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8

알라딘: 우리의 학맥과 학풍 - 한국 현대 지성사의 복원 이한우 2022

알라딘: 우리의 학맥과 학풍


우리의 학맥과 학풍 - 한국 현대 지성사의 복원 
이한우 (지은이)천년의상상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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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우리의 학맥과 학풍>의 개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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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376쪽

책소개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개정판을 출간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현대 지성사를 조망한 유일한 저작이다. 당시 서른둘의 패기 넘치던 학술 기자 이한우는 ‘우리 스스로 학문 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서 우리 학계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의 현대 학문들이 광복 이후 어떻게 도입되고 성장해 왔는지, 각 학문 분야 학자와 학파들의 면모는 어떠했는지, 한국 학계의 정확한 실상과 계승할 지적 유산은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우리의 학맥과 학풍』 이다.


목차


개정판 서문
개정판 출간 기념 대담
머리말

서론 : 한국 현대 지성사의 복원을 위하여
1. 전통의 복원
2. 나의 학문 이력
3. 지성사 복원의 의미

1장 전통 학문의 존재 방식
1. 전통 학문의 존재 방식을 물어야 하는 이유
2. 성균관의 쇠퇴와 서원의 등장
3. 사대부와 관료 양성을 위한 학문
4. 전통 학문의 현대화 문제

2장 동양철학
1. 동양철학의 전사前史 : 실종된 전통 철학
2. 주요 대학의 학풍 : 성균관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 동양철학계의 우뚝 선 기둥 현상윤
4. 유가철학 말고는 불모지
5. ‘한국철학’ 연구의 태동
6. 실학의 재발견과 다산철학
7. 미완의 과제 : 한국철학사의 집필
8. ‘한’ 철학의 허구성과 북한의 주체철학
9. 20세기 말의 선비 김충렬
10. 김용옥 신화의 허와 실
11. 동양철학의 현대화


3장 서양철학
1. 서양철학의 전사前史 : 궁리학에서 철학으로
2. 서양철학과 한국철학 기초를 다진 박종홍
3. 북으로 간 철학자 박치우와 신남철
4. 독후감 철학의 계몽과 교양
5. 에세이 철학자의 등장 : 안병욱, 김형석, 김태길
6. 오랜 연구 전통, 빈약한 연구 성과 : 현상학
7. 허공에 뜬 독일철학에 대한 반격 : 분석철학
8. 철학계의 이단아 박홍규
9.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대두
10. 학문의 본질과 텍스트 번역
11. 세대교체의 주역들

4장 역사학
1. 근대 역사학의 성립 : 단재사학과 백암사학
2. 문헌고증사학, 민족주의사학, 사회경제사학
3. 식민사학과 남북 분단이 미친 악영향
4. 이병도와 문헌고증사학
5. 민족주의사학자 홍이섭에 대한 재평가
6. ‘겸연쩍은 역사학도’ 천관우
7. 사회경제사학의 복원 : 김용섭, 강만길
8. 주요 대학의 학풍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9. 주요 학회와 연구단체
10. 한국통사의 서술 문제
11. 주목할만한 젊은 연구자들

5장 사회학
1. 사회학의 전사前史 :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2. 구조 지향적 사회학 VS 역사 지향적 사회학
3. 산업화와 한국적 사회학의 모색
4. 서울대 실증주의 학풍에 맞선 신촌의 공동전선 : 《현상과 인식》
5. 좌파 사회학의 전성시대
6. 한상진과 중민이론
7. 《사회와 사상》과 《사회평론》
8. 새로운 사회학을 향하여


6장 정치학
1. 정치학의 전사前史 : 관료적 국가학으로 출발
2. 미완의 정치학자 민병태
3. 재사才士와 학자의 부조화, 이용희
4. 학문 부재의 서울대 정치학과
5. 행태주의 정치학의 공과
6. 걸음마 단계의 ‘한국 정치학’
7. 비주류 정치학의 존재
8. 진보 정치학의 선구자 최장집
9. 변두리 학문으로 전락한 한국 정치사
10. 지역학의 등장
11. 신세대 정치학자들의 출현


