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9

'버스 탄 소녀상'이 광기의 산물? 누가 혐오 부추기나 - 오마이뉴스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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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탄 소녀상'이 광기의 산물? 누가 혐오 부추기나 - 오마이뉴스 모바일




'버스 탄 소녀상'이 광기의 산물? 누가 혐오 부추기나
[주장] ‘소녀상 민족주의 마케팅’ 논란, 가해자의 시선과 논리로 소녀상 바라보기 때문
글최진섭(dream4star)편집김준수(deckey)등록 2017.08.31 14:10수정 2017.08.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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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으로 확산되는 '소녀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소녀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좋은 방식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지만 일부에서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관해 시민기자의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니다. 아래 기사를 읽고 반론이 있거나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시민기자 가입 후 '기사 쓰기'를 통해 기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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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제국의 위안부’로 명예훼손혐의를 받는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위안부가 아이돌처럼 되고 있다."
"소녀상의 피상적인 소비양상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83주년 광복절을 앞둔 지난 8월 10일, 보수 성향의 바른아카데미가 개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적 해결방안과 한일관계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박유하 교수(세종대)가 한 말이다. 박유하의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소녀상 비하 발언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위안부 아이돌'을 우려하는 박유하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에서 소녀상과 정대협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책에서 박유하는 소녀상에 관해 "일본과의 또 다른(동지적-필자) 관계는 드러내지 않는"(205쪽), "협력의 기억은 거세하고 하나의 이미지, 저항하고 투쟁하는 이미지만을 표현하는"(207쪽) 거짓의 소녀상이라고 표현하고, 소녀상에서 '원한에 찬 응시'를 느낀다. 박유하는 소녀상 옆에 앉아 가해자, 일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녀상은 거짓이다'라고 외치는 일본 우익과 언론의 눈으로, 가해자 일본의 눈으로 소녀상을 바라본다.

"대사관 앞 소녀상이, 일본을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려는 강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구조 속의 일이다."(302쪽)
"지금의 소녀상은 '평화'를 말한다고 하지만 그 상이 일본의 굴복만을 요구하는 한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소녀상은 언제까지고 평화 아닌 불화만을 만들어 낼 것이."(209쪽)

박유하의 시선은 일관되게 일본의 시선을 대변하고, 전쟁범죄의 역사를 왜곡, 부인, 수정하려는 일본의 논리를 변호하고, 옹호한다. 실제로 일본 언론은 2011년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소녀상과 작가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일부 언론이 소녀상과 작가에 대해 이와 유사한 관점의 보도를 해서 그 기획 의도에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소녀상 민족주의 비판하는 미술인들

<뉴시스> 통신은 지난 8월 20일 '소녀상을 응시하다'라는 제목 아래 4꼭지의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1)소녀상 의미 퇴색시키는 상업화 논란, 2)'할인가 주화에 향수까지'···민족주의 마케팅 어떻게 봐야 하나, 3)문화적 현상으로 격상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열풍, 4)전쟁범죄 상업화는 신중해야···해외사례는? 등의 제목으로 발표된 이 기사들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체로 소녀상의 '민족주의 마케팅', '상업화'를 문제 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중에서 특히 '소녀상 의미 퇴색시키는 상업화 논란'이란 기사를 읽어보면 기자가 평화의 소녀상과 소녀상 작가를 비판하기 위해 작심하고 쓴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이 기사에는 3명의 취재원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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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동아운수 차고지의 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다. ⓒ 연합뉴스
미술가 A씨 : "소녀상을 버스에 태우고 다니는 것은 광기다."
디자인 평론가 B씨 : "민족주의 광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복합작용이랄까. 두 가지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상황" , "우리 사회에서 지각 있는 이들이 발언을 해 멈추게 해야 한다. 브레이크 없이 이대로 가면 이건 파시즘이다."
익명을 요구한 진보성향의 40대 미술가 : "소녀상 열풍이 갑자기 불면서 뭔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화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진보성향의 40대 미술가'는 <뉴시스> 기자에게 "이제는 소녀상을 똑바로 응시하고 우리 사회가 소녀상 이후를 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미술가'가 "소녀상 열풍에 대한 비판은 박유하 같은 사람이 얘기하는 '아이돌화'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하며 전제를 깔았지만 전체적으로 3명의 발언은 "소녀상의 피상적인 소비양상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박유하와 비슷한 관점으로 보인다. 맹목적인 민족주의나, 과도한 국가주의, 국수주의는 조심해야겠지만 한일 두 정부가 엉터리 합의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소녀상 열풍을 '광기'로 모는 것은 뜨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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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평화의 소녀상2015년 10월 28일 서울 성북구 가로공원에 세운 한중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김운성 부부작가와 중국의 레오 작가가 함께 만들었다. ⓒ 김운성
'소녀상 숭배'와 한국 사회 원시성

