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0

알라딘: 맑스주의 역사 강의 -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맑스주의 역사 강의 -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l 새움 총서 1

한형식(저자) | 그린비 | 2010-07-20



정가 18,000원


반양장본 | 440쪽 | 150*220mm | 572g | ISBN : 978897682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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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자가 쓴 새로운 ‘맑스주의 역사’ 입문서이다. 맑스 이전의 유토피아 사회주의부터 중국 혁명을 비롯한 아시아 공산주의 운동까지 소개하는 책이다. 맑스주의 사상의 역사뿐 아니라 운동의 역사도 함께 다루고 있으며, 일반 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객관적이고 친절하게 서술하고 있다.

맑스주의의 역사는 고정불변의 역사가 아니라 사회변혁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해 나간 역사이다. 그리고 이 책은 각 시대의 맑스주의자들이 자신이 직면한 조건들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한다.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과 그린비가 함께 출간하는 <새움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새움은 자본, 국가,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맑스주의를 비롯한 진보적 지식을 연구하는 공간으로, 앞으로 ‘맑스주의 공황론’, ‘한국경제 문제’, ‘현대 정치철학’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출간할 예정이다.





들어가면서 9
이 강의의 목표 9
혼란스러운 개념들 정리 11
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12│② 맑스주의 18│③ 용어상의 혼란 20

1강 _ 자본주의의 발전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 25
자본주의의 발전과 사회주의의 등장 26
정치적 노선의 사회주의: 바뵈프와 블랑키 29
① 가난한 자들의 봉기 29│②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관한 오해 32
경제적 노선의 사회주의: 생시몽, 푸리에, 프루동, 바쿠닌 36
① 생산력발전에 대한 낙관과 비관 36│② 정치적 행동과 직접행동 44

2강 _ 맑스·엥겔스의 초기 사상 51
자유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 53
자본주의와 소외: 『1844년의 경제학-철학 초고』 56
① 이 텍스트가 지니는 의미 56│② 사적 소유와 상품생산의 철학적 해석 58
③ 변증법: 혁명적 변화의 철학적 원리 61│④ 인간의 유적 본질과 소외의 극복 63
유물론적 역사이해: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들」, 『독일 이데올로기』 65
맑스주의의 기초 확립: 『공산당 선언』 70
① 『공산당 선언』의 역사적 의미 70│② 유물론적인 자본주의 분석 74
③ 자본주의의 붕괴와 사회주의로의 이행 76│④ 공산주의에 대한 전망 79

3강 _ 맑스·엥겔스의 후기 사상 85
착취의 과학적 해명: 잉여가치론 85
제1인터내셔널: 국가주의?아나키즘과의 대결 89
① 제1인터내셔널의 결성 89│② 아나키즘과의 대립 92│③ 국가주의의 대두 95
파리코뮨과 새로운 국가론: 『프랑스 내전』 97
라살레파와의 대결: 『고타강령 초안 비판』 104
① 독일 노동운동의 통합과 「고타강령」 104│② 노동전수익권 비판 107
③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109│④ ‘철의 임금법칙’ 비판 112
맑스 사상의 체계화: 『반뒤링』,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115
① 최초의 맑스주의 교과서 116│② 엥겔스의 해석 문제 118

4강 _ 제2인터내셔널의 논쟁들(1)?수정주의 논쟁과 총파업 논쟁 127
분열의 시작 131
수정주의 논쟁 133
① 수정주의와 개량주의 133│② 수정주의의 등장 134│③ 정통파의 입장: 붕괴론 135
④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137
⑤ 사회개량이냐 혁명이냐: 베른슈타인과 룩셈부르크의 논쟁 141
총파업 논쟁 150
① 총파업이란 무엇인가 150│② 아나코-생디칼리즘과 총파업 153
③ 맑스주의와 총파업 155│④ 맑스주의의 총파업 수용: 1905년 혁명과 『대중파업』 160

5강 _ 제2인터내셔널의 논쟁들(2)?반전 논쟁과 식민지 논쟁 171
반전 논쟁 171
① 반전 논쟁의 역사적 배경 171│② 방어 전쟁의 논리 175
③ “전쟁에는 전쟁으로”: 「슈투트가르트 결의안」 179
식민지 논쟁 184
① 자본주의의 발전과 식민지 점령 184│② 수정주의자들의 식민지관 187
③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수정주의 식민지관 비판 197

6강 _ 러시아혁명과 레닌(1)?1917년 이전의 러시아와 레닌 201
러시아혁명의 배경 201
① 러시아혁명의 전사(前史) 202│② 인민주의자들의 등장 203
③ 초기의 러시아 맑스주의: 2단계 혁명론 206
러시아혁명의 새로운 흐름 210
① 러시아 사회민주당의 창립 210│② 레닌의 전위당 이론: 『무엇을 할 것인가?』 214
③ 1905년 혁명과 소비에트 219│④ 1905년 혁명에 대한 맑스주의자들의 평가 225

7강 _ 러시아혁명과 레닌(2)?1917년 혁명과 소련의 성립 229
2월 혁명에서 10월 혁명으로: 사회주의혁명으로의 발전 229
맑스주의 국가론을 다시 생각하다: 『국가와 혁명』 239
10월 혁명의 과제들 246
① 혁명이 직면한 문제들 247│② 서유럽 혁명의 불발 249│③ 전시공산주의 253
새로운 시대의 맑스주의: 『제국주의』 256
신경제정책(NEP):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264

