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송필경 - 전태일의 영성-2

송필경 - 전태일의 영성-2 지금 전태일 복원 공사 중인 옛 집터에 한상열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님이 오시겠다고 한다.... | Facebook

송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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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의 영성-2

지금 전태일 복원 공사 중인 옛 집터에 한상열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님이 오시겠다고 한다.  귀한 발걸음을 참 고맙게 생각한다.
요즘 전태일에 몰두하면서 ‘<진보>란 어떠한 가치일까?’를 곰곰이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진보라 할 만한 정당은 전멸했으니 더욱 답답하다.
“사회주의는 인간 영혼의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났다.
사회주의는 비참,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을 타오르게 하는 연민과 분노에서 태어났다.”
얼마 전 누군가의 페북에서 본 20세기 초중반 프랑스 사회당수와 수상을 역임한 레옹 블룸(Léon Blum:1872~1950)의 말이다.

여기서 사회주의를 전태일 정신으로 바꾸어도 문장 내용은 한 치도 다름없다.
전태일은 초등학교 2년 정도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했고, 대학생들이 교사였던 야학 중학교 1학년 과정을 겨우 다녔다. 일반 상식으로 보면 무지렁이 수준이었다.
진보적 이론인 사회주의니 맑스-레닌(ML)주의를 전태일과 연결할 고리는 전혀 없다.
흔히 한국 노동(진보) 운동은 전태일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
곧 전태일을 진보운동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태일에게 ‘진보’라는 옷을 입혀도 될까?
진보적 노동운동가들과 이리저리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전태일 옛터에 기념관 건립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우상화이고, 풀빵 정신이라는 감정적 정서는 실천적 노동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 분들의 논리 전개에는 항상 ML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인가, 진보적 노동단체에서 아직 복원공사 후원금이 없다.
ML 이론은 중요하고도 매력적이며 존중 받아야 할 사상임은 두 말이 필요 없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러나 ML 이론만으로 세상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게 내 입장이다.
물론 ML 이론을 수박 겉핥기도 아닌 수박 겉보기 정도의 인식인 내 실력이지만.
진리에 도달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정교한 이념이라도 유일한 진리는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보편적이라 믿고 주장하는 가치 역시 어떤 한 이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불교에서 최고의 경전이라 일컫는 금강경에 붓다의 이런 말씀이 있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나의 모든 가르침을 하나의 뗏목으로 여겨야 한다.”
이 언덕(현실 세계)에서 저 언덕(진리 또는 법의 세계;Dharma)에 가기 위해 뗏목을 타야 한다. 뗏목은 가르침이고 이는 방편이지 목적이 아니다.
다시 말해 가르침(이론)은 수단적인 방편이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도덕적 목적은 아니라는 말이다. 위 금강경의 말씀에 따르면 어떤 이론도 방편일 뿐이다.
젊은 전태일은 학력이 없으니 당연히 이론이란 걸 전혀 몰랐다.
전태일이 노동 해방이란 저 언덕에 도달한 도구는 방편(이론)이 아니라 통찰력이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삼각산 엠마뉴엘 수도원에 힘든 일을 하면서 ‘영성으로 깨우친’ 전태일의 통찰력을 어떤 이론으로써 설명할 수 있을까?
역사적 전태일 정신을 진보란 기존 이론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언어로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영성과 진보’
지금 내 화두다!
(아직은 많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엉성한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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