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1

17 서평 북한 현대사 산책



[책 속으로]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북한 70여 년…‘기자 학자’ 눈으로 사실 그대로 투영
[중앙일보] 입력 2017.01.07
기자고수석 기자

북한 현대사 산책(전5권)
안문석 지음
인물과 사상사
각 권 292~372쪽
각 권 1만5000원

북한 현대사는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 역사 왜곡 등으로 거부감 내지 불편함이 먼저 드는 영역이다. 그런 탓에 북한 현대사를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생긴다. 더 까놓고 얘기하면 괜히 그런 책을 읽다가 종북 좌파로 오해받을까 하는 불편함이 깔려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이데올로기가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도발적인 질문을 책 머리말에서 제기했다.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 한 번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원수일까? 동포일까?

저자는 그 해답을 북한 현대사에서 찾아보려는 것 같다. 그래서 작심한 듯 남북한 문헌들을 샅샅이 뒤졌다.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 랑케(1795~1886)가 강조한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투영했다. 그 결과 원고지 5500쪽 분량으로 책 5권을 완성했다. 지금까지 북한 현대사를 다룬 책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이다. 

그 동안 북한 현대사를 다룬 책들은 더러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대숙의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 스칼라피노·이정식의 『한국공산주의 운동사』, 와다 하루키의 『북한 현대사』 등인데 대부분 단행본이다. KBS 기자 출신으로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기자의 눈에 학자의 눈까지 보태 1945년 해방부터 2015년 제5차 북핵실험까지 북한의 71년을 고스란히 담았다. 

엄격한 구분은 아니지만 1~3권은 김일성, 4권은 김정일, 5권은 김정은으로 나눴다. 다섯 권을 다 읽고나면 ‘나도 북한을 좀 알아’라고 폼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섯 권이라 지루할 수 있겠다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기존의 책들이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라면 이 책들은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짧은 문장, 스피디한 서술 덕에 북한 71년을 산책하듯이 즐길 수 있다. 아쉬운 대목은 ‘있는 그대로’에 충실하다 보니 과거 책들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연구도 아날(annales) 학파의 연구방법인 정치보다 사회, 연대(年代) 보다는 구조를 연구하는 시도가 앞으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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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북한 70여 년…‘기자+학자’ 눈으로 사실 그대로 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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