이 기사가 나간 직후 '디자인 평론가 최범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사에 나오는 디자인 평론가 B씨는 바로 접니다. 기자가 소심하게 이니셜을 사용했군요"라며 자신의 실명을 공개했다. 최범씨가 소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박유하보다 더 노골적으로 적대적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2017년 8월 18일)에 "한국에서 태어나 60년간 살면서 내가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사회적 사건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5.18 학살 2. 박근혜 집권 3. 위안부 소녀상 숭배"라고 썼다.

최범씨는 앞서 열거한 '세 가지'를 싫어하는 이유에 관해 "1번은 한국 사회가 폭력적임을, 2번은 한국 사회가 불의함을, 3번은 한국 사회가 원시적임을 내게 각인시켰다. 나는 이것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나의 인식에 아주 심층적이고 불가역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는 있겠지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의 한이 서린 소녀상을 광주학살과, 탄핵당한 박근혜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비판이 아닌 혐오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박유하가 소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경멸과 적개심을 느끼듯이 이들 미술가들의 시선에서도 비하와 혐오, 거부감이 담겨있다. 이들 미술인들은 광기, 파시즘이라는 말까지 동원해가며 소녀상 현상을 우려하고 공격한다.

이 기사에 나오는 3명의 취재원은 무슨 이유에선가 모두 익명으로 등장하고, 한결같이 소녀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기자가 그런 성향의 미술인만 선별해 인터뷰한 것이거나, 아니면 그런 말만 선별해서 짜깁기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와 유사한 관점의 기사는 <중앙일보>(8월 20일)에도 실렸다. '애국 마케팅 외면에도 소녀상 마케팅은 활발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김준영 기자는 "일각에선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민족주의에 기대는 것은 극단적 전체주의(파시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는 입장 아래 기사를 작성했다.

물론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는 애정 어린 비판이 아닌 '경고'로 읽힌다. 끝부분에 인용한 정근식 교수의 발언, "과거 사례에서 우리가 숱하게 봤듯이 상업과 민족주의가 결합되면 위험한 전체주의로 빠져들 수 있다"라는 말이 기자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로 보인다. 기자는 은연 중에 영화 <귀향>과 위안부 피해자 기림주화를 '상업과 민족주의가 결합'한 사례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소녀상을 혐오하고, 훼손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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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2주년 광복절인 8월 15일 충남 홍성 홍주성 공영주차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 연합뉴스
익명의 미술가, 일부 기자들처럼 '소녀상 마케팅'을 우려하고 소녀상 현상을 부정적으로 '응시'하는 것을 넘어서, 소녀상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혐오하고, 인격 모독하는 사람들, 물리적으로 소녀상을 훼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소녀상을 혐오하는 행위는 일본인들이 먼저 시작했다. 2012년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의자 다리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끈으로 묶고, 정대협 사무실 앞에 "위안부=성노예라는 거짓말을 그만해라!"는 벽보를 붙인 일본 극우단체 대표 스즈키 노부유키가 선구자적 인물이다.

2014년 6월에는 다이 이나미라는 일본 디자이너가 평화의 소녀상을 매춘부로 표현한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디자이너는 'Sexy Lady'라는 제목을 붙인 소녀상 사진에 "한국 정부가 일본을 비하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일본인들의 이런 행동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성노예'를 운영한 전쟁범죄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이를 일본 국민들에게 교육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근래에는 국내에서도 소녀상을 훼손, 모욕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올해에만도 여러 차례 소녀상을 해코지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7년 8월 14일, 경북 상주 소녀상의 얼굴과 이마 부위를 누군가 못 같은 것으로 긁어서 2~3곳에 상처를 냈다. 2017년 4월 19일, 박아무개(78)씨는 부산 소녀상을 찾아와 "선친으로부터 항상 일본과 잘 지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이제는 일본과의 우호를 증진할 때"라며 "소녀상을 발로 차 철거해버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부산에 있는 일본 총영사에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해 미안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2017년 3월 8일에는 19세의 대학생이 대전의 소녀상 두 손에 일장기와 욱일승천기를 올려놓고 거수경례하는 사진을 찍었다.

