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5

06 책 미일동맹-안보와 밀약의 역사



밀약으로 추적한 미-일 동맹의 실체 
등록 :2006-06-08


미일동맹-안보와 밀약의 역사
소토카 히데토시·혼다 마사루·미우라 도시아키 지음
진창수·김철수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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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일본내 핵반입 용인 유사시 주일미군기지 자유 사용

미군 손안에서 놀아나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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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동맹을 추적해보면 한국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이해타산과 편의주의에 젖은 정치가나 군부 및 관료들 물밑 뒷거래에 국가이익이 얼마나 쉽게 농락당할 수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 뒤 나온 공동성명은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면서 한가지를 덧붙였다. “전략적 유연성 이행에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흔히 거론되듯, 대만 독립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또는 미·일-중 간에 분쟁이 발생하고 미국이 주한미군을 분쟁현장에 투입하거나 병참기지로 활용할 경우 우리는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중국과의 무력대결을 포함한 국제분쟁에 휘말려 생존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막연한 가능성보다 훨씬 더 가까이 포진해 있다. 대만해협에 실제 분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주한미군 유연성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확신만 서더라도 중국은 그렇지 않을 경우와는 판이한 대한국 및 동북아 군사안보전략을 세워야 하며 주변관계를 비롯한 국가 장기전략도 바꿔야 한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새로운 동북아 열전의 당사자가 되거나, 한-미-일 대 중-러-북의 새로운 냉전구도의 최전선으로 다시 내몰리며 민족분단 고착화와 전쟁의 위험속에 21세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배테랑 기자들 3명이 미-일 안보동맹 반세기를 맞아 지난 2000년 구성된 미-일안보 특별취재반의 일원으로 참여해 취재한 내용과 이전의 ‘한반도 위기’ ‘오키나와 기지’ 문제 특별취재 결과 등을 집대성한 “미-일동맹 반세기의 통사” <미일동맹-안보와 밀약의 역사>(한울아카데미 펴냄)를 보면 그런 우려는 불필요한 과장이나 기우가 아니다.

21세기 일본의 진로를 어디로 정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의식 아래 기자들은 기밀해제된 방대한 미국 외교문서를 뒤지고 40여명의 미 고위관리들을 인터뷰하면서 지난 50년간의 미국 전략 추이, 동맹역할 변화, 일본의 대응 등을 추적했다. 이들이 특히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미-일 안보조약과 관련한 양국간 미공개 ‘밀약’ 진상규명이었다.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돼온 밀약 문제의 핵심은 양국이 미군 핵무기 일본 반입과 한반도 유사시 사전협약 없는 주일미군기지 자유사용을 별도로 몰래 합의했는지의 여부였다.

핵 반입 문제는, 일본 정부가 누누히 공개 부인했고, 국제적 야유를 받긴 했지만 사토 에이사쿠 총리에게 ‘핵의 보유와 제조, 반입을 하지 않는다’는 비핵3원칙 견지를 이유로 노벨 평화상까지 안긴 예민한 사안이다.

 기자들이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내셔널 시큐리티 아카이브’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본 정치인·관료들은 ‘핵을 비치한 미 함선의 일본영해 통과, 기항 등은 반입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위의 구멍을 만들어 놓고 사실상 핵반입을 용인하고 있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닮은 꼴인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기자 자유 사용문제도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와 유사한 단서들을 잔뜩 달았지만 주변사태법 등 한반도유사 관련 법 제정을 비롯한 그 뒤의 현실 추이를 보건대 그런 단서들은 있으나마나한 껍데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요컨대 국민에겐 딴말하면서 사실상 미국 요구를 다 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미-일안보 재정의에 대해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노르딘 소피 소장은 “미일안보 재정의가 세계에 표방한 메시지는 명쾌하다. 그것은 냉전 후에도 일본이 미국 손바닥 안에 있다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취재기자들 역시 노르딘 소장 견해에 전적으로 찬동하면서 이렇게 썼다. “그것은 일본에 단연코 위함한 길이다. 자국의 미래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자국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통행증을 가지고 새로운 일본의 역할을 생각하고 그에 따라서 미일 안보의 방향을 미국과 함께 협의해야 한다. 동맹 반세기를 맞이한 지금 일본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미일 안보 재정의를 위한 재출발일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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