8강 _ 코민테른과 스탈린 체제 273
코민테른의 성립 273
스탈린과 소련의 발전방향을 둘러싼 논쟁들 279
① 스탈린의 부상 279│② 스탈린의 권력장악 285│③ 정치투쟁 과정에서의 논쟁들 287
스탈린 시기의 소련과 스탈린주의 291
① 일국사회주의론 291│② 스탈린 테러 297│③ 스탈린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301

9강 _ 중국혁명과 마오주의 309
중국 공산당의 형성: 신해혁명에서 대장정까지 309
옌안 시대 320
① 대중 노선의 본격화와 『옌안문예강화』 321
② 추상적 교리에서 구체적 정세로: 『실천론』과 『모순론』의 변증법 재해석 325
공산주의 중국의 성립과 새로운 사회를 위한 시도들 333
① 제1차 5개년 계획 333│② 의도와 결과의 괴리: 대약진운동 337
혁명은 계속된다: 문화대혁명 345
① 문화대혁명의 발발 345│② 문화대혁명의 문제의식: 「문혁 16조」 349
③ 홍위병운동의 확산과 문혁의 성격 전화 353│④ 문화대혁명의 의의 358

10강 _ 맑스주의의 새로운 흐름들 363
웨스턴 맑시즘 364
① 웨스턴 맑시즘의 등장과 전개 364│② 그람시의 맑스주의 373
③ 프랑크푸르트 학파 377│④ 68혁명 이후의 맑스주의들 381
아시아 공산주의 393
① 아시아 공산주의의 과제와 특징 393│② 동아시아 공산주의의 전개과정 400
③ 그 외 지역의 공산주의 411

나가면서 417

더 읽을 책들 422
찾아보기 431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핵심적 차이는, 공산주의는 개인의 발전이 동시에 다른 사람의 발전의 조건이 되는 사회적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공산주의 사회와 계급 사회의 차이는 사회적 관계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아무리 혁명적이고 전복적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그 사람의 주장에 대한 평가기준은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고려가 있느냐 없느냐여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자유주의입니다. _ 44쪽 (1강 「자본주의의 발전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중에서)


붕괴론의 한계 때문에 제2인터내셔널이 실패했다면, 이 실패를 이론적으로 극복한 것이 레닌의 『제국주의』입니다. 여기서 레닌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붕괴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제국주의라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로 설명합니다. 동시에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이전된 모순이 다른 곳에서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혁명이라는 현상에 부합하는 설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국주의』의 가장 결정적인 성과는 러시아와 같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맑스주의의 이론틀 내에서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_ 263쪽 (7강 「러시아혁명과 레닌(2)」중에서)

어떻게 보면 마오주의는 전통적인 맑스주의로부터 상당히 이탈한 것이어서, 이것이 진짜 맑스주의인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맑스주의의 흐름이라는 것이 도저히 하나의 단일한 흐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임을 보았습니다. 레닌까지만 해도 맑스가 얘기했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마오에게 오게 되면 그런 의식도 희박해집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맑스주의가 갖는 생명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오가 얘기한 것처럼 마오주의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과 실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실천의 새로운 조건이 주어진다면 이론은 그에 맞추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습니다. _ 360~361쪽 (9강 「중국혁명과 마오주의」중에서)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0년 7월 24일자 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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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한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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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인도 수구 세력 난동사>,<현대 인도 저항운동사>,<맑스주의 역사 강의> … 총 7종 (모두보기)
소개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회원. 마르크스주의 대중화를 위한 교육 활동을 한다. 저서로 《맑스주의 역사 강의》, 《현대 인도 저항 운동사》, 《인도 수구 세력 난동사》(공저), 《처음 읽는 독일 철학》(공저)이 있다. 번역서로는 《공부하는 혁명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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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위한 국내 저자의 맑스주의 역사 입문서
운동과 사상의 흐름으로 맑스주의 역사 읽기

맑스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그 이름이 적힌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야 했던 시대가 지나간 지도 한참이 되었다. 냉전 종식과 민주화 이후 한층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맑스의 저작들은 해금(解禁)을 넘어 하나의 고전이 되었고, 최근에는 필독교양서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가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자본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서 맑스의 사상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오늘은 맑스주의를 편견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된 시기이자, 신자유주의의 가혹한 통치로 인해 맑스주의를 다시 읽을 것을 요청받고 있는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맑스주의 사상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우리 시대의 맑스주의 역사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외국의 책을 번역한 20~30년 전의 책들만을 구해 볼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한형식의 『맑스주의 역사 강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는 새로운 맑스주의의 역사 입문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저술된 책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을 밝혀냈고, 그것의 비인간성을 폭로했으며,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제시했던 맑스˙엥겔스의 사상과 그 이후 맑스주의의 역사를 서술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맑스주의의 역사’를 서술한 몇 권의 책이 소개되었지만, 대부분 외국 학자의 작업을 번역한 것이었고, 특정한 정치적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달리 『맑스주의 역사 강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에 아시아 공산주의까지』(이하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국내 저자의 집필서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맑스주의의 역사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맑스주의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과 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접할 수 있던 책들이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이론 위주로 서술되어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반면, 이 책은 ‘맑스주의’가 대중과 결부되어 있는 사상임을 강조하면서 역사적 배경과 이론의 형성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운동과 사상의 종합으로서의 맑스주의의 역사를 개관한다. 맑스주의 사상은 세상을 바꾸려 한 운동 속에서 형성되었고 또 계속해서 자신을 극복하며 발전했기 때문에, 운동과 역사를 통해 살펴봐야 맑스주의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맑스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 역사가 지닌 의의와 한계를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맑스주의에 대해 막연한 통념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는 그간의 오해를 불식시켜 줄 책이 될 것이다.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과 그린비가 펴내는 <새움 총서>의 첫번째 책이다.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http://club.cyworld.com/seumnet)은 자본, 국가,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벌여 나가는 연구자들이 모인 공간이다. 맑스주의를 중심으로 진보적 지식을 공부하고 또 세미나와 강의를 통해 대중과 나누고 있다. 『맑스주의 역사 강의』도 저자가 지난 4년간 ‘새움’에서 진행해 온 ‘맑스주의의 역사’ 강의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현재 ‘새움’은 ‘맑스주의’, ‘생태 문제’, ‘유럽중심주의’, ‘현대 정치철학’ 등 다양한 주제들을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연구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물들을 책으로 출간해 대중과 접촉할 계획을 갖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맑스주의 전체 역사를 한눈에