7장 법학
1. 일제와 수험법학이라는 이중 구속
2. 법학의 전사前史 : 법관양성소의 설립
3. 한국 법학의 기초자 유진오
4. 제1세대 학자군 : 일본 번안․도용 법학
5. 제2세대 학자군 : 교과서 집필에 머물렀던
6. 제3세대 학자군 : 독자적 방법론의 모색
7. 미완의 법학자 함병춘
8. 법학계 논쟁들의 면모
9. 헌법학자 김철수 인터뷰
10. 서울법대 최종고의 양심선언
11. 신세대 학자군 : ‘법과사회이론연구회’와 ‘민주법학’
12. 한국 법학의 과제와 전망

에필로그
1. 학문과 사회 기풍
2. 학문 세계와 대충주의
3. 대충주의의 구조화
4. 학계의 세대별 특징과 유형
5. 제4세대 학자들의 시대적 사명

덧붙이는 글
번역, 제발 제대로 합시다!
베끼기에서 시각 도용까지, 한국 학계의 표절 백태百態
접기


책속에서


P. 21~22요즘 세대의 학문적 경향성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든 시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고 봅니다. 그 하나는 자연에 관한 탐구(과학)와 인간에 관한 탐구(인문학), 이 둘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진 방향성인 것 같아요.… 그런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이미 과학 분야 연구 성과를 철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 분과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발전시키고 있더라고요. 예컨대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 같은 분은 인지과학과 동아시아 전통 사상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학자죠. 역사학에서도 전통적 역사학의 시선에선 그간 주변적이었던 기후와 질병 같은 자연 과학적 요소들이 인간 역사에 끼친 결정적 영향에 대해 탐구한 지가 꽤 되었습니다. - 개정판 출간 기념 대담(임명묵) 접기
P. 26~27제가 볼 때 이황은 너무 소극적이었고 이이는 너무 오바를 해요. 지금이 아니라 그 당시 신하가 마땅히 어떠해야 하느냐는 척도에서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율곡이 쓴 『석담일기』 읽어보면 선조가 사람이 좋아서, 임금 같지도 않아서 듣고 있은 거지 태종 앞에서 그랬으면 예전에 쫓겨났어요. 그런 것도 우리가 같이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거는 전혀 없고…. 누군가 “이황이 최고다”라고 할 때 “그러면 이황이 쓴 책 뭐가 있는데?”라고 되물어보면 내세울 만한 게 없어요. 『성학십도』라는 책은 그냥 어린애들 그림책 같은 거예요. 그런데 그게 무슨 대단한 업적인 것처럼 말하고…. 앞선 연구자들이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을 추켜세워 놓으면, 그다음 사람들이 그거 깨기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 개정판 출간 기념 대담(이한우) 접기
P. 78나는 두 가지 뚜렷한 목표 의식하에서 이 책을 썼다. 하나는 우리 학계의 성장 과정을 내적으로 살펴보고 과연 우리에게 지식인 사회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했는지, 했다면 과연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지를 개략적으로나마 정리해 보는 것이다.…또 하나는 비판과 토론이 사라져 버린 우리 학계나 지성계에 비판과 토론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분야의 경우 선후배나 사제관계 등 학연으로 인해 서로 간의 발전적 비판조차 삼가는 전근대적인 대학 풍토에 대해 학계 외부에서라도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접기
P. 105포스트모더니즘은 일관되게 서양의 정신사적 전통을 형이상학적 역사로 파악하고 이 형이상학을 벗어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서양 형이상학을 공부해 보면 알겠지만 도대체가 동양 전통에는 그 같은 형이상학적 사고가 있어 본 적이 없다.…그런 판에 그것을 극복하고 해체하겠다고 나선 포스트모더니즘이 뭐가 그렇게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가? 접기
P. 118~119동양철학자 현상윤의 한문 실력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일화는 유명하다. 1910년대에 그는 일본 와세다대 사학 과에 재학 중이었다. 한번은 한문 시간에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그의 성적은 100점 만점에 120점이 나왔다. 일본 학생들이 선생에게 “어떻게 120점이란 점수가 있을 수 있느냐?”라고 따지자 그 선생은 “지금까지 가장 잘한 사람에게 100점을 줬는데 그들보다 20점 더 잘해서 줬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접기
P. 143동양철학 전체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동양철학의 글쓰기에서 찾을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다. 하나는 논문 작성법의 구태의연함이고 또 하나는 한문 사용법의 문제점이다. 논문 작성법을 보면 자신의 문제의식을 밝히는 부분은 하나도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예닐곱 절로 나누어 개념 설명을 해 들어가는 것으로 논문을 다 썼다고 한다.…예를 들어 「정도전 사상에 대한 현대적 조명」이라는 논문을 써 놓고 논문 내용은 해설로 일관하다가 결론 부분에 가서 ‘앞으로 정도전의 사상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하고서 끝맺기가 일쑤이다. 이건 심하게 말하면 고급 사기라 할 수 있다. 이런 글쓰기를 개혁하지 않으면 동양철학이 근대 학문으로 선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접기
