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5

영화 1987 결국 봤다.

성현석



영화 <1987>, 결국 봤다.

- 한국 현대사 소재 영화 가운데는 제일 잘 만든 것 같다.

- 앞서 올린 글에 적었듯, 한재동 교도관(유해진)은 남민전 출신이다. 교도소에서 이부영에게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알려준 안유 보안계장은 1990년대에도 고문을 저지르던 자다. 공안부장 최환 검사(하정우) 역시 영화 속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요컨대 영화는 실제론 훨씬 왼쪽에 있던 한재동을 가운데로 끌어당기고, 실제론 훨씬 오른쪽에 있던 안유, 최환 등도 가운데로 잡아당겼다.

한재동 교도관의 남민전 이력은 6월 항쟁 20주년인 2007년에야 공개됐다. 당사자가 공무원 신분이어서 숨긴 게 주요 이유지만, 이부영, 김정남 등도 되도록이면 감추고 싶었을 듯 하다. 직선제로 수렴된 6월 항쟁의 서사에 남민전이 끼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봤을 게다.

영화에선 박처원 치안감(김윤석)이 한 교도관의 인사 기록을 보다가 직접 한 교도관을 찾아가 자기 과거 이야기를 하는 걸로, 이 대목을 갈음했다. 한 교도관이 일종의 사상범이라는 걸 깨닫고, 북한식 사회주의자들의 잔인한 면모를 직접 토로하는 방식을 쓰기로 한 것. 그리고 이 장면에서 한 교도관(유해진)은 확 허물어지는 표정을 짓는다.

- 김정남은 김영삼 정부 초기 청와대 수석에 임명됐다. 하지만 <월간조선> 등의 막가파식 색깔공세로 물러났다. 박처원 치안감은 6월 항쟁과 함께 물러났지만, 그가 그렸던 간첩 조작 시나리오는 살아남았던 게 아닐까.

- 고문에 대한 분노가 6월 항쟁의 불길을 당겼다. 그러나 그 뒤에도 고문은 계속됐다. 영화에서 의인처럼 묘사된 안유 보안계장은 비전향 장기수 전향 공작을 하면서 고문을 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사노맹 관계자들 역시 고문을 당했다. 은수미 현 청와대 여성비서관 역시 고문 피해자다. 극심한 고문 후유증으로 감옥 안에서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모두 1990년대에 있었던 일들이다.

- 경찰의 고문 관행은 무려 2010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2010년 6월에 서울 양천 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이 피의자에게 고문 및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 진짜 원인이 감춰진 죽음. 박종철 열사 이후로도, 아주 많았다.

숱한 산업 재해 사건들. 대표적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죽어간 이들이 있다. 그들이 걸린 병이 '산업 재해'였다는 사실이 공식 인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숱한 거짓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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