총 10강으로 구성된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맑스 이전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20세기의 아시아 공산주의 운동까지를 다룬다. 1강에서는 ‘정치적 노선’의 사회주의와 ‘경제적 노선’의 사회주의를 구분하면서 맑스 이전과 당대의 사회주의를 소개한다. 2~3강에서는 이 두 노선을 계승˙발전시킨 맑스˙엥겔스의 사상을 설명한다. 그들 사상의 발전과정을 추적하면서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그들의 방식(유물론적 역사이해)과 자본주의 분석(자본주의는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착취를 발생시킨다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는 역사적인 체제이므로 언제가 반드시 붕괴한다는 것)의 고유성을 해명한다. 그리고 국제노동자연맹(제1인터내셔널)에서 벌어진 아나키즘 및 국가주의 경향과의 논쟁을 살펴본다. 4~5강에서는 맑스˙엥겔스 이후 결성된 제2인터내셔널에서의 논쟁들을 다룬다. 맑스주의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려 했지만 결국 맑스 사상의 대전제까지 부정한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Eduard Bernstein)의 수정주의와 그를 비판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즉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과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등의 논쟁을 주로 소개한다(수정주의 논쟁, 총파업 논쟁, 반전 논쟁, 식민지 논쟁). 6~7강에서는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 혁명의 전개과정과 그 이론적 토대를 이룬 레닌의 사상을, 8강에서는 레닌 사후 소련에서 스탈린(Iosif Stalin)이 권력을 장악하고 스탈린 체제가 성립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9강에서는 중국 혁명의 흐름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사상을 다루며, 10강에서는 제2인터내셔널 이후의 서구 맑스주의 경향들과 중국 이외의 아시아 지역 공산주의 운동을 소개한다.
맑스주의라는 이름은 언제나 치열한 이론적˙정치적 투쟁이 벌어지는 장(場)을 의미해 왔다. 맑스˙엥겔스 자신들이 논쟁과 비판을 통해 입장을 정립해 나갔으며, 그들을 계승한 맑스주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맑스주의 역사 강의』 역시 각각의 시대˙지역의 핵심적인 맑스주의 사상가들˙저작들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그것들 간의 논쟁, 대립, 영향관계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맑스주의의 역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역사적 맥락 속에서 맑스주의를 이해하려는 시도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맑스주의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지만, 사실들만을 나열하는 역사책은 아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맑스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과 논쟁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맑스주의는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상이며, 맑스주의의 이론들과 논쟁들 역시 구체적 현실을 지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와 분리해 이론을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으며, 특히 현실의 사회적˙정치적 배경과 깊은 연관을 맺으면서 형성된 맑스주의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당시의 정세를 알지 못한 채 그 이론들과 논쟁들을 보게 되면 어떤 의도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9강에서는 마오쩌둥의 대표적인 저작인 『실천론』과 『모순론』을 설명한다. 이 두 책은 그 자체로는 이론과 실천의 관계, 모순의 성격을 이론적으로 논의하는 책이다. 마오는 『실천론』에서 인식은 실천에 근거하는 것이고 진리의 기준은 실천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하며, 『모순론』에서는 모순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그 구체적 양상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논의를 펼친다. 저자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이 텍스트들만을 읽는다면 마오쩌둥이 1937년에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마오가 『실천론』을 저술한 것은 당시 중국 공산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던 소련 출신 지도자들이 소련의 이론적 틀을 중국 현실에 그대로 끼워 맞추려 한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모순론』을 통해서는 공산당 내에는 모순이 없다는 소련의 입장을 비판하고,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사회에도 ‘모순’이 존재하므로 ‘끊임없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처럼 맑스주의는 사회정치적 현실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사상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며,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사상이 등장한 현실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역사적 배경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냉전 시대에 유포된 악선전들이 맑스주의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초래했고, 특히 한국처럼 냉전의 영향을 깊이 받은 지역에서는 오해가 한층 더 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1강에서 악명 높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개념에 대한 오해를 지적한다. 주지하다시피 맑스˙엥겔스는 프롤레타리아트가 정치권력을 장악한 뒤에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독재’(dictatorship)라는 표현이 후대에 와서 “맑스주의는 민주주의를 부정한다”는 통념을 낳았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맑스의 시대에 dictatorship은 오늘날과 달리 ‘독재’가 아니라 ‘통치 일반’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단순히 ‘프롤레타리아트의 통치’를 의미하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역사의 변천 속에서 dictatorship은 ‘강압적 전제정치’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고,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도 반민주적 통치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는 냉전 시기 현실 사회주의 진영을 ‘전체주의’로 규정하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사상의 역사가 아닌 ‘운동과 사상’의 역사로서의 맑스주의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맑스주의 ‘사상’의 역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역사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맑스주의의 사상들은 언제나 운동과의 연관 속에서 성립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현실의 운동보다 추상적 이론에 집중하는 ‘서구 맑스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저자는 이런 이론주의적 경향의 강세가 냉전 시기 서구의 장기호황에 힘입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 별다른 실천적 의미가 없는 서구 이론을 수입하는 데만 몰두하는 한국 진보진영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맑스주의 이론들의 의의는 그것이 운동 속에서 산출한 효과를 인식할 때만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7강에서 저자는 레닌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이하 『제국주의』)의 의의는 단순히 ‘제국주의’ 현상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그는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 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제국주의 열강들의 가혹한 식민통치가 피식민 지역의 저항 운동을, 더 나아가 혁명을 낳는다는 것을 해명한 점이 『제국주의』의 의의라고 이야기한다. 레닌 이전 대부분의 맑스주의자들은 사회주의 혁명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후진국들과 식민지들의 저항 운동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런 통념을 깨고 “후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혁명이 일어날 수”(263쪽) 있음을 밝힌 것이 레닌의 공적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이론적 갱신에 주목하는 저자는 아시아의 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기존의 맑스주의자들이 산업노동자계급만이 혁명적인 계급이라고 믿었던 반면, 중국(과 그 외 아시아 지역) 혁명에서는 당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농민도 혁명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련에서 농업집단화를 통해 농민계급을 분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농촌공동체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대약진운동’과 같은 시도를 전개했던 것이다. 또한 ‘문화대혁명’은 맑스주의의 전통적인 주장인 ‘토대의 변혁’에서 이탈해 ‘상부구조의 혁명’을 더 강조한 사례이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은 대규모의 대중 동원이 이루어졌다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맑스주의의 역사에서 새로운 조류의 등장”(359쪽)이라는 의미에서도 새롭고 중요한 현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맑스주의의 역사는 자신이 직면한 현실에 맞추어 변화했으며, 그 과정에서 맑스 사상의 이론틀까지 변형시키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충분한 성숙, 혁명적 계급으로서의 산업노동자계급(프롤레타리아트), 상부구조보다 토대의 변혁이 결정적이라는 믿음 등이 역사 속에서 변형 혹은 부정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변형, 이탈이 오히려 의미를 지니는 것임을 강조한다. “150년 전에 출발했던 맑스주의의 이론적 틀을 가지고는 온전히 설명하기가 더 이상 불가능한 현실이 있었고, 그 현실 속에서 새로운 성격의 맑스주의가 생겨났다”(415쪽)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용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나갔기 때문에 맑스주의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맑스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맑스주의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보다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으로 맑스주의를 읽는다!

