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박지향 “1940년대 영국 보다 못한 국민 수준 높여야 선진국 된다” [송의달 LIVE]

박지향 “1940년대 영국 보다 못한 국민 수준 높여야 선진국 된다” [송의달 LIVE]



박지향 “1940년대 영국 보다 못한 국민 수준 높여야 선진국 된다” [송의달 LIVE]

박지향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
①국제사회에선 이해관계만 있을 뿐
②소명감·애국심 뜨거운 영국인들
③처칠에 근접한 지도자는 박정희
④시대정신 간파하고 선도해야
⑤‘가족’에 사로잡힌 엘리트들
[송의달이 만난 사람]
송의달 기자
입력 2023.04.25. 07:15업데이트 2023.05.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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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향(朴枝香·69)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중진 학자이다. 서울대 문리대 서양사학과 졸업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영국 노동사(勞動史)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영국사학회 회장과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2023년 4월 20일 서울대 관정도서관에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송의달 기자

박 교수는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轉向)한 지식인이다. 유신(維新)체제 아래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그는 “한국 현대사처럼 불의(不義)에 찬 역사가 없다. 민주주의의 원조인 영국 역사를 공부해 한국을 제대로 비판하겠다”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었다.

1984년 4월 영국 광부(鑛夫) 노조가 파업을 벌였을 때, 런던에서 박사학위 논문 자료 수집 중이던 그는 광부 노조에 후원금을 보냈다. 박 교수는 “1년의 파업 끝에 노조가 패했을 때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후 생각해 보니 그처럼 어리석은 짓도 없었다”고 했다.

1984년 6월 파업 중인 영국 광산 노조원들이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1년 가까이 진행된 광산 노조 파업에 무관용 강경 원칙으로 대응했다./조선일보DB
◇좌파→우파로 전향...최근 5년 저서 3권

지금까지 16권의 저서를 낸 그는 2018년 8월 정년(停年) 후에도 공부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퇴임 기념작인 <제국의 품격>과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2021년),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2023년) 등 최근 4년 7개월 동안 3권의 책을 잇따라 냈다. 박 교수는 각종 단체와 학회·연구원 등에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기자는 이달 20일 낮 서울대 관악캠퍼스 관정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 미·중 전략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최근 세계의 흐름을 진단한다면?

“제2의 냉전기(冷戰期)에 들어섰다고 본다. 공산주의가 1991년쯤 몰락하면서 첫 번째 냉전이 끝나고 10년쯤 좋다가 2001년 9·11 테러 때부터 세계가 격변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자유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전체주의 진영으로 대립 구도가 확연하다.”

그는 “이번 냉전은 과거의 냉전과는 몇 가지가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구(舊)소련이 주역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이 더 강력하고, 러시아는 종속 변수이다. 시진핑과 푸틴 모두 자기 민족의 부흥을 내걸고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민족주의를 끄집어 내 사악(邪惡)한 국가이기주의와 결합했는데, 이는 분명 역사의 퇴보이다. 다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히 연결돼 있어서 미·소가 철저히 분리되었던 1차 냉전 때와는 아무래도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뉴스1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의 1인당 GDP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으며, 향후 50년간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고 최근 전망했다./CNBC

- 한국에게는 어떤가?

“탈냉전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발전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혜택을 누렸으나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졌다. 특히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공언대로, 중국이 대만 통일을 목표로 무력을 쓴다면, 한반도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된다. 북한의 김정은이 이 틈을 타 한국을 침공할 수 있어서다.”
◇“美 전지전능 않아...‘安美經中' 이제 불가능”

-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조셉 나이 미국 하버드대교수의 지적대로, 중국을 과대평가해도 과소평가해도 안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친(親)중국·친(親)북한 노선을 버린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미국 역시 전지전능(全知全能)하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敵)도 없고 오직 이해(利害)관계만 있다’는 파머스톤 경(卿·Lord Palmerston)의 금언도 있지 않나. 자국의 이익을 해치면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는 절대 없다. 지도자와 국민들이 이 사실을 분명히 각인해야 한다.”

- K컬쳐, K스포츠 등의 약진으로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분위기이다.

“폴 크루그먼과 같은 좌파 학자, 니얼 퍼거슨 같은 우파 학자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의 발전을 언급하며 최근 칭찬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됐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신과 의식 수준, 법·제도 준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에 어림 없다.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노래 몇 마디 갖고 우리가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 거만(倨慢)을 떨어서는 안 된다.”
니얼 퍼거슨(왼쪽)과 폴 크루그먼. 퍼거슨은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크루그먼은 프린스턴대 교수에서 퇴직한 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조선일보DB
서기 80년에 완공된 콜로세움 원형경기장. 로마제국 전체에 모두 209개의 원형경기장이 있었다./조선일보DB

박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아테네와 그리스는 세계 최초 민주주의로, 로마는 관용적인 제국 경영과 시민의식으로, 영국은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식으로 세계 역사에 이바지했다. 우리 민족도 물질적 풍요를 넘어 무엇인가 세계 역사에 남기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노래 몇 마디로 세계 제패한 듯 거만해선 안 돼”

- 역사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럴려먼 무엇이 절실한가?

