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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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유주의 어쩌고 하는 애들 글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게 지적으로 그렇게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야 벌린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읽을 맛이 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 담론지형 자체도 그렇거니와 한국이라는 국가가 자본주의적 세계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그렇다. 그러니까 자유주의 어쩌고 하는 인간들이 매번 하는 주장이 비슷비슷할뿐더러 의미도 없다.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인 의미의 '개인주의'가 존재하지 않고 어쩌고 시장경제가 저쩌고 이런 소리 조금 하다가 결국에는 민주당이 좌파 전체주의 세력이니 뭐니 그렇게 남 비난하는 얘기로 끝난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자유주의자를 한다는 건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것보다도 어쩌면 더 힘든 일이다. 보수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자유주의자가 되는 게 사실 제일 어렵다. 자유주의자가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모든 일들을 다 껴안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란 '신적(神的)'인 개념이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동들이 다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자유주의자가 되기 어려운 건 그 역동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선택의 자유니 시장의 자유니 이런 얘기를 하는 인간들은 도무지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개인이 할 수 없기에 사실 '자유주의'라는 범주에 서로 이질적인 잡다한 요소들이 다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서 생기는 모순을 껴안을 수 있는가.
보수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가 광기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과 달리 자유주의자들은 끊임없는 자기회의에 사로잡히기 쉽다. 결단하는 광인과 주저하는 허무주의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은 게 근대 사회인데 한국에서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는 상대주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 깊이가 있을 리가 있는가. 그들은 자유주의의 외피를 두른 광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광인들은 이미 이쪽 진영에 많다.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김원기
사실 자유주의자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건 쉽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자유주의'가 뭔지 정의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자유주의"라는 글에서 앨런 라이언이 말하더군요. 말씀하신 대로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 선이 서로 다 달라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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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김원기 그런 이질성을 어디까지 껴안을 수 있을지가 핵심 아닐까 합니다ㅎㅎ 구태여 일관적인 체계를 세우려기보다 소극적 자유의 개념으로 포괄하려는 벌린의 자유론이 재밌는 건 그런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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