그동안 맑스주의는 사회변혁의 유효한 무기로 인정받지 못했다. 역사적으로는 냉전, 신자유주의,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에 직면해, 이론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근대성 비판’에 직면해 더 이상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는 맑스주의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맑스주의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의 유력한 자원”(418쪽)이며, 또한 “근대성과 반근대성의 변증법적 통일”(388쪽)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함을 띠고 있는 맑스주의를 보다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줌은 물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도 유용한 지침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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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중의 걸작
최고의 개설서입니다 읽다가
너무 잘 서술이 되어서 100자평 남기려고 왔는데 저처럼 감탄하신 분들이 역시 많군요
도다리맨 ㅣ 2017-11-19 l 공감(0) ㅣ 댓글(0)



평이 좋아 읽었는데, 괜찮았습니다. 특별히 1905년 러시아혁명 이전 상황이 잘 그려져 있어 그간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하시는 분들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이 흘러나옵니다.
봉천동 ㅣ 2016-05-24 l 공감(0) ㅣ 댓글(0)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맑스주의 역사입문서. 웨스턴 맑시즘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맑시즘에 대해 미처 다 못다룬 게 아쉽지만 한국인의 관점에서 이만한 입문서도 없다. 특히 서구중심주의를 경계하는 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lealea ㅣ 2015-07-02 l 공감(0) ㅣ 댓글(0)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입문서. 다만 스탈린주의와 마오주의에 대한 저자의 옹호가 자신이 표명하는 일처럼 그리 `객관적`이지는 않다.
산책이 ㅣ 2014-12-11 l 공감(0) ㅣ 댓글(0)



"천개의 맑스주의들이 신자유주의가 부과한 야만에 대항하는새로운 실천들"을 하고있는걸까~역사로 읽는 맑스주의를 아주 쉽게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고마운 글이다. 삶은 매순간 수많은 입장들이 겹쳐져서 경쟁하지만 난 그 틈바구니에서~에잉~사랑밖에 난몰라~맑스도 그랬을걸~ㅋ
오리무중 ㅣ 2014-08-23 l 공감(0)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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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10편




맑스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농담같은오늘 ㅣ 2016-01-12 ㅣ 공감(0) ㅣ 댓글 (0)
사회현실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나의 인식과 시선이라는 것이 생겨난 이후 이런저런 사회과학책들을 손에 잡히는대로 읽기 시작했고, 그런 와중에 맑스주의을 둘러싼 잡다한 상념들도 마구잡이로 내안에 들어와쌓였다. 이 한권의 책으로 잡다한 상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동안 내가 이런 책을 얼마나 읽고 싶어했었는지는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맑스주의 입문서로 두말할 나위없이 추천한다는 얘기!
책 말미에 정치적, 경제적 접근법을 폐기한 후 문화환원론에 빠져버린 현재 일부 진보좌파 진영에 대한 비판제기를 읽으며 얼마전 읽은 '혁명을 팝니다'라는 책의 내용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최근 읽은 이 두 권의 훌륭한 책은, 신뢰하는 주간지의 책 추천코너가 아니었다면 한참 후에나 만나보았을 책들이다.