역사의식을 결여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일부 지식인 사이에서도 소녀상 모독 발언이 줄을 이었다. 올해 광복절 다음 날인 8월 16일, 이기원 바른정당 충남도당 창당준비위원이 자신의 페북에 위안부와 관련해 상상을 초월한 막말을 늘어놓아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위안부 역사를 기억한다며 가는 곳마다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 역사의 이름을 빌린 위선이다. 자신이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의 이름을 빌린 위선을 부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딸이나 손녀가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가 강간당한 사실을 동네에 대자보 붙여놓고 역사를 기억하자는 꼴이다."

이기원 위원처럼 보수정당에 속한 인물뿐만 아니라 진보로 분류되는 인사들 중에도 이렇게 소녀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 창간한 웹진 <제3의 길> 편집책임자인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도 지난 8월 16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녀상 버스 타기 이벤트를 비판하면서 '광란'이라 비판했다. 그는 "구시대의 흰 저고리 검은 치마 차림의 소녀상"이 꿈에 나타날까 무서울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한일 '위안부'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건드려서 그렇게 멀어지고 싶나? 미국이랑 일본이 한국에서 떠나는 게 그리도 소원인가? ... 위안부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반발과 이견이 심하지만 그동안 일정한 사과가 이뤄졌다. 도대체 뭘 더 이상 어쩌라는 건가. 일본은 과거사 관련해서 여러 번 사과했다. 그런데 끊임없이 다시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민족주의·저항·정의·연대의 산물인 평화의 소녀상

주씨의 주장 또한 가해자의 시선, 일본의 논리에 맞닿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인, 미술인, 지식인 등의 이 같은 '소녀상 민족주의' 비판과 혐오 발언에 관해 반박하는 목소리도 높다.

작은 소녀상 만들기 운동을 주도한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의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성환철 교사는 페이스북(8월 22일) 글을 통해 "소녀상을 민족주의로밖에 보지 못하는 당신의 시선은 어쩌면, '나는 소녀상을 잘 알지 못한다'는 무지의 고백"이라 비판한다.

"(소녀상이 민족주의 산물일 수 있겠으나) 그보다 소녀상은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의 산물이고, 여성을 짓밟은 남성권력에 대한 저항의 산물이고, 불의에 대한 정의의 산물이며, 아픔과 손잡는 연대의 산물,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의 산물입니다."

주먹도끼 학생들은 2015년 11월 3일에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소녀상을 세운 뒤, 2016년부터 '전국 고교 100곳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벌였는데, 2017년 6월 21일 경남 김해 구상고에 100번째 소녀상을 세웠고, 지금은 239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239명의 할머니를 상징)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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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경김운성 작가는 2016~2016년 베트남 평화기행을 갔다가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무명의 아기 위령비를 보고 베트남피에타상을 구상했다. ⓒ 김운성
2017년 8월 현재 국내 56곳, 해외 8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 100여 곳의 고등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다. 그리고 수만 개의 소녀상 미니어처가 개인 소장품으로 판매됐다. 이처럼 뜨거운 소녀상 열풍은 작가들의 '민족주의 마케팅'의 결과물이 아니다.

