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5

[대덕단상] 딥시크 쇼크와 한국의 시간  < 기획 < 뉴스 < 기사본문 - 헬로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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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 딥시크 쇼크와 한국의 시간
기자명 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입력 2025.02.23 


중국의 인재 양성과 정책적 일관성
인재들의 국가관, 기술 가치 인식 주목해야
"우리나라 국가지속성 위해 다시한번 역량 결집"
과학기술의 정치적 이용도 더 이상 안돼
중국에서는 우주가 일상이 되고 있다. 베이징 798예술구에 있는 3D체험관에서 아이가 우주복을 입고 있는 모습. 가족들이 와서 자연스럽게 우주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대덕넷]딥시크(Deep Seek) 광풍이 계속되고 있다. 창업 2년도 안된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에서 개발한 자체 인공지능 모델이 공개되면서 우리나라도 속속 AI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각국은 딥시크의 과도한 정보 수집을 지적하며 공공기관의 사용 금지와 차단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딥시크를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 성과 때문이 아니다. 딥시크 탄생 생태계와 그 생태계 안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들. 그들이 가진 국가관, 사회적 기여라는 기술에 대한 가치관이다. 복수의 언론에 의하면 딥시크 닮은꼴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중국발 과학 쇼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중국은 우주선 도킹에 성공하며 전세계에 중국발 스푸트니크 충격을 안겼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중국이 성공할 수 있겠어?"라며 반신반의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속 2만 8800km로 운항하고 있는 우주선 텐궁 1호와 선저우 8호의 도킹을 보기좋게 성공하며 중국의 우주굴기 성과를 유감없이 세계에 알렸다.

중국 칭화대와 한국의 KAIST를 졸업한 백서인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 일관성과 인재 양성 정책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이후 무너진 과학기술 인프라를 되살리고 10년 단위의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을 세운다. 국가첨단기술연구발전계획, 국가중대과학연구계획, 국가중점기초연구발전계획 등이 수립된다. 주요 과학기술정책은 지도자가 바뀌어도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과학기술 정책도 달라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지도부는 사회주의 강점을 살려 수립된 과학기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실행하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옹호하기 위함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비해 그들의 지속성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중국 지도부의 과학기술 분야 인재 정책도 우리가 다시 봐야 할 부분이다. 중국의 로켓왕으로 불리는 첸쉐썬 박사 사례는 지금도 회자된다. 그는 미국에서 로켓 기술을 연구하다 국가의 부름에 귀국하게 된다. 자의반 타의반 귀국한 그에게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싶다며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첸 박사는 성과를 묻지말고 15년을 기다려달라고 했다. 마오쩌뚱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시기에도 첸 박사를 지켜주도록 군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침내 중국은 1970년 4월 창정 로켓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기술이 축적되며 2011년 중국은 우주에서 바늘찾기보다 어렵다는 우주 도킹을 단숨에 성공한다. 2016년에는 선저우 11호와 우주정거장 텐궁 2호의 유인 도킹까지 성공한다.

2016년 알파고 쇼크가 터지자 중국은 2017년부터 2030년까지의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은 2025년 AI 기초연구에서 중요한 성과를 달성한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스타트업을 통해 세상에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은 백인계획, 천인계획, 만인계획 등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주, 에너지, 신약, 차세대 무선통신, 핵융합, 원자력 등 첨단 분야 기술 선점을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들이 쏟아붓는 예산, 지원책은 우리가 다 알지 못하지만 과학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상상을 뛰어 넘는다고 한다.

화성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 앞에서 한 초등학생 아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 798예술구 3D 체험관에서.[사진= 대덕넷]중국의 과학인재 양성은 앞서 언급했지만 제도와 예산에만 있지 않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가진 국가관과 기술의 가치창출 인식은 애국심, 사회적 기여에 맞닿는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학생이나 중국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은 중국 인재 대부분 국가에 대한 자부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안된다고 주저앉기보다 못할게 뭐냐는 패기, 열정도 높다고 했다. 량원펑과 크게 다르지 않다.

AI 분야 중국의 과학굴기는 예정대로 속도감있게 진행 중이다. 2030년에는 AI이론, 기술 및 응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우주, 반도체, ICT, 바이오 등 중국의 과학굴기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과도한 염려일까.

국내 뉴스는 연일 같은 소식만 들려온다. 정권쟁탈을 위한 여야간 대치가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악화일로로 흐르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주말 정부와 민간이 함께 AI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 정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세부안은 수정이 필요하겠지만 신속한 대응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방위 국회의원들은 토론회를 통해 여야가 함께 정책, 제도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필순 소장은 생전 에너지 기술 독립을 위해 원자력 기술 자립 필요성을 강조하며 안되는 핑계보다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대덕넷DB]


지난 1월말 설날을 앞두고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독립을 위해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끌었던 한필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의 영면 10주기 기념식이 대전 국립현충원 사회공헌자 묘역에서 진행됐다.


한필순 박사는 생전 원자력 기술자립을 위해 안되는 핑계보다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으라고 강조하며 구성원들을 이끌었다는 리더십 일화가 여럿 전해진다. 그가 기술자립을 이처럼 강조한 이유는 한가지다.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과학기술 식민지가 될 수 있고 이는 국가의 안보, 지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가를 잃은 과학자, 국민의 처참한 실상은 역사속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후배들은 요즘따라 그의 순수했던 열정, 리더십이 몹시 그립다고 했다.

물론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 위상, 경제 역량, 환경, 문화는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후진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례없는 사례도 만들어 냈다. 그 이면에는 과학기술 분야의 역할, 분야마다 구심점이 된 리더들이 큰 역할을 했다. 리더의 제안에 공감한 현장 연구진의 헌신은 큰 밑거름이 됐다.

첨단 기술이 국가의 패권을 좌우하는 21세기인 이즈음 20세기 리더십, 열정으로 다시 뭉쳐야 한다는 제안은 생뚱맞을 수 있겠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외 상황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이지 않다. 어쩌면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방향을 수립하고 실천을 위한 막바지 에너지를 모아야 할 시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과학기술계 지식층, KAIST 등 과기계 미래 인재 등은 더욱 그러하다. 최소한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과학기술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인것은 글로벌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게 흐르면서 과학기술계에서도 사회적 기여 인식 필요성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대전 국립현충원 사회공헌자 묘역에는 한필순 박사를 비롯해 초대 과기처 장관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 토대를 마련한 최형섭 전 장관, 우주기술 포문을 연 최순달 전 KAIST 교수, 국내 표준과 포항종합제철소 설계를 이끌었던 김재관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국내 생명공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한 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영면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넘어설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이 컸던 환경을 탓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갔다는 데 있다.

딥시크가 촉발한 쇼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타개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이유, 할 수 있는 이유"를 다시한번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대한민국 구성원이 국가의 지속성, 후손들을 위해 도전의 기로에서 방향을 잘 찾고 실행을 위해 인식을 같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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