천의 용’ 키워야”
시장·정책 실패 맞물린 노동시장 사회적 연대 통해 공정·공생 유도 비정규직 처우·고용 두텁게 보장 임금 체계도 연공 → 성과형 개편 대기업·정규직 ‘이동 사다리’ 마련 성장동력 위해 ‘유연 안정성’ 필요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87년 체제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중견·중소기업의 수직 구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비정규직) 사이엔 신분제 사회만큼 뛰어넘기 힘든 벽이 세워졌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는 그나마 취약한 법·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성장 과실이 불균형하게 분배되는 ‘시장의 실패’와 규제 및 보호가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의 실패’가 맞물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 봤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이 2023년 기준 평균 5001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500만원 정도다. 대졸이라도 대기업에서 첫발을 내디딘 청년과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 간에는 2배의 격차가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중도 2000년에는 65%였는데 2023년에 53.6%로 낮아졌다. 일상의 불평등도 깊어지고 있다.
2025-03-11 5분 이상

“감세 경쟁 대신 조세 확충… 복지 늘리고, ‘개천의 용’ 키워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미완에 그친 경제민주화 OECD 평균보다 낮은 조세부담률 재정건전성 악화가 복지 확대 막아 양극화 극복의 열쇠 ‘교육’ 교육 격차, 진학·취업 성패로 이어져 “공교육 강화·대학 서열 없애 나가야” 87년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는 미완에 그쳤다. 1970~80년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경제적 불평등을 국가가 오롯이 해소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면 가뜩이나 1%대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국가 역동성은 떨어지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자조가 나온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사회 갈등은 커지고 국민 통합도 요원해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 극단으로 치닫긴 했지만, 최근 수년간 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치닫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 또한 이런 계층 고착화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다수 경제, 사회학자들은 역대 정부가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재분배에 소홀했다고 입을 모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범람한 신자유주의와도 맞물려 있다. 이를 입증하는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낮은
2025-03-05 5분 이상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진 계층 사다리… ‘N포 세대’만 늘었다
미완에 그친 경제민주화 OECD 평균보다 낮은 조세부담률 재정건전성 악화가 복지 확대 막아 양극화 극복의 열쇠 ‘교육’ 교육 격차, 진학·취업 성패로 이어져 “공교육 강화·대학 서열 없애 나가야” 87년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는 미완에 그쳤다. 1970~80년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경제적 불평등을 국가가 오롯이 해소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면 가뜩이나 1%대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국가 역동성은 떨어지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자조가 나온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사회 갈등은 커지고 국민 통합도 요원해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 극단으로 치닫긴 했지만, 최근 수년간 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치닫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 또한 이런 계층 고착화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다수 경제, 사회학자들은 역대 정부가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재분배에 소홀했다고 입을 모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범람한 신자유주의와도 맞물려 있다. 이를 입증하는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낮은
2025-03-05 5분 이상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진 계층 사다리… ‘N포 세대’만 늘었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계층 간 순자산 격차 키운 집값 상승 무주택 18% 늘 때 다주택 43% 껑충 상하위 10% 소득 격차 첫 2억 넘어 직업·인적 자본까지 ‘부의 대물림’ 1년간 소득분위 상승 국민 18% 그쳐 청년 10명 중 8명 “불평등 심각해져” “국가는 적정한 소득 분배와 시장 지배 및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 조화를 통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헌법 제119조 제2항) ‘87년 헌법’은 1970~1980년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생긴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헌법에 처음 명시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통상·거시경제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은 짓눌리고 사회 모순도 깊어졌다는 반성에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 때마다 진보는 물론 보수 후보까지 경제 민주화를 선거 구호로 내건 것은 불평등을 좌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해서이지만, 대부분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의 그늘은 점점 짙어졌고 계층 사다리마저 허물어지면서 저성장 늪에 빠져든 한국 사회의 재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4)씨는 여자친구와 신혼집·결혼 비용 문제로 다투
2025-03-05 5분 이상

설 자리 잃은 재야·시민사회… 한국 정치는 거대 여야만 남았다
계층 간 순자산 격차 키운 집값 상승 무주택 18% 늘 때 다주택 43% 껑충 상하위 10% 소득 격차 첫 2억 넘어 직업·인적 자본까지 ‘부의 대물림’ 1년간 소득분위 상승 국민 18% 그쳐 청년 10명 중 8명 “불평등 심각해져” “국가는 적정한 소득 분배와 시장 지배 및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 조화를 통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헌법 제119조 제2항) ‘87년 헌법’은 1970~1980년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생긴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헌법에 처음 명시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통상·거시경제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은 짓눌리고 사회 모순도 깊어졌다는 반성에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 때마다 진보는 물론 보수 후보까지 경제 민주화를 선거 구호로 내건 것은 불평등을 좌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해서이지만, 대부분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의 그늘은 점점 짙어졌고 계층 사다리마저 허물어지면서 저성장 늪에 빠져든 한국 사회의 재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4)씨는 여자친구와 신혼집·결혼 비용 문제로 다투
2025-03-05 5분 이상

설 자리 잃은 재야·시민사회… 한국 정치는 거대 여야만 남았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재야 원로를 비롯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이 제도화되면서 이제는 여야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의사결정이 정당과 의회 중심으로 이뤄지며 역설적으로 재야·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시민사회의 관심 분야가 민주화에서 기후, 인권, 이주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만큼 정치권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 야권과도 이념적 차이 민주화 후 기후·인권 등 영역 세분화 2000년대 낙선운동 등 영향력 발휘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때는 독재정권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민주화로 가는 과정의 시민운동 초창기였다”며 “군사독재 쪽하고는 선을 긋고 민주 진영에서 같이 활동했던 야권 사람들과 함께했지만 지금은 시민운동 쪽에서도 이념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함께 ‘재야 3인방’으로 불린 이 고문은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지난해 9월 별세한 장 원장은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한 인사로 제도권
2025-02-17 5분 이상
===
기획/연재
87년 체제 다 뜯어고치자
https://www.seoul.co.kr/news/politics/2025/01/02/20250102002002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
재야 원로를 비롯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이 제도화되면서 이제는 여야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의사결정이 정당과 의회 중심으로 이뤄지며 역설적으로 재야·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시민사회의 관심 분야가 민주화에서 기후, 인권, 이주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만큼 정치권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 야권과도 이념적 차이 민주화 후 기후·인권 등 영역 세분화 2000년대 낙선운동 등 영향력 발휘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때는 독재정권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민주화로 가는 과정의 시민운동 초창기였다”며 “군사독재 쪽하고는 선을 긋고 민주 진영에서 같이 활동했던 야권 사람들과 함께했지만 지금은 시민운동 쪽에서도 이념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함께 ‘재야 3인방’으로 불린 이 고문은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지난해 9월 별세한 장 원장은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한 인사로 제도권
2025-02-17 5분 이상
===
기획/연재
87년 체제 다 뜯어고치자
https://www.seoul.co.kr/news/politics/2025/01/02/20250102002002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25-01-02 0
1
<1부> 각계 87학번 10인이 말하는 ‘87체제’
갓 스무 살 성인이 된 87학번들에게 ‘87년 체제’는 환희이자 희망이었다. 이들은 38년 전 그때를 누구보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캠퍼스와 거리에서는 날마다 대학생, 넥타이 부대, 노동자들이 어울려 시위를 했다. 87년 체제는 그 뜨거웠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결실이었다. 스무 살의 87학번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한국 사회는 그때의 꿈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87학번들이 겪은 1987년과 2025년 그리고 새롭게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빠져든 학생 운동
이한열·박종철 열사 사망이 계기
전공보다 이념 학습·시위가 일상
“돌·최루탄 난무… 캠퍼스가 전쟁터”
이민영 기자
입력 2025-01-02 0
1
<1부> 각계 87학번 10인이 말하는 ‘87체제’
갓 스무 살 성인이 된 87학번들에게 ‘87년 체제’는 환희이자 희망이었다. 이들은 38년 전 그때를 누구보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캠퍼스와 거리에서는 날마다 대학생, 넥타이 부대, 노동자들이 어울려 시위를 했다. 87년 체제는 그 뜨거웠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결실이었다. 스무 살의 87학번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한국 사회는 그때의 꿈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87학번들이 겪은 1987년과 2025년 그리고 새롭게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빠져든 학생 운동
이한열·박종철 열사 사망이 계기
전공보다 이념 학습·시위가 일상
“돌·최루탄 난무… 캠퍼스가 전쟁터”
상당수 87학번들은 대학 새내기 때 자연스럽게 학생 운동에 빠져들었다. 87학번들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속하지만 선배들과는 엄연히 달랐다. 86세대의 주축인 8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그들에게 “너흰 한 것도 없이 민주화된 세상을 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군부 전두환 정권에서 대학 생활을 해 온 선배들의 ‘도발’이었다.