[마이리뷰] 맑스주의 역사 강의 팔루스의 기표 ㅣ 2016-01-08 ㅣ 공감(3) ㅣ 댓글 (0)맑스를 좋아하던 싫어하던 무관심 하지 않은 사람에게 권해요. 맑스가 세계에 영향 미친 내용을 잘 정리.

[펌글] 레디앙 서평_"자주-평등파 새로운 차원 소통 기회" 유승민 ㅣ 2010-09-29 ㅣ 공감(4) ㅣ 댓글 (0)


"자주-평등파 새로운 차원 소통 기회"
[투고-서평] 『맑스주의 역사강의』…"자주파에 일독 권한다"

2010년 09월 29일 (수) 09:30:36 민경우 / 새세대네트워크 기획위원 dalgona@redian.org


평소 안면이 있던 한형식으로부터 『맑스주의 역사강의-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에 대한 서평을 부탁받았다. 나는 책 제목처럼 그저 대중적인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고 심상히 들어 넘겼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80년대 중반 맑스주의를 접하고 민족해방노선의 관점에서 20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던 내게 많은 고민을 주게 하는 책이었다.

주관적이고 실천적인 서평


▲ 책 표지
그리고 나의 고민은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동료들과 함께 나눌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에 가능한 주관적이고 실천적으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스탈린에 대한 분석과 평가이다. 한형식은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 공포정치 등이 스탈린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사상이론적인 근원에서 비롯된 문제라기보다는 당시 시대 상황, 특히 소련의 사회적 고립과 임박한 히틀러의 소련 침공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와 사건들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283~284쪽에 소개된 ‘아시아놈’과 관련된 일화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일화는 스탈린에 대한 한형식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에피소드이다.

내가 보기에 스탈린에 대한 위 평가는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다. 나는 한형식의 주장을 스탈린을 옹호하는 어떤 입장이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을 소개한 상식적인 주장으로 읽었다. 정작 흥미 있었던 점은 그러한 상식적인 주장이 왜 맑스주의 진영 내부로부터 왜곡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한형식은 위 과정을 흥미있게 소개한다. 한형식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917년 10월 무장봉기로 권력을 장악한 볼셰비키는 제헌의회 선거에서 볼셰비키가 다수당이 되는데 실패하자 제헌의회를 해산한다.

이를 계기로 당시 독일 사민당의 이데올로그였던 카우츠키가 『프롤레타리아와 독재』라는 책을 통해 볼셰비키를 비난하면서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관련된 레닌-카우츠키 논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논쟁이 ‘전체주의-민주주의’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스탈린과 스탈린주의가 구체적인 사회역사적 조건을 벗어나 신비화(악마화)되었다는 것이다.

스탈린주의의 신비화 또는 악마화

결국 한형식은 신비화되었던 스탈린을 구체적인 사회역사적 공간으로 불러내어 맑스주의의 역사 속에서 정상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한형식의 위 책을 단순한 학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실천적인 관점에서 독해하게 된 이유는 90년대 이후 좌파(80년대 초반 맑스주의가 진보진영의 주류로 자리 잡은 이후 자주파와 평등파로 분열된다. 여기서 좌파는 평등파 중 일부 진영을 의미한다) 진영이 레닌-스탈린, 민족해방노선을 신비화시켰던 점과 최근 사민주의에 대한 과도한 주목 때문이다.

나는 80년대 후반 이래 민족해방노선의 관점에서 운동을 했다. 나는 북의 수령론이나 군사주의가 농민국가(맑스주의는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북한의 역사적 한계의 산물이라고 보지, 절대악과 같은 무엇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한형식이 스탈린주의의 현실적이지만 불행한 선택을 소련의 고립과 히틀러의 침략 위험 때문이라고 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좌파 동지들은 이른바 자주파를 상종하지 못할 어떤 괴물처럼 대하곤 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자신들의 견해를 국가보안법과 반공주의에 기대어 관철(?)하려 한 점이다.

후자의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좌파 동지들이 많을 듯하여 보완하면 다음과 같다. 맑스주의는 어느 시점에 시민권을 얻었다. 더구나 대부분의 맑스주의자들은 교수나 연구자의 신분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 민주화된 한국에서 현실 운동에 크게 개입하지는 않되 관념적으로는 과격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몽상적인 교수들을 감옥에 보낼 이유는 별로 없다.

