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9

Chang Jae Lee - My Kind of (Un)Perfect Days. (나만의 [불]완벽한 나날들)

Chang Jae Lee - My Kind of (Un)Perfect Days. (나만의 [불]완벽한 나날들. 5월... | Facebook

My Kind of (Un)Perfect Days.
(나만의 [불]완벽한 나날들.

5월 마지막 주에 사내 승인된 표지와 7월 첫 주에 사내 승인된 표지는 각기 아홉 주와 네 주가 지난 지금까지 최종 승인되지 못한 채 수정만 거듭하고 있다. 그 사이 내년 봄 시즌 카탈로그에 실리게 될 내게 배정된 표지 작업 리스트는 점점 늘어만 가고... 지난주 내내 서울서 사 온 서경식 작가의 유고작인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을 다 읽었고, 저자로부터 6년 전에 선물 받은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을 그때 내 책 쓰느라 성의 없이 너무 건성으로 읽었던 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반즈 앤드 노블 서점은 매년 7월 한 달간 크라이테리온 컬렉션 DVD의 50% 세일을 진행하는데, 올해부터 매장에 4K와 블루레이 DVD만 입고해 놓았다. 생일 주간이던 지지난 주 금요일, 내가 나한테 주는 생일 선물로, 온라인 반즈 앤드 노블에서 아홉 개의 일반 DVD를 반값에 구입했다. 그제 패키지가 도착했지만, 어제서야 상자를 풀었다. 이번에 산 DVD는 극장에서 본 영화는 단 세 편뿐이고 근래 개봉작을 포함해 보지 못한 영화가 대부분. 마그리트 뒤라스의 영화 두 편과, 셀린 시아마의 영화 두 편, 로라 포이트라스의 낸 골딘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토드 헤인즈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각각 한 편, 뉴욕의 대학원으로 떠나던 해 여름에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차 안에서 영화를 보는 야외 상영장에서 전(이라고 단순히 썼지만, 실은 나의 마지막) 여자 친구와 같이 보았던 장-자크 베넥스의 영화 <베티 블루37.2 Le Matin>, 그리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Mirror>.

마지막으로, 다른 하나가 지난 17일 발매된 빔 벤더스의 <페벡트 데이즈Perfect Days>인데 작년 가을 뉴욕필름페스티벌 상영 때도, 이후 올봄에 개봉했을 때도 보지 못했다. 어제 해지기 한참 전의 이른 저녁 시간이라 실내가 충분히 어둡지 않았지만,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이 DVD를 제일 먼저 틀었다.
국내 문화비평가나 평론가가 쓴 이 영화를 추앙하는 평론은 여러 지면에 널려있고,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이 영화에 감명받아 열광하며 추천하는 일반 관람평도 SNS에 넘쳐나고 있으니, 내 감상 따위는 전부 생략할 생각이다.

다만 아무도 보지 못하고 놓쳤는지,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건지, 그 누구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 점 딱 하나만 말할까 한다. 참, 그 전에 빔 벤더스의 영화를 오래전부터 꽤 좋아해 왔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파리, 텍사스Paris, Texas>와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Der Himmel über Berlin>는 대학 다닐 때 시애틀 대학가의 단관 극장 넵튠에서 보았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은 1999년 6월 뉴욕의 앤젤리카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앤젤리카에서 영화를 본 게 바로 이맘때였다. (그걸 유독 기억하는 이유는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두 차례 크게 다투었고, 두 번째 다투고 나서 화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엑스와 <부에나 비스타>를 함께 보아서였다. 퇴근 후, 해 질 무렵에 극장 앞에서 만난 엑스가 그날 입고 나왔던 옷과 그 색상까지 기억이 선명하다. 이런 기억은 머릿속에서 깔끔히 지워져도 무방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영화 세 편은 DVD를 가지고 있고, 가끔 혼자서 다시 돌려보곤 했다. 하지만 <페벡트 데이즈Perfect Days>를 끝으로 앞으로 빔 벤더스의 영화는 보지 않을 거다.
크레딧 롤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요즘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어대는 '코모레비木漏れ日' 영상이 나오기 직전의 크레딧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책과 음악 크레딧을 지나서, 열여섯 명의 도쿄 공중화장실을 만든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이름이 나오고, 이들 공중화장실이 소재한 시부야 구청장 이름이 나온 다음에 같은 화면에 좀 뜬금없이 올라온 한 '재단'과 이 재단 (상임)이사의 이름을 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같은 화면에는 일본 최대 주택건설업체라는 '다이와 하우스'와 일본 변기 제조사 '토토'에 이어서 빔 벤더스 감독의 개인적인 감사 인사가 이어져 있다. 그 영상을 서너 번 반복해 돌려보고, 구글로 검색해 재확인까지 하고 나서도 설마 하며,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주연 배우 야쿠쇼 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감독 빔 벤더스에게는 적잖은 실망감이 들었다.