권오중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연세대 화학과에 입학해 대학 1년 선배인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1990년 27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권 전 부시장은 “선배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접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정형기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의 1987년은 서울대 선배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했다. 정 대변인은 “1987년 봄은 광장 집회, 시험 거부, 돌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하늘로 기억된다”며 “전공과목보다 이념 학습과 토론, 시위와 뒤풀이가 일상이자 대학 문화였다”고 말했다.
육현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도 “전북대 교정은 다른 대학보다 유난히 더 뜨거웠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사과탄’이라 불린 M25 최루 수류탄 파편이 잔디밭에 나뒹굴었다”며 “캠퍼스가 전쟁터 같았다”고 기억했다.
#군부독재 종결과 시대적 한계
당시 군부독재 종식이 유일한 목적
정치·경제·사회적 변화 못 담아내
“그 이상을 꿈꾸는 건 사치 같았다”
87년 체제의 성과는 단연 대통령 직선제다. 6월 항쟁을 통해 기나긴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대중의 바람과 달리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군부독재 종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외에는 바라는 게 없었다”며 “죽거나 사라지는 동지들을 보면서 그 이상의 미래를 꿈꾸는 건 사치인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1988년 13대 총선에서 대학생 봉사단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당선되던 날 노 후보가 ‘군부독재를 끝내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나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며 군부독재 종식이 당시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권 전 부시장은 “87년 체제는 군부독재 청산과 평화적 정권교체에만 목적이 있었다”며 “1990년대 이후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근본적인 설계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원포인트 군부독재 종결, 장기 집권을 하지 못하도록 5년 단임제로 타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 과장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당했다는 건 국가 통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과제의 결론을 도출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미래 비전을 보여 주는 건 미숙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태동하던 그때, 저마다 이상향을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들은 87년 체제가 38년째 지배해 온 2025년 현재의 한국 사회를 승자 독식, 기득권 독점, 부의 양극화, 86운동권 권력화·세속화, 적대적 공생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했다. 사회가 양극화돼 있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꿈꿨지만 현재 한국은 정치·경제 모두 승자 독식 사회”라며 “그래도 정치에서는 1인 1표가 평등하지만, 경제에서는 돈 많은 1인이 여러 표를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는 말처럼 순리를 따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모두가 공정하고 부강한 나라,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민주적인 나라를 꿈꿨다”며 “갈등 이면에는 부의 양극화와 함께 각종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헌법과 법률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발전해 왔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믿고 맡길 만한 정부를 스스로 선택할 힘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짚었다.
#승자 독식 사회
소수 권력 독점·부의 양극화 심화
경제 분야선 사실상 ‘1인 1표’ 아냐
“운동권의 권력·세속화에도 실망”
익명을 요구한 87학번 대기업 임원 A씨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꿈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선진화된 자본주의 경제 모델, 중도와 협치가 살아나는 정치를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우리 사회가 최소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사회민주주의가 가미된 체제가 되기를 원했지만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유럽 등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지면서 사회주의의 모순이 드러났다”며 “86세대 운동권이 권력화·세속화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면서 엄청난 좌절을 느꼈지만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에 몰두하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이라고 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생존을 향한 발걸음에서 완성됐다면, 이제 공존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는 후배 세대에 대한 부채 의식을 토로하면서 미안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해법은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87년 체제의 결과물인 5년 단임제에 대해 손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개혁’
탄핵 등 중요 현안은 국민 투표를
소선거구제 ‘민의 왜곡’ 결함 있어
“정치가 경제 동력 깎아 먹는 구조”
권 전 부시장은 “내가 스스로 투표해서 대통령을 뽑은 만큼 탄핵도 국민 투표를 통해서 해야 한다”며 “국민 개인이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데, 대의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 변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민’의 탄생”이라며 “과거 헌법체제가 통치받는 수동적인 국민을 상정했다면 이제는 국민 주권의 비약적인 증진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 현안을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게끔 헌법상 국민투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대변인은 “1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는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산 표’보다 ‘죽은 표’가 많아 민의를 왜곡하는 소선거구제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며 “이런 선거 방식에서 거대 양당의 승자 독식과 횡포는 정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생존에서 공존으로
기후·농촌 위기, 자본주의로 못 풀어
‘기득권 독점’ K콘텐츠 시스템 해결
“경제 민주화로 산업 대전환 대비를”
소설가 김탁환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전남 곡성에서 농사를 짓고, 작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는 “지방이나 농촌의 상황은 수도권의 열 배는 안 좋다”며 “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했다. 이어 “여기 사람들은 기후위기, 지방 및 농촌 소멸 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는데, 도시에서는 자본주의적 논리로 바뀐다”고 아쉬워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저력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문화예술계도 권력의 독점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상업화로 인해 콘텐츠의 문제의식이 줄어들고 ‘팔리는 콘텐츠와 코드’를 활용한 작품만 양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 배우와 감독 등 소수의 기득권이 다 가져가는 분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정 권력층 및 부유층이 기득권을 독점하면서 사회가 붕괴되는 것처럼, 콘텐츠 시스템 구조를 해결하는 게 K콘텐츠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 부의 양극화, 시장 경제에 대한 반성과 비판도 많았다. 소설가 박현욱은 “87년 당시 꿈꾼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을 극복한 나라였고 그 꿈은 120% 이뤄졌다”며 “그러나 경제적·세대적 양극화가 확대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절대적 빈곤을 극복해 냈다면 상대적 빈곤도 극복해 내는 세상을 바란다”며 “부디 절대 다수의 우리이길 바란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경제 민주화를 이루고 산업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며 “노동계도 노동자 재교육과 정년 연장, 일자리 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A씨도 “결국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시장 경제가 잘 작동하는 선진화된 자본주의인데 정치가 경제 동력을 깎아 먹는 점이 안타깝다”며 “경제가 돌아야 국민이 먹고산다.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정치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이민영 기자·부서 종합
