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8

[기고] 북한인권법은 양날의 칼 / 서보혁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기고] 북한인권법은 양날의 칼 / 서보혁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기고] 북한인권법은 양날의 칼 / 서보혁

등록 :2016-01-27 18:47


10여년의 논의 끝에 북한인권법이 제정을 앞두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당과 제1야당이 협의해온 북한인권법안은 정부의 책무, 정부와 비정부기구의 협력, 압박과 지원의 병행,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기록센터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담고 있다. 정부가 북한인권정책을 수립하더라도 그 집행은 민간과 국제사회와 공동보조를 맞추며 역할분담을 해야 하는데, 법안은 그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제정에 이르게 된 데는 남북관계 변화, 북한의 핵무장 능력 향상,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의 지속,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발달, 북한인권법 제정을 지지하는 여론 증대 등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였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처음 입법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어왔다. 그동안 법 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거쳐 실효성 있는 접근, 타협과 합의에 의한 입법으로 그 양상이 진화되어왔다. 북한인권법의 경우 폭넓고 활발한 토론과 타협이 진행돼 민주주의적 절차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논란이 있었지만 합의한 법안에는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을 병행한다는 원칙을 담은 것도 의의가 크다. 이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고려와 함께 보편가치들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반영한 깊은 고뇌의 결과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북한 인권을 삶의 공간을 막론하고 북한 ‘사람들’의 인권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탈북자와 이산가족, 군인포로, 납치자 등 전쟁과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의 피해자들에 관한 관심이 미흡하다. 법안이 지원과 대화를 포함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발을 예상할 때 남는 것은 폭로, 비판, 제재 등 압박 수단이라는 점도 문제다. 법무부에 설치할 것으로 알려진 북한인권보존센터는 통일 후 북한 정권의 책임 규명과 처벌을 염두에 둔 사항이다. 북한 정권 교체, 최고지도자 처벌, 북한 정권과 주민의 분리를 겨냥한 저강도 전쟁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활용될 소지가 커졌다. 4차 핵실험 이후 정부가 공식 천명한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은 강력한 정책 수단을 추가 확보한 셈이다. 북한인권법은 양날의 칼이다.

최근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가 북한 정권과 최고지도자의 인권침해 책임을 이유로 한 형사처벌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관련 결의는 남북화해, 평화회담, 인도적 지원 등을 함께 촉구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지지해온 세력 중에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 중 압박 수단을 선호하고 있다. 인권의 불가분성을 버리고 선택적 태도를 취하는 처사다. 인권 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접근이 북한인권법에도 적용될 경우 이 법이 정략적 수단으로 전락하기는 어렵지 않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북한인권법의 근본적인 한계는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할 정부의 책무를 평화롭게 살아갈 대중의 권리(평화권)와 연결해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다. 남북간 인도적 문제를 북한 인권의 주요 관심사로 사고하지 못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분단과 정전체제하에서 남한과 북한의 인권 둘 다를 한반도 인권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북한 인권은 북한 체제와 분단·정전체제를 동시에 보아야 온전한 이해와 포괄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남한 내의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이 실효적인 개선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28115.html#csidxd3872d3082c72df822cb1590f56f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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