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의 봄 (1941)

半島の春 / Spring of Korean Peninsula (Ban-do-ui bom)
대한민국
84분
감독이병일
각색이병일, 함경호
제작사명보영화사
출연김일해, 김소영, 서월영, 백란, 김한, 복혜숙, 최남호, 모리 타츠조 전체보기
장르드라마

<반도의 봄>(1941)의 첫 장면은 <춘향전>의 한 구절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의 영화 <춘향전>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반도의 봄>은 당대 현장에 개입했던 자본과 새로운 스타의 탄생, 그리고 그로 인한 오해가 쌓인 남녀의 관계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일컬어 ‘자기 반영적 영화’라고 한다. 실제로 영화는 작품을 창작하는 감독뿐 아니라, 반도영화사와 동아레코드 같은 당대의 대중문화 생산 공간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동경으로 떠나는 주인공을 환송하는 사람들의 얼굴 탓이다. 비록 주인공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지만, 그들을 환송하는 인물들은 어둡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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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영화 <춘향전>을 만들던 중 이영일(김일해)에게 친구의 동생이자 영화배우 지망생인 김정희(김소영)가 찾아온다. 영일은 영화에 마땅한 자리가 없어 정희를 음반회사에 소개시켜주고 돌봐준다. <춘향전>의 여주인공 안나(백란)는 영일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정작 영일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고, 안나의 애인이자 뒤를 봐주던 음반회사의 문예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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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찬양하는 한국영화 [반도의 봄]
일본을 찬양하는 한국영화 [반도의 봄]
다음영화2014.01.27. | 586 읽음댓글
타이틀 화면. 당시의 방식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여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제시대는 우리에게 혼돈의 시기였다. 제국주의자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2등 국민으로서 차별을 받았던 시기였는가 하면,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강제로 근대화를 당하는 바람에 온갖 문물이 소용돌이치던 요지경 세상이기도 했다. 식민지 시기의 지식인들은 이 때문에 이중 자아를 가지고 살아갔다고 한다. 조선인이라는 정체성과 근대 지식인이라는 시각은 그들의 청춘을 정신분열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반도의 봄>이 만들어진 1941년은 조선총독부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강조하며 민족 말살정책의 강도를 높여가던 시기다. 지식인들은 침묵했고, 작가들은 절필했으며, 만주에서는 의용군들이 힘겨운 게릴라전을 펼쳤다. 국내에 남은 대부분 독립운동가들은 지하로 숨어들었고, 그나마 공개적으로 활동한 지식인들은 자치권 획득이라는 타협을 노렸다. <반도의 봄>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등짐으로 진 영화다.
이 영화는 한국 전쟁의 전란으로 서울이 쑥대밭이 되기 이전의 ‘모던 경성’을 잘 담아냈다. 덕수궁 돌담길이나, 으리으리한 양식집, 모던보이들이 드나들었던 카페까지 세세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어 문화사적 가치도 있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반도의 봄>은 한국 전쟁 이전의 화려한 서울 풍경과, 당시 영화 제작자들 및 스튜디오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이병일 감독은 당시 일본의 닛카츠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배우고 온 인텔리였다. 이 영화는 그런 당대의 영화업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리얼하게 담긴 멜로물이다. 조선인 영화 제작자들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당시의 독립운동을 그려낸 영화만 보고 자란 현대의 한국인들에게 생경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영화 제작자가 겪는 금전적 어려움, 제작자와 여배우의 미묘한 애정, 가수와 배우를 겸업하는 스타시스템에 대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극 중 영화로 등장하는 <춘향전>의 촬영장면. 영화촬영 장면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다. 물론 “레디, 고!가 아니라 “요이, 하이!”하는 일본식 구령으로 촬영이 진행된다.
그러나 <반도의 봄>은 철저하게 당대의 조선총독부의 영화정책에 맞춰 제작되었다. 조선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주 언어는 일본어(!)다. 한국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일본어 자막이 등장하고, 극 중 영화인들의 모임에서는 태평양전쟁의 무운장구를 바라는 황국 신민으로서의 길고 장대한 연설이 펼쳐진다.
내선일체와 대동아 성전에 관한 연설이 나오는 장면. 물론, 이 장면의 대사는 모두 일본어이기 때문에 자막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서도 조선인 감독으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 것이 이색적이다.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하는 작품은 민족의 고전 <춘향전>이며, 빈곤 속에서도 ‘자신들의 영화’를 완성하려는 식민지 예술가 청춘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영화인으로서의 고단함과, 식민지 신민으로서 겪는 아리송한 위치가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다. 소극적으로라도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풀어내려 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영화는 조선 총독부의 검열을 피해 적절한 수준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춘향전>은 성공적으로 제작되고, 남녀주인공은 더 나은 영화공부를 하러 도쿄로 떠난다.
당시 영화제작사의 ‘열악한’ 모습. 뒤쪽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이 눈에 띈다. 당시 기준으로 일본과 ‘우호국’이었던 독일영화의 포스터들이나 독일계 프랑스 감독의 영화 포스터들이다.
시대와 정치의 틈새 사이에서 어떻게든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젊은 영화인들의 몸부림이 안쓰럽지만, <반도의 봄>은 현재 명백한 친일영화로 분류되어 있다. <집 없는 천사>나 <국기 아래에서 나는 죽으리> 같은 당시의 다른 감독들의 작품과 함께, 일본의 내선일체론에 동조한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병일 감독은 훗날 <시집가는 날> 같은 작품으로 명 감독의 반열에 오르지만, 이러한 행적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도 올라있다. 당대에 애매한 위치를 고수했던 지식인들을 욕하기 이전에, 독립운동에 온몸을 던진 분들의 각오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일본의 망언이 갈수록 심해지는 요즘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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