2025-01-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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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hindonga.donga.com/politics/article/all/13/5408194/1
“헌법 빙자한 협박정치의 일상화…87년 체제 바꿀 때 됐다”
[Special Report | ‘카오스’ 한국 정치를 말하다] 양건 전 감사원장
김현미 기자
입력2025-01-27 09:00:02
- 대통령과 국회 대충돌은 여소야대 대통령제의 치명적 결함
- 5년 단임제와 헌재의 탄생, 임계점 이른 87년 체제
-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
- 대선과 총선 동시선거·근접선거의 효과
-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제의 또 다른 이름일 뿐
- 탄핵 남발 다수당 횡포의 견제 장치 = 국회해산제
- 정치에 오염된 헌재의 존립 위기
- 개헌,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양건 전 감사원장. [박해윤 기자]
“지난 30년간 87년 헌법이 운용된 현실을 어떻게 짧게 집약할 수 있을까. 그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편으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두드러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소야대 현상의 빈발 등으로 인해 대통령과 국회가 대립하고, 이로 인해 국정 정체 현상이 지속되었다. 둘째, 비정치적 권력이라 할 사법기관, 특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사법통치적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권력의 갈등과 그 자체적 해결 능력의 결여가 드러나면서, 정치적 분쟁이 헌법재판소로 이전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양건(78) 전 감사원장이 2018년 5월에 펴낸 ‘헌법의 이름으로’(사계절)에서 1987년 6월 시민혁명이 탄생시킨 ‘87년 헌법’의 현실을 평가한 대목이다. 그가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한 2017년에 ‘촛불항쟁’이 일어났다. 국민주권 등 ‘헌법의 이름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급기야 ‘헌법의 이름으로’ 국가원수가 쫓겨나는 경천동지할 광경이 벌어졌다.
애초 헌법의 역사를 포함한 헌법 해설서를 쓰고자 했으나 87년 헌법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자연스럽게 촛불항쟁의 헌법론으로 이어졌고, 2018년 당면 과제였던 개헌 문제까지 짚어보느라 색인을 포함해 62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 ‘헌법의 이름으로’가 탄생했다.
그로부터 8년, 우리는 또다시 ‘헌법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극한의 대결정치를 목도하고 있다. ‘지난 30년간’을 ‘지난 38년간’으로 숫자만 바꾸면 놀랍게도 이어지는 문장은 토씨 하나 바꿀 게 없을 정도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 국정 정체,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1947년생, 한국 헌법학의 거목이라 불리는 노 법학자는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이어 2013년 8월 제22대 감사원장직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친 뒤, 평생을 천착해 온 법사회학·법철학 연구와 집필 활동에 집중했다. 2022년에는 ‘하산 길’이라는 제목의 회고 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버리자?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그가 오랜만에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 헌정 사상 최초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자 전윤철, 김황식, 양건, 황찬현, 최재형 등 역대 감사원장들은 “헌법 정신을 존중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중단해 주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11월 29일). 그러나 12·3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2월 5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은 이창수 중앙지검장, 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줄줄이 가결됐고, 모든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2025년 1월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탄핵심판 사건은 10건. 1988년 헌재 개소 이래 2023년까지 접수된 탄핵심판이 총 7건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장기화 중인 탄핵 정국에서 인터뷰를 고사하던 양 전 원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금 시점에 헌법학자로서 제도의 문제인 개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87년 헌법’은 시효를 다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헌은 해야 한다. 임계점을 넘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개헌을 해봤자 효과가 있을까 회의적이긴 하다. 최근 완전히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 이원정부제(양 전 원장은 ‘이원집정부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로 가자는 주장이 부각되는데,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쪽으로 쏠리지 말아야 한다. 즉 내각제, 이원제의 좋은 면, 좋은 결과만 보지 말고 ‘잘 안 되는 경우’를 더 중대하게 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유지했을 때의 위험성과 내각제나 이원제를 채택했을 때의 위험성을 비교해 보라. 오작동의 위험이 어느 쪽이 더 작은가. 새로운 제도를 채택할 때는 네거티브 관점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 게 옳다고 본다. 우리의 국회, 국회의원, 정당 수준에서 내각제든 이원제든 위험한 도박이다. 자칫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2018년 펴낸 ‘헌법의 이름으로’에서 87년 헌정 이래 성공한 대통령이 없는 이유는 대통령제의 실패라기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부작용이 컸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드물다. 왜 이렇게 희소한 제도를 택했을까. ‘헌법의 이름으로’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했는데 1987년 여야 정치인들이 모여 급히 헌법안을 만들다 보니 생겨난 치명적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6년 단임제를, 야당 민주당은 4년 중임제 및 부통령제를 제시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협상 결과 5년 단임제로 귀결됐다. 여기엔 정략적 계산, 즉 선거에 패배할 경우 향후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 않겠냐고 추측만 할 뿐이다. 5년 단임제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한 민주화의 정착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지만 국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정 조기 단절, 국정 불연속성이라는 폐해를 가져왔다.”
87년 헌법 시행 이래 여소야대 현상이 빈발하게 된 원인도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관련 있나.
“여소야대 현상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맞다. 국회의원 4년 임기와 불일치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지는 총선은 중간선거의 성격을 띤다.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세를 이루기 마련이고, 그 결과 여소야대가 통례가 됐다. 여대야소를 단일정부, 여소야대를 분할정부 또는 분점정부라고 하는데, 분점정부하에서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은 대통령제가 지닌 가장 큰 취약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무력감을 토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각각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과 의회가 ‘정당성의 충돌’을 할 때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의회와 협치를 이끌어내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과연 한국의 정당 내부 구조와 정치 문화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불만 표출의 장이 된 중간선거1988년부터 2024년까지 10차례 국회의원 총선(13~22대 국회)이 치러졌다. 13~16대까지 4회의 총선 결과는 모두 여소야대의 분점정부였고, 17~19대는 거꾸로 여대야소의 단일정부가 됐다. 2016년 20대는 다시 분점정부로 회귀했다가 2020년 21대는 단일정부, 2024년 22대는 분점정부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87년 체제에서 우리는 단일정부 4회, 분점정부 6회를 경험했다.