자주파를 상종하지 못할 괴물로 보는 '동지들'

이것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사회주의를 외치는 교수들은 버젓이 교직을 유지하면서도 범민련이나 한총련 등 자주파와 ‘다함께’가 감옥을 메웠던 이유이다.(나는 ‘다함께’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 또는 그들의 선배들이 감옥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에는 경외감을 갖고 있다)

위 평가에 가슴으로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저명한 공안수들의 연행과 그들의 석방 이후 행적을 공부해 보기 바란다. 한국의 공안기관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그들은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용케 구별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한국의 지식인들을 부끄럽게 했던 노동자 출신의 혁명가가 어느 날부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모호한 주장을 늘어놓고,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위험하지 않고 진보적인 매체에서는 환영하지만, 첨예한 사회경제적 갈등에서는 다소 빗나간 공간에서만 활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는 여지없이 공안기관과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교감이 묻어 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의미 있게 노력했던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어느 시점에서 공안기관, 국가보안법과 대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칭 맑스주의자임을 자칭하며 레닌-스탈린, 민족해방노선을 신비화하려는 태도에는 그것을 통해 공안기관과 국가보안법의 검열 과정을 피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의 정점에서 일어난 사건이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참패이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일심회 사건이나 민족문제 등에서 발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주파를 악마화하는 태도와 분당

다음으로 사민주의에 대한 평가이다. 2007년 이후 역사적인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파적 갈등은 대체로 끝났다. 2007년 대선에서 100만 총궐기를 주장하고 2009년 정책당대회에서 이명박 정권 퇴진을 내걸었던 민주노동당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의회주의 정당으로 변모했다.

반MB냐 독자후보냐의 전술적 대립보다 중요한 것은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이 2012년 대선에서의 선거 전술을 중심으로 세상을 고민했다는 점이다. 한형식의 책을 옮기자면 마치 제2인터내셔널이 반전을 주장하고서는 정작 전쟁이 일어나자 태도를 바꾸었던 것처럼 말이다.

평등파는 워낙 갈래가 많아 궤적을 추적하기 어렵지만 북유럽 사민주의를 금과옥조처럼 되뇌이는 모습에서 맑스의 자취를 찾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나는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치적 몰락 속에서 사민주의가 급부상하는 모습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정치에서 의회주의, 합의제, 정당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복지국가 노선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다음의 몇 가지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민주의 급부상을 우려한다

첫째는 자본주의의 안정화나 호황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사민주의가 뿌리에서 자본주의 호황을 배경으로 사회변혁을 포기하고 점진적 개량을 주장한 사상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든(보편적 복지, 혁신경제 따위로 보완, 치장하더라도) 사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현재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간과한 주장이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맑스의 자본론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경향이다.

둘째는 사민주의가 의회주의, 정당 민주주의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만큼 2008년 이후 역동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촛불, 서거정국.6.2 지방선거에서의 민심 표출 등과 배치되어 있다.

셋째는 비스마르크의 복지국가 노선이 독일 노동자계급의 분출을 억제하려는 정치적 발상에서 발원했던 것처럼 한국에서의 복지국가 노선은 보수 또는 보수-중도 정치 구조를 구조화하고 진보정치를 고립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민주의 또한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한정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가치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경제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대중적 진출이 가속화되는 한국 현실에는 맞지 않는 사상-이론 체계라고 생각한다.

맑스주의 만고불변 진리 아니다

한형식의 위 책은 시종일관 맑스주의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서 구체적인 사회현실에 입각하여 고찰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제 2인터내셔널이 제국주의 전쟁에 동조하고 제국주의의 식민지 수탈을 묵인한 점을 통렬하게 적고 있다.

나는 2차 대전 이후 사민주의가 이룩한 역사적 공적을 평가해야 하는 것처럼 사민주의를 역사로부터 분리해 사민주의의 초기 발전과정에서 그들이 했던 역사적 공과를 간과하려는 경향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서 최근 운위되고 있는 사민주의, 복지국가론 등을 평가해 보자는 것이다.

그밖에 한형식의 책은 여러 면에서 실천적인 쟁점을 함축하고 있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첫째, 제 2인터내셔널이 맑스주의의 생명력을 거세하여 1차 대전 이후 파멸한 것처럼 레닌주의나 스탈린주의의 체계화(교조화)가 소련 패망의 원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등에 나오는 ‘반영론’,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의 도식성에 대해 가졌던 의문을 환기시켜 준다.

둘째, 한형식은 맑스주의를 섣불리 체계화하려는 경향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그것이 경제적 토대에 대한 분석에 근거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평등파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발원한 자유주의, 문화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내가 평등파 동지들에게 느꼈던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경향에 대한 문제의식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내가 속했던 자주파에는 자유주의, 문화주의의 폐해는 크지 않았다. 반면 실천과 의식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운동의 과학성을 경시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주파, 평등파 정견의 현대적 재구성

그런 면에서 80년대 중후반 이후 진보진영을 양분했던 자주파, 평등파의 정견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맑스주의 역사를 뛰어나게 개괄한 것은 물론 다양한 실천적, 현재적 함의를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진보운동사를 정리해 보고 진보운동이 선 입각점과 과제를 명확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특히 자주파 동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평등파 동지들에게는 자주파와 평등파가 새로운 차원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연대기적 눈높이 맑스강의, 머리에 쏙쏙 라주미힌 ㅣ 2010-09-28 ㅣ 공감(11) ㅣ 댓글 (7)

맑스주의를 공부할 때 항상 용어가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용어를 단순하게 대상의 이름을 지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정치적 입장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쓰기 때문입니다. 20p

온갖 책에 소개되는 사상들이 어려운 이유는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에 있다고 느껴왔다. 이해시키고자 정의를 한껏 내리지만, 덕지덕지 붙이는 수사만을 봐서는 그것이 설명인지 해석인지, 펼쳐 보이기 위함인지 숨기려는 건지 의아하다. 아마도 여기서부터는 들어오지 말라는 학문적 ‘영역표시’가 아닌가 한다. 그런가보다 하고 여러 책에서 뜨믄뜨믄 읽다가 이 책을 읽게 되니, 개안(開眼)된 느낌이다.



