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4

강미숙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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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11 h  · 
노무현 대통령님.
오늘 당신의 친구 두 사람을 생각합니다. 당신이 계신 봉하는 너무 멀어 못 가겠기에 오늘 누구보다 당신이 그리웠을 강금원 회장의 묘소에 다녀왔어요. 강금원 회장은 외환위기 때 박세리 선수가 국민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것을 보고 골프에 대한 생각을 바꿔 이곳 골프장을 인수했다지요? 그가 사들인 충주 시그너스 CC에 당신도 몇번 다녀가셨다 들었습니다. 퇴임 마지막 해에 기념식수를 할 때만 해도 퇴임하면 필부가 되어 강금원 회장과 우정을 나누며 살게 될거라고 기대하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퇴임 이듬해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강원도로 오셨지요. 어디서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잔디썰매를 타면서 악동처럼 즐거워하던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그때 가족들과 이곳 시그너스에도 다녀가셨다니 마치 곁에 뵙는 듯합니다.
충주라고 하지만 원주 부론과 접경지에 있어서 제가 사는 곳에서 불과 20여분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입니다. 당신이 몇번 다녀갔다는 남한강 매운탕집도 오가며 한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두분이 살아계셨다면 아 좋다! 하며 막걸리 한잔 하셨겠기에 강금원 회장의 묘소에 치악산 막걸리를 가득 부어드렸습니다. 한잔은 당신을 대신하여, 한잔은 저희가 드리는 술이었는데 아마 알아채시고 두 잔 모두 쭈욱 들이켰을 게 틀림없습니다.
강금원 회장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부산에서 창신섬유를 키워냈다죠.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지금은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이자 후견인을 했다는 이유로, 당신을 도와 일했던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했다는 이유로 죽음으로 몰린 사람, 2007년 뇌종양 진단을 받아 치료중이었음에도 2009년 4월 노무현 죽이기의 일환으로 구속기소되었지요. 뇌종양이 악화되어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었고요. 검찰이 살인자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리 잔인할 수 있을까 살의를 느낄 정도로 분노했지만 당신의 간청도 시민들의 호소도 다 비웃음거리로 전락시켰지요. 그랬던 그들이 지금도 똑같이 한 가족에게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군요.
강금원 회장은 자신이 감옥에 있어 당신이 떠나셨다고 너무나 아파한 것처럼 당신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 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부엉이바위에서 작별을 고한 후 병보석이 허가되어 수술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치료의 적기를 놓친데다 당신마저 떠나고 없으니 건강은 급속하게 나빠졌겠지요. 결국 자신의 생명을 소진하며 해야 할 일을 다한 후 당신이 떠난 3년 후 따라가버렸네요. 그는 사람이 사람을 어떠한 대가 없이 저렇게도 좋아할 수 있구나, 사람이 이렇게 순수할 수도 있구나 느끼게 해준 사람입니다.
시그너스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니 사진으로 본적이 있는 당신이 식수한 소나무가 아름드리 자랐더군요. 강금원 회장은 왜 고향이나 당신 있는 가까이에 안가고 연고도 없는 이곳에 묻혔을까 의아했는데 가보니 곳곳에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을 두고 갈 수가 없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엠비정부와 검찰의 보복수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오늘 같은 날 두분이 허리띠 풀고 마주앉아 야, 문재인 일 잘한다! 야, 기분좋~다 하시며 막걸리 한잔 하셨겠지요?
당신의 두번째 친구 문재인. 당신이 문재인의 친구여서 자랑스럽다고 할 때는 그 말뜻을 잘 몰랐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던 당신의 친구가 당신의 묘소에 술한잔 올리는 대신 큰 선물보따리를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답니다. 그는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신이 계신 곳을 찾지 않겠다고 했지요. 대신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요. 
당신도 재임시절 외신보도와 국내 보도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지요. 영국에서 민주주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빈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아도 국내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어요.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격상시킨 장본인이라 아무리 밖에서 환대받아도 인터넷 시민들이 당선시킨 대한민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단 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만 홀대받고 무시당하고 안주거리가 되었더랬죠.
