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8

[박지현칼럼] 北포로 한국 오면 과연 지켜줄 수 있을까 박지현

[박지현칼럼] 北포로 한국 오면 과연 지켜줄 수 있을까


탈북 청년 강제 북송에 면죄부 준 법원
[박지현칼럼] 北포로 한국 오면 과연 지켜줄 수 있을까국제 규범까지 무시하고 탈북 청년 2명 넘겨준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
북한 포로 신변 안전 유엔난민기구와 협력… 국제사회 신변 보장 필요
대한민국이 인권국이라면 ‘전쟁포로’ 이름 뒤에 우리 국민보호 나서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입력 2025-02-27 20:30:06

▲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영국 거주 탈북인


지난해 11월 필자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 연사로 참석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붙잡힌 북한군 포로들을 북한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쟁이 끝난 뒤 포로들이 제네바협정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이들은 물론 가족까지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이 지난 지금, 과연 한국이 북한군 포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2019년 동해 탈북청년 강제 북송 사건에서 확인된 한국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두 명의 탈북청년이 북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강제송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지 불과 3일 만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북송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최근 사법부가 이 사건에 대해 ‘강제 북송은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정부가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을 근거로 탈북인을 강제송환하는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행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에 오더라도 또다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송환될 위험은 없는가. 한국의 법 체계가 과연 그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강제 북송과 판문점, 두 개의 장면

2019년 11월7일, 판문점에서 두 명의 탈북청년이 북송되던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오후 3시10분 그들은 안대를 쓴 채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서 있었고, 안대가 벗겨지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강제 북송을 경험한 적 있는 탈북인들과 필자는 그들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한국행을 꿈꾸며 탈북했던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감과 두려움은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다.

반면, 판문점에서 넘어온 또 다른 사례도 있다. 1989년 한국 대학생 임수경은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그녀는 ‘통일’을 외치며 백두산을 비롯한 북한 곳곳을 활보했고, 이후 판문점을 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북한 주민들은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짧은 처벌을 받은 뒤 정치 활동을 이어 갔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이 두 사건이 대비되는 이유는 한국이 북한 주민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임수경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19년의 탈북청년들은 강제 북송되었고, 이후 그들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용할 사람’과 ‘보내야 할 사람’이 결정되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2019년 강제송환 문제가 왜 다시 조명이 되는가?

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2019년의 사건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가. 북한군 포로들을 한국이 수용해야 한다는 국제적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 순간 한국 재판부는 왜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인권유린을 처벌하지 않고 그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인가.

2019년의 사건을 떠올리면 많은 국민은 두 명의 탈북청년은 살인자라고만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그들을 대한민국에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오류가 많다. 이번에 재판부는 문재인 정권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임을 인정했다. 이 말은 대한민국 헌법 3조에 의해서 귀순자들, 탈북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다시 부각시킨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고문방지협약 3조에 의해 강제북송을 금지한다는 원칙도 준수하면서 국내 헌법과 국제법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대한민국 헌법이 아닌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또한 설령 그들이 난민이 아니라 해도 1951년 난민협약 및 1967년 난민의정서에 따르면 정치적 박해의 가능성이 있는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강제송환금지 원칙(non-refoulement)’을 준수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정치적 문제만이 아니라 단순 탈북인조차 반역자로 간주되어 극심한 고문과 처형을 당한다는 것을 이미 국제사회는 알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규범을 무시한 채 탈북청년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2019년 당시 두 명의 탈북청년을 강제 북송시켰던 문재인정부의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보호정착지원법 제9조에 의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인 경우 보호 대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강제북송시킨 것이다.

지난해 1월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을 개정해 범죄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비를 마련했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다.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는 것은 양면의 칼날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칼날은 문재인 정권이 두 명의 탈북인을 강제 북송시킨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칼날은 그렇다고 고위 공직자들이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일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해도 고위 공직자들에겐 책임을 묻지 말라고 미리 경고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은 정말 살인자였을까. 2019년 강제 북송 사건의 진실은 북한 청년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3일 후 한국 정부가 북한 측에 강제 북송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들이 살인자이기에 북한에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우선 이는 국제법인 인도에 관한 원칙 동법 5조를 어긴 것이다. 만약 북한이 먼저 인도적 청구를 해도 그들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인도 거절 사유(동법 9조 1항)에 의해 귀순 의사를 밝힌 그들을 강제송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법원은 탈북청년의 강제 북송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제9조를 근거로 들어 북송한 문재인 정권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는 탈북인이 ‘형사범’이거나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헌법과 상충되는 해석이다.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탈북인이 범죄 혐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송환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귀순자와 탈북인에는 다른 점이 있다. 귀순자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직접 넘어 온 사람이며 탈북인은 제3국에서 한국으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제3국에 있는 탈북인들이 강제 북송 위기에 놓여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제한된다.