“국민들의 수준(水準)이 높아야 한다. 세월호, 헬로윈 참사 같은 게 터지기만 하면 정부 탓, 남탓만 하는 정신 상태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피식 웃는다. 일본인의 자기 업(業)에 대한 치열함, 장인(匠人)정신이 한국엔 얼마나 있나? 플라톤이 말하는 정의(正義)는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이게 세계를 정복한 서양 근대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직결된다. 이 점에서도 한국은 너무 취약하다.”

- 영국 국민과 비교하면 어떤가?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 영국은 1940년 5월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이니그마(Enigma)를 일찌감치 해독(解讀)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윈스턴 처칠은 해독한 이니그마 정보를 매일 보고받았는데, 그의 비서실장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 이 극비(極祕) 정보는 30년동안 지켜졌다. 국가적 소명(召命)을 믿고 명령에 복종한 영국 국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애국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독일군 비밀암호 해독 작전을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영국 블레츨리에 마련된 비밀암호해독본부에서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생각에 잠겨 있다. 튜링의 왼쪽에 놓인 기계가 그가 만든 암호 해독기 ‘봄베’다./조선일보DB

박지향 교수의 저서. 2023년 3월 발간된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와 2021년 나온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인터넷 캡처

- 최근 윈스턴 처칠 책을 냈는데, 그는 어떤 점이 뛰어났나?

“무엇보다 처칠은 국민에게 영감(靈感)을 주는 지도자였다. 그는 국민들이 하고 싶지 않는 일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설득을 통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국민된 자부심을 느끼도록 했다. 그게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이다.”
◇“지도자는 영감 주며 국민된 자부심 부여해야”

박 교수는 이어서 말했다.

“역사를 무척 좋아했던 윈스턴 처칠은 여러 사안(事案)의 의미를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들의 설득과 이해를 구했다. 1940년 초 독일 나치스(Nazis)와 적당히 타협하려는 대다수 영국 정치인들과 달리 그는 히틀러와의 전쟁을 홀로 결단하고 수행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공감하고 수긍하는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을 움직였다. 이런 비전이 우리나라에는 안 보인다. 대학에서 1000원 식사 확대와 마약 근절 같은 단순 처방 수준을 넘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움직이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 국민에게 영감을 준 그런 지도자를 한국 현대사에서 찾는다면?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근접한 것 같다. 그는 국민들에게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분명한 비전을 내걸고 영감을 발휘했다. 반대 시위도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비전에 공감하고 호응했다. ‘한강의 기적’은 국민들 스스로를 바꾸도록 이끈 박정희라는 국가 지도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외부 환경이 좋아서 거저 얻어낸 게 절대 아니다.”

-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과 처칠·대처 등을 비교한다면?

“처칠이나 대처 같은 국가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했다. 김영삼 이후 김대중, 노무현 등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여러 이유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동일한 선상(線上)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와 비전을 내걸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벌이면서 국민들을 스스로 뛰게 만들었다./KTV

영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인도 북서 국경(1897년), 아프리카 수단(18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1899~1900년) 등의 전투에 참전했고 66세부터는 히틀러의 침공에 맞서 영국을 지켰다./조선일보DB

박 교수의 말이다.

“윈스턴 처칠 같은 이는 인간의 자유·존엄성 수호라는 역사적 대의(大義)에 입각해 히틀러에 맞서 싸웠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우리나라 문민 대통령들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는 눈감고 좁은 한반도라는 변방적(邊方的) 사고에 머물렀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완성한 우리는 이제 인류 보편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움직일 때, 세계 역사에서 한국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한국 우파, 역사 흐름을 선취(先取)해야”

- 한국의 보수우파는 영국 보수당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19세기 후반 침체한 영국 보수당을 중흥시킨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라는 ‘두 개의 국민’으로 나눠진 영국을 ‘하나의 국민(one nation)’으로 묶고 ‘강하고 위대한 영국’이란 애국주의를 내세웠다. 한국 우파도 노무현·문재인·이재명 등이 악화시킨 반목(反目)과 증오 대신 대한민국의 결속과 통합에 힘써야 한다.”