소녀상이 확산된 배경은 어찌 보면, 피해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한일 정부의 불가역적 합의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 이를 옹호하는 일본 주류 언론, 이를 재생산해내는 한국의 일부 언론과 예술인, 지식인에게 있다 할 수 있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는 지난 8월 20일자 <경향신문>의 '정동칼럼-소녀상 제대로 보기'라는 글에서 소녀상 철거 요구가 소녀상 열풍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무지한 아베 정권의 소녀상 철거 요구는 폭력의 사실과 피해자의 경험은 물론 여성의 존재 자체를 부인(否認)하는 '가해자-남성'의 전형적 행위로 비쳐 극렬한 저항을 촉발하게 마련이다. 여고생들에 의해 주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국 고등학교 작은 소녀상 100개 건립 운동'은 바로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이나영 교수는 위의 칼럼에서 소녀상 열풍의 주요 주체가 젊은 여성임을 강조하면서 "타자의 고통에 다가감으로써 꼭꼭 숨겨왔던 자신의 경험과 마주하며, 다시 자아를 통과해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처럼 소녀상 열풍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통치자들이 벌인 이순신 장군 동상, 이승복 동상 세우기와는 그 설립 동기와 진행 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전자는 시민의 자발성에 의한 것이고 후자는 국가주의의 산물인 것이다.

소녀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 동기와 배경이 다르겠지만 대체로 피해자의 시선이 아닌 가해자의 시선과 논리로 소녀상 현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독재자의 민족주의와 피해자 민중의 민족주의, 박사모의 태극기와 독립군의 태극기가 담고 있는 의미는 분명 다를 텐데 소녀상 현상을 건강한 민족주의가 아닌 부정적인 민족주의, 편협한 애국주의, 국수주의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한다.

"'함께 손 잡자'는 외침을 한낱 '마케팅'으로밖에 번역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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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만드는 작업실을 방문해서 김서경 작가(왼쪽)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 ⓒ 김운성
소녀상 열풍을 비판하는 움직임에 대해 성환철 교사는 "비록 그리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 그 안에 있는지 의심하게 됩니다"라며 문제 제기했다. '이제 그만하라'라는 말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박근혜 지지자들이 던졌던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왜 울부짖는지, 왜 그렇게 오래도록 아스팔트에서 한뎃잠을 자야 했는지" 공감하지 못한 그들은 유가족을 인격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슬픔에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표하고 경기를 일으킨다. 때로는 공공장소에서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사람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녀상 민족주의 마케팅' 운운하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소녀상 철거 논리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성 교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소녀상 마케팅이 횡행한다'고 당신은 말합니다. 해방된 지 70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수많은 할머니들이 떠났고, 가해자 일본의 조롱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이 본 것은 할머니 생전에 '이 문제를 함께 풀자'는 절박함, 아니 처절한 몸부림은 아닐는지요? '잊지 말자'는, '함께 손 맞잡자'는 목마른 외침을 한낱 '마케팅'으로밖에 번역하지 못하는 당신의 유식함에 극심한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저만의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뉴시스>와 <중앙일보>는 '민족주의(애국) 마케팅' 관련 기사에서 상업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팔찌, 배지 등의 물품 판매와 위안부 기림주화 발행을 꼽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는 기림주화 발행의 상업성을 주요하게 다뤘다. 이와 관련 소녀상 부부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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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을 제작, 설치한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 ⓒ 최진섭
- 주화를 발행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소녀상이 담고 있는 기본 메시지가 평화이듯이 주화에도 평화의 정신을 담으려 했어요. 전 세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영혼에, 그리고 지금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전 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위안부 기림 주화에는 '평화'라는 글자와 함께 한자 '平和', 영문 'Peace'를 병기했죠. 소녀상이 담고 있는 평화 의지를 만방에 알리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 위안부 기림주화를 발행하게 된 경위가 어찌 되나요?
"지난 6월 27일 뉴질랜드령 니우에 정부가 기념주화 발행을 허가했어요. 7월 20일부터 국민 공모가 시작됐고, 8월 14일 세계위안부기림일을 맞이해 발행하려 했는데, 7월 27일 니우에 정부가 돌연 발행을 취소했죠."

- 뉴질랜드령 니우에 정부에서 주화 발행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념주화의 발행 후 취소는 세계 화폐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 합니다. 취소 공문에는 어떠한 취소 사유도 적혀있지 않았고, 어떤 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았어요.

니우에 정부의 기념주화 발행은 뉴질랜드 조폐국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기초 심사와 기념주화의 발행과 취소는 당연히 뉴질랜드 조폐국 명의로 행해진다고 해요. 뉴질랜드 조폐국 발행 취소서에는 단지 "니우에 정부의 공식 요청에 의해 취소한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어요. 비공식적으로는 '정치적 주화'이므로 취소되었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습니다. 일본 측의 압력이 아니면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요."