양 전 원장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이뤄지는 동시선거, 또는 두 선거의 선거일이 근접한 근접선거의 경우 단일정부를 가져오는 것이 상례이고, 반대로 중간선거의 경우 총선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만 표출의 마당이 되고, 그 결과 분점정부를 유발하는 것이 보통이다”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대선·총선 동시선거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는 대통령과 수상(총리)이 서로 다른 정당에서 나오는 동거정부 하에서 국정이 마비되는 현상을 몇 차례 겪고 2000년 개헌을 했다.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해 하원의원 임기와 맞추고, 대통령선거 한 달 이내에 의원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근접선거로 바꿨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여소야대 현상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간선거는 필요하지 않나.
“대통령 견제라는 순기능보다 분점정부로 인한 국정 정체의 폐해가 더 크다. 중간선거라는 순기능은 지방선거에 맡기는 게 낫다.”
4년 중임 대통령제의 독재나 포퓰리즘 가능성은 없나.
“4년 중임이나 5년 단임이나 독재의 위험은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중임이라는 것 자체가 1기에 대한 심판적 의미가 있다. 중임제에선 대통령이 첫 임기에 인기 정책만 펼칠 거라고 우려하는데 때로는 오히려 인기 정책을 좀 하더라도 괜찮지 않은가. 거듭 얘기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대선과 총선의 동시선거 또는 근접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가 중간선거가 되는 것을 배제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연립 가능하게 해야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한다.
“87년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주장은 엄격히 말해 잘못이다. 우리 헌법이나 법률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이 미국 등에 비해 ‘제왕적’이라 할 만큼 강하다고 보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면 달리 말해 권위주의적 정치를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 요소다. 미국에서 왕 대신 만든 자리가 대통령이므로 태생적으로 권위적일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이 직선으로 뽑는 유일한 공직으로서 대통령에게 따르는 권위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여기에 우리의 위계적·수직적 문화가 결합돼 미국보다 훨씬 더 권위적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헌법의 이름으로’에서 이런 제왕적 대통령상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현저했다고 했다. 두 대통령은 국회 권력까지 제압했다는 점에서 제왕이라는 칭호에 어울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극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일부 개헌론자, 특히 대통령제 폐지론자의 과장된 수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에게 주어진 제도상의 권한 자체보다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 문제다. ”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을 견제 장치는 필요하지 않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의 구성에서 대통령의 관여를 축소하는 방안, 또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통제 방안 등을 통해 국정 운영의 민주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원 인사에서 5급 이상은 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원장이 5급조차 임명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이처럼 직원 인사권을 대통령이 컨트롤하면 어떻게 감사원의 독립이 이루어질 수 있나.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헌을 하더라도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것인가.
“1987년 헌정 이래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제도의 부작용도 있지만 대통령제 ‘운영’의 부작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실패냐 대통령의 실패냐고 물으면 나는 ‘둘 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다만 대통령제 제도의 일부 결함이 심각했다고 본다.”
현행 대통령제를 고쳐 쓰는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상하 양원제를 만들자’ ‘부통령 제도 만들자’ 이런 식으로 백가쟁명이 되면 이번에도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권한다. 당선 조건인 일정 이상의 득표율을 충족시킨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상위 후보 몇 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후보들 간 타협이 불가피하고 연립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지금과 같은 적대 정치를 조금은 완충시키는 장치가 될 것이다. 아울러 탄핵 남발과 같은 의회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견제 장치로 일정 요건 아래 국회해산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내각책임제 염두로 포장만 바꾼 것내각책임제나 이원정부제는 대안이 될 수 없나.
“내각책임제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다당제 국가에서는 과거에 연립정부가 수십 년씩 유지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많이 흔들린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매년 내각이 바뀔 만큼 불안정하다. 이 차이는 내각제 탓인가 민족적 기질 탓인가.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 보라. 내각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세련된 정치 문화에서 가능하다. 즉 타협이 가능한 정치 문화에서 성공할 수 있는 체제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를 혼합한 것이라고 하지만 원래 유럽에서 내각제의 결함을 시정하려는 취지로 시도된 것이다. 전통적인 의회 중심의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하면서 보통의 내각책임제와 달리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에게 일정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다. 행정권을 대통령과 총리에게 쪼개놓았기 때문에 내각제보다 더 섬세한 제도다.
한국은 제2공화국 장면 정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내각제라고 하나 이원제적 요소가 많았다.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 총리 지명권, 계엄선포 거부권 등 상당한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구파인 윤보선 대통령과 신파인 장면 총리의 동거정부 8개월 동안 3차례 내각 개편을 할 만큼 혼란스러웠다. 오죽하면 군 쿠데타가 일어나자 윤보선 대통령이 ‘올 게 왔다’고 하지 않았나. 분열적이고 비타협적 정치 문화에서 내각책임제나 이원정부제의 역기능은 치명적일 수 있다. 당장 내각제나 이원제를 한다고 하면 국회의원들은 만세를 부르겠지만, 국회의원 수부터 줄이고 처우는 행정부 과장 수준으로 고치겠다고 하면 모를까.”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거론된다.
“이원정부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포장한 것이니 이름부터 부정직하다. 이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이 2009년 8월 국회의장 자문기구였던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결과 보고서다. 여기에 1안 이원정부제, 2안 4년 중임 대통령제라고 해놓고 1안을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홍보했다. 2014년 5월 또 다른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개헌안을 제시하면서 정부 형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명명했다. 이원정부제가 학술용어라면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중 홍보용 신조어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이를 대통령제의 일종처럼 이름 붙인 것이 적절하고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원제의 역기능은 외면하고 국민이 선호하는 대통령 직선과 내각제 불신 정서를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양건 전 감사원장. [박해윤 기자]
양건(78) 전 감사원장이 2018년 5월에 펴낸 ‘헌법의 이름으로’(사계절)에서 1987년 6월 시민혁명이 탄생시킨 ‘87년 헌법’의 현실을 평가한 대목이다. 그가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한 2017년에 ‘촛불항쟁’이 일어났다. 국민주권 등 ‘헌법의 이름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급기야 ‘헌법의 이름으로’ 국가원수가 쫓겨나는 경천동지할 광경이 벌어졌다.
애초 헌법의 역사를 포함한 헌법 해설서를 쓰고자 했으나 87년 헌법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자연스럽게 촛불항쟁의 헌법론으로 이어졌고, 2018년 당면 과제였던 개헌 문제까지 짚어보느라 색인을 포함해 62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 ‘헌법의 이름으로’가 탄생했다.
