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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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i Kim - <너는 어느 편이냐> 일본은 비교적 반전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고, 전쟁에 대한 휴머니즘에 입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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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i Kim updated her status.
27 January ·2017



<너는 어느 편이냐>
일본은 비교적 반전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고, 전쟁에 대한 휴머니즘에 입각한 문학, 영상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주로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가에 대한 주제의 이야기이다.
대부분 전쟁중에 겪은 이야기나 아니면 원폭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가 소재이다.

식민지배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 이야기들은 그저 밋밋한 반전스토리이다.
그러나 어느 한 편의 스탠스를 취하는 순간 이 이야기들은 고통이다.
문제는 어느 편에 서더라도 고통이라는 것이다.
고통을 피하려면 지배국이냐 피지배국이냐의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으면 된다
.
아니 그런 걸 그냥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정의의 편에 서면 될 것 같지만, 세상에 정의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려고 했다.

실제로 나는 국적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익숙한 "공간"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그 공간은 한국이라기보단 사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이라는 공간에 더 크게 울림이 있다.
또한 내가 서울 다음으로 오래 살아온 "후쿠오카"라는 공간 역시 나의 친구와 학생들과 사랑하는 많은 지인들이 사는 내 터전이다.
나는 국적/민족이 한국이냐 일본이냐는 식의 구분은 나의 경험의 토대라는 측면 이외에는 상당히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마주보기 위해서 나는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다.
고통은 원래 끌어안는게 아니라 마주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외로울 용기.

쉬운 구분은 이용하기가 쉽다.
정치적으로 사람을 조직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쉬운 구분으로 대립을 만들면 된다.
서울에 사는 사람도 별 두려움 없이 멀쩡하게 잘만 살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시시때때로 김정은이 무모하게 미사일을 일본으로 날려보낼지도 모른다고 선전하는 것만 봐도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쉬운 구분과 그것을 이용한 대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혹 나는 사람들로부터 북한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북한의 도발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이다.
일본의 반전교육은 너무 피상적이라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구나 싶다.
쉬운 구분을 휴머니티와 적절하게 섞으면 심지어 판단정지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언뜻 기억나는 특집드라마가 있는데, 십오년 전인가?
이차대전 마지막 특공대를 그린 종전특집 드라마였던 것 같다.
이미 패색이 짙은 전쟁에서 기름조차 모자라는 전투기를 타고 적군인 미국항모를 향해 옥쇄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가고시마에서 출발하여 돌아올 연료를 싣지 않고 떠나는 마지막 특공대로 이런 임무를 맡은 사람들에 대한 추모관이 가고시마에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선인의 이름도 그 추모관의 벽에 붙어있다.
어쨌든 내가 기억나는 장면은 이 특공대원들의 마지막 심정, 슬픔이나 고통이나 두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특공대가 상대한 매매춘 여성이란 사실이다.
그 여성들의 스토리는 어디에 있는가?
전쟁을 그린 많은 스토리에서 그녀들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요 몇년 사이 새로운 편을 발견했다.
영웅이 되지 못한 자들, 영웅의 슬픔을 지켜본 자들, 전쟁의 주역이 아니고 전쟁의 희생자들은 왜 판에 박힌 한가지 서사로 통합되는가?
왜 흰옷입은 소녀나 힘없는 어린이, 나이든 노인 같은 단일한 이미지에 갇혀있는가?
꿈은 무엇이며 무슨 음식을 만들어 먹고 누구를 미워했으며 누구를 사랑했으며 무슨 일을 하고 싶었을까?
가고시마에서 나가사키에서 서울에서 평양에서 연변에서 길림에서 하얼빈에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심지어 인도나 런던에서도 흔적을 남긴 그녀들은 어떻게 그 곳까지 흘러들어갔으며 새로운 터전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나는 이 편에 서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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