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9

감성적 민족주의가 국가대전략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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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칼럼] 감성적 민족주의가 국가대전략을 해친다
조선일보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입력 2019.04.19 03:17
文정부 대북·반일정책은 편협한 종족적 민족주의 
北의 '우리 민족' 실체는 '김일성 민족'일 뿐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 위기다. 특히 외치(外治)의 난맥상이 위태롭다. 공동성명조차 못 낸 4·11 한·미 정상회담이 상징적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핵 위기와 한·일 관계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업적인 남북 관계 개선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이 단적인 증거이다. 4·12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기세등등했다. 문 대통령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힐난하면서 "모든 것을 북남 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한반도 유일의 핵무장국 북한이 비핵 국가인 대한민국을 하인 부리듯 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러까지 동참해 유엔 안보리가 시행 중인 사상 최강의 국제 대북 제재 체제는 북핵 위기를 외교로 풀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북한이 '영변 해체+알파'처럼 비핵화의 첫발을 딛기 전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무망한 일이다. 유엔 제재가 가져올 국가 파산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은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켰다며 '국가의 근본 이익인 핵무장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誤判)한 문 대통령의 대북 구애(求愛)가 겉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일 관계도 악화일로이다. 아베 신조 정부의 도발에 문재인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상적 한·일 관계라면 광개토대왕함과 초계기 사건은 애당초 불거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 말처럼 투 트랙으로 분리해 다뤄야 할 역사 문제가 위안부 합의 불이행으로 전면에 부각돼 상황이 엉클어졌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한국 내 일본 기업 재산 압류 조치를 문 정부가 방관하면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일 관계의 파국과 우리 국익의 치명적 손상을 뜻한다.


한·일 관계 경색 책임은 서로에게 있다.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서 '강한 일본'을 내세운 아베 정부의 공세적 국가 전략과 역사 왜곡이 긴장을 불렀다. 그러나 친일 적폐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국가대전략보다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강경 민족주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이 일본 국민의 혐한(嫌韓) 감정을 키우고 문 정부의 '일본 때리기'가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 경제와 북핵 문제에서 한·일 상호 협력이 한국의 국가 전략에 갖는 사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치명적 자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감성 일변도인 문 정부에 비해 아베 정부는 중·일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치밀한 국가 전략을 병행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반일 정책을 이끄는 망탈리테(mentalit�·집단적 사고방식과 집합적 무의식의 총체)는 편협한 종족적 민족주의이다. 남북 관계를 '우리 민족끼리'에 종속시킬 때 '우리 민족'의 실체가 은폐된다. 김씨 유일체제는 우리 민족을 '김일성 민족'으로 규정한다. 민족을 앞세워 남북 국가 이성의 본질적 대립을 가리려는 문 정부의 미봉책으로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없다. 북한 핵 문제에서 감성적 종족 민족주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를 위협한다. 민족의 미명으로 성숙한 민주국가를 흔들고 시민적 자유와 풍요를 위태롭게 한다.

한·일 관계에서도 종족적 민족주의의 폐해가 뚜렷하다.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70년이나 지난 나라에서 반일운동이 대중의 갈채를 받는다. 머리와 입으로는 반일을 외치면서 몸으로는 일본 문화와 일본 제품에 친화적인 자기 분열증이 만성화한다. 민족을 국가보다 중시하는 마음의 습관이 자유와 풍요의 거소(居所)인 국가의 결정적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편향된 종족 민족주의 망탈리테는 문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일 관계를 그르치는 근원이다.

감성적 민족주의로는 냉철한 국가대전략이 불가능하다. 세계 4대 열강이 각축하는 지정학적 복잡계(複雜界)인 한반도에선 외치의 실패가 우리네 삶과 죽음을 가른다. 현실주의 국가대전략 위에서 진정한 남북 평화와 호혜적 한·일 관계가 꽃핀다. 성숙한 국가인 민주공화국에서 자유와 인권이 약동(躍動)한다. 우리는 온전한 나라에서만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게 국가대전략의 근본이다. 한반도 현대사가 온몸으로 증명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8/20190418037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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