제3국에선 탈북인들이 한국 영토나 다른 나라 영토에 들어가서 귀순 의사를 밝혀야 탈북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직접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귀순을 원하면 그들은 대한민국의 잠재적 국민이기에 국가가 국민을 수용할 권리만 있을 뿐 그들에 대한 거부는 국가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헌법의 기본권리에 의하여 진행되는 사법 절차임에도 문재인정부는 헌법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기에 북한이탈주민보호지원정착 법률에 의해서 강제송환한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정착지원제도는 보호받을 사람과 보호받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하는데, 이는 지원 정착을 받을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호결정 동법 제9조 1항은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한다면 항공기 납치·마약거래·테러·집단학살·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비롯하여 해외에 10년 이상 거주한 탈북인에겐 정착 지원이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귀순자와 탈북인은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귀순자와 탈북인이라는 용어를 혼용하지만, 법적으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귀순자(歸順者)
• 북한에서 직접 한국으로 넘어온 사람을 의미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라 귀순자는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 6·25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군 포로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같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탈북인(脫北人)
• 북한을 떠나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한 사람을 의미한다.
• 한국 정부는 이들을 북한이탈주민으로 간주하며, 귀순자와 달리 정착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준다.


즉, 귀순자는 한국으로 직접 넘어왔기 때문에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만, 탈북인은 제3국을 거쳐 오게 되므로 정착 지원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을 근거로 탈북 청년을 강제 북송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고문방지협약(UNCAT) 제3조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으로 오면 과연 안전할까.

두 명의 탈북청년들, 만약 그들이 북한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왔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한국에서 법의 잣대에 맞춰 재판을 받을 수 있고, 재판이 끝나 형벌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기본적 권리가 있지만 그것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만약 그들이 살인자여서 북한으로 강제북송을 한다면 대한적십자사에 인계를 하는 것이 상례인데, 왜 특공대가 나서서 호송을 맡았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들이 남아 있다.

북한군 포로, 한국 정착의 법적 과제

국제법적으로 제네바 협정 제118조는 포로가 본국 송환을 원하지 않을 경우 강제적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 6·25전쟁 이후 일부 북한군 포로들이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대한민국이나 제3국을 선택했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북한군 포로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다면, 국제법적으로 강제 송환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군 포로들을 한국이 단독으로 수용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국제적인 사안이므로 한국뿐만 아니라 유엔난민기구(UNHCR)·미국·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특히 이들이 한국 정착을 원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난민 보호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유엔인권이사회 비상임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시아 최초로 난민을 인정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제적 역할을 고려할 때 한국은 단순히 북한군 포로 문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유엔 차원의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특히, 북한군 포로의 구출은 대한민국 국민의 구출과도 직결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헌법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북한군 포로들은 단순한 전쟁포로가 아니다. 북한 정권은 이들에게 여권을 부여하지 않았고, 해외 파병을 명령했으면서도 그들의 신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곧 이들이 포로이기 이전에 ‘무국적자’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을 본국으로 강제송환하는 것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무국적 난민을 독재국가로 돌려보내는 인권 침해 행위가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포로로 잡힌 북한군의 신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단순히 이들을 한국이 수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떠나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하여 난센 여권과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서방 국가들과 공동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난센 여권은 과거 무국적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며, 북한군 포로들은 그 요건에 부합한다. 이를 통해 이들이 원하는 국가에서 보호받고 정착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을 헌법보다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이 향후 국외에서 들어오는 탈북인들과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인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탈북인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언제든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의 사법부가 정의를 실현하기보다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가 헌법이 아닌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을 근거로 탈북인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북한군 포로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제적·헌법적 사안이다.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전쟁 포로’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우리 국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이들의 보호와 정착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을 한국 정부 스스로가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한국으로, 또 난민 자격으로 들어간다면 국민과 함께 전 세계는 이것에 주목해야 한다.

강제송환 가능성을 미리 경계하고, 국제 사회와 협력해 난민 보호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사법부가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감시하며, 탈북인과 귀순자들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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