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이재명 대통령께 드립니다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5.06.10
한남대 명예교수
천년 같은 세월이 마치 하루처럼 훅훅 지나가는 듯한 날입니다. 할 일은 첩첩이 쌓이고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날이 샜는가 하면 해가 지고 어두워져 일손을 놓아야 하는 때가 되는 날들입니다. 물론 이런 날이 오기 전 몇 해, 몇 달, 몇 날은 하루하루가 마치 불안과 안타까움을 품고 악몽에 시달리는 천년을 보내는 듯한 느낌의 나날들이었지요. 그런 날들이 기적이 되어 꿈 같이 지나가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새로운 산뜻한 기운을 품고 살 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사는 날들입니다. 그런 날들을 품고 살 수 있게 시대와 민심과 역사의 흐름이 합하여 만들어냈습니다. 거기에 당신과 같은 일꾼이 도구로 내세워졌습니다. 그런 도구가 된 당신을 축하하면서도 안쓰럽고 안타까움으로 바라봅니다. 왜 인생이 이렇게 고달프고 잔인한가 하는 느낌을 가지게 할 때도 있습니다. 가난한 소년공을 스치고 간 쓰라림이 대통령이 된 지금 당신 속이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것을 쓸어보라고 당신을 그 자리에 앉힌 역사와 인생이 무섭고 잔인하다는 느낌이 든단 말입니다. 그래도 그 일을 맡아 하겠다고 나섰고, 맡겨졌으니 다행스럽고 고맙습니다. 첩첩이 쌓인 산중에는 언제나 나가고 넘고 돌아갈 길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희망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기분으로 이 글을 씁니다. 경기회복, 검찰개혁, 정치개혁, 실리외교, 안보와 통일문제, 복지, 헌법개정 따위에 대하여는 깊이 생각하고 추진하고 무수히 많은 분들이 조언하고 함께 할 것이니 저로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엉뚱한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당신은 아주 견고한 인의 장막, 제도의 장막, 정치문화의 장막에 의하여 포로가 된 고독한 존재가 됐습니다. 어디를 가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어떤 생각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감시의 대상이 됐고, 당신을 만나거나 무엇을 전달하려는 사람들은 감히 생각조차도 할 수 없이 된 상황 속에서 극단의 고립된 존재가 됐습니다. 보는 눈이 막히고, 듣는 귀가 제한돼 있고, 생각과 실천의 방향이 거의 정해진 듯한 부자유한 상태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그 앞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몸을 사릴 것이고, 할 말을 조심하고, 보여드리는 그림의 모양이나 색깔을 변조할는지도 모릅니다. 솔직하게 맘을 터놓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열려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할 때 제도와 공식이란 틀이 정하지 않은 당신께 솔직히 모든 속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다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공식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무런 권력도 없는 비공식 접촉선을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거기에는 농어민, 단순노동자, 학자나 교수, 자영업자, 예술가, 노숙자, 창녀, 학생, 성직자 따위를 가릴 것 없이 아무런 권력이나 대가 없이 자기 자신들을 진솔하게 당신에게 나타낼 그런 사람들을 찾아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가지시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사회가 G7 모임에 초청될 만큼 경제가 좋아졌고, 5대 군사강국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과연 자랑스러운 것인가는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5대 군사강국에 속한다는 것은 부끄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힘이 없어 남의 침략을 받고 지배를 받는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강력한 무력으로 민족끼리 갈라져서 대결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입니다.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여 수출을 통한 경제강국으로 가는 데 공헌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문화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 김구 선생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이런 부분을 부드러운 문화의 나라로 만드는 데 새로운 힘을 쏟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 가득한 민주스럽지 못한 것과 일상의 파시즘을 극복하는 문화혁명, 생활혁명을 시민 스스로 열어나갈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산업화와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도시와 서울중심의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지역의 전통과 생활의 아름다운 문화는 파괴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역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렇게 기울어진 상태라면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잘 아시듯이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됐습니다. 모든 어려운 일이나 힘드는 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일이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물론 거기에서 공식으로 일하는 분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겠지만, 이른바 비공식 ‘불법노동자’란 딱지가 붙은 사람들은 살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이라거나 ‘부당한’ 취업이란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삶에 ‘불법’이란 이름으로 다스릴 곳은 매우 제한돼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시민들을, 국민들을 위한 복지를 일단 이 땅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 특히 노동자, 여행자, 학생, 파견인 등등 모든 사람들에게도 내국인이 가지는 복지혜택과 똑같이 적용되도록 수정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당신이 수도 없이 말한 ‘국민’이란 개념을 국적과 상관없이 ‘이 땅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계엄정국을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이름 없는 깨어 있는 시민들, 국민들에게 항상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냈습니다. 그 바탕 위에서 정치를 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 때 저는 그들 시민이 스스로 자신들을 조직하고, 혁명할 수 있는 길을 서로 논의하여 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혁명은 ‘인간혁명’을 의미합니다. 일을 잘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좋은 정책을 펼치거나 업적을 쌓는다고 품위 있는 인간이 되고, 자기혁명을 경험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정, 교회나 절, 학교, 정당, 무수히 많은 조직들에서 인간혁명을 주제로 한 논의들과 생활이 펼쳐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시민활동이 들불처럼 번져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대통령 직 수행은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대통령으로 우리 시민들이 편안한 맘을 가지고 열린 상태로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 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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