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2

소득격차의 ‘민낯’···하위 10% 27년 늙어갈 때 상위 10% 5년 늙었다



소득격차의 ‘민낯’···하위 10% 27년 늙어갈 때 상위 10% 5년 늙었다

소득격차의 ‘민낯’···하위 10% 27년 늙어갈 때 상위 10% 5년 늙었다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댓글4
입력 : 2018.05.31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장하성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관련부처 장관들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청와대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시험대에 오른 걸까요.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발표되면서 악화된 소득분배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가계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선순환 한다’는 ‘J노믹스’를 전면 수정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관련기사▶복지 빠진 ´소득주도성장´, 거꾸로 가는 ´J노믹스´


‘소득격차가 200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는 해석대로, 숫자로 드러나는 하위 10%와 상위 10%의 간극은 뚜렷합니다. 기존에 보도됐던 전국 기준 가계수지는 2003년부터 통계가 작성됐지만, 비교 기준을 넓히기 위해 1990년 1분기부터 조사된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10분위별 가계수지를 들여다봤습니다. 하위 10%의 근로소득은 20만2000원, 상위 10%의 근로소득은 1013만7800원이었습니다. 근로소득은 ‘사업체에 고용돼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모든 현금과 현물’을 뜻합니다. 대한민국 도시에 사는 10개 가족 중 가장 잘 사는 1개 가족과 가장 못 사는 1개 가족이 각각 일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에서 50배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1990년과 비교해보면 양극화의 민낯은 더 생생합니다. 1990년 1분기 하위 10% 가구주의 연령은 평균 38.71세, 근로소득은 12만113원이었습니다. 상위 10%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43.6세, 근로소득은 122만2100원이었습니다. 가구주는 가구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을 뜻합니다. 1990년에는 가구주 나이가 적을수록 근로소득이 적었고, 나이가 많을수록 근로소득이 늘어났습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는 10배 정도였습니다. 이 당시 1~10분위 모든 가구의 가구주 연령은 35~43세였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비를 피해 앉아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득 상위 10% 5살 먹을 때, 하위 10% 27살 먹었다?


28년이 지나는 사이 고령화의 영향으로 모든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가구주의 전체 평균 연령은 1990년 38.7세에서 2018년 52.4세가 됐고 1~10분위 가구주 연령은 47~66세로 상향 평준화 됐습니다.




DB손해보험 다이렉트 바로가기



그러나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는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이끈 고령화’였습니다. 하위 10% 가구주는 급격히 늙었고, 상위 10% 가구주는 젊음을 유지했습니다. 1990년 38.7세이던 하위 10% 가구주 연령은 2018년 66.4세로 27.7년 늘어났습니다. 반면 1990년 43.6세이던 상위 10% 가구주 연령은 2018년 49.1세로 5.5년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같은 속도 차는 다른 소득계층에서도 확연합니다. 하위 10~20% 구간에 있는 2분위 가구주 연령은 1990년 37.3세에서 올해 58.9세로 21.6년 올랐습니다. 3분위는 17.6년, 4분위는 15.4년, 5분위는 13년 가구주의 연령이 올랐습니다. 소득계층이 오를수록 짧아지는 연령 차는 6분위에서 10.2년, 7분위 10.5년, 8분위 8.4년, 9분위 7.8년으로 떨어져 10분위에서 28년간 5.5년 오르는 데까지 다다릅니다.



Made with the chart maker Beam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부양하던 노인 인구가 개별 가구주로 독립하면서 노인가구가 대거 늘어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숫자로 확인해볼까요. 1990년 가구주의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58.6%로 절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40~49세 가구는 26.7%, 50~59세 가구는 12.1%, 60세 이상 가구는 2.6%에 불과했습니다.


2018년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17.0%로 쪼그라들었습니다. 1분기 기준 처음으로 20%대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40~49세 가구 역시 29.3%로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습니다. 50~59세 가구는 처음으로 25%를 넘겼습니다. 60세 이상 가구는 어떨까요. 2018년 가구주 나이가 60세 이상인 가구는 전체 28.4%였습니다. 약 30년 전 대한민국에서 가구 100곳 중 3곳도 안되던 60세 가구가 지금은 30곳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감안하면 노인 가구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홍진수의 보복사회] 평균 74세 ´한국 노인´, 10명 중 9 ´아프고´, 3 ´일하고´, 2 ´우울해´



Made with the chart maker Beam

정부가 소득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인구구조의 변화’를 꼽은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①나이가 들수록 소득이 낮아진다는 점 ②나이든 가구가 늘어난다는 점은 그간의 추이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다시 상·하위 10% 얘기로 돌아가봅니다. 1990년과 비교했을 때 하위 10% 가구의 근로소득은 12만113원에서 20만2048원으로 8만2000원가량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상위 10% 가구의 근로소득은 122만2134원에서 1013만7817원으로 891만5683원 올랐습니다. 남기철 교수는 “사회보장체계가 워낙 취약한 데서 생기는 노인 빈곤의 문제가 소득 양극화로 불거지는 것”이라며 “공공의 사회보장체계가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초연금 얼마’, ‘노인일자리 몇 개’ 식의 이벤트가 아니라 ‘공적인 사회안전망 보장’이라는 중장기적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805311036001&code=920100&med_id=khan#csidxee2528627c9b481afca747d73477d6a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