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30

"씨알들 아옹다옹하는 도봉구, 함석헌과 잘 어울려" - 오마이뉴스

"씨알들 아옹다옹하는 도봉구, 함석헌과 잘 어울려" - 오마이뉴스
정부는 그동안 박정희 기념관에는 208억 원, 전두환을 기념하는 일해공원에는 68억 원의 혈세를 지원했다. 그러나 평생을 독립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일생을 바친 함석헌(1901~1989) 기념관 건립은 지금 좌초 위기에 있다. 이미 서울시에서 도봉구에 배정한 15억 원 조차 새누리당이 예산 문제와 함석헌의 '이념'을 문제 삼아 반대하고 있어 반납해야 할 형편에 직면해 있다.

함석헌은 '한국의 간디'라고 알려져 있던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사상가이자 인권운동가였지만 그 삶을 퀘이커교도로 마감했다. 퀘이커교는 17세기 중반 영국 랭커셔 지방에서 조지 폭스(1624-1691)에 의해 창설된 기독교의 한 종파다. 퀘이커교엔 목사나 신부가 없고 평신도 중심으로 모임집(Meeting House)에서 주일마다 침묵 예배를 드린다.

퀘이커교는 세계교회연합회회원이지만 기독교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세구원보다는 사회개혁과 세계평화에 관심이 많고 과학과 종교간 대화를 많이 시도한다. 194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고 퀘이커 과학자가 많다. 영국에서는 병원시설개선운동, 여성참정권운동, 교도소시설개선운동에 앞장섰고, 미국에서는 노예제도폐지운동, 반전반핵운동, 종교간 대화에 앞장섰다.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 피난민을 도왔고  1970-80년대는 한국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지지했다.

한국에는 1950년 대 후반 소개된 퀘이커교에 함석헌은 50년대 후반부터 심취했고 그때부터 퀘이커교도로서 그 삶을 살았다. 서울퀘이커 모임은 지난 24일 "도봉구의회 새누리당 신창용 구의원은 그동안 도봉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평화주의자 '함석헌 선생' 기념관 건립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퀘이커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요한씨를 만났다.

다음은 함석헌기념관 건립 반대사건과 관련하여 지난 25일 김요한 서기와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독립운동가를 일개 구의원이"

기사 관련 사진
▲  김요한 서기(좌측)
ⓒ 김성수

- 함석헌 기념관 건립을 이념 문제로 반대하는 신창용 구의원의 발언과 행동이 왜, 어떤 문제가 된다고 보는가?
"도봉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함석헌 선생이 마지막 생애를 보낸 쌍문동 옛집을 기념관으로 꾸미는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언론을 통해 알고 퀘이커서울모임 친우들은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더욱이 도봉구의회 재무건설위원장 신창용 의원(새누리당)이 기념관 건립 반대를 위해 내세우는 이유가 함석헌 선생의 이념에 대한 곡해에서 비롯된 악의적 비판에 있음을 알고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친우들의 뜻이 있었다. 함석헌 선생의 어느 글에 신 의원이 말하는 "국체를 부인하고, 북한괴뢰와 대한민국을 동일시했다"고 기록되어 있단 말인가? 만약 신 의원이 의도적으로 요즘 득세하는 '종북 몰이'에 편승해 함석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한다면 이는 그 자신이 역사와 실정법 앞에 크나큰 죄를 지은 것이다."

- 서울퀘이커모임은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신창용 의원이 함석헌기념관 건립 반대주장을 즉시 철회하고 공개사과 할 것을 요구한다" 고 밝혔다. 만약 신창용 의원이 서울 퀘이커모임의 그런 제안을 수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퀘이커 서울모임은 이념문제로 함석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한 신창용 구의원에 대해 곧 의원직 제명을 추진할 것이다. 그 후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재단, 함선생 유가족, 광복회 등과 더불어 고인(함석헌)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신창용 의원을 고소할 것이다. 아울러 내년 지자체 선거에 여러 단체들과 연합해 신창용 의원 낙선 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도대체 국가에서 인정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독립운동가를 일개 구의원이 이념을 문제 삼아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 요즘 '정교분리'라는 말이 유행인데 도봉구 의회의 결정(정치적인 일)에 퀘이커(종교)가 관여하는 것이 아닌가?
"퀘이커는 정치적인 일과 비정치적인 일을 별로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사회 거의 모든 일, 즉 세금 문제, 복지, 교육, 국정원과 국방부 등의 대선 관여 등은 모두 우리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적인 일' 이 아니다. 그런 모든 일은 우리 시민들의 일상사와 깊이 관여되어있다. 이번 도봉구 의회 결정도 좌우이념을 떠나 상식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이해와 설득이 전혀 안 되는 억지다. 어떻게 이미 서울시에서 함석헌 건립 예산으로 15억 원이 배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인정한 독립운동가를 이념이 문제라고 반대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신창용 구의원의 만행일 뿐이다."
  
