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1

종교, 심층을 보다 도서 리뷰 : 오강남은 과연 종교의 심층을 보았는가? | YES24 블로그



종교, 심층을 보다 도서 리뷰 : 오강남은 과연 종교의 심층을 보았는가? | YES24 블로그





오강남은 과연 종교의 심층을 보았는가? | 리뷰 카테고리 2011-07-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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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저
현암사 | 201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비교종교학 교수 오강남은 모든 종교의 심층에는 종교를 뛰어넘는 동일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전제 아래 <종교, 심층을 보다>를 썼다. 그는 여는 글에서 표층 종교와 심층 종교의 근본적인 차이를 다섯 가지로 열거한다. 첫째, 표층 종교는 자신의 육신이 잘되기만 애쓰나 심층 종교는 자기를 죽여 ‘새로운 나’로 태어남을 강조한다. 둘째, 표층 종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심층 종교는 ‘깨달음’을 중시한다. 셋째, 표층 종교는 신의 초월을 강조하지만 심층 종교는 신의 초월과 내재를 강조하는 ‘범재신론(panentheism)'의 입장이다. 넷째, 표층 종교는 자기 밖에서 신을 찾지만 심층 종교는 신을 찾는 것과 참 나를 찾는 것은 같다고 본다. 다섯째, 깨달음은 너무나 엄청나서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기에 심층 종교의 사람들은 경전에 대한 ’문자주의‘를 배격한다. 결국 저자는 모든 종교의 심층에는 영성 혹은 신비주의(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한 종교적 체험과 깨달음)이 있다고 단언한다.

오강남은 이 책에서 그리스로마 철학자들, 유대교 지도자들, 그리스도교 선각자들, 이슬람의 성인들, 동아시아의 사상가들, 인도의 영성가들, 불교의 선지자들, 한국의 다석 류영모와 신천 함석헌의 사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의도는 모든 종교나 철학자의 심층에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있음을 밝히는데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저자는 철저히 다석(多夕) 류영모의 관점에서 모든 종교를 평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소개하는 류영모는 ‘종교의 심층을 통섭한 참 스승’이다. “예수, 석가는 우리와 똑같다. 유교, 불교, 예수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p.473)라고 주장하는 다석은 유교, 불교, 예수교 등을 모두 아우르는 또 하나의 통합 종교를 만들고자 한 것이며, 오강남은 그런 다석의 ‘종교’를 전하고 있다. 다석 혹은 오강남이 주장하는 종교는 (그들은 종교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겠지만) ‘심층 종교’ 혹은 ‘깨달음의 종교’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오강남이 말하는 예수에 대해 특히 주의깊게 읽었다. 그가 말하는 예수의 침례와 시험 사건은 예수가 ‘의식의 변화(transformation of consciousness)’를 경험한 사건이며, 예수부활의 사건은 제자들이 용기와 활력을 얻은 깨달음의 사건일 뿐이다. '회개하라‘는 말은 또한 ‘깨치라’는 의미다. 결국 ‘천국복음’도 세계 여러 종교의 신비주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하여, 내 속의 참나, 진아(진我), 얼나를 찾으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오강남은 기독교의 심층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내가 보기에는 '깨달음'이라는 관점에서 표층만 건드리고 있는 듯하다. 오강남에 따르면 기독교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종교도 그 심층에는 깨달음(특히 참 자아를 깨닫는 일)이 있을 뿐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종교의 심층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간 자신이 깨달음으로 신이 되는 것만이 존재한다.

내가 보기에, 저자는 모든 세계 종교가 가지고 있는 ‘깨달음’의 영성(신비주의)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다가 모든 종교의 독특한 가르침과 믿음을 몰살시키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저자는 각 종교의 독특한 가르침과 믿음은 표층에 드러난 것뿐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할 것이다. 각 종교의 독특함에 매달리는 것은 아직 종교의 표층만 볼 뿐, 심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순환논리에 빠지고 만다. 모든 종교의 심층에 ‘깨달음’이 있다고 전제하고, 자아를 깨닫기만 하면 되지 어떤 종교 등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종교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살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는 종교 간의 진정한 대화도 상호 인정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은 저자 혹은 다석 유영모가 주장하는 ‘깨달음의 종교’(심층 종교)에 굴복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저자 오강남은 모든 종교인은 ‘표층’만 보는 어리석은 자들이니 ‘깨달음의 종교’(심층 종교)로 개종하라고 주장함으로써, 스스로 타종교와의 대화와 이해를 거부하고 굴종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종교가 이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려면, 종교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종교 간의 대화는 종교 간의 공통점을 억지로 찾아내기보다, 종교 간의 엄청난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세계의 주요 종교들의 각각의 독특성과 믿음, 가치관들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그리고 종교 간의 엄청난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교와 진지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해결책이다. 나는 오강남의 이 책의 논지에 실망했고, 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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