그로부터 8년, 우리는 또다시 ‘헌법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극한의 대결정치를 목도하고 있다. ‘지난 30년간’을 ‘지난 38년간’으로 숫자만 바꾸면 놀랍게도 이어지는 문장은 토씨 하나 바꿀 게 없을 정도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 국정 정체,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1947년생, 한국 헌법학의 거목이라 불리는 노 법학자는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이어 2013년 8월 제22대 감사원장직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친 뒤, 평생을 천착해 온 법사회학·법철학 연구와 집필 활동에 집중했다. 2022년에는 ‘하산 길’이라는 제목의 회고 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버리자?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그가 오랜만에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 헌정 사상 최초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자 전윤철, 김황식, 양건, 황찬현, 최재형 등 역대 감사원장들은 “헌법 정신을 존중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중단해 주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11월 29일). 그러나 12·3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2월 5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은 이창수 중앙지검장, 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줄줄이 가결됐고, 모든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2025년 1월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탄핵심판 사건은 10건. 1988년 헌재 개소 이래 2023년까지 접수된 탄핵심판이 총 7건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장기화 중인 탄핵 정국에서 인터뷰를 고사하던 양 전 원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금 시점에 헌법학자로서 제도의 문제인 개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87년 헌법’은 시효를 다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헌은 해야 한다. 임계점을 넘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개헌을 해봤자 효과가 있을까 회의적이긴 하다. 최근 완전히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 이원정부제(양 전 원장은 ‘이원집정부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로 가자는 주장이 부각되는데,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쪽으로 쏠리지 말아야 한다. 즉 내각제, 이원제의 좋은 면, 좋은 결과만 보지 말고 ‘잘 안 되는 경우’를 더 중대하게 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유지했을 때의 위험성과 내각제나 이원제를 채택했을 때의 위험성을 비교해 보라. 오작동의 위험이 어느 쪽이 더 작은가. 새로운 제도를 채택할 때는 네거티브 관점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 게 옳다고 본다. 우리의 국회, 국회의원, 정당 수준에서 내각제든 이원제든 위험한 도박이다. 자칫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2018년 펴낸 ‘헌법의 이름으로’에서 87년 헌정 이래 성공한 대통령이 없는 이유는 대통령제의 실패라기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부작용이 컸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드물다. 왜 이렇게 희소한 제도를 택했을까. ‘헌법의 이름으로’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했는데 1987년 여야 정치인들이 모여 급히 헌법안을 만들다 보니 생겨난 치명적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6년 단임제를, 야당 민주당은 4년 중임제 및 부통령제를 제시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협상 결과 5년 단임제로 귀결됐다. 여기엔 정략적 계산, 즉 선거에 패배할 경우 향후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 않겠냐고 추측만 할 뿐이다. 5년 단임제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한 민주화의 정착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지만 국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정 조기 단절, 국정 불연속성이라는 폐해를 가져왔다.”
87년 헌법 시행 이래 여소야대 현상이 빈발하게 된 원인도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관련 있나.
“여소야대 현상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맞다. 국회의원 4년 임기와 불일치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지는 총선은 중간선거의 성격을 띤다.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세를 이루기 마련이고, 그 결과 여소야대가 통례가 됐다. 여대야소를 단일정부, 여소야대를 분할정부 또는 분점정부라고 하는데, 분점정부하에서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은 대통령제가 지닌 가장 큰 취약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무력감을 토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각각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과 의회가 ‘정당성의 충돌’을 할 때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의회와 협치를 이끌어내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과연 한국의 정당 내부 구조와 정치 문화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불만 표출의 장이 된 중간선거1988년부터 2024년까지 10차례 국회의원 총선(13~22대 국회)이 치러졌다. 13~16대까지 4회의 총선 결과는 모두 여소야대의 분점정부였고, 17~19대는 거꾸로 여대야소의 단일정부가 됐다. 2016년 20대는 다시 분점정부로 회귀했다가 2020년 21대는 단일정부, 2024년 22대는 분점정부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87년 체제에서 우리는 단일정부 4회, 분점정부 6회를 경험했다.
양 전 원장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이뤄지는 동시선거, 또는 두 선거의 선거일이 근접한 근접선거의 경우 단일정부를 가져오는 것이 상례이고, 반대로 중간선거의 경우 총선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만 표출의 마당이 되고, 그 결과 분점정부를 유발하는 것이 보통이다”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대선·총선 동시선거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는 대통령과 수상(총리)이 서로 다른 정당에서 나오는 동거정부 하에서 국정이 마비되는 현상을 몇 차례 겪고 2000년 개헌을 했다.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해 하원의원 임기와 맞추고, 대통령선거 한 달 이내에 의원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근접선거로 바꿨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여소야대 현상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간선거는 필요하지 않나.
“대통령 견제라는 순기능보다 분점정부로 인한 국정 정체의 폐해가 더 크다. 중간선거라는 순기능은 지방선거에 맡기는 게 낫다.”
4년 중임 대통령제의 독재나 포퓰리즘 가능성은 없나.
“4년 중임이나 5년 단임이나 독재의 위험은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중임이라는 것 자체가 1기에 대한 심판적 의미가 있다. 중임제에선 대통령이 첫 임기에 인기 정책만 펼칠 거라고 우려하는데 때로는 오히려 인기 정책을 좀 하더라도 괜찮지 않은가. 거듭 얘기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대선과 총선의 동시선거 또는 근접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가 중간선거가 되는 것을 배제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연립 가능하게 해야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한다.
“87년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주장은 엄격히 말해 잘못이다. 우리 헌법이나 법률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이 미국 등에 비해 ‘제왕적’이라 할 만큼 강하다고 보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면 달리 말해 권위주의적 정치를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 요소다. 미국에서 왕 대신 만든 자리가 대통령이므로 태생적으로 권위적일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이 직선으로 뽑는 유일한 공직으로서 대통령에게 따르는 권위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여기에 우리의 위계적·수직적 문화가 결합돼 미국보다 훨씬 더 권위적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헌법의 이름으로’에서 이런 제왕적 대통령상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현저했다고 했다. 두 대통령은 국회 권력까지 제압했다는 점에서 제왕이라는 칭호에 어울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극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일부 개헌론자, 특히 대통령제 폐지론자의 과장된 수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에게 주어진 제도상의 권한 자체보다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 문제다. ”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을 견제 장치는 필요하지 않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의 구성에서 대통령의 관여를 축소하는 방안, 또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통제 방안 등을 통해 국정 운영의 민주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원 인사에서 5급 이상은 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원장이 5급조차 임명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이처럼 직원 인사권을 대통령이 컨트롤하면 어떻게 감사원의 독립이 이루어질 수 있나.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헌을 하더라도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것인가.
“1987년 헌정 이래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제도의 부작용도 있지만 대통령제 ‘운영’의 부작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실패냐 대통령의 실패냐고 물으면 나는 ‘둘 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다만 대통령제 제도의 일부 결함이 심각했다고 본다.”