문제의 이 재단 이름은 'The Nippon Foundation日本財団니폰재단 또는 일본재단(주의: 정부 기관인 The Japan Foundation国際交流基金국제교류기금과 혼동하지 말 것)'이고
화면에 등장한 이사 이름은 사사카와 줌페이.

니폰재단은 대외적으로 활발한 박애 활동과 어마어마한 기금 지원의 이면에, 일본 내에서는 2차대전 중 일본이 자행했던 전쟁범죄를 전면 부인하는 역사 수정론과 극우적 관점의 교과서 개정 운동과 평화헌법 폐기와 함께 일본 재무장을 주창하는 극우단체들을 지원해 오고 있는 걸로도 알려져 있다. 참고로 현 재단 이사장은 재단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이었던 사사카와 료이치의 아들인 사사카와 요헤이다. 사사카와 줌페이는 아마도 초대 이사장의 손자로 짐작된다.
아래 링크들은 파리의 시앙스포(Sciences Po파리정치대학) 연구자를 상대로 프랑스 소재 니폰재단la Fondation franco-japonaise Sasakawa(FFJS)이 제기한 니폰재단의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이었던 사사카와 료이치 명예훼손 소송(libel suit) 사건의 전후 맥락을 깊이 있게 다루는 아시아 퍼시픽 저널-저팬 포커스Asia Pacific Journal-Japan Focus의 소논문과 그 소송 결과를 알리는 프랑스 웹진 넌픽션nonfiction의 기사(영어로 번역이 가능하다).

사사카와 료이치는 (1995년 7월 20일 자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실린 부고 기사에 따르면 다른 무엇보다) "일본의 마지막 A급 전범The last of Japan’s A-class war criminals"으로, (같은 날 프랑스 르몽드지의 부고 기사에 따르자면) "전 전쟁범죄자이자 박애주의자로 변신한 일본 범죄 집단 우두머리들 중의 한 명Former war criminal, one of the dons of the Japanese mob, converted into philanthropy"으로도 호명되었다.

이 아티클은 (명예 훼손 소송의 피고소인이기도 했던) 시앙스포의 선임연구원 캐롤린느 포스텔-비네Karoline Postel-Vinay와 코넬대학의 동아시아학 선임연구원인 마크 셀던Mark Selden이 공동 저술한 글이다.

참고로, 아시아 퍼시픽 저널-저팬 포커스는 2002년부터 20년 넘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정학과 경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국제 관계를 아우르는 비판적 분석을 실어 온 학계에서 공신력 있는(peer-reviewed) 온라인 학술지다.

https://apjjf.org/mark-selden/3349/article
https://www.nonfiction.fr/article-4366-de_quoi_la...
https://www.independent.co.uk/.../obituary-ryoichi...














All reactions:22Hyuk Bom Kwon and 21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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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어제 매경에 이 내용이 기사화되기는 했습니다. 다만 일본 화장실 순례가 주된 내용이었고 그 가운데 일부 내용이 언급된 정도입니다.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웠습니다.
Chang Jae Lee
조동범 선생님, 알려주셔 감사합니다. 검색해 기사를 찾아보니 제가 의문가졌던 지점이 잘 설명되어 있군요.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는 일본재단이 기획했고... 영화 퍼펙트 데이즈 또한 일본재단의 기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보수성향 단체인 일본재단은 사실 우리에게 좋은 인식을 주는 곳은 아닙니다. 태평양전쟁 때 A급 전범 용의자였다가 불기소 처분된 사사카와 료이치가 경정 사업 수익을 재원으로 설립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을 무기로 국제사회에 일본 보수계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라고 매경의 이승훈 기자는 기사에 '일본재단'을 명시했네요.
Hyuk Bom Kwon
이렇게 꼼꼼히 추적하다니
대단하다.
Hyuk Bom Kwon
그덕에. 나도 그 자식 영화는 앞으로 안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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