P. 153열암 박종홍의 학문은 “서양의 학문 방법을 익힌 다음 우리 사상의 맥을 잡겠다”라는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요즘 일부 학자들이 시도하듯 서양철학을 단순히 한국철학에 적용해 보는 식의 조잡한 시도가 아니었다. 이미 서양 문물에 접하면서 근대에 들어선 한국인의 정신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것을 동서철학이 융합된 복합적 정신세계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고 본 것이 열암의 입장이었다. 그가 한국사상사의 후반부를 ‘한국인에게 근대적인 사상의 추이’와 ‘서구사상의 도입과 그 영향’이란 주제로 장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접기
P. 213~214연세대 사학과는 크게 민족주의사학과 사회경제사학을 양대 축으로 한다. 일제하 연희전문학교 시절부터 민족주의사학의 정인보와 사회경제사학의 백남운이 교수로 재직하며 씨를 뿌려 놓은 셈이다. 연희전문은 당시 유일하게 문과를 가진 전문학교였기 때문에 국문학과 함께 국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김용섭은 “우리나라의 유능한 교수들, 그중에서도 국학과 관련된 역사학과 국문학 관련 교수들은 여기에 다 모여 있어서 이 학교는 특이한 학풍을 이루고 있었다. 정인보, 백낙준, 백남운, 최현배, 손진태, 이인영 이런 분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고 그러한 가운데서 민족적인 또한 사회경제적인 학풍을 형성하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접기
P. 2431980년대 중반 소장 학자들로부터 ‘과학성 결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한완상의 『민중사회학』은 당시 진보 진영의 필독서로 꼽힐 만큼 광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울대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당시 신입생들에게 사회학과를 지원한 동기가 뭐냐고 물으면 절반 이상이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이나 『민중과 사회』를 읽고 감명을 받았... 더보기
P. 266김계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45년에서 1955년 사이에 한국 정치학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학자로 민병태(전 서울대 교수)가 꼽힌다. 1955년에서 1965년 사이에도 민병태는 윤천주(전 서울대 총장)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정치학자들은 지금도 민병태를 한국 정치학의 가장 큰 스승으로 서슴없이 꼽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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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한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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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한국판〉과 〈문화일보〉를 거쳐 1994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고 2002~2003년에는 논설위원, 2014~2015년에는 문화부장을 지냈다. 2001년까지는 주로 영어권과 독일어권 철학책을 번역했고,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탐색하며 『이한우의 군주열전』(전 6권)을 비롯해 조선사를 조명한 책들을 쓰는 한편, 2012년부터는 『논어로 논어를 풀다』 등 동양 사상의 고전을 규명하고 번역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오고 있다. 2016년부터는 논어등반학교를 만들어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했으며, 그 외 대표 저서 및 역서로는 『이한우의 인물지』, 『이한우의 설원』(전 2권),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전 2권). 『이한우의 주역』(전 3권), 『완역 한서』(전 10권), 『이한우의 사서삼경』(전 4권), 『대학연의』(상·하)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이한우의 인물지>,<이한우의 설원 (하) : 유향 찬집 완역 해설>,<이한우의 설원 (상) : 유향 찬집 완역 해설> … 총 15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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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유일한 한국 현대 지성사,
새롭게 다시 태어나다

광복 이후 우리 현대 학문의 도입과 성장 과정,
각 학문 분야 학맥과 학풍을 추적하고,
한국 학계의 정확한 실상과 계승할 지적 유산을
처음으로 탐구한 여전히 유일한 한국 현대 지성사,
개정판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출간되다(★이한우-임명묵 대담 수록)

