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5

[한겨레] 박노자 글방 :: 대도 (大盜) 이명박이라는 거울



[한겨레] 박노자 글방 :: 대도 (大盜) 이명박이라는 거울



대도 (大盜) 이명박이라는 거울

만감: 일기장 2018/03/25 04:01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92941





저는 이명박의 구속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면서 참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일면으로는 사필귀정 (事必歸正), 늦게나마 부분적으로라도 정의가 어느 정도 구현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느낌부터 들었죠. «대통령»쯤 된 도둑이 드디어 잡혀갔다고 해서 옹산참사 희생자들 원혼 (寃魂)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그래도 딱 10년 전에 촛불집회에 나왔던 수백만 명의 시민들은 인제는 역사의 진보에 기여했다고 긍지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2008년, 즉 도둑의 취임 초기부터 그런 대대적인 저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결말도 그렇게 빨리 찾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2008년 촛불 저항이 2016-7년 촛불로 이어졌으며 그 촛불이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이명박의 수사를 가져온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몰락하지 않았다면? 글쎄, 이명박 장로는 지금도 «정직의 시대»를 운운하면서 떵떵거리고 있었겠죠? 사실 정권이 바뀌어야 대도 (大盜)를 잡을 수 있다는 것부터 아주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한 도둑의 구속으로만 풀리지는 않죠. 시스템의 문제니까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BBK의혹»이 그를 쫓아 다녔습니다. 특검까지 만들어졌는데, 본인이 자신의 회사라고 말하는 강연 동영상이 있어도 «무혐의처리»됐습니다. 부실수사라는 말은 그때도 있었지만 보수언론들이 정치공격이라고 무시했죠. 만약 이미 그 단계에서 범죄자로 밝혀진 대도 (大盜)의 당선이 취소돼 선거를 다시 했다면 어쩌면 4대강죽이기와 같은 악몽들을 우리가 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통령직까지 올라간 도둑을 잡는 방법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또한 이 도둑을 덮어줄 자세가 돼 있는 정권이 지속되는 동안 수사고 뭐고 없죠. 그만큼 사법부의 독립성이 심히 제한적입니다. 이런 체제에서는 언젠가 또 한 명의 대도 (大盜)가 나타나 나라를 5년간 부정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보장이라고 있을까요?

그나마 대도 (大盜) 이명박을 구속수사할 정권이 등장했지만, 실은 지금까지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자원외교»해서 날린 나라돈은 최소의 확정손실액만 봐도 약 3,4조원입니다 (66조 투자금 회수는 불투명하며 앞으로 더 많은 손실이 기록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개인과 그 일가 식구들이 과연 치부(致富)의 기회를 꽤나 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자체가 환경훼손범죄인 4대강죽이기에 부은 돈은 22조인데, 역시 이 천문학적인 금액 중에서 대도 (大盜)의 주머니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아직 밝혀내야 할 과제죠. 지금 대보건설사로부터의 뇌물 제공 혐의가 드러나긴 하지만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외에는 원전수출리베이트, 원전수출시 비밀거래, 캄보디아 독재자 훈센의 경제고문을 지내면서 챙겼을지도 모르는 이익….비리의 종합백화점인데, 이번에 어디까지 뭐가 밝혀질는지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전과 14범»은 본래 이명박의 별명이었습니다. 지금 영장에서 보면 11범이라고 나오는데…좌우간 어떤 타이프의 인간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 알았겠죠. 그러면 이런 사람을 보고 투표한 우리 선남선녀들이 무엇이 되고, «동문 이명박»의 이름을 붙인 라운지까지 만들어준 그 모교 고려대학교가 무엇이 되고, 대도 (大盜)의 정권에 들어간 대학 교수 등 «지식인»들은 무엇이 되는가요? 계속 도둑질에 성공한, 잡혀가지 않고 잡힐 것 같지도 않는 사기꾼을 «신화»로 보려 하고 그를 보면서 역겨움을 느끼지도 않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일까요?

대도 (大盜) 이명박의 구속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한데 그를 여태까지 보호해준 시스템은 지금도 크게 봐서 그대로죠. 그리고 거기에다가 «우리 안의 이명박»을 그 어떤 검경들도 구속할 수 없죠. 그리고 «우리 안의 이명박»이 건재하는 한 이 나라의 모습이 크게 좋아질는지 저로서는 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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