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손민석 - 한국에서는 지금 조국 사면을 두고 조국사태 시즌2를 방불케하는 대립구도가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조국 덕분에... | Facebook

손민석 - 한국에서는 지금 조국 사면을 두고 조국사태 시즌2를 방불케하는 대립구도가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조국 덕분에... | Facebook

손민석

한국에서는 지금 조국 사면을 두고 조국사태 시즌2를 방불케하는 대립구도가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조국 덕분에 많은 지인들과 절연한 입장에서 그의 사면을 곱게 볼 수는 없지만, 지금 와서는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애초에 지금 오가는 말들은 조국 하나만을 두고 그의 죄과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논하고 있기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 사태의 중심에서 문재인이 완전히 사라지고 조국이라는 기표만이 남아 떠돌며 분열을 조장하는 게 핵심이라 본다. 조국사태는 애초에 문재인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 빠르게 갈등을 봉합했다면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 

 문재인은 정치구도 자체가 조국-추미애 대 윤석열로 나눠지고 각 세력이 결집하기까지의 그 지난한 시기를 다 보내고 나서야 조국을 잠깐 임명했으며, 그러고 나서도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이미 표면화된 대립구도를 어설프게 봉합해보려 시도했다. 
윤석열이 정치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임기 말까지도 강변했던 게 바로 문재인이었다. 그가 이미 존재하는 대립구도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듯이 그의 지지자들 또한 검찰, 법원 등의 수사와 판결을 모두 '조작'이라 부정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조국 사태가 윤석열 정권의 탄생의 계기였기에, 윤석열 체제의 종말의 완성은 조국의 복권으로 이어져야 하는 게 서사적으로 맞다. 

 이런 입장과 대화가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이다. 
애초에 이 사건의 시작 자체가 '어설픈' 봉합, 타협 등으로 인해 시작되었고 사건의 지속 또한 어설픈 타협 때문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정말로 전수조사를 해서 조민한테 하듯이 싹다 취소시켜버리고 어쩌고 하든지, 끝까지 가야지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데 다들 어설프게 타협하고 있다. 
조국 사면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어설픈 타협"의 지속에 있다. 
조국 하나 사면하는걸로 이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할 때, 그 "어설픔"에 반대진영이 승복할 리가 없다. 대립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끝냈어야 이렇게까지 되지 않는데 계속 그 상태에서 어설픈 타협을 이어가며 진보성향의 지식인들만 타락하고 있다.

 그렇게, 조국을 확실하게 밀어주고 정치적 책임을 지든지, 윤석열의 수사를 확고하게 지지하여 조국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미루고 또 미루던 무책임한 지도자가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그에 대한 비판이 없는 논의는 이런 맥락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문재인 입장에서는 검찰총장한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검찰개혁의 성과를 무화(無化)시키는거라고 일종의 '핑계'를 댈 수 있고 또 실제로 대고 있는건데 결과적으로 그는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해서 검찰개혁의 성과를 무화시켜버렸다. 

이제 검찰개혁은 검찰 그 자체의 해체만을 의미하게 되었다. 노무현-문재인의 초기 테제였던 개인의 권리의 강화라는 맥락이 완전히 소거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의 희생제의만 남았다. 여기서도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정치적 책임이 사라진 자리에, 아무도 책임질 수 없고 그저 무한히 서로를 대립시키고 분열시키기만 하는 그 공간에 놓여 있다. 여기서는 어떠한 결단을 내리든, 대립하는 두 구도 중 하나로 귀결되며, 엄밀한 의미에서 재현만이 존재할뿐 새로운 정치적 주체화로 이어질 계기가 봉쇄되어 있다. 적대적 상대와의 대립을 매개로 한 궁극적인 종합으로의 이행의 계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로 통약불가능성이라 불리는 '포스트모던적 정치학'의 핵심과 마주하고 있다고 농담을 해볼 수도 있겠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건 끝까지 가는 것, 하나밖에 없다. 조국을 비판하는 입장이든 옹호하든 입장이든 끝까지 가서 완전히 연소시키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럴 용기가 한국 사회에, 이재명 정부에 있냐는거다. 어설프게 타협하는 걸로 넘기고 어설프게 적당히 서로 욕하고 멸시하고 끝내는, 그런 어설픔이 우리를 이렇게 망치고 있다. 끝까지 좀 가자! 진짜 좀 뭘 해라! 민주당이 집권했으니 그 지지자들 말대로 좀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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