-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일본 측 압력으로 발행이 취소됐다고 적혀있지만, 확인 결과 이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김운성 작가에게 일본 측 압력에 대해 물어보자 "확인된 바는 없다. 심증일 뿐이다"라고 답변했다는 말을 덧붙였고요.
"이런 압력이란 게 심증은 있지만 근거는 없는 게 대부분 아닌가요? 저희가 해외에 소녀상을 세우려 했을 때 이런 일본의 압력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미국에선 디트로이트 오클랜드 주립대학 중앙도서관 앞 소녀상 설치 계획이 일본의 압력으로 무산됐고, 글렌데일 시에 어렵게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계 미국인들의 철거 소송으로 애를 먹기도 했죠. 미국에는 설치 장소를 구하지 못해 임시 보관 중인 소녀상이 두 개나 됩니다.

호주에선 공공장소를 구하지 못해 시드니 애시필드연합교회 뒷마당에 임시로 설치했어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수원 시장에게 소녀상 설치를 공식적으로 약속했으나 일본인들의 압력을 받고 포기했죠. 그 후 2017년 3월 어렵게 독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 공원에 소녀상을 세웠는데 일본의 압력으로 비문을 걷어냈다 하고요. 일본 정부의 압력에 관한 심증과 물증은 차고 넘칩니다. 이쯤 되면 한국 언론은 '일본 측 압력으로 발행이 취소됐다는 근거는 없었다', '심증일 뿐이다'라는 것을 강조할 게 아니라, 소녀상 설치와 기림주화 발행을 방해하려는 일본 정부의 공작에 관해 심층 취재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앞으로 언론사 인터뷰 하게 되면 긴장 좀 하시겠네요.
"편한 맘으로 인터뷰했다가 기사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 언론과 인터뷰한 뒤 이렇게 마음고생 한 적은 없어요. 예전에 일본 언론과 인터뷰했을 때 이런 식이었죠. 그래서 지금은 일본 언론사와는 무조건 인터뷰를 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언론에서 저희 부부가 소녀상 마케팅으로 으리으리한 집과 작업실에서 산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경기도 고양시의 외진 곳에 있는 저희 집을 급습해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 작업실은 작은 비닐하우스예요. 그러니 허탕 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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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 14일, 수요집회 25주년과 세계위안부기림일을 맞이해 발행하려했으나 뉴질랜드령 니우에 정부가 발행을 취소한 기념주화 (아래)와 취소 후 13일 만에 전격적으로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서 재발행하기로 결정한 기념주화(위). 9월 10일까지 공모할 계획이다. ⓒ 평화의소녀상 네트워크
- 지금 기념주화 발행은 어떻게 되고 있죠?
"원래 수요집회 25주년,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일에 맞춰 발행하려고 했는데, 이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취소 후 13일 만에 전격적으로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서 재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월 10일까지 공모해서 10월 중하순 경에 발송할 예정이고요. 그런데 아직도 일본의 방해 공작이 우려되는 상항입니다."

-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을 기리는 일에 도움을 많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6년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를 통해 약 1억2천만의 수익금을, 그리고 작은 소녀상 5천 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습니다. 2017년 3월에는 길원옥, 김복동 할머님 브론즈상을 제작해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에 전달했고요. 그리고 한베평화재단을 통해 베트남 피에타상을 제주 강정에, 그리고 작은 베트남 피에타상 두 점을 베트남에 기부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힘이 닿는 선에서 자신들의 아픔을 딛고 여성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에게 존중, 고마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무엇인가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 앞으로 어떤 작품 활동을 벌여 나갈 계획인가요?
"소녀상이 전하고자 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근래 제작한 베트남 피에타상(제주도와 베트남에 설치), 일본 강제징용노동자상(용산역 광장)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고요. 서울 성북구와 중국 상해대학교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은 중국소녀상과 한국소녀상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형상이죠. 이 작품들은 중국 작가들과 연대하여 함께 제작했고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세상,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각상을 국내외에 만들어나가는 일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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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 25일 서울 종로2가 민들레영토에서 만난 김서경김운성 작가. 이들은 지난 8월 14일 발행 예정이던 위안부 기림주화가 일본의 방해 공작으로 취소됐을 것이라 추정했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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