1. 유일한 한국 현대 지성사, 다시 태어나다
― ‘학술 저널리즘의 개척자’ 이한우와 K-를 탐구한 ‘청년 연구자’ 임명묵 대담 수록

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根本’을 파고들어야 한다. 우리 정신사를 형성해왔던 한국 현대 학문의 ‘뿌리’를 찾아 나섰던 『우리의 학맥과 학풍』도 우리 학계가 처한 문제의 근본에 다가가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은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개정판을 출간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현대 지성사를 조망한 유일한 저작이다. 당시 서른둘의 패기 넘치던 학술 기자 이한우는 ‘우리 스스로 학문 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서 우리 학계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의 현대 학문들이 광복 이후 어떻게 도입되고 성장해 왔는지, 각 학문 분야 학자와 학파들의 면모는 어떠했는지, 한국 학계의 정확한 실상과 계승할 지적 유산은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우리의 학맥과 학풍』 이다.
이번 개정판은 1995년 이후 학계의 변화된 상황을 저자 이한우와 젊은 연구자 임명묵의 대담으로 보완하였다. 동서양 철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번역서를 포함 100여 권의 책을 쓴 저자 이한우와 『K-를 생각한다』에서 2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놀라운 분석력과 통찰력을 보여준 청년 학자 임명묵과의 대담. 이 말들의 향연에서는 깊은 관록과 힘찬 패기가 때론 부딪치고 때론 조화를 이루면서 풍성한 대화의 숲을 만들어갔다. 또한 기존 본문 내용 중에서 어색한 문장들을 새롭게 다듬고, 사실관계를 일일이 다시 확인해서 정확하게 수정하였다. 개정판 『우리의 학맥과 학풍』에서 우리의 오늘을 만든 생각의 뿌리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책을 낼 때 강조했던 동․서양학문의 통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학문성의 철저화 또한 약간 개선된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의 현재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겠다. 역설적이지만 지난 30년 가까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의 부실함이 이 책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이 과제는 필자 스스로 어느 정도 수행해 오고 있다. 실록읽기에서 출발해 사서삼경 해독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태종실록으로 돌아와 최근 태종 이방원에 관한 책을 쓰면서 경經과 사史를 통합하는 학문 모델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과제를 다음 세대에게 넘긴다. 미안한 일이다. 필자는 믿는다. 반드시 다음 세대 중에 필자의 이 책을 훌쩍 뛰어넘는 저술을 쓰는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그것이 역사의 역동성이다._‘개정판 서문’ 중에서

2. 우리 학문의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하게 진단하다
― 현재성을 상실한 동양 학문, 현실성을 상실한 서양 학문

『우리의 학맥과 학풍』에서 다루는 학문 영역은 우리의 정신사 형성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동양철학, 서양철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법학, 여섯 개 분야이다. 이 모든 학문은 본래부터 자생적으로 일구어왔던 것이 아니라 일본 강점기와 해방 이후 주로 일본을 통해 서양에서 도입해 이식된 것이었다. 당시 학문 1세대를 이루는 학자군들은 일본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거나 심지어 학사 졸업 후에 한국 대학의 교단에 섰다. 일본도 서양 학문을 우리처럼 밖에서 받아들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출발부터 달랐던 게 현실이다. 이를테면 서양철학에서는 하이데거 제자 중에 교토학파라는 게 있다. 교토학파 학자들은 19세기 말에 독일 유학 가서 가다머 등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서양 학문의 본고장에서 정통으로 공부하고 온 학자들이 일본 학계를 이끌어 나갔던 것이다. 더욱 문제였던 것은 우리 1세대 학자들이 자기 한계를 인정하면서 후학들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데 집중해야 했는데 대가大家 행세를 하며 권위주의적으로 군림했다는 데 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제대로 학문 트레이닝을 받은 새로운 학자들이 자리를 잡아나가긴 했으나, 전통 학문과는 단절된 채 구습과 이론 속에만 포박당한 상태를 쉽게 벗어나진 못했다. 저자 이한우는 이러한 우리 학계의 상황을 ‘현재성을 상실한 동양 학문, 현실성을 상실한 서양 학문’이라는 말로 압축해서 표현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학계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분투한 학자들이 있었다. 실학을 재발견하고 다산 정약용의 학문을 탐구해 계승하고자 했고, 형식상으로 논문 모음집에 그치긴 했지만 『한국철학사』를 집필하기 위해 중견 학자들이 대거 힘을 합치기도 했다. 역사학에서는 문헌고증사학, 민족주의사학, 사회경제사학이 자웅을 겨루면서 식민사학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으며, 한국형 사회학을 시도하고 정착시키고자 하는 여러 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일제 잔재와 수험법학에 이중 구속된 처지에 있던 법학 분야에서도 교과서 집필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연구 방법론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노력은 ‘전통 학문의 현대화’이면서 서양 학문을 우리 사회와 접목시키고자 했던 과정이었다.