당신의 친구 문재인이 바이든 미대통령과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대한민국 포털에는 회담성과를 보도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올라오는 기사도 회담 성과를 깎아내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당신의 친구도 당신처럼 오로지 대한민국에서만 홀대받고 있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외로웠지만 지금은 당신이 초석을 놓은 덕에 온 사방에서 전문성을 갖춘 시민들이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한미회담의 구체적인 성과를 깨알같이 취재하여 알리고 여기저기 퍼나르고 있습니다. 넋놓고 있다가 당신을 잃은 학습효과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굳건한 한미동맹은 한국이 자주권을 갖고 바로 서야 비로소 힘을 갖는다고 했지요. 그래서 전작권환수도 추진했고요. 코비드 19 방역을 세계 그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정도로 성공적으로 해낸 덕분에 한국과 미국은 백신동맹을 맺었습니다. 
모더나는 한국에 위탁생산(삼성바이오는 회담이 끝나자마자 이미 모더나와 백신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더군요.) MOU를 체결함으로써 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에 백신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더나 백신의 기술이전으로 지금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인도 태평양지역을 넘어 전세계에 공급하게 된 것이지요. 미국이 하고 싶어도 양산능력도 앰플의 잔여분을 남기지 않는 주사기도 없어 체면이 말이 아니었는데 한국이 기를 살려준 것이지요. 겉으로는 미국이 한국에 기회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세계선도국가로서의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뻐해주세요. 미사일지침을 해제하고 미사일 주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자주국방의 초석을 놓아 동북아의 평화를 모색할 수 있고 전시작전권 환수에 한걸음 다가간 것이니 엄청난 성과입니다.  항공우주분야와 과학기술연구자들에게 이보다 큰 선물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외교안보라인이 얼마나 치밀하고 끈질기게 협상해왔을지, 한미정상회담을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해왔을지 짐작이 되어 뿌듯하고 감격스럽습니다. 
그뿐인가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동맹을 맺고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해나가기로 했다지요. 저는 미국이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구나, 한국에게 세계질서를 같이 만들어가자고 제안하는 메시지로 읽었습니다. 정말 뿌듯하지 않나요. 국력이, 국격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말입니다. 이게 진정 굳건한 한미동맹이 아닐런지요.
게다가 당신의 친구가 달이어서일까요, 어디에서도 보도하지 않지만 달동맹도 맺었답니다.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미국 주도로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8개국이 공동탐사를 목적으로 아르테미스 협정을 맺었지요. 한국도 여러모로 자격이 충분함에도 일본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문대통령이 바이든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도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하여 달궤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저들은 애써 모른 체 하지만 한국의 과학과 기술이 한단계 진보하고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당신의 친구 문재인은 진정한 Negotiator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용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말이지요. 지난 취임 4주년 담화에서 그는 레임덕 따위는 없을 거라고 했지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남북관계 개선도 남은 1년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새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내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새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시대의 막차가 되어 구태와 잘못된 관행을 깨끗이 청산하여 후배들이 다시는 진흙탕을 걷지 않게 하겠노라 하셨지요. 나는 당신이 새 시대를 연 맏이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스스로 발화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당신의 살신성인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당신이 떠난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산해야 할 구태와 그릇된 관행이 많고 적폐들은 여전히 상부구조 요소요소에 송진처럼 진득하게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폐청산의 과정 속에 있고 완결형이 아니라 영원히 현재진행형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들은 12년 전 당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친구 문재인, 그리고 민주개혁진영의 팔다리를 자르느라 국가의 안위나 미래지향적인 고민들은 던져버린지 오래입니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어떻게든 손과 발을 묶어두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당신의 비서였던 김경수 지사에게 닭갈비 시비를 걸고 안희정을 날리고 박원순도 날렸습니다. 위협적인 존재가 되자 조국은 멸문지화를 모의했고 최강욱도 팔을 부러뜨리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저들이 공격하는 인사들은 당신의 유훈과 시민의 뜻을 받들 사람들입니다. 이는 역으로 우리가 그만큼 힘이 세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노무현 대통령님.
오늘같은 날 강금원 회장과 만나 막걸리 한잔 거하게 하셨겠지요. 당신이 인사도 없이 홀연히 떠난 후 강금원 회장은 병마와 싸울 의미를 잃었을 테고 또 한친구 문재인은 어금니가 으스러지도록 앙다물었을 겁니다. 이제 1년 후면 당신의 친구는 장삼이사로 돌아갑니다. 부디 남은 1년 동안 당신의 친구를, 그리고 한국사회를 굽어 살펴주소서. 남과 북이 도보다리에서 한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백신 공급의 허브역할을 통해  세계인의 건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당신 친구 문재인을 이어 진흙탕을 단단한 신작로로 닦을 수 있는 지도자를 세울 수 있도록 살펴주소서. 당신의 영전에 봉하막걸리 한잔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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