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4

[기고]남과 북이 모두 절제해야 할 때 - 경향신문

[기고]남과 북이 모두 절제해야 할 때 - 경향신문

[기고]남과 북이 모두 절제해야 할 때

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한반도를 다시 동토(凍土)로 몰고 갈 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핵무기를 탑재한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급파하는 등 과잉반응을 보이는 듯해서 불안하다.
향후 국제사회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고강도 제재조치를 담은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북한은 고립무원될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 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한반도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냉철하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남북 간 상호 비방과 적대적 상호 작용이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4차 핵실험으로 8·25 합의를 북쪽이 일방적으로 폐기했기에 한국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한국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단기적으로 남북관계를 악화로 몰고 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에 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공감했다.
그러나 향후 북한이 이판사판식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박근혜 정부의 몫이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우연한 남북 간 무력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냉철하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북한과의 대화와 압박의 투 트랙 전략을 균형 있게 조절하면서 대북 관여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한반도 평화공존의 제도화와 비핵화 실현을 위해 북한과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대북 압박·제재 전략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대화와 압박의 병행 전략이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남과 북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북측은 북침전쟁연습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북한이 지난해에도 핵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맞바꿀 것을 제의했지만 한·미 당국은 거절했고, 결국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감행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미·중 간 공조가 필수적이다. 조엘 위트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장을 이대로 방치하면 2020년에는 100kt급 수소폭탄을 배치한다 하니,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무대책·무시 정책과 ‘전략적 인내’ 정책이 궁극적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몰고 온 것이다. 현 상태로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면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미·중 공조가 필요한 현시점에서 미·중 간 입장 차이로 상호 비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3대 원칙, 즉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되풀이했다. 그러므로 중국이 미국의 고강도 대북 제재조치가 담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동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유인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현 위기를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화와 압박의 병행 전략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잉반응은 절대 금물이다. 미·중과 함께 남과 북이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해 주길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282053525&code=990304#csidx1d22f97b289947c8109c63c47c6bc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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