전통 학문의 현대화! 이 작업은 ‘현재성을 상실한 동양 학문’과 ‘현실성을 상실한 서양 학문’의 갭을 메우는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해석학적 작업이다. 그런데 그 작업은 이 두 무책임한 경향을 단순히 합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바로 이 같은 태도를 물리치고 ‘전통 학문의 현대화’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동양학자건 서양학자건 각자 자기의 역할과 한계를 의식하고 연구를 추진해 나갈 때 완성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 본문 106-107쪽

3. 불성실한 학문 행태를 타협 없이 비판하다
― 오역 비판 전문가, 표절 사냥꾼의 고독한 추적기

구습에 포박되고 이론에 갇힌 우리 학문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은 오역과 표절일 것이다. 저자 이한우는 책 마지막에 「번역, 제발 제대로 합시다!」와 「베끼기에서 시각 도용까지, 한국 학계의 표절 백태百態」라는 글 두 편을 따로 할애해 우리 학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당사자들을 이니셜로만 표기했지만 저서명, 해당 전공을 공개하여 쉽게 누구인지 짐작 가능하여 사실상 실명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학계 내부 ‘침묵의 카르텔’을 깰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어학 실력을 갖춘 저자의 지성과 패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학계 내부자가 아니라 외부 아니 정확히는 ‘학술 기자’라는 경계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가 쓴 관련 기사 중 극히 일부일 뿐이며, 우리 학문을 좀먹는 폐해를 뿌리 뽑겠다는 결기로 쓴 오역과 표절 비판에 관한 글이 수십 편에 이른다.
‘어떤 책에 오역이 많다’라는 식의 전문가 의견 뒤에 편하게 숨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이 직접 왜 이 문장의 번역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고치면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되는지 보여준다. 문맥에 따른 용어 차이와 뉘앙스를 무시하거나, 기본 개념의 이해를 결여하거나, 일관성 없는 오역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좋은 번역을 위한 지침서 역할까지 아우른다. 표절 비판의 경우, 그 유형을 5가지로 나눠서 철저히 파헤친다. 첫째, 고전적 표절 양상으로 국내 학자의 논문이나 책을 국내 학자가 베끼는 경우, 둘째, 외국 저서나 논문에서 여러 장이나 절을 그대로 번역해 싣는 경우, 셋째, 외국책을 거의 그대로 번역해 자기 ‘저서’로 둔갑시키는 경우다. 넷째는 표절의 냄새를 줄여보려고 사실상의 번역서를 잡글 하나와 함께 ‘편저’라고 해서 책을 내는 경우, 다섯째, 가장 고난도의 표절인데, 어떤 저자의 고유한 입장이나 견해를 명시적 표시 없이 도용하는 경우다. 당시 우리 학계의 ‘웃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표절에 대한 관대한 전통은 1950~1960년대에 표절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면서 형성됐다. 심지어 당시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재직했던 K 교수는 “철학자는 지금까지 세계를 해석만 해왔다. 철학자의 본령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라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구절을 어느 잡지에 자기 말인 양 사용했는데, 그 후 한동안 우리나라 지식인 사회에서는 그 구절을 인용할 때 출처를 K 교수로 밝혔다고 한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지만 1950~1960년대 우리 학계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 본문 357쪽 접기






27년 만의 개정판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최재석 고려대 명예교수의 《역경의 행운》에서 이 책을 알고 구하려 했지만 절판됐고, 중고로도 구할 수 없어 애태우다 반가운 소식을 접합니다.^^ 
학계는 그 때보다 더 폐쇄적으로 변해 암울하지만, 그나마 이 책으로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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