현행 대통령제를 고쳐 쓰는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상하 양원제를 만들자’ ‘부통령 제도 만들자’ 이런 식으로 백가쟁명이 되면 이번에도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권한다. 당선 조건인 일정 이상의 득표율을 충족시킨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상위 후보 몇 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후보들 간 타협이 불가피하고 연립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지금과 같은 적대 정치를 조금은 완충시키는 장치가 될 것이다. 아울러 탄핵 남발과 같은 의회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견제 장치로 일정 요건 아래 국회해산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내각책임제 염두로 포장만 바꾼 것내각책임제나 이원정부제는 대안이 될 수 없나.
“내각책임제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다당제 국가에서는 과거에 연립정부가 수십 년씩 유지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많이 흔들린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매년 내각이 바뀔 만큼 불안정하다. 이 차이는 내각제 탓인가 민족적 기질 탓인가.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 보라. 내각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세련된 정치 문화에서 가능하다. 즉 타협이 가능한 정치 문화에서 성공할 수 있는 체제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를 혼합한 것이라고 하지만 원래 유럽에서 내각제의 결함을 시정하려는 취지로 시도된 것이다. 전통적인 의회 중심의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하면서 보통의 내각책임제와 달리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에게 일정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다. 행정권을 대통령과 총리에게 쪼개놓았기 때문에 내각제보다 더 섬세한 제도다.
한국은 제2공화국 장면 정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내각제라고 하나 이원제적 요소가 많았다.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 총리 지명권, 계엄선포 거부권 등 상당한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구파인 윤보선 대통령과 신파인 장면 총리의 동거정부 8개월 동안 3차례 내각 개편을 할 만큼 혼란스러웠다. 오죽하면 군 쿠데타가 일어나자 윤보선 대통령이 ‘올 게 왔다’고 하지 않았나. 분열적이고 비타협적 정치 문화에서 내각책임제나 이원정부제의 역기능은 치명적일 수 있다. 당장 내각제나 이원제를 한다고 하면 국회의원들은 만세를 부르겠지만, 국회의원 수부터 줄이고 처우는 행정부 과장 수준으로 고치겠다고 하면 모를까.”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거론된다.
“이원정부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포장한 것이니 이름부터 부정직하다. 이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이 2009년 8월 국회의장 자문기구였던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결과 보고서다. 여기에 1안 이원정부제, 2안 4년 중임 대통령제라고 해놓고 1안을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홍보했다. 2014년 5월 또 다른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개헌안을 제시하면서 정부 형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명명했다. 이원정부제가 학술용어라면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중 홍보용 신조어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이를 대통령제의 일종처럼 이름 붙인 것이 적절하고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원제의 역기능은 외면하고 국민이 선호하는 대통령 직선과 내각제 불신 정서를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양건 전 감사원장. [박해윤 기자]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결국 여론 눈치만87년 체제의 두 축은 직선 대통령제와 헌재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에 대해 ‘87년 헌법에 담긴 비장의 장치’라고 했다.
“2018년 ‘헌법의 이름으로’를 쓰면서 ‘헌법재판, 비민주적 사법통치인가’라는 제목으로 한 장을 할애했다. 헌법재판이란 헌법 규정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 헌법을 기준으로 유권해석하는 국가 작용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헌법재판소가 담당한다. 영화 검열 위헌(1996), 제대군인 가산점제도 위헌(1999), 과외 금지 위헌(2000), 동성동본 결혼 금지 헌법불합치(1997), 호주제 헌법불합치(2005), 간통죄 위헌(2015) 등 국회나 행정부가 정치적 위험부담 때문에 섣불리 손대지 못했던 논쟁적 사안들이 헌재 결정을 통해 해결됐다. 이는 사법적극주의라고 하겠다. 한편 국가보안법이나 날치기 입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헌재는 소극주의 자세를 유지했다. ‘한정합헌’ ‘5대 4 결정’(재판관 9인 가운데 5인이 위헌, 4인이 합헌 의견으로 갈리는 결정, 위헌결정에는 6인 이상 필요)과 같이 헌법논리적 명분과 정치적 현실을 절충하는 방법을 구사했다.
즉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지만 국민적 관심이 있는 판결에서는 적극주의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경우에는 자제하고 회피하는 소극주의가 헌재의 생존 전략이었다. 이처럼 정치세력이나 사회세력이 헌법재판을 일종의 정치적·사회적 보험제도로 활용하는 현상은 ‘정치·정책의 사법화’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사법의 정치·전략화’ 현상을 불가피하게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헌법재판은 정치재판이라 할 만큼 너무 정치에 오염됐다. 또 다른 문제는 헌법재판이 여론과 재판관 성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기각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인용됐는데 결과는 당시 여론의 추이를 쫓아간 것이라 하겠다. 박 대통령 때는 탄핵 여론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여론이 민심이고 민심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헌법재판이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면 그냥 여론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에서 고려할 국민 의사는 일시적으로 표출된, 그때그때 부침하는 여론과 구별돼야 한다. 헌법재판의 판단 기준인 진정한 국민 의사는 ‘헌법 속에 내재한 국민 의사’인데 그것을 찾는 과정은 지난하다. ‘헌법의 이름으로’에서 ‘헌재의 결정은 국민 의사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국민 속에 잠재된, 미래에 표출될 수도 있는 이상적 국민 의사여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선출 방식부터 바꿔라이번 탄핵심판으로 전 국민의 시선이 헌재에 집중되고 있다. 헌재가 정치에 오염됐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권위를 세우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향후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의 존재 양식, 나아가 존립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헌재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단 재판관 임명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은 333(대통령, 국회, 대법원장 각각 3명씩 지명)인데 여기서 특히 재판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 중 하나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것이다. 재판관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니까 마치 헌재가 대법원의 하위 기관처럼 인식될 우려가 있다. 정치적으로 오염됐다는 부분은 가급적 중도 성향의 사람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서 해소해야 한다. 독일 제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는데, 독일은 헌법재판관 전원을 의회에서 선출하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므로 어느 한쪽을 편드는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재판관이 되기 어렵다.”