맑스주의의 역사는 150년간 단일한 자기정체성을 유지한 정치적 이념의 역사가 아니라,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동일성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그 동일성을 끊임없이 깨뜨리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되어 간 정치적 이념의 역사입니다. 415p


그 동안 맥락을 몰랐던 게다. 맥을 짚어내질 못했으니 맥없이 들어만 봤던 ‘지식’처럼 사용되어져 왔다. 역사적 맥락과 배경으로 사상의 흐름, 갈등, 변화를 통해 맑스주의의 맑스주의성을 설명하는 방식의 적절함과 대중을 위한 친절함은 이 책이 왜 좋은가를 말해준다. 마이클 샌댈의 ‘정의는 무엇인가’가 왜 그렇게 인기인가. 누구누구의 정의론이 수없이 출판되어도 대중에 먹히지 않던 이유를 보면 우린 인문, 사회, 역사학에 무지했던 게 아니라, 배제되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은 ‘좋은 책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당파성이나 논란이 많은 부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그에 비하면 문젯거리가 아니다. 사회과학서 치고 특정 성향이 없거나, 저자가 개입하지 않은 책은 없다. 국정교과서도 국가의 개입이 있거늘… 책이 독자를 끌어당기면 그 다음부터는 독자가 알아서 간다. 이 책으로 맑스주의를 알고자 하게 했다면 책으로써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 맑스주의가 당대의 사상이 아니라, 진화하는 생명성을 가지고 있다면 학자들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독자들에게서 나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민중의 힘, 민중이 역사를 이끌었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세밀함은 다음의 일이다. 보폭이 문제인데, 속도를 말하는 것은 오바다.


세상에 초월적이고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역사적일 뿐이라 것, 역사의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맑스 사상의 대전제 중의 하나입니다. … 맑스주의가 역사적이라는 것은 단일한 맑스주의란 있을 수 없고 최소한의 동일성을 공유하는 상이한 복수의 맑스주의들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맑스주의들이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그 차이는 왜 발생하며 이 차이들의 실천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맑스주의의 역사를 통해서 접근해야만 합니다. 420p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 특히 수정주의의 대두와 제국주의와의 영합에 관한 내용, 그리고 냉전이 만든 세계적 구도를 통한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게끔 하는 부분으로 역사적 진실에 한 발작 다가서게끔 한다.
이재오와 김문수를 큰 틀로 알게 된다고나 할까.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라는 책을 쓰신 비전향장기수의 글과 사상도 오버랩이 된다. 군사정권의 슬러지들이 아직도 꾸물거리는 것을 봐도, 보수주의라는 틀을 쓴 미제국주의의 꼭두각시들, 한국사회의 욕망과 망상의 형상을 그리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간만에 공부하고 싶어졌다.


저자의 비판도 인상 깊다.


좌파의 유럽 편향은 심각한 지경입니다. 유럽에서 거의 아무런 실천적 영향력도 없는 좌파이론의 수입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21세기에 일시적이지만 유일하게 집권에 성공한 공산당이 있는 네팔이나 공산당이 집권하지 않은 나라 중에서 공산당 당원 수가 가장 많았던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사례, 그리고 바로 그 인도네시아 공산당을 상대로 자행된 20세기 최대의 대학살 중의 하나에 관심을 갖는 한국의 좌파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맑스주의가 사변적 이론이 아니라 실천을 위한 담론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학계 내의 관심에만 몰두한 유럽 좌파 학자들의 주장을 수십 년간 목숨 바쳐 투쟁한 수많은 민중의 이야기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한국 좌파들의 풍토는 지극히 비맑스주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64p


입문서로는 합격, 그러나 좀 더 노력해 주세요!! hkcsp ㅣ 2010-09-27 ㅣ 공감(8) ㅣ 댓글 (0)

내가 쓰는 이 글은 책 자체에 대한 평이기도 하고, 백승욱 교수의 서평에 대한 단상이기도 하다.