- 함석헌은 도봉구 차원 보다는 국가차원에서 기념해야 할 인물이기에 "더 두고 보자, 진보정권으로 바뀌면 그 때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관 건립을 천천히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생각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함석헌과 정치 단위적인 차원의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살림살이'가 있고, 씨알들이 아옹다옹하는 도봉구 마을 한복판에 기념관이 자리를 잡는 것이 함석헌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성경에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라는 구절이 있듯이 조그만 동네 도봉구 쌍문동이 함석헌 기념관 하나로 인해 분명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부디 도봉구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번 기회에 전향적인 사고로 함석헌의 가치를 알고, 주민들과 힘을 모아 함석헌 기념관 건립에 힘을 보태기를 바란다."

- 함석헌은 퀘이커 교도였다, 퀘이커가 무엇이고 함석헌과 퀘이커와는 관계는?
"퀘이커는 '하나님 섭리는 모든 사람에게 미친다'라는 보편주의를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기독교 소수 종파다. 목사도 교리도 없이 그저 몇몇이 모여 침묵예배를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면의 빛', '선한 양심'의 소리에 따라 친우의 뜻을 모아 함께 행동하는데, 그것은 주로 평화, 평등, 간소함, 정직, 공동체를 지향한다. 우리는 이런 믿음 생활을 '집단적 신비주의'라 한다. 지금도 퀘이커 친우들 중에는 "'함석헌의 삶'에서 '예수의 삶'을 보았다"라고 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 함석헌은 한국 퀘이커 초기 회원이었고, 생애 마지막까지 퀘이커로 사셨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함 선생도 그렇게 했듯이 퀘이커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일부러 드러내놓지는 않기 때문이다."

- 왜 퀘이커주의가 함석헌 삶과 사상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함석헌이 사회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직접 우리나라 현실 문제에 참가하게 된 경위의 배후에는 퀘이커주의가 있다. 초기 퀘이커 지도자였던 조지 폭스(1624~1691)는 인간 평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폭스는 사회약자를 돌보는 것이 참된 종교라고 전했다. 함석헌이 '항시 추구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퀘이커교도로 마감한 것도 사회약자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퀘이커주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친우회 (퀘이커) 서울모임 성명서
도봉구의회 새누리당 신창용 구의원은 그 동안 도봉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평화주의자 '함석헌 선생' 기념관 건립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신창용 구의원은 함석헌기념관 건립반대이유로 함석헌 선생의 이념문제를 들었다. 특히 신창용 의원은 함석헌 선생이 1958년 <사상계> 잡지에 6·25전쟁에 대해 비판하면서 "국체를 부인하고, 북한괴뢰와 대한민국을 동일시했다"고 지적했고 그것이 반대 이유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신창용 의원은 "예산낭비"라서 함석헌기념관 건립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함석헌 선생은 평화를 무엇보다도 중요시 하는 우리 퀘이커 서울모임 회원이었으며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두 번 이나 오른 분이다. 그는 해방 직후 신의주학생의거의 주역이었으며 북한공산정권의 박해를 받아 월남한 '반공주의자'였다. 그런 함석헌 선생에 대해 '이념문제' 와 '국체부인' 등 이유로 기념관건립을 반대하는 신창용 구의원의 망언에 대해 우리 퀘이커 서울모임은 분노한다. 함석헌 선생은 우리 현대사의 어려운 고비마다 비폭력과 평화주의로 모범을 보여준 민족의 스승이었다. 그래서 세계평화에 관심을 갖는 서구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평화주의자로서' 함석헌 선생을 기억하고 있다.

함석헌 선생은 현 새누리당의 뿌리인 노태우 정권하에서 '88서울올림픽평화대회 위원장'을 지냈다. 더욱이 지금 신창용 의원이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직후 함석헌 선생의 시를 가장 애송시라며 공개 낭독했다. 게다가 현재 함석헌 선생 유해는 국립현충원에 안치돼 있다. 우리 정부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함석헌 선생의 공로를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념문제로 함석헌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신창용 구의원은 먼저 노태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념을 문제 삼아야 한다. 또 "국체를 부인한" 함석헌을 국립묘지에 안장한 대한민국 정부 이념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우리 퀘이커 서울모임은 이번 함석헌 기념관 건립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 현대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우리 현대사에도 세계에서 존경할만한 스승이 있음을 알고 자긍심을 갖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면에서 이번 신창용 의원의 "함석헌기념관 반대"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우리 퀘이커 서울모임은 신창용 의원이 함석헌기념관 건립 반대주장을 즉시 철회하고 공개사과 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이러한 우리요구를 신창용 의원이 묵살 할 경우, 우리 퀘이커 서울모임은 이념문제로 함석헌기념관 건립을 반대한 신창용 구의원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추진할 것이며 고인(함석헌)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임을 엄숙히 선포한다.

2013년 11월 24일
종교친우회 (퀘이커) 서울모임

한편, 기자는 지난 22일 신창용 구의원과 한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신창용 의원은 "도봉구청장이 함석헌 기념관 건립 추진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건립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함석헌 선생에 대한 입장은 밝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또한 <경향신문> 등 다른 언론에 자신의 입장이 잘못 보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기자는 신 의원에게 추가 질문을 하기 위해 26일 다시 전화를 했지만 신 의원은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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