결국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정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건가.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모든 사건을 법원으로 가져가는 것도 우리의 정치 문화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우리 백성들은 왜 이렇게 송사를 좋아하느냐며 탄식했다고 하지 않나. 정치 문화가 성숙했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가지 않고 타협할 줄 안다, 자제할 줄 안다는 것인데 끝까지 대결 구도로 가다 보니 국정이 마비되고 대혼란이 온다. 결국 적대적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 한강의 기적, 세계에서 유일하게 몇십 년 만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다 이룬 나라라고 한다. 압축성장을 뒤집어 말하면 갈등이 고도로 압축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도 근본 원인은 적대 정치이고, 적대 정치가 헌정 제도의 결함과 만나 터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헌의 여러 쟁점 중 하나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개헌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하면서 좋아진 점도 많지만 중앙정부의 비리가 지방으로 이전됐다. 중앙은 감시의 눈이 많으니까 조심이라도 하는데 지방은 감시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감사원장으로 일하면서 놀란 것은 지방의 비리 카르텔이다. 단체장, 지방의회, 토호 세력, 기업형 조폭 세력까지 합세해 비리 카르텔을 만들고 각종 이권 사업에 관여하는 토착 비리가 너무나 많다. 당장 대장동 사건만 봐도 전형적인 토착 비리다. 지방 부패·비리의 확산을 초래할 위험이 큰데 그에 대한 대책도 없이 지방자치 확대, 지방분권 확대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방분권 강화 개헌’ ‘감사원을 국회로’ 시기상조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감사원 조직을 국회로 이전하자는 주장은 타당한가.
“반대다. 국회 밑으로 가면 감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국회 하부기관처럼 된다. 지금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 관련 감사를 빼기 위해 알게 모르게 온갖 압력을 넣는다. 안 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불러서 언성을 높이며 추궁한다. 감사원을 대통령 밑으로 두면 그만큼 힘이 생긴다. 대신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헌법만 아니라 법률에서 고칠 점도 많다. 예를 들어 앞서 얘기했듯이 감사원 인사에 관한 법률을 고치는 등의 세부 개선이 필요하다. 또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다만 상당기간 힘이 약한 기관이 되기 쉽다.”
지금이 개헌의 적기인가.
“한국은 1987년 이후 40년 가까이 정치 불안정이 지속됐다. 언제까지 촛불혁명인가. 급기야 헌법 빙자 협박 정치의 일상화, 비상사태의 일상화가 되고 있다. 지금의 난국은 법치의 이름으로, 법치의 허울 아래 내전 직전으로 다가가는 상황이다. 물론 제도의 변경만으로 정치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문화는 쉽게 뿌리 뽑을 수도 없다. 서서히 바뀔 뿐이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개헌이다. 가능한 한 빨리, 반드시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겪고도 탁상공론만 하다가 결국은 리더들이 별로 원치 않으니까 개헌을 미루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1987년 박종철 사건이 일어난 직후 엄혹한 시절에 동아일보에 처음 쓴 칼럼 제목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였다. 그때와 다르지만 지금도 그런 심정이다. ‘헌법의 이름으로’ ‘법치의 이름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참담하고 참담하다. 나라를 생각한다면 모두 한발 물러서야 한다. 지금은 1987년 이래 최대 위기다. 그럼에도 오늘의 한국을 이루어낸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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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1987 체제’ 불행한 대통령들의 역사 반복 됐다
2025-01-06 국민일보
[리뉴얼 대통령제]
집권 초 막강 권한 후반기 레임덕
퇴임 이후 새 권력 ‘보복’ 되풀이
“제왕적 대통령제, 제2의 尹 우려”

‘19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주요 근거로 전문가들은 ‘불행한 대통령들’을 꼽아 왔다.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 막강한 권한을 누리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레임덕을 겪고, 퇴임한 이후엔 새로운 권력의 ‘보복’ 대상이 되는 도돌이표 추락의 연대기를 써왔다. 승자독식 구조가 권력의 집중을 만들어 내고, 결국 정치적 양극화 구조를 고착화했기 때문에 생겨난 비극의 역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의 5년 단임 직선제는 87년 민주화를 거치며 탄생했다. 6월 민주항쟁이 촉발한 9차 개헌의 결과물이다.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대통령제의 폐해는 계속됐다. 본인 또는 가족이 비리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 8명 중 3명이 퇴임 후 구속됐으며, 재임 중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례도 3명이나 된다. 문희상·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 원로들이 “이제 단임 대통령제는 끝났다” “이대로는 누구도 불행한 대통령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첫 전직 대통령이었다. 재임 중에는 자신의 12·12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했지만, 그다음 정부에서 검찰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애초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되며 국민적 공분이 커졌고 결국 내란죄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아들의 비리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명박정부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조여오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정부에서 본격화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멍에를 썼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됐다. 이후 들어선 문재인정부에서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2년형이 확정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퇴임 후 경남 양산으로 귀향해 책방을 운영하며 정치와 일정 거리를 뒀지만, 전 사위 특혜채용 의혹 등으로 가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탄핵 정국에서도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탄핵심판과 수사를 모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한 명이 상황을 오판했을 때 국가 전체가 수렁에 빠질 수 있고, 이를 통제하기도 어렵다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재로선 제2, 제3의 윤석열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극적 말로의 배경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부른 승자독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현 대통령제는 하나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틀린 게 되는 제도”라며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야당으로선 정부 잘못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망하도록 유도해야 차기 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6059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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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36510
김종성의 '히, 스토리' ㅣ 671화
그가 조국 대표에게 실망한 이유
[김종성의 히,스토리] '1987년 체제와 대한민국 국가' 주제로 논의한 세 학자
정치
김종성(qqqkim2000)
24.06.07

▲지난달 17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당선인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국회에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설치와 제7공화국 개헌에 담아야 할 개정사항 7가지를 제안하고 있다.유성호
제9차 개헌의 결과물인 '1987년 체제'를 바꾸자는 지금의 개헌론은 두 유형의 개헌론 중에서 나쁜 쪽에 가깝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의 역대 개헌 중에서 1960년 제3차 및 제4차 개헌과 1987년 제9차 개헌은 시민혁명을 반영한 반면, 나머지 여섯은 그렇지 않았다.
이 세 차례 개헌에서는 대중의 의사가 비교적 많이 반영됐다. 4·19혁명 직후의 제3차 때는 이승만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로 내각책임제 개헌이 이뤄졌다. 1960년 6월 15일의 내각제 개헌은 보수 정당인 민주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독재자 치하에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친 대중적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해 11월 29일의 제4차 개헌은 3·15 부정선거 주모자들과 4·19 시위대 살상자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역시 4·19시위대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6월항쟁 직후의 제9차 개헌은 박정희·전두환 독재를 가능케 한 대통령 간선제에 대한 반성에 입각했다. 이는 6월항쟁의 최대 구호를 반영한 개헌이었다.
이 세 개헌이 완벽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의사와 동떨어진 나머지 여섯 개헌보다는 나았다. 이승만 집권을 위한 제1차·제2차 개헌, 박정희 집권을 위한 제5차·제6차·제7차 개헌, 전두환 체제를 위한 제8차 개헌보다는 분명히 나았다.
시민혁명 직후냐 아니냐, 국민이 주체가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개헌의 결과가 위와 같이 달라진다. '촛불혁명으로부터 8년이나 뒤'에 '대중보다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금의 개헌론이 '나쁜 쪽'에 속한다는 말은 결코 과하지 않을 것이다. '촛불혁명과의 시간적 간격'을 메울 만한 '국민들의 높은 참여도'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개헌론은 국민보다는 정치권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금의 개헌론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지만, 대중과 괴리된 지금의 개헌론이 갖는 한계는 해소되지 않는다.
