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Vladimir Tikhonov ‘디아스포라 지식인’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 별세

(1) 이 비보를 듣고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동경에 갈 때에 가장 뵙고 싶은... - Vladimir Tikhonov | Facebook

이 비보를 듣고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동경에 갈 때에 가장 뵙고 싶은 분은 늘 서경식 선생님이었습니다. 처음 뵌 지 어언 15년이 된 것 같고, 저는 서 선생님의 한국어 저작들을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오슬로로 모셔서 거기에서 "모어"와 한국어, 언어라는 이름의 감옥에 대한 서 선생님의 강의도 학생들과 함께 들었습니다.
서 선생님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의 담론을 구축하신 장본인이셨죠. 재일 조선인 문제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많이 서술하셨지만, 진정한 국제주의자답게 다른 마이너리티들도 골고루 다루어주셨어요. 일본/한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프리모 레비 등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의 사색의 세계를 열어주신 분이기도 하죠.

그는 기본적으로 맑스와 레닌의 저작을 철저히 공부한 "올드 좌파" 출신이었지만, 신좌파다운 마이너리티, 인권 감수성을 풍부하게 지니신 분이기도 했죠. 한국에서의 화교 배척의 역사를 가지고,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들이 겪어온 차별과 다른 게 하나 없다고 누차에 걸쳐 강조해오신 분이셨죠.

그리고 "국가", "민족", "국익"의 이름으로 약자(집단)에 가해지는 침묵의 강요, 선의를 가장한 가해 등을 늘 예민하게 지적하셨어요.
"위안부" 피해자를 위시한 일제 시절 피해의 사실들을 소거한 "한일 화해", "한일 관계 개선"의 국익주의적 논리를 늘 예리하게 비판하신 분이었어요.

너무 귀중한 말씀을 그 때 그때 적절히 많이 해주신 분이었다는 걸, 전 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별세와 함께 한일 양국의 약자들은 소중한 벗을 잃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뵌 것은 아마도 2019년쯤, 인천의 차이나타운 근처이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을, 그 때 가히 알 수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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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yun Chang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ong Dae Uk
<소년의 눈물> 한국어판을 매만져봅니다. 고이 가시고 편히 쉬소서~
박길용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손주형
현재 중국이 외국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어떻게 보시는지? 베트남도 마찬가지... 일본은 양반인 것 같은데... 사회주의 국가 같으면, 롯데같은 재벌 탄생은 상상이 안 가죠. 중국에서 자수성가해서 재벌된 한국인이 있을 턱이 없죠. 일본이니까 공부해서 교수도 하고 하는 거죠. 사회주의 국가에서 외국인이 교수해서 생활이 안정이 되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노예 착취인 듯... 한달에 500불 벌어서 연구가 되겠습니까? 여러분들 의무가 있다면, 지구상의 3대 사회주의 국가 개혁이 아닐까요?
Andrew Miles Logie
맥락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댓글만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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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deok Cho
삼가 서경식교수님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합니다.
정낙묵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unbae Ki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Marie Baker
May he rest in eternal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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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지식인’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 별세
입력2023.12.19

'나의 서양미술 순례' 등 저자
경계인·소수자 정체성 탐구



고 서경식 교수가 지난 2012년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방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한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향년 72세.

고인의 책을 다수 번역해 한국에서 발간한 출판사 ‘연립서가’는 19일 “서경식 선생님이 어제저녁 나가노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유족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난 고인은 와세다대 불문과 재학 중이던 1971년 한국에서 유학 중이던 형 서승과 서준식이 군사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인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는 일을 겪었다. 이들은 잔혹한 고문을 받으며 1980년대 말까지 긴 세월을 옥중에서 보냈다. 형을 위한 구명 운동을 하며 에세이도 썼던 고인의 체험은 고국의 민주화 운동과 일본인의 역사적 책임 등을 묻는 저술과 사회 활동으로 이어진다.




고 서경식(오른쪽) 도쿄경제대 교수가 2014년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출간한 뒤 한국에서 강연하고 있다. 반비 제공

1991년 첫 발간한 책인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비롯한 미술 관련 서적과, 남북과 일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담은 ‘디아스포라 기행’ 등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널리 읽혔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특정 민족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인은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에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했고 도서관장도 역임했다. 일본의 보수 우익세력뿐 아니라 ‘리버럴’이라 불리는 진보 지식인에 대해서도 일본의 우경화에 책임이 있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2021년 대학에서 퇴임한 뒤에는 한국에서 ‘서경식 다시 읽기’, 일본에서 ‘서경식 회상과 대화’가 각각 발간됐다. 1995년 일본에서 ‘소년의 눈물’로 에세이스트 클럽상,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각각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2년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후광 김대중 학술상’도 수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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