일단 백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단 일리있는 지적이란 생각이 든다. 백교수가 지적한 문혁과 관련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이긴 하지만) 오류가 있다면 응당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겠고, 마르크스주의 역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당'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부재하다는 것도 나도 책을 읽으면서 살짝 그리 느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는 독자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백 교수가 지적한 얼마간 학술적인(물론 그것이 불가결하게 실천과 연결되는 것이긴 하지만) 지적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그와 전혀 다른 뉘앙스의 언론 서평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참세상의 최인기, 오마이뉴스의 임승수의 서평만 봐도 책에 대한 호평일색인데, 이게 맑스주의를 바라보는 이들의 관점이 백 교수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좀 다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내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내용상의 부족함을 살짝 눈감아 준다고 본다면 매우 훌륭한 대학 1-2학년용 세미나 교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책의 서술과 형식이 뛰어나기 때문인데, 부족한 식견이나마 맑스주의 개설서 중에 이렇게 쉽게 쓰여진 책은 사실 잘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맑스주의 입문서로 그나마 대학 저학년 사이에서 많이 읽히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마르크스의 사상]도 이만큼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알렉스의 책이 한형식의 책보다 풍부하고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형식의 책은 (변호론적 입장이긴 하지만) 맑스주의가 남겨놓은 오류에 대한 나름의 해명을 시도하지만, 알렉스의 책은 아예 그 문제를 부정한다. 이렇게 무턱대고 '맑스가 짱이에요!'를 외쳐대는 책이 대학 신입생들에게 먹힐리 없으니 이 책 읽지 말자고 한다해도 딱히 다른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로 맑스를 해석한 온갖 2차 문헌들 또는 알튀세르가 해석한 맑스에 대한 또다른 2차, 3차 문헌들을 짬뽕해서 보는 방식으로 대체 하곤 했는데, 내 경험에 기초해 평가해보자면 그런 식이라면 아예 안하는게 낫다. 세미나 간사를 맡은 사람조차도 제대로 읽어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요즘 대학생들의 무식함을 비난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도 없다. 최소한 입문서를 표방하고 나오는 사회과학 서적들이 좀 더 세속의 언어에 가깝게 쓰여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굳이 비교하자면 내가 [맑스주의 역사 강의]를 읽고 느낀 반가움은 예전에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를 읽고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것이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강신주의 책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알튀세르를 소개하면서 오직 '클리나멘'이라는 소재를 붙들고 '우발성의 유물론'만을 강조하며 에피쿠로스-맑스-니체-들뢰즈 등의 계보에 집어넣는 게 올바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책 후반에 나오는 마음의 수양 등에 관련한 부분은 대체 어떻게 감당해 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약간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순도 100%의 책을 찾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했던 2006년에 여기저기에 세미나 교재로 써먹어 볼 것을 권하고 다녔다.(내가 하도 광고하고 다녀서 실제로 교재를 바꾼 이들도 있었다) 대개 학회에서 철학 세미나 할 때 많이 읽힌다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보다는 실용성이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만약에 앞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맑스주의 세미나 교재로 뭐가 좋겠냐고 묻는다면 (약간의 망설임은 있겠지만) 나는 한형식의 [맑스주의 역사 강의]를 권하겠다. 망설임 속에서도 굳이 이 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자면, 이 책 만큼 맑스주의를 둘러싼 세간의 오해를 성실하게 해명하고 이겨내려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스탈린에 대한 악마화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세속의 시선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그 시선의 맹목을 깨려는 노력을 이 책 만큼 성실하게 하는 경우가 있던가?


굳이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예전에 학교에서 페미니즘 세미나를 할 때 콜론타이의 <공산주의와 가족>이란 텍스트를 봤다. 그런데 얘들이 텍스트 자체에 대한 이해는 제껴두고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갑자기 북한이 어쩌니, 김일성이 어쩌니 이런 얘기를 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오로지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레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납시다'라는 것 말고 뭐가 있었나?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맑스주의적 관점에서의 논박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 책은 어차피 '맑스주의의 쇄신'을 염두해 두고 쓰여진 책이 아닌 것 같다. 그걸 감안하고 보면 책의 의도는 성공한 거다. 여전히 맑스주의는 현실 비판에 있어서 가장 유효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사용함에 있어 오직 '본연의 맑스로 돌아가자'는 선언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맑스주의는 역사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모습을 변모시켜 왔음을 확인했다는 선에서 보자면 충분히 성공이라는 거다. 사실 이 정도 노력을 했는데도 백 교수의 호된 비판을 받는 것은 저자로서는 좀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 백 교수는 그린비 출판사와의 문제 때문에 이 책을 비판한 듯 한데, 내가 볼 땐 출판사 문제만 아니라면 비판의 화살은 원숭이 따위를 끌어들여 맑스를 설명하려는 임승수에게 맞춰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이 책이 미흡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니 나중에 개정판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몇 가지 독자로서 부탁만 하고 끝내보련다. 첫째, 책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아시아 공산주의 얘기는 차라리 빼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책의 분량 때문에 소략하는 방식으로 줄인 것 같은데, 좀 억지스럽게 동남아 지역의 공산당 문제를 하나하나 다 설명하려다 보니 전체적인 균형만 어지럽힌 느낌이다. 그냥 아시아 공산주의 문제 자체가 아직 해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고, 더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새움의 다음 세미나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정도만 얘기하고 끝내는게 낫지 않았나 싶다.

둘째, 내가 봐도 제2인터 논쟁에 대한 서술은 진부한 감이 있다. 그 뒷부분의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 이후 역사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재밌게 읽긴 했는데, 그나마 좀 아는 사람이 읽으면 진부하게 느낄 것 같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이 진부함이라는 게 단지 내용의 진부함이라기 보다는 해석의 진부함이기 때문에 보완이 시급한 것 같다. 제2인터에서 개량이냐 혁명이냐 하는 논쟁을 소개하는 부분에 할애된 분량에 비해서 충실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셋째, 책의 뒷날개를 보면 새움총서를 소개하면서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쓸데없고 사실과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책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자는 숨기려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군데군데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에 기초한 해석이 보인다. 맑스주의 자체가 원래 당파적인 입장에 기초한 것이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아니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이 당연한 것을 굳이 중립적인 입장에 선 것 같은 포지션을 취하며 숨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입문서의 형식을 띄면서 갖는 이 책의 장점은 알겠는데, '국정 교과서'를 쓸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노력은 안 하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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