그리스 이와니나대학에서 역사고고학박사와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그리스 직접민주정을 연구해 온 최자영 한국외대 겸임교수(전 부산외대 교수)는 이번 총선 때 9번을 찍었다. 조국혁신당이 권력기관의 힘을 빼는 검사장 직선제를 공약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총선 후에 조국 대표가 4년 중임제 개헌론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다.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과도한 것이 문제"

▲화상으로 발표하는 최자영 교수.김종성
6일 저녁에 줌(ZOOM)으로 진행된 '1987년 체제와 대한민국 국가'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자영 교수는 단임제냐 중임제냐에 매몰되면 대통령과 국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헌론이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을 강하게 하려면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권력기관의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5년 단임제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중임 보장을 통해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대통령들이 책임 의식이 없는 게 대한민국의 문제가 아니라, 그 권력이 너무 과도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누르는 게 진짜 문제라고 인식한다.
윤석열 대통령 같은 캐릭터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게 예방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윤석열을 악마로 만들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라며 "그가 갖고 있는 과도한 권력을 뺏으면 돼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과도한 권한을 갖지 않게 하고, 대통령이 선을 넘으면 즉시 끌어내리는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다.
최 교수는 지금의 개헌론에 시사점을 줄 만한 인물로 그리스 정치가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를 추천했다. 폴리스들의 자립을 촉구한 데모스테네스는 시민들을 향해 "속지 않는 법을 배우고, 또 우리 권리를 뺏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속인 자를 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 직무대행 1순위가 국무총리? 국민주권 부합하지 않아"

▲강효백 명예교수.강효백
전직 외교관인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명예교수는 현행 헌법상의 국가권력 구도가 너무 과도하다고 몸서리를 쳤다. 두 번째 발표자인 그는 그냥 통령으로 부르면 될 것을 그 앞에 '대'자까지 붙이는 것부터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을 억제하기보다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옥상옥을 만드는 총리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는 총리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대통령 직무대행 1순위자를 총리로 규정한 헌법 제71조가 민주주의나 국민주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국가의 정통성은 국민의 투표에 의해 생성되므로 정통성이 더 나은 국회의장을 놔두고 총리가 국가원수직을 대행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헌법과 관련된 각종 왜색도 언급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 밑에 총리를 두는 것은 일왕(천황) 밑에 거의 유명무실한 태정관(태정대신)이 있었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게 그의 말이다.
우리 헌법에 일본어 어투가 너무 많은 점도 그는 지적했다. 그런 어투가 헌법 첫 구절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에 들어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역사가 유구하고 빛나는 전통을 가진'이라고 해야 우리 문법에 맞는데도 '에'나 '에게'를 뜻하는 일본어 조사 니(に)의 냄새를 풍기는 그 구절이 헌법 첫 문장에 나오는 것이 불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강 교수는 조국 대표가 즐겨 사용하는 '제7공화국' 표현에서도 왜색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곱 번째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일곱번째 정치체제'를 수립하자는 것이므로 제7공화정으로 불러야 하는데도, 1958년 이후의 프랑스 정치체제를 제5공화정이 아닌 제5공화국으로 호칭하는 일본 학계를 연상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 교수는 아쉬워했다.
"극우의 준동이 대중의 합리적 사고를 억압"

▲화상으로 발표하는 김갑년 교수.김종성
세 번째 발표자인 김갑년 고려대 독일어학 교수는 헌법체제하에서 국민 혹은 시민의 권리가 제약되는 현상을 극우세력의 준동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했다.
김갑년 교수는 뉴라이트라는 표현 자체가 이들의 본색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우파 급진'의 의미가 담긴 레히스라디컬(rechtsradikal) 혹은 네오나치(신나치)로 지칭함으로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 뒤, 한국에서는 '새로운'의 의미가 붙은 뉴라이트로 부름으로써 실체를 왜곡하고 위험성을 가려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극우세력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 중 하나로 김 교수가 거론한 것은 사유의 억압이다. 극우의 준동이 대중의 합리적 사고를 억압하고 저해하는 무사유 상태를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스실이 딸린 열차라는 아이디어를 낸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은 오로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를 보고 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순전한 무사유'로 진단했다. 윤 정권하에서 극우가 더 강해지면 대중이 합리적 사고를 못 하는 무사유 상태가 확대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우려했다. 극우의 준동에 의한 무사유의 범람이 헌법질서 파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최자영·강효백·김갑년 세 교수의 발표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분모는 국민이나 시민이 없는 개헌론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다. 촛불혁명으로부터 8년이나 지난 상태에서 전개되는 지금의 개헌론 논의에서 대통령보다도 국민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를 염려하는 이 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화상으로 진행된 '1987년 체제와 대한민국 국가' 토론회의 포스터.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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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체제 바꿔야" 개헌 공감대 확산"제왕적 대통령제 변화 필요"… 尹, 최종 변론서 추진 제안
여권과 비명계 적극적… 여야 정치권 원로들 다 모인다
김형원 기자
신지인 기자
입력 2025.02.27.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1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다./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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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개헌(改憲)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지금이야말로 ‘87 체제(1987년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 청산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26일 국민의힘 등 여권 인사들은 “개헌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가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정치권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야 중재에 나서 개헌 논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철 헌정회장 등 여야 원로들은 내달 4일 서울대에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고, 5일엔 범국민 개헌 촉구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개정 선언 후 개헌이 마무리되는 데 4개월이 걸렸다”며 “여야가 열린 마음으로 개헌 작업에 나선다면 빠른 시간 안에 개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최종 변론에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 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이 최종 변론에 개헌으로 정치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은 것 같다”며 “정치 시스템이 ‘87체제’에 머물러서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대통령 이야기는 옳은 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27일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개헌특위를 발족한다.
이날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한 정치권 원로들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개헌을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 의장에게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우 의장이 ‘개헌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로 화답했다”고 했다.
◇이재명 유보적 입장에… 비명계 “개헌 약속 지켜야”
여권 대선 주자급 인사들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은 제왕적 대통령 권한 축소·입법 권력 축소 개헌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날 발간한 책에서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현행 헌법상 대통령제를 바꿀 때가 됐다고 실감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탄핵이 기각돼 조속한 개헌과 정치 개혁으로 ‘87 체제’ 청산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개헌 토론회에서 “1987년 헌법 체제를 극복하는 핵심은 지방 분권(分權)”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을 고치려면 국회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 논의가 진전되려면 과반 의석의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 의지가 중요하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최근엔 개헌 논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5일 김동연 경기지사는 JTBC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당시 저는 이재명 후보와 (개헌에 대한) 서명을 하고 약속도 했었다”며 “(오는 28일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분명히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최근 “이 대표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개헌 추진에 앞장서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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