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0

“친일파 미화 영화 ‘청연’ 보지말자!” : 영화·애니 : 문화 : 뉴스 : 한겨레



“친일파 미화 영화 ‘청연’ 보지말자!” : 영화·애니 : 문화 : 뉴스 : 한겨레




“친일파 미화 영화 ‘청연’ 보지말자!”

등록 :2005-12-21 14:48수정 :2006-01-05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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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개봉 앞두고 관람거부운동 확산
“나라망신” - “일단 보고 평가하자”

“친일인사인 박경원을 미화한 <청연>을 보지 않겠다. 우리나라 최초 여류비행사는 박경원이 아니라 권기옥이다.”

“픽션(허구)이 가미된 영화를 친일이나 애국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를 일단 보고 평가하자.”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장진영ㆍ김주혁 주연의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ㆍ제작 청어람)이 실제 여주인공 박경원의 친일논쟁이 불거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친일파를 미화한 이 영화에 대한 관람 거부 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청연은 1925년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두 번 수상한 장진영과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통해 인기스타로 떠오른 김주혁이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만 10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12월 개봉예정작 중에서도 기대가 높은 작품이다.



■ 실제 여주인공 ‘박경원’은 친일파?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박경원’이 있다. 누리꾼들은 그가 일본제국주의 비행사 최고의 영예인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만연락비행’의 비행사로 선정된 뒤 실제 비행에 오를 때 일장기를 흔들었던 점 등을 들어 ‘친일파’라고 못박는다.

또 박경원이 일본에서 비행사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데는 체신장관이었던 고이즈미 마타지로(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할아버지)와의 염문이 한몫 하는 등 개인의 노력만으로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는 김정동 목원대 교수(문화재 전문위원)의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하늘재·2001년)을 근거로 1928년 관동비행구락부 주최로 열린 제4회 비행경기 대회에서 고도상승 부문 3등으로 입상한 그녀는 고이즈미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이 무렵 박경원은 최린, 고이즈미 체신장관과 함께 내선일체의 상징인 고려신사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나란히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에는 고이즈미와의 염문설이 곧잘 터져 나왔다거나, 그가 남자 비행사들만 선정될 수 있었던 ‘일만연락비행’에 선정된 데에는 고이즈미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고, 1933년 그녀가 사망할 당시 만주국 승인을 기념하는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만연락비행'이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 “친일파 미화 영화, 보지 말자!”

간헐적으로 오고가던 친일 논쟁이 19일 <오마이뉴스>가 박경원의 친일행적을 구체적으로 다룬 기사를 실은 뒤 구체화되고 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는 ‘청연 불매운동’ 서명을 받는 등 관람 거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님과함께할때에’는 “친일행적이 뚜렷한 박경원을 미화시키는 영화 청연, 왜 최초 권기옥님이 아닌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렸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일제의 과거 청산을 위해 애쓰는 지금 이 영화는 시대에 거스르는 작품이며,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며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메피스토’는 “제작진이 한국인이라는 것 그 자체로 부끄럽다”고 말했으며, ‘뉘셈’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개탄했다. ‘아이와파와다요♡’는 “영화를 기대했는데 친일파를 다뤘다니, 고증도 제대로 안해 보고… 영화사, 배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졌으며, ‘felix’ “그 당시 친일이 아니면 자기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이 있긴 하지만 기분이 매우 안 좋다.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글을 남겼다.

영화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다’는 “이 영화가 흥행하면 그거야말로 국제적 망신”이라고 했으며, ‘이지~’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국치다. 감독이나 배우 모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충고했다.



■ “최초 여류 비행사는 권기옥 여사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최초 여류 비행사가 박경원이 아니라 ‘권기옥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s32416129’는 “정말 아름다울 수 있었던 영화를, 한국 최초의 여자비행사라는 어처구니없는 광고로 망쳤다”며 “항일운동을 했던 권기옥 여사가 최초의 여자비행사임에도, 친일행위에 이용당하고 말았던 파의 꽃, 박경원에게 여자비행사 타이틀을 줬냐?”고 물었다.





엉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아고라 게시판.




그는 “영화를 영화로만 봐달라는 답은, 이 경우에 정확한 답이 아니다”라며 “시대의 조류 속에 순응하며 비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라도 팔아먹은 친일 앞잡이를 상업주의로 덮어씌운,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의 낮은 역사적 의식수준에 개탄한다”고 밝혔다.

영화 ‘청연’ 미니홈피(www.cyworld.com/2005bisang)에서 장준우씨도 “한국 최초 여자비행사는 권기옥이며, 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비행했지만, 박경원은 비행의 꿈을 위해 완전한 일본인이 되어 고이즈미와 내연관계로 있으면서 청연이란 자가 비행기도 받고 일본에 충성했다”며 “친일행위를 뭉게고, 심지어 일본 기관에서 여자비행사로 이름 날린 사람을 한국 최초라고 해 독립운동가이자 최초의 여자비행사(권기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정말 잘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 “박경원 자발적 친일파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박경원이 자발적 친일파가 아니었다는 주장과 함께 영화를 본 뒤 판단하자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박경원의 구체적 친일행적을 찾을 수 없다. 합방 이후 작위를 받았을 뿐이며,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파로 규정하지 않았다”며 “특히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조선인 모두 잠재적 친일파였다는 얘기다. 다음 ‘히드클리프’는 “그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은 잠재적 친일파였다”며 “박경원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ksw2973’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에 간 것이며,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assari8426’도 “박경원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고, 실현했다”며 “그를 영화한 것은 한 여성의 꿈을 향한 도전을 그리기 위함이었다”고 옹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89438.html#csidx6103cf92317316dbaf97f509323a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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