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2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들이 성매매를 정상으로 봐…결국 성차별ㆍ성상품화 문제”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들이 성매매를 정상으로 봐…결국 성차별ㆍ성상품화 문제”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들이 성매매를 정상으로 봐…결국 성차별ㆍ성상품화 문제”


입력 2019.10.02 04:40



박소영 기자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하>확산과 폐해 막으려면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김주희 연구교수 인터뷰
적발 여성에 벌금 물리면 또 성매매 내몰려, 여성 처벌 말아야

[저작권 한국일보]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김주희 연구교수
---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이렇게 많은 성매매 오피스텔이 유지되는 이유요? 
한국 사회에서 특이한 남성들이 성매수를 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남성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에요.” 성매매 산업의 경제적 매커니즘을 연구해온 여성학자 김주희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사회의 성차별적인 문화에서 성매매만을 떼어내 근절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남성의 성매수는 정상적인 남성 발달과정 가운데 있어서 군대갈 때 성매매 업소 보내주고, 회식 때 성매매 업소 같이 가는 걸로 이뤄지죠. 성매수로 검거된 남자들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나는 가기 싫었는데 일행이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고 합니다. 남성들간 함께하는 문화, 소위 ‘남자되기’의 실천이라는 거죠.”


성매매 집결지들이 시내 오피스텔로 숨어들면서 우리 눈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에 넘치는 성매매 후기들은 ‘누구나 돈만 내면 여자를 살 수 있다’는 상상을 강화시킨다고 김 연구교수는 지적했다. “후기들은 ‘내가 어떤 아가씨를 만났는데 어떻게 생겼더라, 어떻게 반응하더라’며 여성 특징을 세분화해 대상화하고, ‘어제 내가 거길 가봤는데, 몇 시에 가 봐라’는 등 성매매 업소 정보를 공공연하게 공유하죠. 이런 후기들이 올라오는 사이트는 주로 포르노 공유사이트 등입니다. 한국에서 포르노그라피도 불법이지만, 소위 ‘야동’은 국민MC도 TV방송에서 대놓고 말할 정도로 보편적이죠.” 남성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여성을 품평하고,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유출하는 사건들과 성매매가 모두 거대한 성차별적 문화의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성 상품화 문제입니다. 티켓다방에서는 여성이 차를 배달하고 테이블에 신문 깔아주고, 아침에 남성들을 맞아주는 등 ‘공공의 와이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요. 성산업 속에서 여성은 ‘여성답게’ 행동하며 남성성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중에 성매매는 남성의 성욕을 생산하는 무수히 많은 사업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죠. 섹스중심적인 성매매 근절 이야기만 해서는 바꿀 수 없고, 결국 성차별적인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차원으로 논의가 확장돼야 합니다.”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연구교수는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역사적으로 공창제가 성병을 통제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성만 통제하고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찍어온 경험이 있어요.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화시키는 성산업에서, 성매매 합법화는 성차별을 더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성매매 합법화를 하면, 여성이 성 판매를 직업으로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기만적인 믿음일 뿐이에요.”

그는 ‘성노동이냐, 성폭력이냐’는 성매매 논쟁에 대해 각각의 진영을 어느 세력이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보는 주장에는 ‘성적 타락’의 개념에서 이를 비난하는 교회 등 보수주의자들이, 
  • 성노동으로 보는 입장에는 성매수 남성들이 가장 큰 지지자라는 것이다.

2004년 마련된 성매매특별법은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시민사회 노력이 해결 의지를 가진 김대중 정부를 만나 일군 결실이었다. 성매매특별법을 통해 ‘성매매’라는 단어를 관철시킴으로써 과거 윤락녀라고 불린, 즉 ‘윤리가 땅에 떨어진 여성들’의 문제를 넘어 성이 매매되고 있는 사회 구조 문제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을 판매한 여성이 처벌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연구교수는 “성매매 산업은 가난한 여성이 노동을 하기 위해 미용 등에 돈을 써야 하는 대표적인 빈곤산업”이라며 “이런 구조 속에서 성매매 여성이 벌금 등 처벌을 받으면 이를 벌충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 처벌규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0
15
2

관련 기사

“올해도 몇 명이 극단적 선택… 성매수자는 판타지 깨질까 봐 알려고 하지 않죠”

“성매매 알선업주는 경제사범…마약ㆍ재산국외 도피 사범처럼 몰수ㆍ추징 높여야”



‘위안부 매춘’ 발언 두둔나선 이영훈 연세대 학생에 “패배자·홍위병”

----------------------------

독자의견 4개

간편한 소셜로그인을 통해 의견을 남길 수 있습니다.로그인 후 이곳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기사 공감하기



17


nosyboy1 6초전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이냐? 무슨 기준이냐? 그냥 자기 기준이냐 보편적 기준이냐? 자기가 정상이면 정상이고 자기가 비정상이면 비정상이지?
기능 보기답글
좋아요 0싫어요 0

살인의추억 1시간전

성매매문제를 여성이 어떤 사회적 인식을 더 걱정하는거 같은데 남창도 만들면됨
기능 보기답글
좋아요 0싫어요 0

PSELE 1시간전

성매매는 고대시대가 아니라 인류와 함께 시작된 직업입니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어두분 부분의 영역이지만 모든게 다 있어야 할 이유도 있는겁니다.
기능 보기답글
좋아요 0싫어요 2

구강회 2시간전Publish Post

독일도 남성의 성매매를 정상으로 보죠. 성매매를 포주가 존재하는 산업적 측면에서 억제 하도록 해야지, 이를 직업으로 선택한 여성의 자유의지 까지 법으로 단죄 하려 하는건 잘못입니다. 비단, 독일뿐만 아니라, 스위스, 뉴질랜드, 호주, 네덜란드, 헝가리, 벨기에,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핀란드, 스페인, 포르투칼, 이탈리아 등등등 엄청 나게 많은 선진국들이 성매매를 합법 내지는 용인하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구약성서에도 나오는 창녀...수요와 공급을 논하기전, 상고부터 이미 직업이었던것 입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