그는 “영국 보수당은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선도했다. 영국 최초의 유대인 총리와 최초의 여성 총리도 보수당이 배출했다. 한국 보수우파도 역사 흐름을 선취(先取)하고 대한민국을 한데 묶는데 앞장서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향 교수의 저서. 영국 보수당의 경쟁력을 분석한 책(왼쪽)과 2018년 8월 나온 박 교수의 정년 퇴임 기념저서이다./인터넷 캡처
◇“마크롱과 레이건 본받을 만해”

- 저서 <정당의 생명력>에서 “보수당의 역할은 불평등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썼는데.

“좌파가 내세우는 ‘평등한 세상’은 기여(寄與)는 달라도 보상(補償)은 동일한 ‘결과의 평등’을 지향한다. 문제는 그런 사회는 존재할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한(fair) 게임’이란 평등하게 너와 내가 다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더 열심히 더 잘 싸운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다만 출발선은 비슷하게 만들어줘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 우파는 좌파를 능가하는 대안(代案)과 정책을 내야 한다.”

- 영국 보수당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리시 수낵 같은 40대 총리가 잇따르는데, 한국 보수에는 퇴임한 판·검사, 고위 공무원 출신이 즐비하다.

“영국 대학교에 ‘옥스퍼드 컨서버티브 유니온(Oxford Conservative Union)’ 같은 우파 단체들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마거릿 대처, 캐머런, 보리스 존슨 등은 이런 단체에서 활동하며 회장 등을 맡았다. 우리 보수정당도 우파 대학생들을 조직화하고 20~30대 정치인들을 키워야 한다.”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대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 학생 토론 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언은 보수 성향의 '옥스퍼드 컨서버티브 유니언'과 별개 조직이다./조선일보DB

- 대한민국 현대사의 원동력이 궁금하다.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한국인의 한(恨)이 해방후 적절한 국가 지도자를 만나 성취욕과 성공 열망으로 폭발했다. 그런 한(恨)이 사라진 지금 청년 세대는 성취욕도 높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대를 낮춰야 한다. 미래의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는 인구 감소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찔끔찔끔 몇 십만원씩 나눠주는 수준이 아니라 ‘아기가 나라의 보물이다’는 생각이 들게 대학교육까지 책임진다는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니면 외국인에게 이민(移民) 문호를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본받을 만한 서양 리더를 꼽는다면?

“현존하는 인물 가운데는 마크롱 대통령이다. 그는 우리나라 민노총보다 강력하고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좌파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의 격렬한 반대를 물리치고 연금개혁을 관철했다. 그는 마가렛 대처 이후 가장 ‘배짱’[guts] 있는 정치가이다. 한 명 더 꼽는다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유레카대학 출신이란 볼품없는 학력으로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는 소통력과 경제 회생, 소련과의 냉전 대결 승리로 위대한 대통령이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2023년 4월 1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경제인협회(Medef·메데프) 및 중소기업연합회(CPME) 회장과 노조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같은달 14일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에 서명하고 다음날 공포함에 따라 해당 법안은 법률 효력을 갖게 됐다./AFP연합

개인의 자유와 삶의 주도권을 강조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1981년 7월 27일 백악관에서 감세 정책 TV연설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고종 왕비 민씨가 조카 민영소에게 보낸 편지들. 왼쪽부터 “나에게 존호 불가라 한 이용원 상소가 절절히 통분하다”(1883년 7월) “청황실 서태후 생일에는 우리 민씨네가 인사하여라”(1894년) “동학(東學)으로 번지기 전 토벌대를 보냈다”(1894년 이전) “조병갑은 그 자리 외에는 할 길이 없다”(1892년) “김성근이는 참찬(장관) 시켰다.”(1892년 4월 4일) /국립고궁박물관

박 교수는 “구한말 고종의 왕비인 민씨에게는 자신과 가족, 민(閔)씨 일족 밖에 없었다”며 “우리나라 엘리트들이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내 가족만 생각하는 좁은 인식과 세계관을 벗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尹 정부, 국민들과 함께 같이 가야”

-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초월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런 점에서 수 년 전 무상(無償)급식을 놓고 자기 직(職)을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정세를 잘못 판단한 잘못을 범했지만, 오 시장은 최소한 사욕을 초월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스스로를 보수우파라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더 많이 양보하고 베풀어야 한다. 이미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 악착같이 싸워서는 암담하다.”

-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들께 한마디 하신다면?

“서울대 법대와 검사 출신들은 한국의 최고(最高) 엘리트이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만 독주(獨走)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똑똑하고 잘 난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들과 함께 같이 가야 한다. 윤 대통령이 연금, 노동, 교육개혁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성공시키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처칠처럼 영감을 주어 국민들이 스스로 그 길을 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들도 정치인 탓, 나라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삶에 책임지는 독립적 개인이 많아야 진짜 선진국이 된다.”

박지향 교수는 '서울대 지식교양 강연'을 포함한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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